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24
122. 무공 (2)
백검섬해(白劍閃海).
하얀 검이 바다를 빛처럼 빠르게 가른다는 뜻의 초식은 구현이 어렵지 않았다.
확실히 기본 요구 능력이 높다면 높겠지만 그 이상의 것은 없었다.
찰나에 공간을 끌어당기듯 점해서 최대한 빠르게 대상을 베어 내는 기술로 느껴졌다.
물론 내가 느낀 게 정답일 리는 없다고 내심 생각했지만…….
“백검섬해를 한 번 보고 바로 따라 하다니……. 이게 무슨…….”
백학검선의 반응을 보니 그렇지는 않은 모양새였다.
적어도 잘 따라 한 수준은 되는지 백학검선의 낯빛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그에 나는 천천히 검을 내리며 머릿속에 떠오른 궁금증을 입에 담았다.
“초식은 잘 따라 한 거 같은데 왜 그러시는 겁니까?”
“성윤은……. 이게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르나 보네요.”
“……?”
“제가 말하긴 좀 그렇지만 백검칠식(白劍七式)은 창천검형(蒼天劍形)보다 더 상위의 묘리를 담은 무공이에요.”
“…….”
“그것도 창천검형처럼 쾌(快)니 둔(鈍)이니 하는 기본 묘리를 넘어서 아예 공간 자체를 점하는 복합 묘리를 지닌 신공이고요.”
“그렇군요.”
“그런데 성윤은 백검섬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바로 따라 했잖아요. 그것도 딱 한 번 봤으면서 원류랑 비슷한 수준으로.”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사실은 제대로 이해한 게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쾌의 묘리니 둔의 묘리니 해 봤자 별로 와닿지 않는데.’
내가 실질적으로 무공을 배운 건 12층이 처음이라 봐도 무방했고.
그 탓에 쾌검이니 둔검이니 하는 무협지 속 단어들에는 생소함을 느꼈다.
물론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정도야 여러 경험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생각보다 제가 따라 할 수 있는 무공의 범위가 넓어서 그런 겁니까?”
“……좀 다른데 비슷해요. 성윤은 천재 중의 천재라 해야 하는 기재(奇才)에요.”
이어서 백학검선이 고심 끝에 내린 내 재능에 대한 평가는 이러했다.
“성윤은 직관(直觀)의 천재예요.”
직관 능력에 일가견이 있다고.
“경험이나 판단으로 기술을 파악하지 않고 본질 그 자체를 눈에 담는 순간에 알아내는 건 결코 흔한 재능이 아니에요.”
적어도 평범한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 했다.
“흔한 재능이 아니면 뭔가가 달라집니까?”
그리고…….
“달라져요. 그것도 아주 많은 것들이.”
백학검선은 이전보다 더 눈빛을 더 환하게 빛내기 시작했다.
흡사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것처럼.
“시간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단 하루만 있으면 충분해요.”
그리고…….
“이 하루 동안 성윤은 무공에 대한 대부분을 배워 갈 거예요.”
본격적인 배움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
하루.
길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백학검선의 무공이라는 백검칠식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의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신법(身法)과 권장법(拳掌法) 그리고 경신술(輕身術) 이어서 금나수 같은 잡기까지…….
가리지 않고 익힐 수 있는 건 다 배웠다.
‘아니, 이게 배운다고 할 수 있는 건가……?’
기본 이론의 설명에서 백학검선은 내게 무공에는 구결이라는 게 있다고 했다.
무공을 설명하고 또 습득하는 것에 있어서 중요시되는 게 바로 구결이라는데.
현재 나는 구결로 무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모방하듯 배우고 있었다.
백학검선이 내게 한 번 무공을 보여 주면 내가 그걸 재현하는 식으로.
물론 해당 기술에 관한 마력의 운용법을 배우기야 했지만…….
‘진짜 마력 운용에 관한 걸 빼면 아무것도 안 알려주네.’
흡사 설명 자체를 낭비라 생각하는 것 같은 가르침이었다.
