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11
109. 진짜 재능 (4)
카가가강……!
레플리카의 쌍검을 혈천마검으로 막아 낸 나는 눈매를 좁힌 채 고민했다.
이 가짜는 어째서 쌍검술에 의존하며 연마하려고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한 손 검으로도 충분히 힘을 낼 수 있을진대 왜 두 자루의 검을 고집하는지 알 수 없었다.
물론 공방의 전환 및 공격의 우위를 점하는 데 있어서 뛰어난 것은 알 수 있지만…….
‘이렇게 무리해서 쌍검술을 제대로 익혀야 할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방금 레플리카와의 검합에서 검염으로 놈을 압도한 뒤로 수십 차례는 더 검을 섞었고.
그 과정에서 나도 철혈의 검을 소환해서 왼손에 든 채 쌍검을 같이 쓰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직접 쌍검을 써서 레플리카의 의중을 알아내려 해도 그다지 의미 있지는 않았다.
레플리카가 추구하는 검의 방향은 공격의 일변도라 해도 좋을 수준이었던 탓.
그저 한 번에 죽을 수 있는 치명상을 제외하면 레플리카는 다치는 것도 불사하고 두 자루의 검을 미친 듯 휘둘렀다.
마치 그게 정답이라는 듯이.
하지만 나도 그렇고 이 레플리카도 그렇고 잿빛 선혈은 언제까지고 활성화할 수 있는 한계 없는 스킬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체력을 기반으로 갖가지의 부상 및 제약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뿐이며 그것은 명확히 한계선이 존재한다.
놈도 그걸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오는 건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그 다른 목적이라는 것을 나는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
일종의 스킬 콤보 사이에 섞는 통상 타격이라고 해야 하나?
추측이건대 이 레플리카는 아까처럼 ‘반격의 방패’를 광선처럼 휘두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시간을 버는 것이다.
‘다시 반격의 방패를 쓸 수 있는 재사용 대기 시간을 기다리는 거겠지.’
확실히 남궁혁의 창천윤검과 합쳐진 반격의 방패는 충격 반사는 그 당시의 남궁혁이 사용했던 창천윤검에 근접하는 위력이니.
레플리카 또한 본능적으로 그것이 내게 천적과도 같은 기술임을 알아챈 것이다.
어쩌면 창천윤검을 최대한 남궁혁이랑 유사하게 쓰려고 검염의 형태를 억지로 남궁혁의 검염이랑 비슷하게 한 것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러한 레플리카의 전략은 이제 내게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권능 ‘철혈의 검’이 비활성화됩니다.」
레플리카가 할 수 있다면 이제 나 또한 따라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킬 ‘반격의 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어느새 왼손에 쥐어진 철혈의 검이 사라지고 붉은색이 감도는 반격의 방패가 검의 형태로 쥐어진 순간.
“…….”
두 자루의 검을 들고 망나니처럼 날뛰던 레플리카의 입꼬리가 굳으며 동시에 놈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여태까지 레플리카의 시간 벌기 전략에 어울려 준 결과물이라고 해야 하나?
그 덕분에 나 또한 이제 레플리카와 비슷한 수준까지 쌍검술의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착각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
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 것과는 반대로 나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지었다.
“네가 할 수 있으면 나도 얼마든지 따라 할 수 있어.”
그저 레플리카에게 숨겨진 한 수 같은 것이 없나 하며 놈에게 어울려줬을 뿐이지.
휘이익!
나는 더 말하지 않고 그대로 얼굴을 굳힌 레플리카를 향해서 쌍검을 휘둘렀고.
카가가강……!
이어서 확연히 다급해진 움직임으로 쌍검을 교차시켜서 방어하는 놈을 볼 수 있었다.
감정 없던 레플리카의 두 눈에는 어느새 당황스러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야 좀 만족스럽네.’
여태까지 당한 만큼 갚아줄 시간이었다.
***
카아앙―!
서로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 이후부터 레플리카는 아까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완전히 한계를 넘어섰다는 듯 놈의 움직임은 활어처럼 역동적으로 이어지며 공세를 최대한 유연하게 흘려냈다.
유검(柔劍)이었다.
방금까지 공격 이외에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듯 거칠었던 방향성은 사라지고…….
어느새 레플리카의 쌍검은 흡사 폭포를 거스르는 물고기처럼 최대한 피해를 줄이는 새로운 기술을 내보였다.
