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91
89. 신혼여행
하와이 T호텔.
T호텔은 태진그룹 계열사 중 하나로 세계 여러 곳에 체인을 두고 있었다.
이곳 하와이 지점도 마찬가지다.
세계 관광의 명소라고 불리는 곳에는 모두 T호텔이 들어와 있었다.
하성과 유서화가 도착하자 하와이 지사장이 마중을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임하성입니다.”
“연락 받고 바로 준비를 한다고 하였습니다만,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하성이 지사장과 대화를 이어 나간다.
유서화는 다소 침체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바로 어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웃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암울한 신혼여행이 될 것 같았다.
달칵.
로열 스위트룸이 열렸다.
지금은 어두워서 바깥이 보이지 않았지만, 아침이 되면 오션뷰가 매우 아름다울 것이다.
방은 아주 잘 꾸며져 있었다. 파티 룸과 같이 화려했고 여기저기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였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좋은 밤 보내십시오.”
지사장이 인사를 하고 나간다.
유서화는 테라스를 열고 나갔다.
솨아아아!
시원한 바람이 방으로 유입되었다.
유서화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역시나 아버지를 잃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하성은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호텔 옥상으로 향했다.
찰칵.
“후우.”
잘 피우지 않았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다.
유서화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유서화의 마음이 진정될지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유서화가 기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유 회장님의 과업을 이루면 되지 않을까.”
언뜻, 이곳 하와이에서 유민성 회장이 찾는 것이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태진그룹이 하와이에 진출을 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이다.
우선 사실 확인을 위해 윤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쯤 한국은 저녁 9시 정도 되었을 것이다. 윤다희의 성격으로 보았을 때 야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여보세요?
“접니다.”
-여행은 잘 즐기고 계신가요?
“그럴 리가 없죠.”
-하기야…….
윤다희도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추진되던 사업들에서 손을 떼어 버릴 정도였다. 그만큼이나 유서화의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하성도 잠시 사업에서 손을 떼고 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겼다. 그렇게 해도 다져 놓은 것이 있어 잘만 굴러가고 있었다.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나요?
“제가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유민성 회장님이 이곳 하와이에 진출하신 이유가 과업 때문이라고요.”
-알고 계셨군요.
“어떤 과업인가요?”
-조금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기도 한데…… 하와이 제도 어딘가에 보물선이 가라앉아 있다고 합니다.
“보물선이라고요?”
정말 터무니없기는 하다.
보물선 탐사는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 중 하나이기는 했다. 보물선을 탐사하여 부자가 된 사람들도 많았고 한때에는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보물선 탐사도 거의 막바지였다. 과거에 모두 발굴을 하여 더 이상은 찾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씨 가문의 인장이 보물선과 함께 가라앉았다고 하더군요.
“아아.”
하성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유민성 회장도 뿌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가문의 인장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을 해 왔던 것이다.
물론 그로서는 도대체 가문의 인장에 어떤 비사가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 팩트는 유민성 회장이 과업을 이루지 못하고 타계하였다는 것.
그에 대한 일이라면 유서화도 힘을 내지 않을까 싶다.
“제 이메일로 주요 정보들을 보내 주도록 하세요.”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차라리 내일 아침에 태진에너지 하와이 지사로 찾아가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보물선은 태진에너지에서 탐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침이 밝는 대로 유서화와 함께 태진에너지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유민성 회장의 유지를 이어 나가고자 선언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유서화는 거의 밤새도록 테라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그리고 두 시간도 되지 않아 깨어났다.
그녀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호텔의 서비스를 부르는 것뿐이었지만, 부지런하게 뭔가 하려 하였던 것이다.
“일어나셨어요?”
“좀 더 자지 그래요?”
“잠이 오지 않아서요.”
하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 하려고 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극약 처방일 수도 있었다. 유서화의 슬픔이 잠잠해지거나, 폭발하거나.
하성으로서는 어찌 될지 알 수 없었다.
아침은 간단하게 토스트에 우유를 마셨다.
“준비하세요.”
“어디 가려고요?”
“갈 곳이 있습니다.”
“알겠어요.”
유서화는 길게 묻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그런 여자였다. 어려서부터 교육을 그렇게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순종적이었다.
궁금하면 참는 것. 그리고 하성이 말을 해 줄 때까지 기다린다.
그들은 옷을 갖춰 입고 호텔을 나섰다.
그들이 향한 곳은 태진에너지 하와이 지사다.
태진에너지에서는 하와이에 석유와 가스 등을 공급하는 업체임과 동시에 태평양 유전을 탐사한다.
