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36
134. 일기당천 (3)
어둠의 신.
12층 시련 스테이지에서 한 번 스치듯 들어 본 신명(神名)이었다.
물론 스치듯 알게 된 신인지라 당시에는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게임을 하면서 종종 볼 수 있는 쓸데없는 설정 문구 같은 것이라 여겼다.
그럴 만도 했다.
그 시련은 어둠의 신보다는 복제된 자기 자신에게 더 비중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황궁을 배경으로 한 시련에서 짤막하게나마 어둠의 신에 대해서 느낀 바가 있다면 불길하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시련을 통해서 보니 더 확실히 어둠의 신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기분 나빠.’
어느새 15층 시련의 시작 지점인 막사에서 빠져나온 나는 눈을 찌푸렸다.
“아아아……! 빌어먹을! 개 같은 사교도 때문에 내 걸작이 망가졌어!”
“이번 출진에서는 더 많은 시체를 얻을 수 있겠어. 흐, 기대되는군.”
“어이, 용병들! 시체 좀 온전히 써먹게 훼손 좀 적당히 해라! 썩을, 이렇게 칼로 다 누더기를 만들면 사령 마법을 쓸 수 없다고!”
검은 로브를 걸친 음산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이들이 막사의 주변에 가득했다.
심지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시체에 딱 달라붙어서 중얼거리는 정신이 이상한 것 같은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사교도는 전투의 신보다는 이쪽이 더 사교도 같은데…….’
주위 또한 온통 검은 색상의 의복으로 통일된 이들뿐인지라 기분이 상당히 나빴다.
다만, 시련의 설정상 아무래도 나는 이쪽 진영을 지원하는 용병 같은 모양새인지라 불만을 내뱉을 순 없었다.
그저 그러려니 하며 출진 준비를 하라는 말을 따라서 전투를 대비할 뿐.
그러나 다른 막사에서 쏟아지듯 나오게 된 이들은 혐오감을 숨기지 못하고 욕을 뱉었다.
“썩을, 용병 짓에 짬밥이 쌓여도 이런 광경은 영 적응이 안 되네. 하, 이 음침한 새끼들…….”
“웩……. 아니, 사령 마법을 쓰는 건 쓰는 거고, 저렇게 꼭 연인처럼 시체를 대해야 하나?”
“난들 저 새끼들에 대해서 알겠냐. 왜 제국은 저런 놈들을 사교도로 지정하지 않은 건지…….”
아무래도 나처럼 용병으로 이 성전에 참전한 이들인 것처럼 보이는데 꽤 직설적이었다.
용병이라 한다면 분명히 어둠의 신을 섬기는 사제들에게서 보수를 받고 움직이는 것일 터인데.
정작 용병이라는 작자들이 돈을 줄 대상을 욕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지만…….
땡땡땡─!
“사교도다아아─! 전원 전투 준비─!”
어디에선가 울리기 시작한 종소리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련이 시작되었다.
여러 막사가 모인 언덕의 아래에서 붉은 물결처럼 보이는 인파가 몰아치듯 나타난 것이다.
마력 회로의 기감에 잡히는 기척을 보아하니 고만고만한 수준의 적들인 것 같은데…….
‘적어도 몇천 명은 가볍게 넘어서겠네.’
개개인의 실력이 높지 않은 만큼 물량 공세처럼 꽤 적의 숫자가 많았다.
반면에 아군 진영이라 할 수 있는 이쪽은 용병들의 숫자를 다 합쳐 봐야 몇백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았고.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제로 추정되는 이들의 인원부터 그들이 일으킨 시체들까지 다 세어 봤지만 1,000명도 어렵게 채운다.
그걸 용병들도 아는지 그들의 낯빛이 꽤 어두웠다.
“하아, 씨발……. 이러다 여기에 뼈 묻게 생겼네. 거, 더럽게도 많이 와요.”
“불길하게 헛소리하지 말고, 검이나 뽑아라. 물량 공세는 몇 번 겪었잖아.”
“맞아. 어차피 잘나신 사제님들이 알아서 또 시체 일으켜서 이겨 주시겠지.”
다만,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는지 그들은 금방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이어서 나도 전장에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으니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특수 과제, ‘지휘자의 길’이 시작됩니다.」
「용병들 사이에서 뛰어난 두각을 드러내어 지휘자로서 인정받으십시오.」
「특수 과제의 목표를 달성할 시, 돌파 보상에 추가 정산이 들어갑니다.」
오랜만에 보는 특수 과제의 메시지였지만…….