“성윤한테 구결 해설은 필요하지 않아요. 보고 따라 하면 그만이니까요.”
실제로 물어보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했고.
“…….”
하기야,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이게 효율적이라 하는데 내가 할 말도 없었다.
그다지 이 공간에서 오래 머무를 생각도 없었으므로 나는 입을 다물고 무공을 배웠다.
하루 동안의 가르침을 통해서 익히게 된 무공 중 가장 쓸 만한 건 검법인 백검칠식이었다.
현재 쓸 수 있는 초식은 일곱 초식 중 세 번째까지밖에 되지 않는다지만…….
전대의 무림제일인이라 했던 만큼 백학검선의 검법은 뛰어났다.
백검섬해(白劍閃海)는 공간 자체를 점해서 베는 회피 불가 판정과도 비슷한 기술이고.
백검관천(白劍貫天)은 방어 관통에 특화된 강력한 찌르기 형태의 기술이었으며.
백검접공(白劍摺空)은 검의 주위에 있는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방어 기술이었다.
고작 세 개의 초식을 배웠을 뿐인데도 전력이 크게 향상되었음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냥 스킬이나 권능이랑 다를 게 없잖아…….’
백검칠식의 초식은 전부 스킬 및 권능에 비견되는 효과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간 자체를 장악해서 그대로 단숨에 베는 백검섬해의 초식은 물론이고…….
백검관천의 방어 관통이나 백검접공의 공간 굴절 같은 건 이제 순수 검술 영역을 넘어섰다.
백검섬해를 제외하면 백검관천부터는 무조건 검염으로 검에 두 개의 성질을 덧씌워야 했다.
진짜로 방어를 관통하고 진짜로 공간을 굴절시키려고 한다면 성질 부여는 기본이었다.
물론 검에 성질을 부여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본래 초식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은 꽤 흥미로웠다.
특정 기술에 관한 마력 운용을 이용하면 방어 관통이나 공간 굴절에 비견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니 좋은 배움이었다.
하지만 배움의 시간은 쏜살처럼 흘러서 이내 끝을 맞이했다.
“이제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다 가르쳐준 것 같네요.”
백학검선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고작 하루 만에 다 가르쳤다는 것은 과장된 게 아니었다.
진짜로 나는 백학검선에게 이론부터 시작해서 실전까지 도움이 될 기술은 싹 전수받았다.
심지어 기술만 전수받은 것도 아니었다.
“이제 웬만한 무림인이랑 비교해도 무학(武學)의 수준이 떨어지지는 않을 거예요.”
무공에 관한 지식마저도 나는 백학검선에게 상당히 많이 배웠다.
“스승님 덕분에 많은 걸 알았습니다.”
대놓고 말해서 그녀를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한 것이 후회되지 않을 정도였다.
“스, 스승님이라니……. 흐흠. 성윤이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방금 스승님이라 부른 것이 기분 좋았는지 백학검선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잠시 그렇게 씰룩거리며 웃음을 참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이제 이 자리에 더 있을 필요성이 사라졌으니 대기실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어……. 벌써요? 좀 더 있어도 되는데…….”
“괜찮습니다. 배울 건 다 배웠으니까요.”
다만, 백학검선의 얼굴에 아쉬움이 머물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렇다고 돌아가지 않을 생각은 없었지만.
“스승님. 그동안 무탈하게 지내십시오.”
백학검선이 좋아한 스승님이라는 말을 꺼내니 이내 그녀의 얼굴이 풀어졌다.
“흐, 흐흠! 그, 그래요. 성윤도 힘내요. 재능이 있는 만큼 정진하면 금방 실력이 늘어날 거예요.”
방금까지 아쉽다는 듯 굴던 백학검선은 어느새 입꼬리를 씰룩거리고 있었다.
“…….”
정말이지 아주 잠깐이었지만…….
다루기 쉬운 스승님이라 좋다고 생각했다.
***
「14층 대기실에 입장하셨습니다.」
하루 만에 대기실로 돌아온 나는 바로 검을 뽑은 채 정신을 집중했다.