하지만 태진에너지가 하와이까지 진출한 진짜 목적은 바로 보물선이었다. 정확하게는 보물선과 함께 잠들어 있는 유씨 가문의 인장이다.
태진에너지에 도착을 하자 유서화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은 왜……?”
“장인어른의 과업을 완성하려 합니다.”
“……!”
유서화는 이제야 하성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했다.
과업이란 인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유민성 회장의 생전에 꼭 이루고 싶어 했었던 일로, 무리하게 하와이 사업에 진출한 원인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자리를 많이 잡아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었지만, 사업 초기만 해도 이사진에서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하성 씨…….”
“제가 과업을 완성하겠습니다.”
“꼭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서화 씨, 제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시죠?”
“네.”
“그 힘을 이용해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인어른이 살아 계셨을 때 했으면 좋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그분의 과업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과업이 이루어진다면 서화 씨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겠죠.”
“아아.”
유서화는 하성이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서화는 눈물을 꾹 참았다.
“그럼 웃을 수 있겠죠?”
“네.”
“시체처럼 있지 말고 함께 과업을 추진해 보도록 하죠. 설마 유 회장님의 과업인데 저에게만 맡기지는 않을 것 아니에요?”
“그럼요!”
유서화의 얼굴에서 간만에 생기가 돌았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유서화는 삶의 원동력을 얻었을 것이다.
그들이 도착하자 태진에너지 하와이 지사장이 마중을 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그리고 아가씨.”
아직 호칭이 제대로 정리되지가 않았다.
하성은 유민성 회장의 유지에 따라서 태진그룹의 회장에 오를 테지만 아직 그러기 전이었고 혼인 신고를 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애매했다.
어쨌거나 이미 유민성 회장은 살아생전에도 하성을 후계자로 지목했었고 죽기 직전에 결혼식까지 강행했다. 이것만 보아도 태진그룹 2대 회장에 하성이 올라갈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하성은 지사장실까지 안내가 되었다.
“이곳에는 어쩐 일로…….”
“선대 회장님의 과업을 제가 이어 나가려 합니다.”
“보물선 탐사 말이로군요.”
“맞습니다.”
“하지만 거의 포기를 하다시피 했습니다. 벌써 15년째 탐사 중입니다.”
“흔적도 없었나요?”
“흔적은 있었습니다. 카훌라웨섬 근처에서 오래된 목재가 발견되었습니다. 보물선의 파편으로 판명되었죠.”
“그런데도 찾지 못했군요.”
“먼 곳에서 여기까지 파편만 떠내려 왔을 수 있습니다. 일단 그 주변은 모두 수색했습니다.”
“으음.”
역시나 쉽지 않은 작업 같았다.
분명히 유민성 회장은 하와이 어딘가에 보물선이 가라앉아 있을 것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뛰어들었을 것이다.
끈질기게 수색을 하여 난파선의 조각을 발견한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였다.
“그래도 제가 수색을 해 보겠습니다.”
“저야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만, 15년 동안 전력을 기울여도 찾지 못한 보물선입니다. 며칠 안에 찾아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전력으로 지원하겠습니다.”
하성은 기를 사용하여 직접 탐사를 해 볼 작정이었다. 그렇게 해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탐사의 목적은 보물선이 아니었다.
이 일을 통하여 유서화가 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목적은 이룬 것이다.
탐사선이 카훌라웨섬으로 출발하였다.
카훌라웨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는데,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태진그룹에서 이곳에 항구를 개척하였다.
물론 카훌라웨섬을 개척한 이유는 오직 보물선을 찾겠다는 유민성 회장의 의지 때문이었다.
항구에 도착하여 여러 가지 정보들을 습득했다. 근처의 지도와 탐사 기록들을 챙겼고 다시 출항하였다.
촤아! 촤아!
탐사선이 거침없이 태평양을 가로질렀다.
여러 군데에서 탐사를 진행했지만, 어디에서도 보물선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카훌라웨섬에서 30분 정도 나온 지점이다.
태평양 한가운데라고 보아도 되었고 깊은 곳은 수심이 10km에 육박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깊이의 심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성은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정말 괜찮겠어요?”
유서화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하성은 엄지를 척 올렸다.
그에게 있어 이 정도의 탐사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풍덩!
하성은 태평양 한가운데로 빠져들어 갔다.
***
쿠르르르!
깊은 암흑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빛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암흑 천지가 전개되고 있었다.
가끔 발광을 하는 심해의 생물들이 보일 뿐이다.
더 깊게 들어가 보도록 한다.
