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05
103. 신성 (1)
무림맹(武林盟).
이 단체에 대해서는 철혈의 군주에게 예전에 한 번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무림 차원의 거대 온건 단체이며 동시에 창천검룡 남궁혁과도 연관이 있다고…….
물론 그 이외에는 그다지 자세히 들어본 적도 없고 제대로 알아보려고 한 적도 없었다.
당장 다른 차원에 대해서 알아보는 건 여러모로 제약 및 조건도 따라붙고 고생해서 무슨 정보를 안다고 한들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남궁혁의 가문이라 할 수 있는 남궁세가를 기둥으로 삼은 것도 그렇고 무림맹 대원로 백선학에게 죽을 뻔한지라 좋은 감정은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유예는 주겠다. 하지만 헛수작을 부리는 건 몰살로 이어질 뿐이다.
거울 속의 나는 그 정도의 감정을 넘어서 몰살까지 입에 담고 있었다.
―무림맹주가 오지 않으면 이 자리에 있는 놈들은 다 죽는다.
심지어 일종의 협박까지 해 가며 주위에 있는 이들에게 무형의 살기까지 내뿜는다.
그런데 그 살기의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거칠고 난폭했다.
그저 압박감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 한 명은 손쉽게 죽일 수 있을 수준.
「스킬 ‘마력 회로’가 주화입마의 상태 이상에 의하여 숙련도가 0.04% 하락합니다.」
그런데 그 정도로 난폭한 살기를 뿜는 탓에 나 또한 마력 회로의 과열이 더 심해짐을 느꼈다.
현재 동화율에 의해서 거울 속의 나랑 감정이 어느 정도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숙련도의 손실이 0.01%에서 0.07%까지의 하락폭을 유지하고 있다지만…….
이 작은 손실도 축적되면 축적될수록 큰 눈덩이로 변모하여 패착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끄, 끄허어억……. 누, 누군가 맹주를……. 맹주님을 불러와야……!
―혀, 현혹되지 마라! 사, 사특한 마귀 놈의 말을 들어봐야 소용없……!
―이, 이렇게 무림맹을 적으로 돌려 놓고도 멀쩡히 돌아갈 수 있을 거 같으냐……!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거울 속의 화면에서는 멈추지 않고 소란이 일었다.
하지만 아까처럼 잠깐도 시선을 떼어 놓을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더 늦기 전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해.’
증명의 시련에 의해서 현재 정신에 간섭하는 모든 스킬 및 권능은 봉인된 상태.
그 이외에 있는 다른 수단을 통해서 주화입마의 상태 이상을 해제해야 했다.
재빠르게 해결 방법을 생각해 내던 나는 이내 문득 품에 넣어 둔 거울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아예 이 상황을 타파해 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고위 사제의 신성이 담긴 거울」
「등급 : C+」
「고위 사제 ‘요한’이 스스로의 신성력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담은 거울.」
「증명의 신을 향하는 신성을 소비해서 한 번만 신성한 보호막을 펼칠 수 있다.」
「신성한 보호막을 펼칠 시 정신 오염 또한 어느 정도 수복된다.」
스킬도 권능도 봉인되었다면 아이템을 쓰면 될 뿐이니.
「……어쩌면 거울에 담긴 증명의 신의 신성력이 소지자의 운명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도록 이끌지도 모른다.」
품에 있던 거울을 꺼내든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바로 아이템을 발동했다.
「고위 사제의 신성이 담긴 거울(C+)의 전용 효과가 발동합니다.」
「신성한 보호막이 당신을 감싸며 일정 수준의 정신 오염이 모두 해제됩니다.」
촤아악……!
순식간에 손에 쥔 거울이 보호막을 형성하더니 이내 그 크기를 부풀렸고.
잠시 후에는 그 보호막의 크기가 나를 감쌀 수 있을 정도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상태 이상 ‘주화입마’가 해제됩니다.」
온몸을 갉아먹던 주화입마가 해제되며 마력 회로의 과열이 멈추는 걸 느꼈다.
「업적 ‘강철의 정신력’을 달성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화입마의 해제로 업적까지 달성되었다.
하지만 이 놀라운 연쇄 반응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한 번 더 이어졌다.