이번에 새롭게 획득한 권능의 효과를 발동하기 위해서였다.
“…….”
백학검선은 검귀의 길이라는 권능은 스킬 개발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라 말했다.
충분히 가진 바의 기술이 있다면 그걸 탑에 공인된 스킬로 바꿀 수 있다고.
물론 이전까지는 엽마검이라는 스킬의 지식에 의존한 검술을 사용했지만…….
백학검선에게 새로이 무공까지 전수받은 현재로서는 엽마검은 이제 덤일 뿐.
물론 스킬 효과는 꽤 탁월하니 엽마검이 쓸모없는 스킬이라 일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효율이 그다지 높지 않아.’
나는 엽마검은 절삭력 상승 같은 스킬 효과를 제외하면 별로라고 생각했다.
남궁혁에게서 베껴온 창천검형의 두 초식만 해도 엽마검보다 더 가치가 높고.
이번에 새롭게 백학검선에게서 배우게 된 백검칠식은 엽마검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그러니 이제 새롭게 나만의 스킬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
여태까지 보고 배운 모든 걸 섞은 형태로.
「권능 ‘철혈의 검’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전투 집중’이 활성화됩니다.」
어느새 왼손에도 검이 들리며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느려진 세상에서 쌍검을 든 채 초식을 펼쳐 냈다.
남궁혁에게서 베껴온 창천검형의 두 초식은 물론이고 백학검선에게 배웠던 백검칠식까지…….
이전보다 완벽해진 검술이었으나 이에 대해서 스킬은 생성되지 않았다.
‘백학검선은 스킬 개발은 스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여야 생성된다고 했었지.’
그에 대해서 나는 이 두 검법이 정립되지 않아서 스킬이 개발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럼 인정받을 수 있는 체계로 다듬으면 될 뿐이야.’
나는 바로 검술에서 창천검형의 특색을 완전히 빼 놓자고 정했다.
백검칠식처럼 모든 초식을 아는 것도 아닌데 창천검형의 특색에 맞춰서 검을 쓰는 건 비효율적일 뿐이다.
그러니…….
‘알고 있는 검법에 기준을 맞춰야지.’
창천검형의 두 초식은 단순히 부가 초식 정도로 여기면 되었다.
하지만 창천검형의 특색은 빼더라도 개량된 쌍검술은 남겨 뒀다.
12층에서 내 레플리카가 보여 준 공격일변도의 가능성은 꽤 유용했기 때문이다.
‘쌍검술 자체에 담긴 공격이 곧 최선의 방어라는 개념은 포기할 수 없어.’
어느새 생각하는 대로 두 손에 쥐어진 쌍검이 백검칠식의 특징을 따라서 변화했다.
이제야 꽤 구색이 갖춰진 모양새였는데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어서 나는 천천히 백검칠식 창천비검과 창천검형을 백검칠식에 맞춰서 바꾸기 시작했다.
몇 번의 칼질이 허공을 오가고 몇 번의 상념이 머리를 간질거리듯 스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이쯤이면 될 것 같은데.’
백검칠식의 세 초식을 언제든지 창천검형의 두 초식과의 연동이 가능하게 바꾸었다.
이번에는 내가 봐도 흠잡을 곳이 없는 완성도였고.
「권능 ‘검귀의 길’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이내 백학검선의 말처럼 체계가 잡히니 검귀의 길이 활성화되었다.
「스킬 ‘혼원검混元劍(A-)’이 생성됩니다.」
그제야 나는 전투 집중을 해제한 채 새롭게 획득한 스킬의 설명창을 열람했다.
『스킬 – 혼원검混元劍(A-)』
『숙련도 – 0%』
『설명 – 백검칠식(白劍七式)과 창천검형(蒼天劍形)이 섞여서 정립된 검술이다.』
『기본 효과 – 도검류를 사용할 시, 백검칠식과 창천검형의 초식에 플러스 보정이 붙으며 초식 구현의 수준이 높아진다.』
『세부 효과 – 쌍검술을 사용할 시, 백검칠식의 일부 초식의 공격 속도 및 구현 위력이 두 배 상승한다.』
‘이런 식으로 스킬이 개발되는 거였나…….’
