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4
013. 경쟁의 시련 (2)
강철의 영약.
3층 시련의 보상으로 주어진 특수 능력치를 생성하는 물약.
부르는 게 곧 값이 될 정도의 고급품이지만…….
「강철의 영약을 복용하셨습니다.」
「특수 능력치 ‘내구’가 생성됩니다.」
「육신에 강철의 의지가 깃들며 내구 능력치가 올라갈수록 몸의 내구성이 올라갑니다.」
그런 건 이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4층 시련을 돌파할 수 있느냐 없느냐니까.
『한성윤』
『근력 – 34』 『체력 – 29』
『민첩 – 33(+5)』 『마력 – 20』
『내구 – 10』
『고유 특성 – 네크로맨시(E)』
『스킬 – 자세히 보기』
이전보다도 더 확실하게 상승한 능력치와 새롭게 생긴 내구 능력치를 보니 뿌듯하다.
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성취감은 전과 다르게 그렇게 크지 않았다.
‘모든 걸 사용해서라도 이 4층 시련의 경쟁에서 이겨야 해.’
승리 혹은 패배.
시련의 탑 4층의 종착지는 갈림길이나 다름없었다.
패배하면 죽을 것이고, 승리하면 강해져 위로 올라갈 것이다.
그때 망설이지 않고 싸움을 택한 자만이 살아남을 테고.
‘내가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싸움을 피하지는 않을 터였다.
묘하게도 이 시련의 탑을 오르며 나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더 무력하게 살아가지 않고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
그것만으로도 어디까지고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니 더 망설임은 없었다.
적어도 걸려오는 싸움을 피하지는 않으리라고.
그리고 싸워서 이기겠다고, 그렇게 결심했다.
그 간단한 결심만으로도 마음은 금세 차분해졌고 해야 할 일이 더 명확하게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우선시한 게 바로 이 강철의 영약 복용이었다.
“역시 등급이 높으니 효과도 좋네.”
몸의 변화가 즉각적으로 찾아오며 피부의 감촉이 변한다.
부드럽고 연약한 살이 아니라 거칠고 딱딱한 촉감.
강철의 의지가 깃든다더니 정말로 몸이 강철이 되어 가는 기분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몸의 내구성이 꽤 상승했으리라는 것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한순간에 보상이 날아가니 좀 아쉽기는 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곧바로 이어서 쓸 수 있는 것들을 점검하며 수련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포인트는 좀 더 아끼기로 정했다.
몇몇 물약이나 식료품을 제외하면 더 쓰지 않고 모아두는 것.
그게 좀 더 효율적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귀환석도 있고, 나중에는 스킬도 판다고 하니까.’
지금 쓰는 것보다도 모아 뒀다가 나중에 사용하는 게 맞을 것이다.
장비는 지금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고 말이다.
그리고 대충 분위기를 보아하니 4층 시련의 주제가 경쟁인 건 진짜인 모양이었다.
‘만약 그게 그냥 분위기를 망치려는 수작질이었으면 알아 본 사람이 그걸 말했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이렇게 조용한 것이리라.
쓸데없이 질문권을 낭비하지 않고도 이렇게 정보를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삼인일조라…….”
문득 4층의 시련 진행 방식을 떠올리고는 눈매를 좁혔다.
시련의 탑에 들어온 이후, 다른 이들을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탑의 시련에서는 타인과의 접촉은 불가능했으므로.
그래서 더 긴장되었고 또 기대되기도 했다.
‘다른 도전자들도 다 나처럼 성장했을까?’
표본이 없으니 제대로 자신의 성장을 실감하기도 어렵다.
아, 물론 내 성장 속도가 꽤 빠른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시련의 탑의 도전자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가 좀 궁금했다.
이 탑에 들어온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나는 자세히 모른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무지함이었다.
활발했던 이전에도 커뮤니티에 자신이 얻은 걸 함부로 알리고 다니지는 않았으니까.
다만, 확실한 게 있다면 그들도 3개의 시련을 돌파했으니 만만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
경쟁 상대들도 전부 만만치 않은 강적일 게 분명했다.
‘내가 성장했다고는 해도, 과신해서는 안 되겠지.’
담담하게 결의를 다지고는 수련할 준비를 마쳤다.
사실, 딱히 준비라고 할 것도 없기는 했다.
얻은 스킬이나 장비들을 확인하고 그것들을 토대로 수련 방향을 잡는 게 끝이니까.
그리고 특별한 게 있다면 딱 이 정도일 거다.
「대기실의 회복 효과를 해제하시겠습니까?」
「Y/N」
커뮤니티가 조용해지기 직전에 모았던 정보를 사용하는 것.