‘두각을 드러내라, 인가…….’
굳이 이런 형태로 목표를 부여하지 않아도 마침 그럴 생각이었다.
전투의 신을 섬기는 교단을 상대로 벌여야 하는 전쟁이라면 오히려 환영이었다.
그리고…….
이런 대규모 난투전은 내게는 전문 분야나 다름없었다.
***
레이넬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상급 용병이었다.
그녀는 크고 작은 상단의 호위는 물론이고 여러 싸움터를 전전하며 실전 경험을 탑처럼 쌓은 실력자였고.
사선을 밥 먹듯 드나들며 그녀는 정식 기사로 인정받은 이들이나 도달할 수 있다는 오러 유저(Aura User)의 경지에 들어섰다.
레이넬은 기사처럼 강인한 검사로 발돋움하길 바랐다.
그것은 영혼의 본질에서 바라는 검(劍)에 대한 열망이었다.
하지만 오러 연공 같은 마력 연마 기술을 배우지 못한 그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좁았다.
전쟁터를 드나들며 사선을 넘는 전투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든지 아니면 이대로 만족한 채 상급 용병으로 살아가든지.
레이넬의 선택은 전자였다.
때마침 눈에 띈 전투의 신을 섬기는 사교도들의 토벌에 참전한 것은 성장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어둠의 신을 섬기는 이들이 인격자들은 아닐지라 해도 실전 경험을 쌓으며 대의를 위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의뢰는 흔하지 않았다.
경지의 상승을 추구하는 레이넬에게는 행운과도 같은 성전이었다.
하지만 행운은 그렇게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무, 무리야. 이길 수 없어.’
벌써 서른 명도 넘게 사교도를 토벌한 레이넬의 입에서 달뜬 숨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뛰어난 검사라 할지라도 결국에는 인간은 인간인 법이다.
마력이란 초월적인 기운이 있다고 한들 그 한계를 부술 수는 없다.
그것은 레이넬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제, 팔에, 힘도 들어가지 않아…….’
사교도들은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으나, 그 숫자는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힘겹게 천 명을 채우는 아군 진영과는 달리 전투의 신을 섬기는 이들은 물결처럼 넘쳐흘렀다.
‘죽는구나……. 이렇게 허무하게……. 지고의 경지에 이르지도 못하고.’
레이넬은 자신에게 쇄도하는 사교도의 칼날을 보며 직감했다.
‘바보처럼. 이럴 줄 알았으면 성전 같은 건 참전하지도 않는 건데.’
이제 자신에게는 더 공격을 피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음을.
‘그렇게 했다면, 분명히,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었을 텐데…….’
레이넬은 죽기 직전 함부로 성전에 참가한 자신을 책망했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사교도의 칼날은 레이넬의 목에 닿지 못했다.
퍼어엉!
오히려 반대로 레이넬의 목을 노린 사교도의 몸이 반으로 폭발하듯 갈라졌다.
그 광경에 레이넬이 의문을 품기도 전에 그녀의 귓가로 감정 없는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지치신 것 같은데 잠시 후퇴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전쟁통 속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이 이런 광기에 휩싸인 종교 간의 전쟁이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레이넬의 귓가로 흘러들어온 남자의 목소리에는 고저라 해야 할 것이 없었다.
마치 해야 하는 일을 한다는 것처럼 기계적이기 짝이 없는 음성에 레이넬이 흠칫하는 순간.
“후퇴할 시간은 벌어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레이넬을 지나쳐 물결처럼 몰려오는 사교도들에게 달려들었다.
‘뭐야, 저건…….’
사교계에서나 쓰일 것 같은 고고한 기품이 흐르는 연미복부터 시작해서…….
불길하게 빛을 일렁이는 보랏빛 장검이나, 피처럼 새빨간 요사스러운 마검까지…….
‘미치광이?’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남자의 복장은 특이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이어서 남자의 손에 들린 쌍검이 춤을 추기 시작하고.
‘이건 또 무슨…….’
레이넬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오러 플레임……!?”
쌍검에 맺힌 화염과도 같이 일렁이는 기운은 소문으로나 듣던 오러의 상위 기술이었다.
오러를 부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불꽃은 피처럼 붉은 뇌전을 휘감은 채 휘둘러졌다.
콰아아앙!
