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01
099. 종착점 (1)
증명의 신을 섬기는 예비 사도, 카이란과의 격돌에서 내가 최초로 느낀 감상은 간단했다.
바로 생각보다도 더 권능을 진흙탕 싸움용으로 잘 쓴다는 것이다.
키이이잉―!
카이란의 양손에 들린 깨진 거울의 조각에서 순백의 광선이 분광하듯 날뛴다.
그 과정에서 방에 있는 거울을 타고 광선이 여기저기 튕기더니 이내 내게 쇄도한다.
보이지 않는 사각에서 광선이 내게 쏘아졌지만, 그마저도 나는 바로 몸을 비틀어서 피했다.
「스킬 ‘화룡안’이 활성화됩니다.」
카이란은 깨진 거울로 된 방의 특징을 이용해서 읽을 수 없는 각도로 공격했다.
그에 나는 화룡안을 활성화해서 모든 광선을 피하고 튕겨 내며 카이란의 공세를 막고.
이내 바로 땅을 부수듯 박차며 카이란의 목을 향해서 단번에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어서 카이란의 등에 달린 작은 순백의 날개가 움직이자 그의 주변으로 돌풍이 일어났다.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발생한 매서운 돌풍은 내가 움직이는 속도를 늦췄고.
카이란은 그 틈을 이용해서 바로 칼날에서 광선을 내뿜기를 그만둔 채 다른 기술을 썼다.
깨진 거울로 된 칼날에 맺히는 화염처럼 흔들리는 검기를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검염(劍炎)이었다.
채애앵!
서로의 검이 부딪히며 살짝 밀려났지만, 카이란은 바로 양손의 깨진 거울의 칼날을 움직였다.
검을 하나만 쓰는 나와는 다르게 카이란은 양손에 쥔 두 개의 칼날을 통해서 많은 횟수의 공격을 펼쳤다.
「스킬 ‘광란의 검극(C+)’이 활성화됩니다.」
「도검류 공격 속도가 12%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6/10」
물론 나도 공격 속도를 올릴 수 있는 능력이 몇몇 존재하기는 했지만…….
카이란은 근본적으로 손에 쥔 검이 두 개였고 나는 그보다 적은 하나였다.
그 탓에 나는 카이란의 맹공을 흘려내듯 받아 내며 뒤로 밀려났고.
이내 날개를 또 펄럭이며 돌풍을 일으킨 카이란은 또 두 개의 깨진 거울에서 광선을 내뿜었다.
그제야 나는 어째서 카이란이 순수 무예로는 자기를 이길 수 없다고 했는지 깨달았다.
필승전략(必勝戰略).
카이란이 지닌 권능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한결같지만 대처할 수 없는 개 같은 패턴이네.’
칼날의 광선을 인지할 수 없는 영역까지 광선을 튕기다가 불시에 공격하고.
적이 그걸 막고 접근할 시 바로 등에 달린 작은 날개로 돌풍을 일으켜서 밀어낸다.
그 극악의 난이도를 뚫고 다가오더라도 수준급의 검술로 상대를 압도한 후 근접 상태에서 돌풍을 일으킨다.
이어서 상대를 돌풍으로 밀쳐내는 것에 성공하면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공격을 시작한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필승 콤보라고 해도 좋을 수준이다.
실제로 카이란도 그 점을 인지하고 있는지 아직도 자신만만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이대로 내가 지쳐서 움직임이 굼떠지거나 무리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저 막기만 해도 지쳐서 죽고 그렇지 않은 새로운 시도조차도 확실함이 없으면 죽는다.
첫 번째로 마주쳤던 사제 요한은 어려움 난이도의 시련이라기에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제는 이게 정말로 어려움 난이도라고 해도 나와도 되는 수준의 적이냐고까지 묻고 싶다.
「관리자 ‘검은 악마’가 전투 중인 예비 사도의 수준에 당황합니다.」
「관리자 ‘참회의 사제’가 이게 정말로 예비 사도인 거냐며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관리자 ‘창공의 패왕’이 이 11층 시련의 난이도에 대해서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관리자들도 내가 상대하는 적이 상당히 강한 것을 아는지 꽤 당황한 이들이 많았다.
제대로 메시지를 보낸 적도 없는 이들마저도 반응이 나오는 걸 보니 상황이 꽤 심각했다.
