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13
111. 중간 결산 (2)
최강(最强).
이는 어쩌면 내가 탑을 오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다른 차원을 통틀어서 그 누구에게도 억압받지 않을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추구하는 바였고 현재 나는 그 목적지에 한 걸음 가까워졌음을 깨달았다.
「12층 시련 결산판」
-1위, 사냥꾼(SSS)
-2위, 위대한 주술사(SS+)
-3위, 김승훈(SS)
-4위, 캐서린 베넷(SS-)
-5위, 혈광검(SS-)
-6위, 시계탑의 마법사(SS-)
-7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S+)
“…….”
세계 각지에 있는 도전자를 모두 합쳐도 이번 시련에서는 나를 뛰어넘을 사람은 없었고.
그에 나는 최상위권 측에 써진 닉네임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흘렸다.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세계 각지의 도전자를 다 모아서 내놓은 결산 순위에서 내가 최고라니…….
‘진짜 지구 차원은 다른 차원에 비하면 별로 대단하지 않나 보네.’
전 세계에 있는 S급 헌터를 다 모아 놓은 순위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도전자 중에서 내가 최고라고 순위가 매겨질 정도라면 도전자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심지어 중간에 몇몇 아는 이름이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상위권에 자리한 도전자는 대부분 S급의 헌터와 비슷한 수준일 터다.
하지만 곧 나는 머리를 흔들어서 상념을 떨쳐 냈다.
아레스나 칼리안 혹은 무림 같은 차원에서는 시련의 탑이 예전부터 존재했다고 하였다.
‘그럼 당연히 지구 차원의 전력이 약한 건 어쩔 수 없지.’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지구 차원의 전력이니 결산 순위니 하는 게 아니다.
정식 등반 차원으로 등록되어서 이계의 도전자가 이제 막 지구로 쳐들어오지는 않겠지만.
아직도 여러 차원이랑 비교하자면 지구 차원은 연약하기 짝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이번에 11층 그리고 12층의 스테이지에서 시련을 겪으며 확신했다.
‘적어도 무림이랑 아레스는 지구보다 더 강력해.’
그 탓에 등반 도중에 지구 차원이라는 사유로 얕잡게 보고 계층 난입을 시도하는 사건이 많아지는 건 당연했다.
당장 나도 불과 몇 층 전만 해도 아레스 출신의 기사에게 미개인으로 취급당하며 여차하면 죽을 위기에 몰렸기도 했고.
그 뒤에도 백선학이니 남궁혁이니 하는 도전자들도 마주치며 악연을 쌓은 상태였다.
‘탑을 오르면 결국에는 나도 타겟으로 노려질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 내가 신경 쓰고 집중해야 하는 건 지구 차원의 약한 전력 같은 게 아니라…….
지구 차원의 나약함을 보고 승냥이처럼 다가오는 도전자들을 꺾을 강력한 힘이었다.
“인벤토리.”
나는 바로 인벤토리의 커맨드를 실행해서 12층 시련의 돌파 보상을 점검했다.
「고대 황제의 잿빛 왕관」
「등급 : A-」
「카리스마 +30%」
「어둠의 신을 섬기던 고대 황제가 제사용으로 사용했던 잿빛 왕관.」
「착용할 시 정신이 불안정해지며 해당 아이템의 내구도가 1분마다 하락한다.」
「그 대신에 왕관에 내장된 을 자유자재로 활성화할 수 있다.」
「아이템이 파괴되지 않는 한 착용이 해제된 상태에서는 내구도가 서서히 차오른다.」
사령 마법이라…….
고유 특성으로 존재하는 네크로맨시보다 더 네크로맨시 같은 능력을 보유한 느낌이다.
나는 손에 들린 잿빛의 보석으로 치장된 왕관을 천천히 돌려보며 골똘히 생각했다.
‘착용할 시 정신이 불안정해지고 내구도가 하락하는 아이템이라면 그렇게까지 좋지도 않은데.’
하지만 사령 마법이라는 마법이 인챈트된 아이템이다 보니 끌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이템의 설명창을 보니 전투 시에만 착용하고 그 이외에는 최대한 쓰지 않는 식으로 사용해야 하는 모양새인데.
