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s returns RAW novel - Chapter 97
95. 마지막 조각
하성은 아파트에 도착했다.
윤다희는 손님으로 왔고 그들은 거실에 둘러앉아 커피를 마셨다.
유서화가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좀 더 낮출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정도가 적당해요.”
“그래도 속은 시원하네요. 앞으로 경영 방식에 변화가 있을 테니까요.”
“당연히 그래야죠. 그리하지 않는다면 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TS그룹의 경영 행태에 혀를 내둘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렇게 압박을 해 두었으니 함부로 사람들을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내일이 벌써 4강전이네요.”
“벌써 그리되었군요.”
4강전은 독일과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하성은 내일은 한국이 패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은 승승장구를 해 왔다. 물론 계속 연장 승부를 하여 간신히 이겨 왔지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내일은 독일의 전차 군단과의 전투였는데, 기억상으로는 1:0으로 아쉽게 패한다.
하성의 기억 속에서도 정말 아쉬운 승부였다.
어쨌거나 이런 역사는 바꿀 수가 없는 일이었으니 가능하면 내일 경기는 안 보았으면 했다. 이기는 승부라면 모르겠지만 패하는 승부를 봐서 뭐 하나 싶었던 것이다.
“내일은 아무래도 일 때문에…….”
“무슨 말씀이세요? 내일은 반드시 경기를 봐야죠!”
유서화가 보기 드물게 흥분하였다.
하성은 그녀의 박력에 못 이겨 수락을 하고 말았다.
“그러죠. 맥주라도 한잔하면서 경기를 구경하도록 해요.”
“네!”
이제야 그녀는 싱글벙글이다.
어쩐지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윤다희가 물었다.
“회장님께서는 한국이 4강까지 간다고 월드컵 전부터도 예견을 하고 계셨죠. 이번에는 어떨 것 같나요?”
“패할 것 같군요.”
“왜요? 그 쟁쟁한 국가들을 전부 몰락시켰잖아요. 그런데 왜 패한다는 건가요? 우승 후보들도 다 물리쳤는데.”
“그냥 느낌이 그렇습니다. 아직 독일을 뛰어넘기에는…….”
“이탈리아보다 독일이 축구를 잘하나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요.”
“그럼 이길 수도 있죠. 희망을 가져 봐요!”
윤다희는 주먹까지 불끈 쥐며 말했다.
웬만하면 내일 승부는 보기 싫었지만, 이런 식으로 그녀들이 기대를 하고 있으니 봐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다음 날 오전, 하성은 출근을 하기 전부터 유서화의 신신당부를 들었다. 오늘 오후에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일찍 퇴근을 하자는 것이다.
벌써부터 바가지 긁히기는 싫었기에 하성은 흔쾌히 수락을 했다. 이미 어제 이야기가 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출근을 한 이후에 하성은 각종 사업들을 점검하였다.
회의실에서는 빠르게 안건들이 통과되고 있었다.
윤다희가 어제의 성과를 발표했다.
“TS그룹에서 부동산을 시세의 80% 수준에 매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웅성웅성.
예상대로 주변이 술렁거렸다.
임원들은 궁금증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안 팔겠다고 들은 것 같은데 갑자기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모르겠군요.”
“태진그룹과 척을 지기 싫었겠죠. 사실상 태진그룹은 신화그룹과도 합병을 준비해야 합니다. 만약 저희와 척을 지면 사업을 해 나갈 수 있겠어요?”
“그렇겠네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겨우(?) 그런 이유로 그들이 수긍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을 움직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일이 바로 해결되었으니 하성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럼 인프라 구축은 문제없겠지요?”
“전혀 문제없습니다.”
“다음 안건은 신작 게임이로군요.”
하성과 유서화는 눈을 빛냈다.
지금까지 개발 팀을 제외하고 ‘우주 전쟁’을 해 본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신작 게임이 얼마나 재밌는지 알지 못하였다.
이번에 하성은 신작 게임에 자금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퀄리티가 뛰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안상진이 말했다.
“챕터 2가 완성되었습니다.”
“벌써요?”
“회장님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고 지원도 많이 하셨으니까요. 게다가 회장님이 게임을 하셨을 때에는 거의 챕터 2가 완성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렇군요.”
하성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챕터 2가 나왔다면 게임에 접속을 하여 즐길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굳이 챕터 2가 나오지 않았어도 게임을 했을 것이다.