새롭게 생성된 혼원검의 스킬창을 보며 나는 살짝 부족함을 느꼈다.
탑이 내 검술을 스킬로 공인하며 여러 보정이 생긴 건 좋았지만…….
A-급의 스킬답지 않게 여러 보정의 수준이 좀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아쉽긴 해도 어쩔 수 없네. 스킬을 없앨 수도 없고 진화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러나 이내 나는 체념하려는 찰나에 좋은 방안을 떠올렸다.
‘아니, 아예 스킬의 수준을 올릴 수 없는 건 아닌가……?’
있었다.
스킬 수준을 바로 올릴 수 있는 사기 같은 권능이.
‘스킬 합성이 있었잖아.’
스킬과 스킬을 합성해서 더 좋은 스킬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고유 권능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엽마검의 스킬을 합성하자니 좀 아까운데.’
그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인벤토리에서 고풍스러운 서적을 하나 꺼냈다.
「랜덤 스킬 서적」
「등급 : A+」
「사용할 시 랜덤으로 B+급 스킬을 하나 획득할 수 있는 스킬 서적.」
「오로지 도전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며 다른 이에게 양도는 불가능하다.」
바로 13층 시련의 보상으로 받은 ‘랜덤 스킬 서적(A+)’이었다.
물론 쓸 생각도 하지 못하고 백학검선에게 간 터라 잊고 있었지만…….
「랜덤 스킬 서적(A+)을 사용하여 랜덤으로 B+급 스킬을 획득합니다.」
생각난 김에 그냥 바로 써 버리기로 했다.
「권능 ‘용사의 가호’가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행운이 일시적으로 격렬하게 상승합니다.」
그리고.
「스킬 ‘혈령마검血靈魔劍(B+)’이 생성됩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권능의 행운 상승의 효과로 꽤 좋은 스킬을 획득했다.
『스킬 – 혈령마검血靈魔劍(B+)』
『숙련도 – 0%』
『설명 – 혈마신교의 후계자만이 익힐 수 있는 비전검법이다.』
『기본 효과 – 도검류를 사용할 시, 마(魔)의 속성이 칼날에 부여되어 살아 있는 생명에게 해로운 효과를 선사한다.』
『세부 효과 – 해당 스킬의 초식을 사용하면 전용 효과 ‘이연격(二連擊)’으로 해당 초식의 효과가 두 배로 나타난다.』
흡사 혈천심공과 연계하라는 듯 획득하게 된 스킬이었지만…….
「고유 권능 ‘스킬 합성’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해당 스킬의 효과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기에 나는 바로 스킬 합성을 활성화했다.
「스킬 목록을 열람합니다.」
「현재 있는 스킬 중에서 합성 재료를 골라 주십시오.」
혼원검混元劍(A-)과 혈령마검血靈魔劍(B+)을 선택하니…….
「합성 재료의 수준이 맞지 않습니다.」
「스킬 ‘혼원검混元劍’이 합성의 중심이 됩니다.」
이내 혼원검이 합성 중심으로 지정되며 스킬 합성 확률이 떠올랐다.
「스킬 ‘혼원검混元劍’을 중심으로 스킬 합성이 진행됩니다.」
「현재 상위 등급의 스킬이 합성될 확률은 88%입니다.」
「합성을 진행하시겠습니까?」
88%.
여태까지의 스킬 합성 확률을 떠올린다면 상당히 높은 확률이었고.
그 탓에 나는 스킬 합성에 대해서 망설임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도박을 한 번 해 볼 만도 한데?’
물론 실패할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상위 등급 스킬이 합성될 확률도 높았고…….
「권능 ‘용사의 가호’가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행운이 일시적으로 격렬하게 상승합니다.」
용사의 가호라는 권능에 의해서 행운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스킬 합성이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됩니다.」
이어서 새롭게 생성된 스킬을 확인한 나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스킬 ‘혼원마검混元魔劍(S-)’이 생성됐습니다.」
도박 성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