「해당 아이템의 사용자는 증명의 신이 부여한 시련을 받는 도전자입니다.」
「숨겨진 전용 효과에 의해서 시련에서의 증명이 좀 더 쉽도록 조정됩니다.」
「거울 속 당신과의 동화율이 이제 더 오르지 않습니다.」
숨겨진 전용 효과라니…….
‘설마 화룡안으로 봤던 숨겨진 문구의 효과인가?’
―……어쩌면 거울에 담긴 증명의 신의 신성력이 소지자의 운명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도록 이끌지도 모른다.
화룡안으로 본 숨겨진 문구는 분명히 그렇게 서술되어 있었다.
숨겨진 전용 효과라고 했으니 아마도 내가 본 그 문구의 효과가 맞을 터다.
최초에 마주쳤던 사제의 품에서 획득한 거울은 내게 상상 이상으로 많은 걸 주었다.
‘지금까지 상승했던 동화율은 그렇게까지 높은 수치는 아니야.’
물론 그 높지 않은 수치에도 정신적으로 꽤 흔들림을 느낄 정도지만…….
현재 30%까지 상승한 동화율은 내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아까처럼 대량 학살까지 일으켰을 때는 현실의 나도 적잖은 충격을 받아서 그런 거고.
이 정도의 동화율은 그저 공감 혹은 몰입 정도의 감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거울 속의 내가 살기를 미친 듯 흩뿌리는 와중에도 나는 그에 완전히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더 동화율이 오르지 않는다면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겠지.’
실제로 그 추측이 옳았는지 이어서 관리자들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계약자가 큰 고비를 넘겼음에 슬며시 안도감을 느낍니다.」
「관리자 ‘멸망한 세계의 용사’가 당신이 쓴 편법에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웃습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계약자의 상태가 안정되었음에 크게 기뻐합니다.」
대부분이 내가 위험했던 상황에서 벗어났음을 인지한 것일까?
‘정말로 관리자들도 내가 위험을 빠져나왔다고 느끼나 보네.’
관리자들마저도 한 차례의 위협이 지나갔음을 느끼고 있다니 이제는 하나에 집중할 차례였다.
―……최근에 무림에서 검귀(劍鬼)라 불리는 광인이 있다고 하더니.
거울 속의 내가 내뿜는 살기에 주춤거리는 이들이 일제히 그 말에 길을 터 줬다.
갈라진 인파의 사이로 회색의 무복을 입은 불온한 표정의 중년인이 걸어왔다.
흡사 짜증을 참고 있는 거 같은 혹은 어떤 충동을 간신히 억제하고 있는 듯한.
그 불온하며 위태롭기 짝이 없는 얼굴로 웃음기를 머금은 채 중년인이 말을 이었다.
―이렇게 보니 진짜로 검의 귀신이라 불릴 법하다는 게 느껴지는군.
그리고.
―반갑네. 내가 바로 무림맹의 맹주, 이진환일세. 그래서 자네의 이름은 무엇인ㄱ…….
그 말이 끝나는 찰나에 거울 속의 나는 더 입을 열지 않고 땅을 박찼다.
***
거울 속의 화면을 통해서 김승훈과 미래의 내가 싸웠던 광경이 또 재현되었다.
이번에는 지구가 아니라 무림이라고 하는 다른 차원에서 다른 강자와의 결투라는 형태로.
창천검룡 남궁혁이 소속된 가문이라 하는 남궁세가마저도 기둥으로 두는 단체의 수장이다.
절대로 약할 리 없었고 실제로 거울 속에서 벌어지는 미친 전투에서도 그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재현된 것은 과정만이 아니라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지구 차원에서의 전투처럼 무림 차원에서의 싸움도 곧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쿨럭. 천마도, 이렇게까지 강하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자네, 정말 괴물이로군.
일대를 모조리 쓸어버리는 전투의 끝에서 무림맹주 이진환은 땅바닥에 엎어진 채 피를 토했다.
반면에 거울 속의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두 자루의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낼 뿐.
그다지 다친 기색도 없었고 호흡마저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물론 거울 속의 나는 강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지치지 않을 정도로 이진환을 몰아붙일 순수한 실력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예 다친 기색도 없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
거울 속의 나는 무림맹의 맹원들은 살려준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거짓말이었다.
무림맹주 이진환이 도착하자마자 거울 속의 나는 주변의 맹원을 모조리 죽이고.