“주말에 업데이트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그럼 다음 안건은요?”
“수소 자동차에 대한 건입니다.”
“신차에 모두 적용하기로 했습니까?”
“전부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이익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차량의 가격은 휘발유 차량보다 대략 10% 정도 비쌉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여겨집니다.”
“그 정도라면 문제없습니다.”
수소 용기가 얼마나 비쌌었는지 소비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 국가에서 5%를 보조해 준다고 하였으니 실질적으로는 휘발유 차량보다 5% 정도밖에는 비싸지 않은 것이었다. 수소 자동차의 연료 효율이나 유지비를 생각하면 5%가 비싼 것은 비싼 축에도 끼지 못할 것이다.
“자 다음 안건으로 가죠.”
하성은 빠르게 회사 일들을 처리해 나갔다.
점심 무렵이 되었다.
이제 슬슬 퇴근 준비를 해야 하나 싶었는데, 손님이 찾아왔다.
백호가 직접 찾아왔는데, 하성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백호가 어쩐 일이신가요?”
“주인님! 마지막 조각의 행방이 밝혀졌습니다!”
“정말인가요?”
“네!”
하성은 백호가 찾아온 이유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백호는 마지막 조각이 발견되었다고 하성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하성은 잘 알고 있었다.
“과업이 완성되겠군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회로군요.”
“그들은 저희들의 움직임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조각이 완성되면 드디어 과업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는 굳이 보물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골동품이나 서책들이 있을 겁니다. 그걸 노리고 목숨을 걸겠죠.”
“그리되면 협약은…….”
“지도가 완성되고 보물이 드러난다면 협약은 파기된다고 봐야 합니다.”
“으음.”
하성은 침음을 흘렸다.
그렇다면 극도로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회의 의심을 사게 되면 실로 난감한 상황에 빠질 우려가 컸다. 그때가 되면 치고 박고 싸우며 어느 한쪽이 무너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건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우선은 지도 조각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지도 조각이 어디에 있나요?”
“인천의 무인도입니다.”
“무인도라!”
“예.”
하성은 생각에 잠겼다.
치우가 움직이면 회도 움직일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은 그냥 사업을 추진하며 찾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연막을 쳐야겠습니다.”
“연막을 치신다고요?”
“사업을 진행하며 민간의 힘으로 찾아야 합니다. 치우가 움직이면 일을 그르칠 공산이 큽니다.”
“도대체 어떻게요?”
“회의에 함께 참석하시죠.”
하성은 점심시간이 끝나자마자 태진개발의 임원들을 불러 회의를 하기로 했다.
회의실로 태진개발의 임원들이 모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불려온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태진에너지의 사업이 추진되며 태진개발과 협의를 해야 하는 부분은 있었다. 하지만 태진개발의 사업이 주력이 아니다.
태진그룹은 지금 수소 에너지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태진개발의 오이태 총괄이사가 하성에게 물었다.
“저희들은 어째서 호출을 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신사업을 추진하려 합니다.”
“신사업이요?”
“이런저런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사업이 있었습니다.”
“무엇인가요?”
“무인도 펜션입니다.”
“무인도 펜션이라!”
사람들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무인도 펜션이라고 하면 역시나 낭만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아마 무인도 펜션이 만들어지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무인도에 가격이 있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매매를 하고자 하면 5천만 원에서 1억 정도에 거래가 된다.
미래가 되면 무인도 개발 열풍이 불어 갑자기 가격이 확 뛰지만, 지금은 그 정도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었다.
분명 수익성은 보장된다.
하지만 대기업이 추진하기에는 덩어리가 너무 작았다.
“호텔 사업도 아니고 무인도에 펜션이라니요?”
“압니다. 덩어리가 작다는 것을요. 하지만 오래전부터 해 보고 싶었던 사업입니다.”
“낭만을 생각하시는군요?”
“그렇죠. 적자가 날까요?”
“그렇지는 않겠죠. 수익이 날 겁니다.”
“추진을 해도 상관없겠네요?”
“회장님께서 원하신다면 추진합니다.”
“그럼 추진하겠습니다.”
하성은 좌중을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별달리 반대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이제 2대 회장이 된 하성의 프로젝트에 찬물을 끼얹을 사람이 없었다. 적자가 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발전 가능성까지 있을 수도 있다.
낭만을 위해 사업을 한번 벌이겠다는데 오히려 잘 지어 보겠다고 각오를 보여야 정상이었다.