“나중에 한 번 써 보고 처분을 결정해야겠네.”
정신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명경지수의 권능으로 해결할 수 있을 테니 페널티도 하나는 없는 셈이다.
나는 고대 황제의 잿빛 왕관에 대해서 이내 판단을 보류한 채 다른 것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우선은 12층 시련 돌파의 추가 보상으로 나온 최후의 저항이라는 B-급 스킬부터 시작했다.
『스킬 – 최후의 저항(B-)』
『숙련도 – 0%』
『기본 효과 – 전투 도중에 단 한 번만 ‘반드시 죽음까지 이르는 치명상’을 무효로 처리할 수 있다. 단, 최후의 저항이 발동하게 되면 현존 체력이 88% 소모되고 일주일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가지도록 설정된다.』
『세부 효과 – 최후의 저항이 발동하게 되면 찰나의 시간 동안 감각이 증폭되며 그동안은 모든 스킬에 대한 사용 효과에 보정이 붙는다. 그리고 최후의 저항은 한 번 활성화될 때마다 7%의 숙련도가 상승한다.』
“좋네.”
오히려 고대 황제의 잿빛 왕관(A-)처럼 애매한 구석도 아예 없었다.
한 번만이라 해도 죽음까지 이르는 치명상을 무효로 처리할 수 있다니?
‘무효로 처리한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능력은 확실해.’
현존 체력이 88% 소모되고 재사용 대기 시간이 좀 길게 붙는다는 것도 페널티 같지 않은 페널티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최후의 저항 같은 스킬을 몇 번이고 별다른 제약도 없이 쓸 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불사(不死)일 테니.
한 번의 죽음을 막아 주고 어느 정도의 제약이 붙는 게 오히려 정상적이었다.
심지어 페널티가 붙어도 발동된 뒤에는 세부 효과로 감각이 증폭되며 모든 스킬에 대한 보정이 붙는다고 되어 있다.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 스킬의 페널티는 페널티 같지도 않지.’
분명히 최후의 저항은 내가 한 번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구원의 손길을 뻗어 줄 것이다.
***
이번 시련에서 획득한 보상들을 다 점검한 나는 이내 생각의 중심을 바꾸었다.
‘시련 돌파 보상은 다 확인했어도 아직은 점검을 끝낼 수는 없지.’
아이템이니 스킬이니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시련이 끝난 뒤에 관리자들에게 협박하듯 뜯어낸 권능들을 살필 차례였다.
“전용 상점.”
이제는 아예 익숙해진 계약자 전용 상점의 커맨드를 읊으니 이내 전용 상점의 창이 떠올랐다.
「계약자 전용 상점」
「SP – 10,500」
「카테고리 : 스킬」
「카테고리 : 권능」
「카테고리 : 물품」
「계약자 : 철혈의 군주 및 백학검선」
「비고 : 관리자 ‘철혈의 군주’의 첫 계약자이며 관리자 ‘백학검선’의 사도입니다.」
미친 듯 불어난 스페셜 포인트가 잠시 눈에 띄었지만…….
나는 바로 망설이지 않고 권능의 카테고리에 들어갔다.
「열람할 권능 목록을 선택하십시오.」
「1. 철혈의 군주」
「2. 백학검선」
「3. 후원 권능」
그리고.
「권능 목록 ‘후원 권능’을 선택했습니다.」
「카테고리 : 권능(후원 권능)」
「목록(1/2)」
「권능 : 검기상인劍氣傷人(C+) [소유]」
「권능 : 강철의 날개(C+) [소유]」
「권능 : 혈천심공(C+)」
이어서 후원 권능의 목록에 들어가니 이내 새로운 권능이 눈에 들어왔다.
「목록(2/2)」
「권능 : 용사의 가호(C+)」
「권능 : 급속 마력 충전(C+)」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내 두 번째 목록까지 들어갔고.
이내 다시 목록의 첫 페이지로 돌아와서 권능들의 설명창을 하나씩 활성화했다.
