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08
106. 진짜 재능 (1)
「12층 대기실에 입장하셨습니다.」
철혈의 군주와의 대화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온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철혈의 군주가 마지막에 내게 했던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던 탓이다.
―그대에게는 재능이 있다. 심지어 그것도 그대의 강렬한 욕망에 부응할 수 있는 재능이.
질문권을 소모해서 12층 시련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정보를 얻은 후.
철혈의 군주는 대기실로 돌아가려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
재능(才能).
후천적으로는 바꿀 수 없는 이 하늘이 내려준 자질은 헌터의 세계에서는 총 세 개로 분류되었다.
스킬 습득 적성.
스텟 상승 적성.
특성 개화 적성.
플레이어라 불리는 존재로 각성하게 되면서 이 세 개의 적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를 헌터의 삼대 자질이라 일컫는다.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재능으로 치지 않는다.
신체 능력이니 전투 감각이니 하는 것은 모두 스킬 혹은 특성으로 커버할 수 있고 심지어는 전투 기술까지도 스킬로 획득할 수 있다.
이 세 개의 자질을 빼면 그 외의 것들은 재능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절대로 메꿀 수 없는 단점이니 재능이라 불리는 것이며 선천성의 한계로 정해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중에서 아무것도 타고나지 못했지.’
시련의 탑에 들어오기 이전의 나는 그 세 개의 자질이 아예 없는 플레이어였다.
스킬도 획득하지 못했고 능력치도 오르지 않았으며 고유 특성도 개화하지 못했다.
그저 각성했다는 것을 빼면 플레이어로 취급될 요소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나한테 재능이 존재한다니……?
그럴 리가 없었다.
‘……철혈의 군주가 멋대로 착각하고 있는 거겠지. 내게 재능이 있을 거라고.’
그런 것이 내게 있었다면 분명히 탑에 오지 않았어도 유명 헌터로 이름을 날렸겠지.
하지만 현실은 비참했고 나는 탑에 들어와서야 삼대 자질 중 특성 개화 적성을 습득했다.
심지어 그것도 탑이 튜토리얼 시련의 보상이라며 고유 특성을 개화시켜 줬기에 가능했고.
그 사실을 토대로 생각해 보자면 내게는 조금의 재능도 없다는 것이 옳은 결론이겠지만…….
“…….”
여태까지 철혈의 군주는 내게 손해가 될 만한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분명히 헛된 소리는 아닐진대 이상하게도 어째서 내게 재능이 있냐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에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나온 결론은 이전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나에게 재능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고유 특성만으로 성장했다는 것.
‘더 고민해도 같은 답을 반복해서 낼 뿐이야.’
그러니…….
이제는 12층 시련을 대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철혈의 군주에게서 질문권을 하나 소모해서 알아 낸 정보에 의하면 12층 시련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이것에 관해서는 비유도 뭣도 아니었다.
정말로 12층의 시련은 탑이 복제한 자기 자신과의 결투에서 승리해야 하는 시련이었다.
시련의 탑의 3층에서 만났던 도플갱어보다도 더 도플갱어 같은 존재라고 해야 할까?
고유 특성은 물론이고 스킬이나 능력치도 모두 나와 똑같은 가짜와의 싸움이지만…….
심지어 자기 자신의 복제 범위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경험까지 추가로 복제된다.
그렇다는 건…….
‘한마디로 복제된 나는 현재의 내가 쓸 전략을 다 알고 있을 거라는 뜻.’
심지어 철혈의 군주는 복제된 자기 자신은 재능마저도 복사한다고 했다.
그것도 자기 자신도 모르는 재능을 극한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는 형태로.
전투 도중에 눈치채지 못했던 스킬의 습득 적성을 깨달아서 획득하거나 스텟이 싸우는 와중에 상승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로 끔찍한 난이도로 올라가겠지.’
그러나 나는 스킬 습득 적성도 없고 심지어 스텟 상승 적성 또한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전투 도중에 복제된 자기 자신이 더 강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은 없을 수밖에.
그리고 철혈의 군주는 아이템은 하나만 복제되며 그마저도 등급이 –1이 하락한다고 덧붙였다.
‘그럼 아이템의 우위를 뒤집지 못하는 건 거의 확정일 테니 쉽게 내가 이기겠지.’
12층 시련은 비교적 쉽사리 공략할 수 있을 거라 여기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번 시련은 나 자신의 힘을 객관적으로 체감할 기회였다.
복제될 자기 자신을 두려워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올라간다니?
그건 이 12층 시련을 아예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전투 능력의 객관화 및 스킬 활용의 세부화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는데 고작 쉽게 시련을 깨자고 그러는 건 어리석다.
그런 식으로 12층 시련을 통과할 바에는 애초에 어려움 난이도를 선택하지 않고 보통 혹은 쉬움 난이도에서 탑을 올랐겠지.
‘이번 시련은 스스로의 전투 능력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야.’