오이태 이사가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맡겨 주십시오!”
“든든합니다.”
인천의 무인도들을 개발한다면 자연스럽게 지도 조각이 묻혀 있는 땅도 개발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연막이다.
회에서는 단순히 하성이 사업을 한다고 여길 것이다.
치우만 움직이지 않는다면 하성은 비교적 자유롭다. 백호는 어차피 하성의 비서였기에 함께 움직여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하성은 백호를 바라봤다.
“대단하십니다.”
백호와는 따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
하성과 백호는 회장실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백호는 연신 감탄을 드러냈다.
“묘안입니다.”
“이 정도면 회에서도 관여하지 않겠지요?”
“무인도를 개발하겠다는데 관여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낭만적인 사업을 하는 것이니까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어찌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무인도라고 말을 하니 딱 떠오르더군요.”
“어쨌든 이걸로 마지막 조각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그보다 무인도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만, 인공위성을 통해 보면.”
촤악!
백호는 위성 사진을 꺼내 들었다.
인천 주변의 무인도들이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 있는 사진이었다.
백호는 그중 하나를 찍었다.
“여깁니다.”
“무인도가 군도를 이루고 있군요.”
“네, 다행스러운 일이죠.”
하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군도를 이루고 있는 무인도를 몽땅 매입하여 대규모 사업을 벌이면 회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곳 무인도의 주인들에게 매입을 시도해야겠습니다.”
“무인도에도 주인이 있나 보군요.”
“물론이죠.”
아마 싼값에 매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무인도 열풍이 불기 전이다.
지금 매입하지 않는다면 미래에는 아예 무인도를 이용한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회 본가.
제갈천은 치우와의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다음 대결에는 제갈천이 직접 나서게 된다. 그러니 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치우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지도의 여섯 조각을 모두 치우가 가지고 있다. 만약 마지막 조각까지 그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회로서는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보물 창고를 열면 단순히 금덩어리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각종 영약들과 고서적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고서적 가운데에는 비급도 상당할 것이기에 그들이 먼저 발견한다면 자칫 대결에서 패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었다.
제갈천은 치우의 대한 보고를 끊임없이 받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수련을 하고 있습니다.”
“사대천왕들은?”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백호가 태진그룹에 출근하여 임하성을 돕고 있습니다.”
“사업이라면 수소 에너지 사업인가?”
“그렇습니다. 일단은 수소 에너지에 주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오늘 들리는 말에 의하면 무인도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는군요.”
“무인도 개발을?”
“무인도로 이루어진 군도를 사서 개발한답니다.”
“낭만 사업이로군.”
“아마 유민성 회장의 소원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혹시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곧바로 보고를 하도록.”
“알겠습니다.”
제갈천은 서류로 눈을 돌렸다.
회주의 직위가 거의 유명무실하였기에 회를 운영하는 것은 바로 제갈천이었다. 굳이 수련을 하지 않아도 할 일은 차고 넘쳤다.
하성은 빨리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했다.
지금 유서화는 하성에게 모든 것을 맞춰 주고 있었다. 그야말로 현모양처의 표본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일을 핑계로 퇴근을 늦출 수도 있었지만, 앞으로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는 그럴 수가 없다.
유서화는 오늘 경기가 매우 기대된다는 표정이다.
“오늘 이겼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러네요.”
하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역사가 바뀌지 않는 한은 오늘 한국이 패할 것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물론 오늘 패한다고 해도 4강에 올라갔다는 것은 월드컵 역사의 신화를 기록했다고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월드컵 경기는 삼성동 본가에서 보기로 했다.
거대한 스크린을 설치하여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관람을 하기로 한 것이다.
할아버지의 지인들도 불러서 떠들썩하게 응원이 시작될 것 같았다.
차량은 삼성동에 도착했다.
이미 거대한 스크린과 그늘막이 설치되어 있었다. 생맥주 기계도 보였고 음식들도 테이블 위에 쌓여 있다.
하성이 도착하자 할아버지가 반겼다.
“어서 와라!”
“할아버지, 오랜만에 뵙습니다.”
“허허허! 이 녀석아.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너무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네요.”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새아기 왔구나.”
유서화는 임태식의 품에 안기기까지 하였다.
유민성 회장과 임태식은 상당한 친분을 자랑했었다. 그러니 할아버지와는 각별한 사이일 수밖에 없었다.
