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32
130. A급 (4)
데이비드 테일러의 환희에 젖은 표정을 보며 나는 당황했다.
마치 귀빈을 본 것 같은 태도는 물론이고 그 얼굴에 담긴 감정이 이해되지 않은 탓이다.
그럴 만도 했다.
‘뭐지……?’
데이비드 테일러에게 그다지 환영받을 짓을 한 기억은 없었으니.
오히려 그의 계획을 듣지 않고 13층 통합 시련은 멋대로 클리어한 전적도 있었다.
물론 그 당시에야 나는 그게 더 효율적이고 더 간편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지만.
주도면밀하게 시련을 클리어하려 했었던 데이비드 테일러가 악감정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동경의 대상을 본 것만 같은 태도이니 혼란스러운 건 당연했다.
그건 다른 이들 또한 별반 다를 것 없었다.
상석에 가까운 자리에 앉은 마법사들이 당황하며 저들끼리 대화하는 것이 보였다.
“자, 장로님이 로브를 벗으시다니? 대체 저 남자, 아니, 저 분이 누구길래 저러시지?”
“혹시, 은거기인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장로님이 저렇게 대하실 리가 없잖아.”
“사도라는 건, 탑의 관리자에게 선택받은 도전자가 아닌가? 그게 대체 뭐라고……?”
흡사 돌멩이를 보듯 무시했던 것이 거짓이었다는 듯 마법사들은 말이 꽤 많았다.
심지어 대화하면서도 내 눈치를 보는 걸 보니 데이비드 테일러의 위상이 꽤 높은 모양.
그런 광경을 본 헌터들 또한 나를 한 번 힐끗 보더니 각각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 저 사람 알고 있어. 왜, 그, 일본에서 활약한 한국인 도전자잖아.”
“아, 검귀……. 대단한 도전자였군. 그런데 검귀랑 마탑의 장로랑은 무슨 관계길래…….”
“설마 서로 같은 시련에서 만난 적이라도 있나? 아니, 그렇다 해도 반응이 과한데…….”
의외로 나에 대한 정보가 꽤 알려졌는지 헌터들은 나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회의실 내의 사람들이 다 나랑 데이비드 테일러와의 관계에 대해서 추론하기 시작했다.
다만, 온갖 추론을 내놓고 있는 마법사나 도전자나 똑같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정작 화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나 또한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서 왜 데이비드 테일러가 내게 호의적으로 구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설마 전에 내가 신의 대리자라 했던 것 때문인가……?’
이내 나는 약간의 비약이 담긴 추측을 떠올릴 수 있었다.
신앙 수확의 권능을 활성화해서 신앙을 뽑아먹은 전적이 있으니 그럴싸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데이비드 테일러의 이런 호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권능 ‘신앙 수확’이 사용자에 대한 강렬한 신앙을 감지합니다.」
「권능 ‘신앙 수확’에 의하여 이미 수확된 신앙입니다.」
「권능 ‘신앙 수확’이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이내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나는 이 상황에 대한 정답을 곧바로 깨달았다.
신앙 수확.
13층 시련에서 흡혈 백작을 살해하고 획득한 권능에 원인이 존재했다.
그때 당시에 내가 신앙을 수확하기 위해서 했던 거짓된 말이 데이비드 테일러에게 상당히 영향을 끼친 것이다.
눈덩이처럼 오해가 부풀려진 과정은 상세히 알 수 없으나, 그가 상당히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강렬한 신앙이라니…….’
마치 어딘가의 사이비 교주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이비드 테일러의 신앙심을 해결할 생각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된 거 더 뻔뻔하게 나가자.’
현재 이 상황은 내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사도는 아니지만, 신성력도 존재하고, 신화라는 스킬 및 권능에 준하는 능력도 있으니.
적어도 이쯤 되면 평범한 도전자라 할 수 있을 수준은 아니다.
그러니 뭐라고 하든지 거짓말로 여겨지지는 않을 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천천히 태연함을 가장한 채 입을 열었다.
“사도님이라고 부르실 것 없이 편하게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에 데이비드 테일러가 온화한 웃음을 지었다.
“신의 대리자라는 분을 어찌 쉽게 부르겠습니까.”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그 말이 끝나자마자 마법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마법사 중 한 명이 데이비드 테일러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물음을 건넸다.
“자, 장로님……. 신의 대리자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방금 한 말 그대로의 의미다. 한성윤 도전자님은 신의 대리자이시다.”
“예? 시, 신이라니. 그게 무슨……. 아니, 탑이 아무리 불가해의 영역이라지만…….”
“관리자도 존재하고, 권능이란 것도 존재하는 마당에, 무엇이 그리도 궁금한 것이냐.”
마법사의 태도에 데이비드 테일러가 조곤조곤 날이 선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직접 내 권능이란 것을 받아 와서 마탑에 기록을 적었거늘, 어째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이구나.”
“하, 하지만 장로님, 그것과 신의 대리자라는 개념은 별개의…….”
“신의 대리자 또한 더 좋은 권능을 가진 도전자이다. 다만, 행사할 수 있는 권능이 일반적인 도전자와는 격이 다를 뿐이지.”
그 말을 끝으로 데이비드 테일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마법사들을 둘러보았다.
“쯧, 미지를 탐구하는 자라고 자칭하는 것들이 새로운 발견은 인정하지를 못하는구나.”
장로의 말이라 그런 것인지 논리적이라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의를 갖추어라. 저 분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으시다.”
데이비드 테일러의 질책을 받은 마법사들의 태도가 강제로 공손해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오만한 태도를 지키고 있던 것에 비하면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아마도 이쯤 되면 이들과의 대화도 상당히 잘 통할 것 같으니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예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태도가 달라졌다는 부분일 것이다.