사방으로 엄청난 수압이 가해지고 있었다. 보통 인간이었다면 진즉에 죽고도 남았을 만큼이나 압력이 거세다.
하성은 내공을 사용하여 수압을 견뎠다.
얼마나 내려왔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아마 심해 잠수정을 타고 내려와야 할 수준이 아닌가 싶다.
하성은 어느 순간에 멈춰 섰다.
지금부터 기감을 퍼트려 사방을 탐색할 생각이었다.
스아아아아!
자연지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오만 가지 것들이 기감에 잡힌다. 심해에만 천만 종이 넘는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하니 가히 어마어마한 숫자라 말할 수 있었다.
심해의 생명체들이 기감에 잡혔지만 무시했다. 그보다는 더욱 크고 묵직한 것을 발견해야 했다.
하성은 기감을 바닥으로 퍼뜨렸다.
‘닿지 않는군.’
대략 이곳은 수심이 3km 정도는 되어 보인다. 여기서 더 내려가서 탐사를 해 보아야 할 것 같았다.
더 깊은 곳으로 내려왔다.
이제는 아예 주변이 보이지 않았고 온통 암흑이다. 가끔 발광을 하며 심해어들이 지나다닌다.
하성은 바닥을 밟을 수 있었다.
엄청난 추위가 밀려들고 있었다.
이곳에서 기감을 퍼뜨려 본다. 지표면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보물선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쉽지가 않다.
이런 작업은 몇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한편, 탐사선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우려를 나타내고 있었다.
임하성 회장은 아무런 장비도 없이 뛰어들었다. 스쿠버 장비라도 착용을 하고 들어갔다면 이해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장비도 없었기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이 정도라면…….”
선장까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서화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은 초인이었고 몇 시간 동안 숨을 쉬지 않고서도 살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탐사를 하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이미 15년째 소식이 없는 보물선 탐사였다.
몇 번 정도 이 부근에 다른 보물선 탐사대가 오간 적이 있었다. 태진그룹에서 하도 심혈을 기울여 탐사를 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탐사대도 포기를 해 버렸다.
지금은 태진그룹만 가끔 탐사를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여의치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 위로 임하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촤악!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선장을 비롯한 사람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어떻게 인간이 몇 시간 동안이나 숨을 쉬지 않고 있을 수 있다니.”
임하성이 갑판에 내려섰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 보도록 합시다.”
유서화는 실망하지 않았다.
15년이나 탐사를 해도 찾지 못했던 보물선이다. 임하성이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뚝딱 찾아 내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탐사는 저녁까지 계속되었다.
하성은 심해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탐사를 하였지만, 그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래도 유서화는 많이 밝아져 있었다.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서 일을 한다는 것이 그녀의 마음을 가볍게 한 것이다.
그들은 레스토랑에 들어와 식사를 했다.
유서화는 오늘 탐사에 대해 말했다.
“내일은 좀 더 먼 바다로 나가야 할까 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죠?”
“지금까지 발견을 하지 못한 것은 너무 가까운 구역만 수색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런가요?”
“지도를 보죠.”
하성은 지도를 폈다.
조선에서 서양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됐다. 상단의 배였는데, 어디에서 난파가 되었는지는 모른다.
풍랑을 만나 난파된 것으로 보였는데, 하와이에 조각이 떠밀려 온 것을 보면 서쪽에서 밀려왔을 공산이 컸다.
하성은 하와이에서 한국까지 선을 쭉 그었다.
“이렇게 탐색해 보죠.”
“이렇게 멀리요?”
“며칠 정도는 탐색을 해 보도록 하고 나중에 또 와서 탐색을 하도록 하죠. 시간이 날 때마다요.”
“고마워요.”
“뭘요. 유 회장님의 유지를 잇게 되어 기쁩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 하성과 유서화는 해변을 걸었다.
유서화는 지금까지는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조금씩 힘을 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아빠는 어렸을 때부터 저를 예뻐하셨어요. 저도 아빠를 좋아하고 잘 따랐죠. 항상 무릎을 떠나지 않았으니까요.”
“그랬을 것 같습니다.”
“과업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들었어요. 조상님의 뿌리를 찾아야 한다고요. 유씨 집안의 징표를 찾게 되면 우리 집안이 조선의 개국공신 가문임을 증명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하셨죠.”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숙청된 모양이군요.”
“그런 모양이에요. 어쨌든 아빠는 징표인 인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과업이 되었을 만큼요.”
“반드시 찾게 될 겁니다.”
“사실 저는 상관이 없거든요.”
“네?”