그 광경을 보며 나는 내심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짜 어디까지 계속 따라 할 생각인지 모르겠네.’
창천윤검에 이어서 다시 남궁혁이 선보였던 창천비검을 따라 한 탓.
다만, 이전과는 달리 검은 더 유하게 흐르며 모든 것을 흘려내고자 하였다.
어째서 이러는 것인지 정도야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반격의 방패에 충격 누적이 되지 않도록 검과 검 사이의 충돌을 줄이는 거겠지.’
물론 놈이 도쿄에서 권능으로 생성된 불꽃을 모조리 소멸시켰던 것과는 다르게 불완전했다.
두 자루의 검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고요함을 유지하여 부드러움으로 공세를 흘려 내야 해서 그런 것일까?
어느새 레플리카는 이를 악문 채 쌍검을 휘두르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마치 이대로 버티다 보면 최소한 자신 또한 반격의 방패를 생성할 수 있을 테고.
이전의 내가 그러했듯 자신 또한 충격 반사를 막을 수 있을 거라는 듯이.
물론 그건 헛된 희망이었다.
「스킬 ‘광란의 검극(C+)’이 활성화됩니다.」
「도검류 공격 속도가 25%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10/10」
카가가가가강!
쉴 새 없이 쌍검을 휘두른 덕분에 바로 광란의 검극의 스택이 다 쌓였고…….
어설픈 창천비검으로 공격을 흘려 내던 레플리카의 움직임에 점차 흠결이 늘어났다.
그럴 만도 했다.
완성되지 않은 모방품이 진짜라도 받아 낼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공세를 견딜 수 있을 리가.
그러니 반격의 방패에도 빠르게 충격이 누적되는 것은 당연했고 레플리카도 그 사실을 아는지 발악하듯 점점 패턴을 늘려 나갔다.
후우웅!
재빠르고 유연하게 다리를 휘둘러서 발끝으로 명치를 노리기도 했고.
쐐애액!
이전의 내가 그러했듯 질풍검(C+)의 스킬을 통해서 이동 속도를 높인 채 신속한 찌르기를 감행하기도 했으며.
촤아악!
최후에는 아예 결사의 각오까지 다졌는지 선혈의 구도자로 온몸에서 가시처럼 핏물을 내뿜어서 내게 저항했다.
물론 그 모든 반격을 나는 유연히 대처했다.
「스킬 ‘선혈의 구도자’가 활성화됩니다.」
심지어 마지막의 혈액 지배 능력을 통한 반격은 내게도 이득이었다.
‘혈액 지배 능력은 서로 똑같은 수준인데……. 통할 리 없지.’
나는 바로 의념을 집중해서 내게 쇄도하는 선혈의 가시들의 지배권을 침범했다.
마치 레플리카의 몸에서 솟구친 선혈의 가시들은 내게 가까이 다가올수록 원래 주인을 알아보았다는 듯 지배력을 내주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지배의 영향권 내에 들어온 선혈의 가시들을 모조리 왼손에 쥔 반격의 방패로 빨아들이듯 모았다.
콰아아아아앙─!
「충전 완료.」
「스킬 ‘반격의 방패’가 누적된 피해량을 반사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충격은 전혀 줄어들지 않게 한 채로.
이 상황만으로도 나는 일종의 승리 조건을 만족한 셈이라 할 수 있었지만…….
‘혹시 모르니 더 확실하게 대비해야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충격을 준 이후에 흩어지려는 선혈의 가시들을 모조리 혈액 지배 능력을 통해서 붙잡았고.
이어서 선혈의 일부는 칼날을 강화하는 데 사용한 후 나머지는 다 검의 몸체를 통해서 끌어올려서 남기지 않고 신체 내부로 흡수했다.
파지지지짓……!
어느새 칼날은 섬전의 검염과 뒤섞이며 요사스러운 붉은 뇌전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그걸 본 레플리카는 본능적으로 패배를 직감했는지 일직선으로 내게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사용자의 집중력 상승세가 10배로 조율됩니다.」
「한계를 넘어선 집중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스킬이 해제될 시, 반동이 크게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짐승 같은 뜀박질은 내게 닿기에는 너무나도 느려졌고.
전투 집중의 스킬로 느려진 인지 세계에서 나는 천천히 몸을 웅크린 채 허리를 끊어 치듯 뒤틀며 검을 회전시켰다.
그리고.