뭐, 포인트가 조금 소모되기는 해도 확인해 볼 가치는 있으니까.
「대기실의 회복 효과가 해제되었습니다.」
「육체적 피로가 쌓이게 되며, 신체 결손이 회복되지 않습니다.」
회복 효과를 꺼 둔다면 더 스킬의 숙련도 상승이나 습득을 꾀하기 쉬워진다고 했던가?
그 말이 진실이라면 이 상황에서는 꽤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보상을 확인했고, 강철의 영약도 복용했다.
그러니 이제는 그 모든 걸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듯이.
***
스킬을 갈고 닦고 강인함을 갖춘 육체에 적응을 마쳐갈 무렵.
결정을 내릴 때가 되었다는 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4층 시련에 응하시겠습니까?」
그저 담담하게 시련에 응하겠냐고 묻는 홀로그램 메시지.
나는 그걸 바라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젠장, 역시 회복 효과가 없으니 수련도 벅차다.
‘회복 효과가 있고 없고가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이야…….’
검을 휘두르고 바닥을 구르는 행위에서 육체적 피로가 누적됐다.
온몸이 쑤셔오며 뼛속까지 얼얼해지는 감각.
물론 단순히 그것만으로 이렇게 녹초가 된 건 아니었다.
「스킬 ‘고속 재생’이 활성화됩니다.」
칼날로 피부를 몇 번 크게 베며 고속 재생 스킬까지 확인한 상황.
그렇기에 더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몸을 조금씩 조금씩 난도질했으니 이렇게 지치는 것도 당연했다.
조금이지만 자해한다는 게 심신에 부담을 주기도 했고.
하지만 그 성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스킬 – 고속 재생(E+)』
『숙련도 – 27%』
『효과 – 치명상을 제외한 상처를 빠른 속도로 회복시킨다.』
칼날로 조금씩 자해하니 찔끔찔끔 숙련도가 올랐다.
자해로는 내성 스킬의 숙련도는 올릴 수 없기에 고통 내성의 숙련도는 그대로지만.
설사 올릴 수 있다고 해도 고통 내성의 발동 조건이 문제다.
극심한 고통을 느껴야만 발동이 되는지라 숙련도를 상승시킬 수 있어도 고문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고통 내성 같은 스킬들이 자해로는 숙련도를 올릴 수 없는 제약이 있는 건 다행이다.
만약에 그럴 수 있었다면 언젠가는 억지로라도 숙련도를 올려야만 했을 테니까.
그렇지만 고속 재생은 그냥 상처를 입으면 저절로 발동하는 스킬이다.
‘고속 재생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던 건 행운이지.’
본래는 이러한 꼼수를 허락하지 않는 스킬들도 꽤 많기에 더 그랬다.
물론 작은 상처를 회복하는 데도 체력이 꽤 많이 소모돼서 많이는 못 올렸다.
자칫하다가는 체력 부족으로 쓰러질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리고 상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고속 재생이 발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에 그랬다.
물론 위험해질 때 회복 효과를 다시 켜도 되는 일이기는 하다만 문제는 늘 그렇듯 포인트였다.
‘포인트가 많아지면 몰라도 아직은 껐다 켰다를 반복할 순 없지.’
그래도 그 외에도 수확은 꽤 있었다.
대기실 회복 효과가 없으니 수련은 더 효율적으로 변했고…….
잘 지치게 되며 몸에서 쓸데없는 움직임이 빠졌고 스킬들의 성능도 잘 드러났다.
강철의 영약으로 얻게 된 내구 능력치의 효과라던가.
추가 돌파 보상으로 얻게 된 단검술의 절삭력 상승 등이 그러했다.
특히 헌터식 단검술의 절삭력 상승은 몸이 확실하게 그 위력을 절감했다.
처음에 생각보다 더 올라간 절삭력 탓에 손목이 절단될 뻔했으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음, 그 실수들을 다시 떠올리니 오한이 덮쳐오는 것 같다.
그러나.
‘그래도 생각보다 더 괜찮은 수련법이었어.’
시행착오를 겪기에 적응이 이전보다 더 빨라졌으니 말이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이 수련법은 쓰지 않는 게 손해일 정도다.
자신의 한계를 잘 알 수 있으며 무엇보다 실전에 가깝게 훈련할 수 있으니까.
‘스킬 숙련도 상승이나 습득만이 아니더라도 쓸 메리트는 충분한데?’
시련을 대비하려고 한다면 이는 꼭 필요한 기능이리라.