하성은 사람들과도 인사를 했다.
정계나 재계의 인사들이었는데 그들도 오늘 응원을 하여 일찍 퇴근을 하였다. 대부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들이었기에 하성으로서는 인사를 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경기 시작 10분 전이다.
임태식이 하성에게 말했다.
“역시 한국이 질 것 같으냐?”
“확실히 질 것 같네요.”
“왜 그리 생각하느냐?”
“전력 차이가 나서요. 물론 엇비슷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팀이 너무 힘을 써서 지쳐 있어요. 오늘은 기적과 같은 기량을 발휘할 수가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한국 팀이 이겼으면 좋겠구나.”
“저도 예상이 그렇다는 거지 한국 팀이 이겼으면 합니다.”
“그래,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경기가 시작되었다.
역시나 한국 팀의 움직임이 무겁다.
쉴 시간이 이틀밖에 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잘 싸우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어렸다.
“내친김에 우승까지 가자!”
누군가가 그렇게 외쳤고 응원이 시작되었다.
하성은 경기의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가 회귀를 함으로써 뭔가 경기 결과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결국 같은 상황이 재현되었다.
이운재 골키퍼가 한 골을 막았지만, 하필이면 공이 발락 선수의 발에 떨어지며 슈팅 기회를 허용했다.
그리고 실점.
“아아!”
사람들은 허탈한 듯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겨우 한 골을 허용하였으니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었다.
‘이대로 끝이지.’
하성은 말없이 맥주를 들이켰다.
결과를 안다고 해도 여기서 나서서 초를 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함성이 대단하였지만, 결국에는 패배했다.
“졌구나.”
“그래도 3, 4위전이 있으니까!”
“하기야, 3위만 해도 그게 어딘가?”
패배했지만, 3, 4위전이 남아 있었으니 아직 허무하게 한숨을 내쉬기에는 이르다.
터키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3, 4위전에도 패하지만.’
물론 거기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자 유서화는 하성의 선견지명을 평가했다.
“결국 하성 씨가 말한 대로 되었네요?”
“후후, 그러네요.”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그걸 알았어요?”
“그냥 느낌이 그렇더라고요.”
“가끔 보면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 같다니까요.”
“하하하!”
하성은 속으로 뜨끔하였지만, 그냥 웃어넘기고 말았다.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보통 사람이었다. 엄청난 경영 능력 같은 것은 사실 없었다.
경기는 아깝게 끝났고 하성도 인사를 하고 아파트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다음 날부터 무인도 개발이 진행되었다.
태진개발에서는 무인도의 주인들을 섭외하였고 그들에게 매매 의사를 표시하였다.
무인도는 서울의 땅처럼 알 박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인천의 무인도를 팔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지역의 무인도를 개발하면 된다는 생각들이 팽배하였기에 산다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바로 판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인천 주변의 무인도는 속속 매입이 되었다.
하성은 각 무인도로 사람들을 보냈다. 펜션 건설을 위한 최적의 자리가 어딘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 명목으로 하성과 백호 역시 무인도를 찾아왔다.
다른 무인도로도 사람들이 출발을 하였기에 회에서도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무인도 각지로 사람들을 뿌리는 태진에너지의 선박에 탑승한 후에 내렸다.
“그럼 두 시간 후에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하성 역시 조사단에 참여하였다.
회장이 직접 조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지만, 표면적으로 내세운 기치가 바로 ‘낭만 사업’이었다.
낭만적인 사업을 위해 추진하는 일이었기에 하성이 직접 참여를 한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백호와 하성은 드디어 무인도에 내릴 수 있었다.
“감시자는 없었지요?”
“없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럼 찾아보도록 하죠.”
“보자…….”
촤악!
백호는 지도를 펴 들었다.
무인도 내의 동굴 안에 지도 조각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임상옥 조사는 참으로 동굴을 좋아했다. 지도 조각들이 벌써 몇 개째 동굴에서 나온지 모른다.
그래도 동굴의 위치는 자세하게 표기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무인도 한복판의 동굴에 이르렀다.
“여깁니다.”
“좁네요.”
동굴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차라리 굴이라고 말하는 편이 좋을 만큼 작은 동굴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
동굴 바닥을 파 들어가자 상자 하나가 나왔다.
“찾았습니다!”
연막작전을 위하여 다소 힘을 들이기는 했지만, 지도 조각을 찾는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백호가 상자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