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2
011. 성장 (4)
「축하드립니다, 시련의 탑 3층을 돌파하셨습니다.」
「돌파 보상으로 ‘강철의 영약(C)’이 인벤토리에 전송됩니다.」
「돌파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추가 돌파 보상으로 ‘헌터식 단검술(E)’을 획득하셨습니다.」
「추가 돌파 보상으로 ‘1,000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대기실로 이동하십시오.」
슬슬 익숙해지는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도플갱어의 몸이 무너진다.
그걸 본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바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도저히 서 있을 힘이 없었다.
털썩.
“끄아아아아아…….”
고속 재생 스킬에 소모된 체력.
암살자의 망토 전용 효과에 들어간 마력.
거기에 몸통박치기의 후유증까지 더해지니 죽을 맛이다.
체력도 체력이고 마력도 마력대로 미친 듯이 소모했다.
조금이라도 잘못됐다면 역으로 내 목이 도플갱어에게 찔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분명히 단시간에 급성장했음이 느껴지는데도 이 정도라니…….
어려운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그런 게 없다.
‘성장과 전투에 특화된 특성이 아니었으면 진즉에 죽었을지도.’
아마도 그건 다른 도전자들이라고 해서 다를 리는 없을 터였다.
그나마 헌터로 활동했던 이들이 많았기에 버텼던 것이리라.
‘일반인들은 거의 살아남지 못하고 죽겠지…….’
나도 각종 무기술을 연마했던 7년간의 경험이 없었다면 비슷한 처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
점점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해도 위기감 대신 다른 감정이 떠오른다.
승리감(勝利感).
1층에서도 그렇고 2층에서도 느꼈던 감정.
결심하고, 싸워서, 이기는 것.
그 일련의 과정에서 얻게 된 승리감은 자극이 매우 강했다.
죽을 뻔했다는 사실이 서서히 묻힐 정도로.
그리고 3층을 통과한 현시점에서는 그 감정이 더 확연하게 느껴졌다.
지금껏 생각해 오지 않으려고 했으나 이번에도 그럴 수는 없었다.
두근, 두근.
스스로 투쟁하여 무언가를 달성해 냈다는 사실이…….
그게 이렇게나 심장을 뛰게 만들 수 있는 건가?
‘그럴 리가.’
분명히 이건 평범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니다.
죽을 뻔했는데 어떻게 싸움에서 이겼다고 흥분할 수 있겠는가.
살아남았다고 안도하는 것과 이겼다는 사실에 도취하는 건 다르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한들 내가 평범해지는 건 아니었다.
성장했다는 쾌감과 살아남아서 강해졌다는 짜릿함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시간이 멈춘 듯했던 지난 7년의 세월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내가 원래부터 이렇게 미친놈이었던 걸까?
어느 쪽이든 간에…….
그 무엇도 쟁취해 낼 수 없던 내게 이 시련의 탑은 위험하게 다가왔다.
탑은 내 한계를 시험하며 동시에 그에 걸맞은 보상을 내려 준다.
그 어떤 노력을 해도 성장할 수 없던 현실과는 다르게.
더군다나 헌터를 포기하기 직전에 다가온 기회이기에 더 그렇다.
“아니, 이것도 핑계인가?”
이것저것 이유를 대더라도 내가 비정상적인 것은 명백하다.
그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살아남은 것 또한 진실이었다.
이 환경에 적응한 자들은 살아남았고 그렇지 못한 자들은 도태되었으니까.
‘층을 오를 때마다 줄어드는 커뮤니티 인원이 그 증거지.’
그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이 시련의 탑에 누구보다 확실하게 적응했으니까.
위기에서 짜릿함을 느끼고 보상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그건 곧 시련의 탑에 최적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관점에서라면 어떨까?
헌터 중에서도 나처럼 된 자들이 제일 위험하다고 들었다.
목숨을 건 전투에서 발생하는 아슬아슬한 위기감.
거기에 도취해서 싸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들은 단명한다고 말이다.
전투형이나 성장형 고유 특성을 가졌다는 이들은 더 그렇다고 했다.
그만큼 전투에서 흥미를 느끼기 쉽고 미치기도 더 쉬울 테니까.
그럼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잘못된 것인가?
“…….”
모르겠다.
어느 쪽의 관점이든 쉽사리 결론을 낼 사안은 아니다.
시련의 탑에 적응하게 됐다는 건 당장은 좋은 일이겠지만…….
5층 이후부터는 모든 게 달라질 것이다.
이 극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서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시기.
적자생존의 논리가 옅어지는 시점은 반드시 온다.
그때가 된다면 싫어도 이 적응이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자.”