「관리자 ‘일곱 신의 사제’가 예비 사도치고는 꽤 신의 권능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관리자 ‘멸망한 세계의 용사’가 이 진흙탕 싸움을 과자를 씹으며 즐겁게 관전합니다.」
「관리자 ‘신성의 구도자’가 예비 사도의 실력에 제법 사도로 쓸 만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꾸준히 메시지를 보내던 관리자는 반대로 반응이 적었다.
어째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다지 나를 걱정하지 않는 느낌이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쓸데없이 시간을 끄는 예비 사도를 귀찮게 여깁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당신의 행동을 기대하며 눈빛을 빛냅니다.」
심지어 나랑 계약한 관리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에 나는 살짝 섭섭함도 느꼈지만 이내 그 감정을 지운 채 카이란을 바라보았다.
검염까지 사용할 정도로 수준 높은 검사이며 동시에 권능의 위력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등에 달린 날개는 신성력의 증폭 및 방출로 돌풍을 일으키는 것 외에는 다른 능력이 없는 걸 확인했고.
더불어서 카이란의 두 손에 들린 깨진 거울의 칼날도 광선을 내뿜는 것 외에는 다른 기능은 없었다.
‘아마도 카이란이 쓸 수 있는 권능은 이게 끝이겠지.’
관리자의 반응을 보니 이것도 상당히 권능이 많다고 치는 부류가 상당수였고.
그렇다는 것은 그에게 더 권능이 존재한다고 해도 한 개 혹은 두 개 정도라는 것이다.
그 정도는 좀 더 시간을 들여서 패턴을 분석할 시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터다.
그러니―.
「스킬 ‘반격의 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이제 이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었다.
콰아아아앙……!!
손바닥의 위로 소환한 반격의 방패로 나는 측면에서 쏘아진 광선을 막았다.
“……!?”
그에 카이란은 당황하며 좀 더 많은 양의 광선을 재빠르게 두 칼날로 발사했지만.
이 반격의 방패에 존재하는 가치는 그저 공격을 막는 것에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충전 완료.」
「스킬 ‘반격의 방패’가 누적된 피해량을 반사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체내의 마력을 꽤 사용해서 카이란의 광선을 다 막아 낸 나는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스킬 ‘반격의 방패’가 누적된 피해량을 한 번에 방출합니다.」
이어서 방패에서 쏘아진 한 줌의 빛줄기가 섬전처럼 카이란을 관통했다.
***
치이익……!
깨진 거울로 된 방의 벽은 의외로 내가 쏘아 낸 광선은 튕기지 못했다.
바로 깨진 거울로 된 벽은 광선에 녹으며 유리 조각이 열에 의해서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카이란이 쓴 권능만을 튕기는 것인지 혹은 내가 쏜 광선은 더 위력이 강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쿨럭……. 이, 이건 또 뭐야…….”
카이란은 전투 불능의 상태에 빠졌다.
“마, 말도 안 돼……. 너, 너는 분명히 마법을 배운 흔적이 없는데…….”
그의 자그마한 몸의 심장부에는 제법 큰 구멍이 뚫어져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카이란이 어떻게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를 지경이다.
심장까지 확실하게 날아갔을 터인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멀쩡하게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의문이랑은 별개로 죽어 가는 카이란의 질문에 나는 올곧게 대답했다.
“그거야 누구든 숨겨 둔 수는 하나씩 있는 법이니까요.”
물론 카이란은 손쉽게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입을 달싹였다.
“왜 검에 미친놈이 이런 개 같은 마법까지 다룰 줄 아는 거냐고…….”
“당신이 검염의 경지까지 이르렀는데 광선을 발사할 줄 아는 거랑 비슷합니다.”
그에 카이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너도 설마 신의 권능을…….”
“그건 아닙니다만.”
진짜 카이란처럼 마구잡이로 광선을 난사할 수 있는 권능은 없었다.
그런 게 존재했으면 지금쯤 나는 카이란의 패턴을 분석하지도 않고 그대로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카이란은 그게 아니꼽게 들렸는지 이내 눈을 팍 찌푸리며 질렸다는 듯 말했다.
“재수 없는 놈.”
“…….”
그 말에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니 이내 카이란이 힘을 담아서 말했다.
“증명의 율법에 따라서 그대는 육체의 증명을 모두 끝냈다…….”
일종의 수료식이라도 진행하듯 카이란은 꿋꿋하게 죽어 가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싸움에서 도망치지도 않았고, 싸움에서 패배하지도 않았다. 그대의 증명을 인정한다.”