맨 끝의 자리에 뭉친 헌터들마저도 나를 힐끗거리며 서서히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
‘……뭐, 이야기가 수월해질 것 같아서 나쁘지는 않네.’
그렇게 여러 시선을 느끼며 착석하려 하니 누군가 등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에 살짝 고개를 돌리니 이내 살짝 긴장한 듯 굳어 있는 이하연을 볼 수 있었고.
“성윤 씨, 신의 대리자라니……. 지, 진짜예요……?
이내 그녀가 꺼낸 말에 나는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
……아무래도 의도치 않게 아군까지 속이게 된 모양이다.
***
여러 시선을 받으며 나는 회의실 내의 자리에 앉은 후.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사도에 관한 해명을 간략히 하게 되었다.
신의 대리자라 해도 그저 남들보다 좀 더 뛰어난 것일 뿐이며 그리 대단치 않다고.
물론 사도란 것 자체를 부정한 게 아니었던지라 분위기는 그다지 바뀌지 않았지만.
‘……뭐, 아까처럼 마법사들한테 무시당하는 것보다야 낫겠지.’
이내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있자니 데이비드 테일러가 입을 열었다.
“신의 대리자까지 도착했으니, 이제부터 토벌 작전에 앞서 현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겠소.”
이어서 영국 헌터 협회의 관계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스크린을 내렸고.
잠시 후, 스크린에는 런던의 랜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빅 벤의 사진이 나타났다.
영국이라 하면 마탑(魔塔)이라 불리는 시계탑 길드를 생각하기 이전에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상징적인 건축물이었다.
다만, 그 사진에서는 아무것도 없어야 할 빅 벤의 상공에 자리한 검은 구체가 존재했다.
“현재 이계의 도전자가 영국 런던에서 대량 학살을 일으킨 후, 빅 벤 상공에 저 검은 구체를 만들고 그 안으로 숨어들었소.”
데이비드 테일러는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마탑에서 조사한 결과로는, 빅 벤의 상공에 자리한 검은 구체는 결계로 확인되었소.”
그는 잠시 저 검은 구체가 어떤 성질을 품은 결계인지 간략하게 설명했다.
수백 명은 될 법한 마법사들이 다 모여서 마법을 쏟아부어도 흠집도 나지 않는 상급 결계이며.
현재 이계의 도전자는 저 검은 구체 안에 숨어서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을 거라는 것까지.
그 설명을 들은 사람들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긴장할 만도 하지.’
사실상 이것은 검은 구체가 깨지면 무슨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뜻이니.
다만, 데이비드 테일러는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탑의 도전자는 온갖 스킬은 물론이고 권능까지 획득하며 강해지지. 그러니 저 검은 구체도 스킬 및 권능에 의해서 파괴할 수 있다는 말이오.”
그 이야기를 다 들은 헌터들의 분위기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듣자 하니, 저 검은 구체는 시계탑 길드의 집단 공격에도 부서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아니, 아무리 도전자라도 저런 미친 결계를 부술 스킬이나 권능이 흔할 리 없잖습니까.”
“끄응……. 나는 그냥 다 같이 토벌이나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상황이 복잡해지는군.”
영국 헌터 협회에서는 상위권 도전자 중에는 저 검은 구체를 박살 낼 수 있는 스킬 혹은 권능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겠지만…….
‘저들의 말대로 저런 결계를 부술 스킬이나 권능이 흔할 리는 없지.’
다른 차원에서도 지구 차원의 전력은 미개인이라며 상당히 얕잡히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리 상위권 도전자라 한들 마탑 소속 마법사들의 집단 공격에도 부서지지 않은 결계를 깰 방도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보통의 도전자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고.
“저 검은 구체는 제가 부수겠습니다.”
현재 나는 남궁혁과의 일전을 통해서 상당히 성장한 상태였다.
그리고…….
『스킬 – 파천破天(A+)』
『숙련도 – 0%』
『기본 효과 – 마력을 소모하여 신체 혹은 무기에 절대 파괴의 성질을 부여할 수 있다.』
『세부 효과 – 마력 그 자체를 파괴할 수 있으며 파괴하기 어려우면 어려운 것일수록 더 많은 마력을 소모해야 한다.』
이번에 새롭게 습득한 스킬 중 하나인 파천(破天)이 있었다.
저 검은 구체도 결국에는 마법의 일종이라 한다면 마력으로 구성된 물체일 뿐.
그럼 파천의 절대 파괴 성질을 통해서 마력 그 자체를 파괴하여 결계를 박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대, 대체 어떻게……. 검은 구체는 마탑의 집단 공격에도 부서지지 않았는데…….”
물론 마법사 중 한 명이 그 사실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는지 그렇게 말했지만.
“제가 사도라서 좀 특별한 권능들이 많아서요.”
“…….”
사실상 방금 데이비드 테일러에 의해서 사도라고 밝혀진 나는 설명해야 할 의무도 없었다.
신의 대리자라는 정말이지 써먹기 좋은 칭호를 사용하면 그냥 된다는 것으로 할 수 있으니.
“다만, 제가 사도라서 신의 권능을 쓰다 보니 꽤 많은 것들을 소모해야 하는데…….”
그리고 사도라고 해서 좋은 점은 귀찮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이 아니었다.
“이게 마력이나 신성력만 소모되는 게 아니라, 탑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공물로 바쳐야 해서요.”
추가적인 업무에는 추가적인 수당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이나, 스킬 습득 서적이나, 뭐든지 좋습니다.”
기껏 신의 사도라며 뻔뻔해졌으니 그만큼 몸값도 높일 차례.
“신의 권능에 쓰일 수 있는 탑의 아이템을 추가로 지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래 종교의 힘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법이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