그것만으로도 벅찬 게 현재 상황이니까.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이내 도플갱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거무죽죽한 액체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에 손을 뻗었다.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F)’를 발동합니다.」
「도플갱어의 사령을 흡수하시겠습니까?」
「Y/N」
지금껏 봐 왔던 메시지가 떠오르며 네크로맨시의 여부를 물어왔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나는 ‘Y’를 누르고는 사령을 흡수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도플갱어의 사령을 흡수하셨습니다.」
「현재 보유한 사령의 수 – 1/5」
「숙련도가 35% 상승합니다.」
급격하게 숙련도가 상승한 것에 놀라는 것도 잠시.
이어서 떠오르는 메시지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생각하지도 못했던 고유 특성의 성장이 일어났다.
***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도 잘 모르겠다.
‘고유 특성이 이렇게 갑자기 성장한다고?’
뜬금없는 고유 특성의 성장에 나는 눈만 끔뻑거렸다.
어째서 고유 특성의 숙련도가 훅 올랐으며 등급이 상승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
다만…….
아예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이냐고 하면 그런 것도 아니기는 했다.
‘사령을 흡수할 때에 따로 숙련도가 더 상승하는 조건이 있던 건가?’
그럴 수도 있기는 했다.
내 무력보다 좀 더 강한 괴수를 흡수할 때는 숙련도에 추가 정산이 들어간다던가.
그러한 예를 바깥에서 본 적이 있기에 추측은 할 수 있었다.
시스템은 간결한 설명을 해 줄 뿐이고 능력의 상세한 내용까지 일일이 알려 주는 건 아니니까.
물론 그 부분이 나에게 악영향으로 되돌아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뜬금없는 경우라서 이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러니까 그냥 운이 좋았다는 거네.”
그렇게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게 지금의 상황이었다.
‘강한 적을 흡수하면 숙련도가 더 빠르게 상승한다니.’
전에도 조금 생각했던 내용이기는 했는데 이제야 명확해졌다.
아무래도 내 고유 특성의 잠재력은 꽤 높은 듯했다.
성장을 보조하는 고유 특성 중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하는 잠재력이 아닐까 싶다.
‘적을 잡으면 잡을수록 강해지며 조건에 따라서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라.’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거 같다.
나는 헛웃음을 한 번 짓고는 상태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이어서 고유 특성의 설명창을 띄워서 뭐가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고유 특성 – 네크로맨시(E)』
『숙련도 – 0%』
『기본 효과 – 죽은 자의 혼을 흡수하여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세부 효과(1) –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으며 그 수치는 해당 특성의 랭크와 사령의 질에 비례한다.』
『세부 효과(2) – 혼을 보관하다가 쓸 수도 있으며 보관 용량의 한계치는 랭크에 비례한다.』
『세부 효과(3) – 죽은 자의 혼을 흡수할 시 일정 확률로 혼에 각인된 스킬 중 한 가지를 습득할 수 있다.』
새로 추가된 세 번째 세부 효과를 보며 피식 웃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더만…….”
딱 그 말 그대로의 상황이었다.
괜히 크게 고생해서 도플갱어를 죽인 건 아니었는지 보상이 짭짤했다.
‘일정 확률로 죽인 괴수의 스킬을 흡수하는 능력은 또 처음 보네.’
그만큼 이 고유 특성이 사기적이라는 방증이기도 했다.
애초부터 남의 스킬을 흡수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강해졌을 것이다.
‘능력치를 흡수하는 것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이건 아니야.’
그 누구도 다른 이의 스킬을 흡수해서 습득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 고유 특성은 그러한 고정 관념을 무참하게 박살을 내 버렸다.
스킬을 흡수하는 데 있어서 달린 제약도 적고 조건도 심플하다.
능력치를 얻을 수 있다고 했을 때도 그랬지만 이건 더 심했다.
‘뭐랄까, 탑의 보상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면…….’
네크로맨시는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인 셈.
짊어져야 하는 제약이나 조건이 거의 없는데 얻는 보상은 추가 돌파 보상에 비견될 정도.
물론 보이지 않는 조건이 좀 더 있을 수는 있어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살다 살다 이렇게 날로 먹는 특성을 얻네.”
뭘 어떻게 해도 능력치조차 상승시킬 수 없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냥 강한 적과 싸우기만 해도 더 강해지는 구조의 고유 특성.
‘사실, 강한 적만 상대하는 것도 아니지.’
약한 괴수들을 학살하고 그들의 사령을 흡수해서 강해지는 수도 있다.
제약이야 있겠다만 그렇다 해도 대량 학살로도 강해질 수는 있을 테니까.
뭘 어떻게 하든 간에 강해질 수밖에 없는 특성이다.
“왜 다들 그렇게 고유 특성이 중요하다고 했는지 알겠네.”
고유 특성만 제대로 활용한다면 그 가치는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나도 의도치 않게 그 부류에 끼게 된 거고 말이다.
‘아니, 꿀을 빨게 해 주려면 처음부터 꿀을 빨게 해 주던가.’
고생이란 고생은 다 시켜 놓고 이렇게 사기적인 특성을 개화시켜 주는 건 또 뭐냐고.
저절로 한숨이 나오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득은 이득이다.