카이란은 거기까지 말하더니 이내 기세를 바꾸어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니, 이제, 꺼져라……. 애초에 너 같은 괴물이 무슨 증명의 시련이 필요하냐고…….”
그 말에 내가 뭐라고 하기도 이전에 카이란의 호흡이 멈췄다.
“…….”
그리고 동시에 카이란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내게 다가왔다.
「사제 ‘카이란’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13% 상승합니다.」
그 순간이었다.
「사용자보다 강한 사령을 흡수하여 권능 추출의 판정이 시작됩니다.」
잊고 있던 네크로맨시의 새로운 능력이 발동하며 권능 추출의 판정이 이어졌고.
「판정 성공.」
이내 무슨 원리로 판정이 진행됐는지 모르겠지만 판정이 성공했다.
「사제 ‘카이란’의 사령에 권능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사령에서 권능을 추출합니다.」
그리고…….
「권능 ‘신성력(C+)’이 사용자 한성윤의 영혼에 각인됩니다.」
동시에 나는 심장에 새로운 기운이 깃드는 것을 느끼며 눈을 찌푸렸다.
“신성력?”
생각하지도 못한 기운이 들어와서 그런지 떨떠름했다.
흡사 실수로 사탕을 입안에서 굴리다가 그대로 꿀꺽 삼킨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뜬금없이 심장에 자리 잡은 기운은 사용법도 모르겠고 내가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이지 않았다.
잠깐 그 자리에 서서 신성력을 활성화해 보려던 나는 이내 신성력의 활성화를 포기했다.
내가 재능이 없다거나 그런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이 기운의 사용법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력이랑은 아예 다루는 법이 다르네.”
본래 나는 마력을 사용자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서 움직이는 거라 여겼다.
실제로 예전에 탑에 들어오기 이전에도 마력을 그런 식으로 움직였고.
그때는 물론 마력이 진짜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도 의문스러울 정도로 마력 보유량이 적어서 제대로 다루는지도 몰랐지만.
현재 마력까지 크게 성장한 상태에서 사용해 봐서 확신할 수 있었다.
마력은 곧 사용자의 의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운이었다.
그 탓에 다루기 더 어렵고 의지를 명확하게 해야 해서 다루기 까다롭지만 다뤄지기는 다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성력은 내가 아무리 건드리려고 해도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겠다는 듯 요지부동이었다.
“…….”
그러다 보니 관리자들도 내가 신성력이 생겼다는 걸 알아채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관리자 ‘일곱 신의 사제’가 당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에 당황합니다.」
「관리자 ‘신성의 구도자’가 신을 섬기지 않는데 생겨난 신성력에 흥미로움을 느낍니다.」
「관리자 ‘참회의 사제’가 뜬금없이 당신의 심장에 생성된 신성력을 보고 공포에 질립니다.」
그런데 반응이 다들 좀 이상했다.
당황했다느니 혹은 공포에 질렸다느니 같은 반응에 나는 눈을 찌푸렸다.
설마 내가 고유 특성을 써서 신성력을 추출했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
‘관리자들도 거기까지 감지할 능력은 없다는 건가……?’
그러나 그 외에도 관리자들은 다른 부분에서도 경악하고 있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당신의 중단전에 왜 신성력이 들어섰는지 의문을 품습니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당신의 심장에 깃든 신성력에 신의 흔적이 존재하지 않음을 느끼고 당황합니다.」
바로 신을 믿지 않는데 신성력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다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신을 믿지 않는데 신성력이 생겼다는 게 그렇게까지 이상한 것일까?
잠깐 고민해 봤으나 현재 내가 지닌 지식으로는 그에 대해서 제대로 된 판별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지.’
결론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제 ‘카이란’의 사령을 흡수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4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3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3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4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5 상승했습니다.」
동시에 카이란의 사령이 패시브 보호막으로 빠지지 않도록 바로 흡수하기까지 했다.
이어서 깨진 거울의 방에서 벗어난 나는 다섯 번째 관문이 있는 복도로 들어섰다.
복도를 걸어갈수록 거울에 있는 금은 점점 사라져서 아예 멀쩡한 거울이 완성됐다.
육체의 증명이 막 끝나며 거울에 있던 금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무슨 연관성이라도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복도의 끝에 도착하자마자 그 생각을 지운 나는 바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합격.”
다섯 번째 관문은 내가 도착하는 동시에 바로 합격을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