정말 고작 검을 휘두른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강력한 굉음이 나며 사교도들이 휩쓸린다.
그것에 놀란 건 레이넬만이 아니었는지, 적진에서 공포를 품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크, 크으윽! 뭐, 뭐냐! 이놈은! 다, 다들 조심해! 이 자식은 위험하……!”
그러나 그 말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서걱!
요사스럽기 그지없는 붉은 뇌전이 사교도의 목덜미를 뱀처럼 훑고 지나간 탓이다.
촤악! 서걱! 콰직!
뇌공(雷公)의 칼날은 거침없이 연속해서 사교도들의 몸을 베며 끝없이 전진했다.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유려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
레이넬은 후퇴하라는 남자의 말도 잊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것은 이제 예술의 경지에 들어선 검술이었다.
단지 실전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만이 아니라 검법의 묘리 자체도 우수했다.
검법의 구결을 다 말해 주고, 일일이 해석해서 알려 줘도, 재현하는 것은커녕 이해할 수 없을 천재의 영역이었다…….
심지어 더 충격적인 것은 그런 검법을 쓰는 자가 젊다는 것이다.
‘나랑 비슷한 나이 같은데, 저렇게까지 싸울 수 있다니…….’
하지만 레이넬의 내면에서는 질투심도 시기심도 피어나지 않았다.
오로지 압도적인 천재에 대한 경외심만이 싹을 틔워 자라고 있었다.
그때였다.
화르륵─!
어느새 사교도들도 남자의 존재를 인지한 것인지 상공에 커다란 불꽃의 창이 생성되었고.
“위, 위험하……!”
레이넬은 바로 정신을 차린 채 남자에게 경고해 주려고 했지만, 그것은 크게 의미 있지 않았다.
남자의 쌍검에 하늘마저 부술 것 같은 불길한 기운이 덧씌워지며 그것이 화염의 창에 참격의 형태로 쏘아진 순간.
촤아악!
사교도들이 애써서 생성한 화염의 창은 바로 잘리며 그 형체를 감추었다.
그에 레이넬이 경악했고, 사교도들은 공포에 질렸다.
“마법을 베어서 소멸시켰다고……? 말도 안 돼! 이, 이런 건 어디에서 들어 본 적이 없다고!”
“어, 어찌 집단 마법을 이렇게 손쉽게……! 고, 고작 이런 곳에 사도가 온 것인가?”
“씨발! 그, 그래 봤자 적은 하나라고! 저놈만 잡으면 이제 성전의 승리도 머지않았다!”
물론 사교도들도 어지간히 어리석은 것은 아닌지 잠시도 지나지 않아서 강적이 등장했다.
“거, 겁먹지 마라! 전투 사제인 모비르님이 있으시다! 저까짓 용병은 전투 사제께는 한주먹거리도 되지 않는다!”
머리에 사슴 같은 형태의 붉은 뿔이 자라난 악마종의 사제, 모비르가 선두에 나선 것이다.
모비르는 선두에 나서자마자 붉은 기운을 흉폭하게 발산하며 힘차게 웃었다.
“하하핫! 제법이구나! 전투 사제인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하다니! 하지만 네놈은 나를 절대로 이길 수 없……!”
그러나 모비르의 자신감 넘치는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서걱─!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진 남자의 검이 허공을 가른 순간.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모비르의 머리통이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얼굴로 허공을 유영했다.
“어, 어떻게 저런 기술이…….”
레이넬이 경악했다.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남자의 검은, 방금 공간을 끌어당겨서 적을 베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처럼 다시 사교도들에게 쇄도했다.
이어지는 전투는 가히 초월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공간을 끌어당기고,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저게 정말로 나랑 같은 용병이라고……?’
저것은 이제 검법 같은 영역에 머물고 있지 않았다.
“끄아아악! 후, 후퇴하라아……! 저, 절대로 저 미친 괴물을 상대하지 마라!”
“주, 주교님을 불러와야 한다! 이런 괴물은, 절대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다!”
“저, 전투 사제 모비르님이 사망하셨다! 모, 모든 병력은 후퇴, 후퇴하라……!”
레이넬은 여전히 쉬지 않고 활약하는 남자를 보며 생각했다.
세상에 사신(死神)이 존재한다면, 저런 존재일 것이라고.