좀 억울하기도 했으나 곧 또 다른 보상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제는 성장한 고유 스킬이 아니라 탑의 보상을 확인할 시점.
『스킬 – 헌터식 단검술(E)』
『숙련도 – 0%』
『설명 – 헌터들이 효율적인 사냥을 위해서 만들어 낸 실전적 성향의 단검술.』
『효과 – 단검을 사용할 시 무기의 절삭력이 1.5배 상승하며 단검술에 조예가 깊어진다.』
추가 돌파 보상에서 습득할 수 있었던 단검술 스킬.
이왕이면 좀 더 희귀한 단검술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거기까지는 과욕일 것이다.
헌터식 단검술.
잘 안다고 한다면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스킬이다.
한때 나는 이 스킬을 얻으려고 노력한 적이 있으니까.
‘뭐, 모든 스킬에 적성이 없어서 이 스킬도 못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얻지는 못했어도 내가 쓰는 무기술은 이 스킬에 근간을 둔 것이다.
플레이어 체육관에서 나를 가르치던 이들은 이 스킬을 익히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흔히 노력 대비 얻기 쉬우며 성능이 꽤 좋다는 부류의 스킬 중 하나였다.
‘효과도 괜찮고 무기류 스킬이라서 좋기는 한데…… 왜 헌터식 단검술이지?’
시련의 탑이라면 다른 무기류 스킬도 줄 수 있을 텐데.
생각하지도 않았던 헌터식 단검술이 나오니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내 커뮤니티에서 봤던 글을 떠올리니 의문이 가라앉았다.
“추가 돌파 보상은 시련을 깨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었지.”
그럼 아마도 이 보상은 이 결투에서 내 행적이 반영된 결과물일 것이다.
‘하긴, 3층 시련은 단검술이 꽤 활용되기는 했으니까.’
일대일로 싸우며 단검술이나 지금까지 배웠던 잡다한 기술들을 많이 써 먹었다.
그러니 헌터식 단검술이 보상으로 들어오는 것도 납득할 수 있었다.
단검으로 주의를 끌고 심장부를 찌르는 등의 행위도 헌터식 단검술에 포함됐으니까.
하물며 결투가 3층 시련의 주제였으니…….
시련 돌파 과정에서 단검술이 부각된 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헌터식 단검술을 습득한 것도 이해가 되네.’
이어서 인벤토리에 전송되었다는 강철의 영약까지도 확인해 보았다.
「강철의 영약」
「등급 : C」
「한 연금술사가 강철의 의지를 담아서 제작한 영약.」
「특수 능력치 ‘내구’가 생성되며 만약에 ‘내구’ 능력치가 있을 시에는 내구 능력치가 5 만큼 상승한다.」
「단, 내구 능력치의 상승은 40 이전에만 적용된다.」
특수 능력치가 생성된다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이만큼 파격적인 물건이니 등급이 높은 것도 단번에 이해됐다.
‘헌터들 사이에서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거래되겠지.’
하급 헌터는 목숨을 걸더라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불명확한 고급품.
그런 게 지금 내 손에 들어왔다는 게 좀 신기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나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설령 이게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한들 팔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능력치가 더 생성된다는 건 그만큼 중요했다.
‘이제 돌아가야 할 때네.’
언제까지고 이 어둡고 축축한 동굴에 있을 수는 없다.
‘얼른 사령이나 흡수하고 돌아가서 좀 쉬어야지.’
고속 재생 스킬이 발동하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몸이 좋지 않았다.
방금까지는 스킬 숙련도나 채울 겸 가만히 있던 거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그렇게 고유 특성을 사용하니 이내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보유한 사령 중에서 흡수할 사령을 선택해 주십시오.」
「현재 보유한 사령의 수 – 1/15」
「도플갱어」
새롭게 선택지가 늘어나며 인터페이스가 개편됐다.
아, 그리고 보유할 수 있는 사령의 수도 올라갔다.
“성장하더니 좀 이것저것 달라졌네.”
물론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기에 불만이랄 건 없었다.
그대로 나는 도플갱어라는 문구를 꾹 누르고는 흡수를 시도했다.
그러자.
「도플갱어의 사령을 흡수하는 중입니다.」
「일정 확률로 해당 사령의 스킬 중 한 가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흡수를 선택한 즉시 능력치가 상승하지 않고 흡수하는 중이라고 떠올랐다.
추측하건대 스킬을 흡수한다는 세부 효과 때문이리라.
“일정 확률이라.”
제약도 조건도 없으니 스킬을 흡수할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시스템에서는 알려 주지 않더라도 그 정도는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무슨 양산형 게임도 아니고 한 번에 잭팟이 터질 리가…….’
기대를 품는 만큼이나 실패했을 때의 씁쓸함도 커지는 법.
나는 큰 기대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도플갱어의 사령을 흡수하셨습니다.」
「도플갱어가 보유하고 있던 스킬 중 한 가지를 흡수합니다.」
잭팟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