“그 징표가 무엇이든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아빠에게는 중요했어요. 그것을 찾아 집안에 둔다면 아빠의 과업을 제가 이룬 셈이 되니까 하는 거죠.”
“후후, 그래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보고 싶네요.”
“보게 될 겁니다.”
“그나저나 우리 사업은 어찌 되고 있는 건지.”
“8강에 진출했다고 합니다.”
“정말인가요?”
유서화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마 8강전도 승리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되면 하성 씨 말대로 되는 거네요.”
“그렇죠.”
그들은 걸으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지금까지 유서화는 그로기 상태였고 슬픔에 절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언가를 생각할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하성으로서는 천만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며칠 동안 심해를 뒤졌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마지막 날이다.
하성은 오늘도 어김없이 심해를 돌아다녔는데, 거대한 균열을 발견했다.
심해에 가 있는 균열은 더 깊은 곳까지 이어졌다.
‘혹시 이곳에?’
아마 하성과 같은 생각을 유 회장도 하지 않았을까.
하와이에서 한반도까지 선을 쭉 이어서 그 지역을 샅샅이 뒤져 본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견되지 않은 것은 역시나 이런 균열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해저의 균열로 들어가 봤다.
엄청난 깊이의 균열이었고 대각선으로 떨어져 내렸다.
바닥에 도착하여 특수 제작된 랜턴을 켰다.
달칵.
‘이곳이었군.’
거대한 보물선이 자태를 드러냈다.
난파된 선박은 세월의 흔적을 잘 보존하고 있었다. 썩지도 않았고 이곳에는 식물도 자라지 않아 지저분하지도 않았다.
정말로 보물선이다.
상단이 이동을 하는 도중에 난파가 되었기에 금화도 상당했다. 이것만 팔아도 웬만한 사람은 떼부자가 될 수도 있을 정도였다.
하성은 수면으로 올라가며 생각했다.
‘여기서 그녀에게 알리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하성은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유서화는 아버지의 유지를 잇는다는 생각에 일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과업을 이루어 버리면 그녀는 다시 슬픔에 잠길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그녀의 슬픔이 사라질 때까지는 비밀로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야겠군.’
쿠르르륵!
하성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푸하!”
“하성 씨! 수확은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유서화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15년 동안이나 이어 왔던 일이 하루아침에 끝나 버리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하성도 그런 대균열을 발견하지 못하였다면 보물선은 결코 발견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곳의 위도만 알고 있다면 다음에 와서 탐사를 해도 된다.
“이만 슬슬 돌아갈까요?”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죠.”
그들은 호텔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위이이잉!
그들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이륙하였고 빠르게 인천으로 날아간다.
유서화는 하와이를 내려다보았다.
“다음에는 꼭 찾고 말겠어요.”
“일단 회사 일 좀 정리하고 나서 돌아오도록 하죠.”
“알겠어요. 아빠가 남긴 회사도 빨리 안정을 시켜야죠.”
태진그룹의 주가는 요동쳤다.
빠르게 하락을 하였다가 하성이 태진그룹의 회장에 오른다는 소식에 다시 주가를 회복했다.
하성이 태진그룹의 회장이 되면 한빛그룹과 합병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주가는 오히려 더 올랐다.
유서화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았다.
그녀는 하성의 손을 꽉 잡았다.
“고마워요.”
“뭐가요?”
“덕분에 아빠를 잃을 슬픔을 달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과업을 하는 순간에는 아빠와 함께하는 것 같았어요.”
“다행입니다.”
“하성 씨가 신경을 써 준 덕분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아직도 슬픔에 빠져 허덕이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어요.”
“남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제가 남편 하나는 잘 얻은 것 같네요.”
그녀는 하성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제야 유서화는 웃을 수 있었다.
“그럼 장인께서 남긴 회사를 잘 키워 보도록 하죠.”
“가자마자 회장직에 오르도록 해요.”
“그럴 수는 없죠. 서화 씨가 오르도록 해요.”
“저는 여자인데요.”
“요즘 세상에 여자가 무슨 상관인가요?”
“그래도 아빠는 당신이 회장직에 오르기를 바랐어요. 제가 아니라요. 만약 제가 오르기를 바랐다면 그리 말씀을 하셨겠죠.”
“하지만…….”
“유언장에도 그리 적혀 있고 우리 둘 다 아빠의 유언을 육성으로 들었어요. 유언은 명백해요. 한국에 돌아가서 혼인 신고를 하고 나서 바로 취임식을 하도록 해요. 취임식은 제가 준비를 하도록 할게요.”
“알겠습니다.”
하성은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