다 설명을 보기 좋게 펼쳐 둔 뒤에 세세하게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권능 : 혈천심공(C+)」
「가격 : 3,000 SP」
「설명 : 혈마신교의 후계자들만이 익힐 수 있는 심공입니다. 마력을 내공으로 치환할 수 있으며 마력 특질을 강력히 계승할 수 있습니다. 내공으로 치환된 기운은 마력보다 의념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전투에 돌입할 시, 전신 기혈을 통해서 당신의 전투 감각을 강화합니다.」
「권능 : 용사의 가호(C+)」
「가격 : 3,000 SP」
「설명 : 신에게 선택받은 이에게 내려지는 권능으로 해당 가호를 습득한 이들은 시대를 가리지 않고 구원자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권능과 이어진 주체는 이미 신과의 계약이 끊긴 상태이므로 해당 권능을 통해서 받을 수 있는 효과는 신성 제어 및 행운 상승이 전부입니다.」
「권능 : 급속 마력 충전(C+)」
「가격 : 3,000 SP」
「설명 : 현존 마력이 전체 마력의 절반 이하 수준까지 떨어질 시 자연에 머무르는 마력을 흡수해서 충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용할 시에는 마력 회로 혹은 기경팔맥 같은 주요 기혈(氣穴)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다 좋은 권능이었다.
혈천심공은 마력을 내공으로 치환하는 무림인이 쓰는 비전 기술 같은 느낌이고.
용사의 가호는 내 심장에 자리잡은 신성을 제어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으며.
급속 마력 충전은 요새 부족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마력을 충전시켜 줄 수 있었다.
셋 다 상당히 내게 큰 이득으로 느껴질 정도로 C+급 권능치고는 상당히 가성비가 좋았다.
물론 그만큼 C+급 권능인 주제에 상당히 비싼 가격을 자랑했으나 그 값을 충분히 할 듯했다.
“흠.”
잠깐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던 나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이거 싹 구매하면 되겠네.”
이렇게 가성비 좋은 권능만 줄줄이 늘어져 있으면 나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때때로는 수준이 조금 떨어져도 효용성이 나은 걸 구매해야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백학검선의 권능 목록 중에 있는 A-급 혹은 A+급의 권능도 상당히 구미가 당겼지만…….
이렇게 금방 스페셜 포인트가 쌓이는 걸 보니 당장 높은 등급의 권능을 사지 않아도 될 듯했다.
‘몇 층 더 올라가서 권능을 구매해도 달라질 건 없겠지.’
심지어 추가 돌파 보상으로 스페셜 포인트가 주어질 때도 있으니 더 그럴 터다.
나는 쓸데없는 상념들을 모조리 끊어 내고 효율상 더 좋은 길을 선택했다.
「‘권능 : 혈천심공(C+)’을 구매했습니다.」
「3,000 SP가 차감됩니다.」
「‘권능 : 용사의 가호(C+)’를 구매했습니다.」
「3,000 SP가 차감됩니다.」
「‘권능 : 급속 마력 충전(C+)’을 구매했습니다.」
「3,000 SP가 차감됩니다.」
각각 ‘혈마신교의 패배한 후계자’랑 ‘멸망한 세계의 용사’ 그리고 ‘천 년 만에 탄생한 용살자’가 후원한 권능들이었다.
바로 권능을 구매하니 온몸에 즉각적으로 변화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지만, 나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바로 남은 보상으로 의식을 돌렸다.
혈천심공의 권능 효과도 그렇고 용사의 가호도 한 번 그 효과를 시험해 보고 싶었지만…….
이내 나는 그러한 권능 확인은 나중으로 보류하며 마지막으로 남은 보상의 점검을 시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전자 ‘한성윤(僞)’의 사령을 흡수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도전자 ‘한성윤(僞)’이 보유하고 있던 스킬 중 한 가지를 흡수합니다.」
방금 구매한 세 개의 권능보다 더 흥미로운 보상이 남아 있던 탓이다.
심지어…….
「도전자 ‘한성윤(僞)’의 사령은 도전자 ‘한성윤’과의 영혼 구성이 완벽히 일치합니다.」
「권능 ‘신성력’이 조건을 만족하여 활성화됩니다.」
「신성 추출을 시도합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놀라운 내용까지 포함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