한 줌의 오차도 없이 그어진 검격은 이내 붉은 뇌전을 동반한 채 주변으로 물결쳤다.
그것도…….
「스킬 ‘반격의 방패’가 누적된 피해량을 한 번에 방출합니다.」
한계까지 누적된 충격을 반사하는 빛까지 머금은 채로.
「스킬 ‘전투 집중’이 비활성화됩니다.」
「사용자의 한계를 돌파한 집중력의 반동이 곧 몰아칩니다.」
콰아아아아아앙!
새롭게 구현된 창천윤검이 주변을 휩쓸었다.
***
「축하드립니다, 시련의 탑 12층을 돌파하셨습니다.」
「돌파 보상으로 ‘고대 황제의 잿빛 왕관(A-)’이 인벤토리에 전송됩니다.」
「돌파 보상으로 ‘80,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돌파 보상으로 ‘3,500 SP’를 획득하셨습니다.」
「추가 돌파 보상으로 스킬 ‘최후의 저항(B-)’을 획득하셨습니다.」
「대기실로 이동하십시오.」
나는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눈으로 최대한 집중해서 초토화된 고대 유적의 바닥에 쓰러진 레플리카를 바라보았다.
아예 허리 부분이 통째로 날아간 광경을 보고 있자니 아무리 나라도 저런 상태에 몰리면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정말로 죽인 건가…….’
그 미친 괴물 같은 복제품을 내가 죽였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몰려왔다.
「스킬 ‘반격의 방패(B)’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반격의 방패(B)’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스킬 ‘광란의 검극(C+)’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광란의 검극(C+)’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심지어 격전을 치르는 와중에 두 개의 스킬이 100%의 숙련도를 달성했다.
반격의 방패는 B+급에 다다르고, 광란의 검극은 B-급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고.
그에 나는 내심 또 크게 성장했다는 사실에 짜릿한 희열을 느끼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이내 나는 스스로의 몸이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님을 깨달았다.
눈은 뜨겁고, 귀는 시끄럽다.
그에 내가 직접 눈과 귀를 만져 보니 둘 다 피가 장마철의 빗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머리도 어지러운 것을 보니 최대한 빠르게 대기실로 돌아가야 하는 부상일 수 있었지만…….
「스킬 ‘잿빛 선혈’이 활성화됩니다.」
이어서 잿빛 선혈이 발동하며 나는 어느새 몸의 상태가 점점 좋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기야, 잿빛 선혈은 팔이 날아가고 눈이 실명되어도 체력만 차오르면 회복시켜 주는 미친 능력이니.
고작 이 정도의 부상으로 회복 불가 판정이 뜨지는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흐으, 흐으으…….”
나는 덜덜 떨리는 몸을 억지로 부여잡으며 간신히 호흡을 안정시켜 갔다.
방금의 일격을 쓴 여파인지 아니면 전투 집중 해제의 여파인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 내게 영향을 줬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제 한 가지는 완전히 확신했다.
‘이 미친 기술은 현재의 나로는 쓰기 힘들어.’
창천윤검, 아니, 이제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애매한 기술이라 해야 하나?
외견으로 보자면 광검(光劍)이라 불러야 할 이 기술은 내게 큰 부담을 주었다.
창천윤검의 기술 재현은 전투 집중을 한계까지 사용해야 힘들게 가능한 수준이고.
심지어 검에 섬전의 검염이니 반격의 방패 스킬의 충격 반사니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그걸 휘두르게 된 반동만 해도 심각하게 다가온다.
‘적어도 실전에서 사용하려면 좀 더 많이 생각하고 써야겠어.’
나는 선혈의 구도자를 이용해서 바로 흘러나온 혈액을 손끝으로 흡수한 채 고개를 돌렸다.
두 번의 창천윤검으로 인해서 초토화가 된 고대 유적의 바닥에 널브러진 레플리카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레플리카의 사체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검고 진득한 네크로맨시의 표식을 본 것이다.
‘또 다른 나의 사령이라……. 재밌네.’
능력치는 물론이고 스킬이나 권능까지 서로 같은 스펙을 지닌 적이었고.
레플리카와 나는 그저 약간의 차이 탓에 승패를 가를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녀석의 사령을 네크로맨시로 흡수하여 획득하게 될 게 무엇일지는…….
「도전자 ‘한성윤(僞)’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28% 상승했습니다.」
이제부터 알아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