나는 바로 인벤토리를 열어서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들을 꺼냈다.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
「등급 : C+」
「스킬을 지닌 존재들을 위해서 탑이 특별히 제작한 특수 물약.」
「복용할 시 보유 스킬 중 한 가지를 임의로 숙련도를 10% 상승시킬 수 있다.」
캐서린이 스스로의 몫까지 합해서 내게 넘기며 현재 스킬 숙련도 물약은 총 세 개가 있었다.
각각 10%씩 숙련도를 상승시켜주니 다 합하면 30% 정도로 숙련도를 올릴 수 있는 상황.
‘나눠서 분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비효율적이야.’
스킬 숙련도 물약의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다 보니 따로 나눠서 분배하면 효율이 좋을 수는 없을 터다.
그 판단 아래에 나는 바로 상태창을 열어서 어디에 스킬 숙련도 물약을 투자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C+)을 섭취했습니다.」
「숙련도를 상승시킬 스킬을 선택하십시오.」
이내 어디에 스킬 숙련도 물약을 투자할지 결정할 수 있었다.
“마력 운용.”
「선택 완료.」
「도전자 한성윤의 스킬 ‘마력 운용(A-)’의 숙련도가 10% 상승합니다.」
「도전자 한성윤의 스킬 ‘마력 운용(A-)’의 숙련도가 10% 상승합…….」
「도전자 한성윤의 스킬 ‘마력 운용(A-)’의 숙련도가 10% 상…….」
10층 시련에서 나타났던 어둠을 먹는 뱀을 사냥하며 획득한 이 스킬은 상당히 중요했다.
검기니 검염이니 하는 것들은 결국에는 일종의 마력 운용의 기술이며.
그 마력 운용의 기술에 관여하는 것은 바로 이 스킬이기 때문이다.
‘숙련도를 올려서 등급까지 올리게 되면 새로운 마력 운용도 할 수 있을지도.’
물론 아직은 깨달음을 얻지 못해서 바로 등급까지 올릴 수는 없었지만…….
스킬 숙련도 물약을 더 구하든 아니면 깨달음을 획득하든 어떻게든 그 등급을 올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조용히 마력을 몸에서 굴려서 천천히 온몸을 주천시켰다.
‘확실히 숙련도가 올라가서 그런지 좀 더 마력 운용이 좋아졌네.’
그리고 곧 한결 마력의 운용이 부드러워졌음에 만족하며 눈을 떴고.
「마력 운용의 수준이 올라가며 마력 특질의 개화 적성이 생성됩니다.」
「‘천둥신을 숭배하는 신도의 목걸이(A)’에 의하여 번개 속성의 마력 특질이 개화됩니다.」
동시에 여태까지 목에 걸고 있던 ‘천둥신을 숭배하는 신도의 목걸이(A)’의 효과가 발동됐다.
파지직……!
마치 내게 마력 특질이 개화되었음을 알리듯 번갯불이 몸의 주위로 튀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마력 특질의 개화에 나는 당황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아니, 마력 운용의 수준이 올라간 게 이렇게 이어진다고……?’
아예 이러한 아이템이 있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오랫동안 지니고 있으면 마력 특질이 개화된다는데 그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마력 운용의 수준이 오르며 천둥신을 숭배하는 신도의 목걸이 또한 크게 영향을 받아서 마력 특질이 개화한 것이다.
“운이 좋네. 마력 특질이 생겨서 나쁠 건 없겠지.”
물론 마력 특질을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꽤 시간을 보내야 하겠지만.
‘당장은 마력 특질을 개화했다는 사실로도 흡족한 성취겠지.’
이어서 또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나는 11층 시련의 보상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낡은 증명의 거울이라고 했었나……?”
잠깐 고민하던 나는 인벤토리의 한구석에 있는 낡은 증명의 거울을 꺼냈다.
마이너스의 수치가 달렸다고는 한들 최초로 획득한 준 S급의 아이템이었다.
한 번 무슨 효과를 가졌는지 정도라도 알아보고 가는 게 나을 듯했다.
「낡은 증명의 거울」
「등급 : S-」
「오로지 증명의 신이 내린 시련을 제대로 수행한 도전자만이 받을 수 있는 거울.」
「거울에 마력을 담을 시 최초 1회에 한정하여 전용 효과인 ‘잔류 사념’을 발동할 수 있다.」
“……뭐지? 이게 다인가?”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죽도록 고생해서 획득한 돌파 보상이 이런 거라니…….
잠깐 허탈함을 느꼈지만, 이내 나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
아이템에 숨겨진 문구가 있을지도 모르니 곧장 화룡안을 활성화했다.
「스킬 ‘화룡안’이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최초 1회에 한정하여 ‘잔류 사념’에 깃든 스킬을 습득할 수 있다.」
「……단, 이때 ‘잔류 사념’에 깃든 스킬의 습득은 사용자가 정할 수 없다.」
「……증명의 신이 특별히 한 도전자를 위해서 일부 효과를 변경해 둔 상태다.」
아니나 다를까 숨겨진 설명 문구가 있었던 터라 나는 어느 정도 안심했다.