자신의 한계도 모른 채 시련에 돌입했다가는 죽기 딱 좋을 테니 말이다.
“…….”
그렇게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숨을 고른 나는 시련에 응하겠냐는 메시지를 보며 대기실의 회복 효과를 켰다.
그 즉시 포인트가 소모되며 온몸에 활력이 샘솟는다.
다쳤던 상처들도 그렇고 뻐근했던 근육이 풀어지며 피로가 회복된다.
자, 이제 이걸로 시련에 방해가 될 요소는 다 사라졌다.
스킬의 사용도, 보상의 점검도, 육체의 피로를 없애는 것도 끝냈다.
더는 시련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상황.
그러니 이제 4층 시련에 도전해야 할 차례다.
어쩌면 수련도 막 끝났는데 너무 빠르게 도전하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으나 그렇진 않았다.
‘망설이면 더 나아가지를 못할 수도 있으니까.’
시련의 탑을 올라오며 깨달은 것 중 한 가지다.
결심한 때 곧바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대로 뒤처질 뿐.
그걸 이 4층까지 올라오며 몸소 겪었기에 나는 최대한 망설임을 떨쳐냈다.
죽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
「4층 시련에 응하시겠습니까?」
「Y/N」
눈앞에 떠오른 선택지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지는 뻔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평생 못 나아갈 거야.’
결국, 선택지는 한 개밖에 없는 셈.
선택을 마치니 이윽고 시야에 이전에는 못 봤던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도전자들을 매칭 중입니다…….」
「매칭이 성사될 때까지 대기해 주십시오.」
「현재 매칭된 도전자 수 – 18/30」
일전에 매칭 시스템으로 시련을 배정한다고 했던 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만.
‘이제야 그 매칭 시스템이라는 게 뭔지 알 거 같네.’
정해진 인원수를 모아서 그대로 4층 시련에 떨구는 것이다.
‘심플하네.’
시련의 탑은 도전자들에게 늘 직관적인 형태로 시련을 내준다.
그저 도전자들이 성장하기 편한 루트만을 고려해 주는 듯한…….
거기까지 떠올리니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거지?’
고작 4층임에도 나는 웬만한 하급 헌터보다 강해졌다.
특수 능력치나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까지 고려한다면 격차는 더 심하다.
층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난이도가 악랄해지면 악랄해질수록.
탑은 더 많은 보상과 더 수준 높은 환경을 제공해 온다.
“…….”
그저 직감일 뿐이지만, 나는 탑이 공짜로 이렇게 성장시켜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성장을 촉진해 준다면 그에 걸맞은 대가가 있는 법.
‘탑이 내게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뭘까?’
분명 규모가 규모인 만큼 감히 개인이 추측하기는 어려운 바램일 것이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생각을 이어 나가려던 순간.
키이잉!
귓가에 기계장치가 맞물리는 소리가 울리며 상념에서 깨어났다.
「현재 매칭된 도전자 수 – 30/30」
「도전자들의 매칭이 성사되었습니다.」
4층 시련에 돌입할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얼른 이동하라는 듯 대기실에 포탈이 생성됐다.
그에 나는 생각을 멈추고 이내 포탈로 발걸음을 옮겼다.
‘복잡한 생각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여기에 집중하자.’
지금부터는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을 테니까.
「시련의 탑 4층에 입성합니다.」
「난이도 – 어려움」
「해당 시련은 특별 시련으로서 30명의 도전자가 함께하는 통합 시련입니다.」
「해당 시련의 주제는 ‘경쟁’입니다.」
「도전자가 선택한 고행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우우웅!
주위의 풍경이 바뀌며 중세 시대에 나올 법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장식된 그림과 벽돌로 쌓인 거대한 성채의 내부.
그러나 그 광경을 감상할 틈도 없었다.
「팀원 배정을 시작합니다.」
커뮤니티에서 말했듯 팀원이 무작위로 배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팀원과 당신은 긴밀한 관계입니다.」
「그들과 협력하여 함께 다른 경쟁자보다 빠르게 시련을 통과하십시오.」
간단한 설명이 이어지더니 곧 이변이 일었다.
우우웅!
내가 나왔던 포탈이 사라지며 이어서 두 개의 포탈이 나타났다.
그리고.
「4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1일」
「공통 시련 돌파 조건 – 남은 시간 안에 고블린 킹 처치」
「공통 시련 실패 조건 – 도전자 팀의 전멸 혹은 남은 시간의 종료」
「공통 시련 돌파 보상 – 모든 능력치 +4」
「공통 시련 실패 페널티 – 사망」
본격적으로 4층 시련을 시작할 시간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