***
전선에서의 활약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수백이 넘게 흡수한 사령을 통해서 체력 및 마력을 끝없이 채우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스킬 출력을 극대화하여 검을 휘두르기만 해도 전선은 충분히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선혈의 구도자 같은 스킬도 써야 하나 고민했으나, 아군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선혈의 구도자는 흡혈귀처럼 보이니 어쩔 수 없지.’
물론 몇몇 스킬을 쓸 수 없어도 난전은 충분히 내 활약 무대로 작용했다.
뭐, 네크로맨시의 숙련도는 인당 0.00001%씩 오르다 보니 재미는 보지 못했지만…….
‘확률 싸움인 스킬 흡수에서는 꽤 이득을 봤지.’
여러 자잘한 스킬을 흡수하여 꽤 오랜만에 스킬 합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당신의 존재를 뼛속 깊이 깨달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특수 과제 ‘지휘자의 길’을 달성하셨습니다.」
「15층 시련의 보상에 추가 정산이 들어갑니다.」
퇴각하는 사교도들을 보며 언덕에 서 있으니 과제 달성 메시지가 떠올랐다.
심지어…….
「업적 ‘일기당천’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4 상승합니다.」
상당히 많은 적을 물리쳐서 그런지 좋은 업적도 획득했다.
네크로맨시로 흡수한 사령을 다 소모했음에도 능력치는 쥐뿔만큼도 올릴 수 없었는데…….
업적 보상으로 모든 능력치가 4 상승하니 여러모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만, 그 외에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메시지가 있어서 살짝 감정이 오묘해졌다.
「많은 생명을 죽이고 영혼을 수확했습니다.」
「사신으로서의 자질이 서서히 개화하기 시작합니다.」
네크로맨시가 A급에 도달하며 생성된 사신의 자질이라는 것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메시지만 이렇게 뜨고 바뀐 점은 아무것도 알 수 없기야 했지만, 이것도 성장이라면 또 성장이라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온전히 사신의 자질이 개화하면 이게 뭔지 정도야 알 수 있겠지.’
그렇게 내게 주어진 보상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을 즈음이었다.
“저기이…….”
문득 뒤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고.
이내 용병으로 추측되는 고양이상의 미녀를 볼 수 있었다.
“저기……. 그…….”
그녀는 내게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입술을 우물거리다 이내 뜻밖의 말을 꺼냈다.
“거, 검사님. 아까는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감사라니…….
순간적으로 감사받을 행동을 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억이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전장에서 죽을 뻔한 사람을 구해 줬지.’
자세히 보지를 않아서 몰랐는데 이 여자가 그 당시에 구조된 용병인 듯했다.
“아, 그거……. 괜찮습니다. 같은 전우니 구해드릴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반은 진심이고 반은 거짓이다.
누구든지 일단은 구해 줄 수 있는 건 맞는데 전우라서 구해 준 것은 또 아니었다.
이번 시련의 특수성 탓에 용병들에게 호감을 획득하기 위해서 이렇게 말했을 뿐.
“저, 전우라니…….”
다만, 그 말을 들은 그녀에게는 빈말로 들리지 않았는지 꽤 감동한 눈치였다.
그러나 나는 더 그녀에게 더 볼 일이 없는 터라 적당히 다독이고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특수 과제, ‘동경의 대상’이 시작됩니다.」
「가장 우수한 용병에게 동경심을 품게 하여 아군 전력을 끌어올리십시오.」
「가장 우수한 용병에게는 도전자에게만 보이는 화살표로 된 표식이 떠오릅니다.」
「특수 과제의 목표를 달성할 시, 직접 지휘가 아니라도 우수 용병이 지휘를 대신합니다.」
「특수 과제의 목표를 달성할 시, 돌파 보상에 추가 정산이 들어갑니다.」
새로운 특수 과제가 등장하며 나는 그 생각을 전면 수정했다.
「아군 진영에서 가장 우수한 용병은 ‘레이넬 아시르’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슨 이런 우연이…….’
어느새 나랑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여성 용병의 머리 위로 작은 표식이 떠오른 탓이다.
화살표로 된 작은 표식은 두 번째 특수 과제에서 말하는 가장 우수한 용병을 가리키는 것이고.
즉, 내가 구해준 여성 용병은 알고 보니 아군 진영에서 가장 우수한 용병이었다는 뜻이 된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내심 크게 웃음을 지으며 눈을 빛냈다.
‘이거 의외로 이번 시련은 날로 먹을 것 같은데……?’
귀찮아서 할 생각도 없었던 전장의 지휘를 해 줄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