이어서 떠오르는 사령 흡수의 표식을 모조리 손끝으로 회수한 후 전투에 써먹었다.
그러니 실력이 서로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아예 일방적인 승리로 이어진 것이다.
―……어이가 없군. 살려준다고 했던 맹원들마저도 모조리 죽이다니. 스스로 내뱉은 말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인가.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쏟는 무림맹주 이진환 또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지만.
―들은 사람이 없어지면 쓸데없이 내뱉은 말도 주워 담을 수 있게 되는 법이지.
오히려 그 말에 거울 속의 나는 이죽거리듯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천마신교도, 흑사회도, 무림맹도. 이제 지긋지긋한 악연은 여기서 끝이다.
이내 거울 속의 나는 속이 시원하다는 듯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무림맹주에게 다가갔고.
―뭐? 그게 무슨……. 서, 설마 천마와 흑사회주를 죽인 미친 흉수가……!
촤아악!
이어서 경악하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무림맹주 이진환의 목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 어디에도 사람답다는 느낌이 드러나지 않는 괴물 같은 행보였지만…….
그마저도 거울 속의 나는 익숙하다는 듯 무림맹주의 사령을 흡수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흡사 이제 이 정도의 살인으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듯 감정의 동요도 없이.
치지직.
그 후에 바로 거울 속 화면의 시점이 변화하며 수많은 차원에서 싸우는 내가 눈에 들어왔다.
수십, 수백, 수천에 이르는 적들을 모조리 베며 끝없이 강해지는 거울 속의 나는…….
광기에 젖은 채 오로지 성장만을 갈구하는 일종의 괴물과도 같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수십 번을 넘게 거울 속의 화면이 바뀌며 거울 속의 나도 모습을 바꾸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딱 하나가 존재했다.
“진짜 답도 없이 강한 미친놈이네…….”
거울 속에서 끝없는 학살을 일삼는 미래의 나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았다.
그것은 비단 개인과 개인 간의 싸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다.
종교.
―……저주할 것이다! 아레스의 모든 주신께 교황인 내가 네놈의 죽음을 빌 것이다!
국가.
―이, 이제 그만하거라……. 보, 본왕의 백성도 다 죽였지 않았더냐……. 부디 본왕만은…….
차원.
―말도 안 돼……. 무, 무림 차원까지 제패한 놈이 왜 이런 군소 차원까지 오는……!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무너뜨린 후에는 더 강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거울 속의 내가 느끼는 광기는 더 짙고 깊어졌다.
어느새 이런 미친 학살자가 나의 미래라는 게 소름이 끼칠 정도로.
그 끝없는 전투와 학살의 광경을 보다 보니 어느 정도 시련의 목적이 이해됐다.
“원래대로였으면 이 미친놈의 정신이랑 완전히 동화되어야 했다는 건가……?”
어째서 이게 정신의 증명이라는 거창한 명칭까지 붙은 시련인지 알 수 있었다.
고작 30%까지 상승한 동화율만으로도 현재 나는 큰 괴로움이 솟아남을 느꼈다.
그런데 이 동화율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상승한다면 그 끝에는…….
‘미치겠지.’
절대로 평범한 상태로 시련의 끝을 맞이할 수는 없을 터다.
어쩌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시련보다 더 악질적이라 할 수도 있었다.
이 시련의 끝에 남는 건 결국에는 신체의 죽음이든 정신의 죽음이든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니.
하지만 나는 주화입마도 벗어났고 ‘고위 사제의 신성력이 담긴 거울(C+)’을 써서 동화율의 상승마저도 억제했다.
괴로운 건 괴로운 거고 이 정도쯤은 이제 어느 정도 참아 낼 수 있었다.
「관리자 ‘신성의 구도자’가 당신이 생각하지도 못한 편법으로 시련을 통과함에 황당해합니다.」
「관리자 ‘참회의 사제’가 당신이 쓴 미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함에 놀라움을 표합니다.」
「관리자 ‘탐식가’가 당신이 보고 있는 거울 속의 광경을 보고 싶다며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관리자들도 차마 이렇게 시련을 통과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한 모양새.
심지어 관리자들은 내가 보고 있는 거울 속의 광경도 보지 못하는 듯했다.
‘의외로 관리자도 시련 관측에 제약이 많은 거 같네.’