‘잔류 사념이 무슨 전용 효과인지는 몰라도 정식 명칭까지 가진 걸 보니 꽤 좋은 능력이겠지.’
심지어 잔류 사념에 깃든 스킬을 습득할 수 있다고 했으니 만족스러울 따름이었다.
스킬 합성이 가능한 내게 스킬은 많으면 많을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랑 마찬가지.
설령 12층 시련에서 복제된 자기 자신을 만난다고 한들 그 사실을 달라지지 않는다.
손거울처럼 생긴 낡은 증명의 거울을 들어서 바라보며 나는 이내 마력을 주입했다.
「낡은 증명의 거울(S-) 전용 효과 ‘잔류 사념’이 활성화됩니다.」
이어서 나는 거울에 흐릿하게 한 사내의 모습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1층 시련의 마지막에서 본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사내이며.
거울 속에서 대략 학살까지 일으키며 내게 정신력의 한계를 시험했던 자였다.
‘나……?’
설마 낡은 증명의 거울에 깃든 잔류 사념이라는 게…….
「낡은 증명의 거울(S-) 전용 효과 ‘잔류 사념’이 활성화되며 무작위로 ‘잔류 사념’에 깃든 스킬을 습득합니다.」
정신의 증명에서 보았던 미래의 나 자신이라는 것인가?
‘이 무슨 어이가 없는…….’
하지만 곧 그 생각이 이어지기도 전에 거울 속에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고.
「스킬 ‘전투 집중(A+)’을 계승합니다.」
「스킬 ‘전투 집중(A+)’에 잔류 사념의 전투 경험이 깃듭니다.」
「스킬 ‘전투 집중(A+)’에 잔류 사념의 전투 경험이 깃들며 숙련도가 11% 상승합니다.」
그저 담담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 메시지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
이제 더는 거울 속의 나 자신은 보이지 않았다.
한 번 더 마력을 주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이전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잔류 사념의 효과 또한 다 했는지 아예 활성화되었다는 문구도 없었다.
‘증명의 신이 일부 효과를 바꿔 놓았다더니……. 그게 이런 거였나.’
본래의 전용 효과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잔류 사념은 틀림없이 나의 것이다.
그것도 11층 시련의 마지막에 보았던 미래의 나 자신과 관련된 부류였고.
그 탓에 나는 조용히 거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
아마도 이것은 증명의 신이 내게 남기는 일종의 초대장일 터다.
마지막에 ‘증명의 신전’에 찾아오라는 말까지 남겼던 증명의 신이다.
그는 내가 스스로의 신전에 찾아와주기를 바라며 이런 형태로 초대장을 남긴 것이다.
미래의 나 자신이 궁금하다면 한 번은 찾아오는 게 좋을 거라는 듯이.
“재밌네.”
어째서인지 몰라도 증명의 신이 내게 상당히 흥미를 지니고 있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상대의 목적도 모르고 넙죽 이 초대장에 응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과격한 수단으로 탑 내에서 신의 영역까지 소환했던 만큼 직접 신전까지 가게 되면 꽤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충분한 힘이 갖춰지면……. 적어도 신격에게 대항할 수단이 생기면 가 봐야겠어.’
그저 직감일 뿐이지만 아마도 그 정답은 ‘신성력’에 있을 거 같았다.
증명의 신도 관리자들도 이 신성력이라는 권능을 특별하게 취급했고.
그만큼 이 신성력에는 유사 신격 혹은 진짜 신격에게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신성력에 관해서는 다음에 한 번 알아봐야 할 거 같고…….’
물론 당장은 아무리 신성력을 움직이려 해도 요지부동인지라 제대로 쓸 수도 없었다.
이어서 나는 바로 간략하게 상태창을 열어서 새롭게 습득한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 – 전투 집중(A+)』
『숙련도 – 11%』
『설명 – 전투 상황에서 한계까지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초월적 집중력이다.』
『효과 – 사용자가 전투 상황에 돌입할 시 자동으로 활성화되며 임의로 집중력을 상승시킬 수 있다. 현재 최대 열 배까지 집중력을 올릴 수 있으며, 한계를 돌파한 집중력을 유지할 시 그만큼의 반동을 동반한다.』
전투 상황에서 집중력이 올라간다는 간단한 효과였기에 더 살펴볼 것도 없었다.
“마침 딱 좋은 상황이네.”
그렇지 않아도 전투 상황을 겪게 될 터였는데 운이 좋게도 이런 스킬이 손에 들어왔다.
본래 스킬 활용은 실전에서 그 활용법을 다채롭게 찾을 수 있는 법이다.
「12층 시련에 응하시겠습니까?」
이제 자기 자신과의 투쟁에 도전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