물론 이 광경을 다 보여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공개되지 않는 건 내게는 이득이었다.
나는 관리자들의 메시지에 관심을 끈 채 정신을 가다듬으며 거울 속의 광경을 노려보았다.
어쩌면 내가 왜 저렇게 미친놈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자극적인 내용도 다 떨어졌는지 이전이랑 비교하면 별 거 없다고 생각되는 악행만 이어졌다.
이름도 모를 길거리 양아치를 죽인 채 사령을 흡수하는…….
그런 임팩트 없는 살해 장면이 이어지다 보니 이제 정신을 추스르기도 쉬워졌다.
이제 내가 얼마나 정신력을 잘 추스르고 버티느냐가 관건이겠지.
하지만…….
‘보여 주는 광경이 쭉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그다지 큰 이변은 없겠네.’
사실상, 이 지구력 싸움의 승패는 뻔하게 드러난 상태였다.
***
시답잖은 광경이 얼마나 거울 속의 화면에서 재생되었을까?
「스스로의 신념이 변하지 않음을 증명했습니다.」
어느새 정신을 추스르며 거울 속의 화면을 보고 있다 보니 시련이 끝났다.
「정신의 증명이 종료됩니다.」
생명의 경종이 울리게 한 시련치고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정말로 끝난 게 맞을까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 경우에는 내가 정말로 운이 좋았던 터라 통과했다는 사실이 아예 실감이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진짜 초반에 거울 안 주웠으면 밑도 끝도 없이 죽을 뻔했네…….’
시련의 초입에서 죽은 사제의 거울을 가져왔기에 살아남을 것일 뿐.
아무런 대비도 없이 정신의 증명을 맞이했다면 십중팔구 그대로 죽었을 터다.
그에 내가 천천히 한계까지 다다른 몸을 채찍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증명의 신이 도전자 한성윤의 증명에 만족스러움을 느낍니다.」
「증명의 신이 도전자 한성윤을 직접 보고 싶어 합니다.」
「증명의 신이 도전자 한성윤을 신역(神域)으로 강제 소환합니다.」
“……!?”
시련 클리어의 메시지가 떠오르는 대신에 증명의 신이 나를 소환한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작 눈을 한 번 마주친 것만으로도 죽을 지경까지 갔는데 신의 영역까지 소환된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그에 나는 격렬한 거부감을 느끼며 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지만…….
「증명의 신이 시련의 탑에 신성력을 소모하여 임시 권한을 획득합니다.」
「도전자 한성윤과 관련된 모든 관리자의 시련 관측이 강제 중지됩니다.」
그 모든 게 무의미하다는 듯 곧 나는 몸에 부유감이 느껴짐을 느꼈다.
그에 저항하려고 했지만 이내 주변에 펼쳐진 신성의 보호막이 나를 압박하듯 조여들었다.
그랬다.
이 신성의 보호막은 전부 증명의 신이 내린 신성력에 의해서 조성된 것일 뿐.
내가 직접 생성한 게 아니기에 당연하게도 내게 제어권이 있을 리 만무했다.
“크으읍.”
그 사실에 내가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순간이었다.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의 신변의 안전이 확보되는 한에서의 소환을 허락합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메시지가 떠오른 걸 보며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신변의 안전?’
설마 신을 상대로 신변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인가?
방금 증명의 신이 임시 권한을 획득했다는 것도 그렇고…….
현재로서는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는 메시지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시련의 탑이 도전자 한성윤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의지를 전달합니다.」
이어서 떠오른 메시지에 나는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히 깨달았다.
‘시련의 탑이……. 나를 인식하고 있……!?’
절대로 시련의 탑은 신마저도 쉽게 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이제 나는 그러한 시련의 탑이 주목하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의 신역(神域)에 입장합니다.」
그 생각을 끝으로 이내 주변의 풍경이 순식간에 회전하듯 바뀌었고.
[ 흠……? 뭐지? 너는? 왜 네게서 신성이 느껴지는 거지? ]이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장엄한 목소리에 목이 바싹 타오르는 걸 느꼈다.
압박감도 없고 이전과는 다르게 시스템 메시지로 뜻을 전하는 것도 아니지만.
‘알 수 있어……. 이건 증명의 신이야.’
바로 현재 내게 말을 거는 게 증명의 신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신의 영역에 강제로 소환되었다.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