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43
141. 용사 (1)
「업적 ‘부활’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4 상승합니다.」
「업적 ‘대적자’를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4 상승합니다.」
전투에서 승리하며 모든 능력치가 상당히 많이 올라갔고…….
「파천검(破天劍)이 부수기 힘든 것을 부수어 등급이 A+급(8,700/10,000)으로 성장합니다.」
심지어 한 전투의 신을 죽여서 그런지 파천검도 등급 상승 직전까지 성장했다.
아마도 시련 돌파 보상까지 합한다면 이번 층에서 얻은 것은 이루어 말할 수도 없을 터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혈천마검의 상태는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진(眞) 혈천마검의 소울 에고 스킬이 전부 비활성화됩니다.」
「진(眞) 혈천마검의 내구도가 총 9.4% 하락했습니다.」
혈천마검의 곳곳에 금이 가며 담천우가 신음했다.
[ ……괜찮으십니까? ]그에 내가 담천우에게 직접 말을 꺼내서 물어보니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젠장, 괜찮을 것 같나? 갑자기 일어나자마자 한 신을 상대하다니……. 완전하지 않은 이라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둘 다 개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 ……. ]―……물론 어찌저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것 같긴 하다만, 도저히 졸음을 참을 수 없구나. 나중에 정신이 들면 말하마. 그때까지는 너를 돕지 못할 것이니라.
[ 알겠습니다. ]―그리고, 왜 갑자기 이렇게 신이랑 싸웠는지는, 반드시 본좌가 말해야 할 것이니…… 라…….
이내 담천우의 목소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흐려지더니 아예 들리지 않게 되었다.
좀 더 여러모로 묻고 싶은 게 많았는데 담천우는 이번 전투 탓에 많이 지친 듯했다.
‘……어쩔 수 없나. 나중에 정신이 들면 대화해야겠네.’
그렇지 않아도 오래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하여 대화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담천우의 상태가 좀 더 안 좋아진 것 같아서 내심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었다.
‘여러모로 꽤 아는 게 많은 것 같았는데 물어볼 수 없어서 아쉽네.’
상당히 높은 층수까지 탑을 등반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담천우는 꽤 신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은 듯했다.
그래서 물어볼 것이 많은데 이렇게 잠드니 심경만 더 복잡해졌다.
뭐, 그렇다고 해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니 더 신경 쓰는 대신에 나는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전투의 신.’
바로 지상에 추락한 제르한의 몸뚱이로 접근했다.
전투의 신이 남긴 사령이 있을까 하여 기대감을 품고 내려간 것인데…….
반으로 갈라진 제르한의 몸뚱이에 다가가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 빌어…… 먹을……. 어째…… 서. ]전투의 신은 아직도 을 해제하지 않고 있었다.
‘뭐지? 시련 클리어 메시지가 뜨길래 이 해제된 줄 알았는데?’
그에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놈의 상태를 보고 상황을 이해했다.
‘아, 을 해도 이제 뭘 할 수조차도 없겠네.’
전투의 신은 의미 없이 을 유지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
더 내게 해를 끼칠 능력은 이제 없어졌으니 시련 클리어라 봐도 무방했다.
실제로 성전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시련 돌파 조건이니 놈을 재기 불능으로 만든 시점에서 15층 시련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전투의 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 그런 식으로 신성력을 탑에 쭉 지불해 봤자 할 수 있는 건 없지 않나? ] [ ……흐, 선불로 대가를 치렀다. 내가 해제하고 싶다고 한들 이제 은 취소할 수 없지. ] [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 ] [ ……기필코 네놈을 죽일 것이다. 이번이 끝이라 생각하지 마라. 탑의 개 주제에 감히 신성을 넘본 것을 후회하게 해 주지. ] [ ……. ]정말이지 이쯤 되면 나도 이 집착에 질릴 정도였다.
대체 신성력을 습득한 것이 뭐라고 이렇게 철천지원수처럼 대하는지…….
다만, 이에 대한 의문은 이제는 조금은 해결된 상태였다.
사도화를 통해서 알아낸 것이 있었다.
신의 흔적이 없는 신성력을 습득한 자는 신의 경지를 노릴 기회가 주어진다.
이것도 일종의 사도화를 이루며 본능으로 깨우친 것 중 하나였고 그래서 추측할 수 있었다.
‘아마도 전투의 신은 새로운 신격이 탄생하지 않기를 원하는 걸지도 모르지.’
물론 논리 근거가 좀 부족하기야 했지만, 현재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그러했다.
[ 반드시, 다음에는, 네놈을 죽여 주겠……. ]그러나 사실은 이제 전투의 신이 왜 나를 노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적으로 생각하며 직접 까지 했고, 나는 그를 적으로 상대하여 승리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삼켜라. ]조용히 자연지기를 통해서 신성 을 사용하자 바로 바닥이 검게 물들었다.
「신성 을 사용합니다.」
「어둠이 지정한 대상을 집어삼킵니다.」
[ ─! ]전투의 신은 을 유지하며 더 무어라 소리치려고 했지만…….
그것보다 더 빠르게 바닥을 물들인 어둠이 놈의 머리통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그러자 이내 제르한의 몸뚱이는 축 늘어지며 이내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예비 사도 ‘제르한 네비아’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7.7% 상승했습니다.」
네크로맨시의 표식이었다.
‘……역시나 전투의 신은 사령이 뜨지 않네.’
흡수할 수 있는 사령은 오로지 제르한 네비아의 것뿐이다.
전투의 신이 죽은 것도 아니니 사령이 흡수되지 않는 것은 당연했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이어서 떠오른 메시지에 의해서 사라지게 되었다.
「사용자보다 강한 사령을 흡수하여 권능 추출의 판정이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보는 권능 추출의 메시지였다.
물론 제르한 네비아는 혼자서는 절대로 내게 까다로운 적수는 될 수 없지만…….
「판정 성공.」
뭐, 순전히 전투력을 기반으로 권능 추출 판정이 이루어지는 건 아님을 어렴풋이 눈치채서 그런지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예비 사도 ‘제르한 네비아’의 사령에 권능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사령에서 권능을 추출합니다.」
그러나 기대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전투의 신이 아끼는 예비 사도인 만큼 추출할 수 있는 권능도 꽤 쓸 만할 것이다.
실제로 추출된 권능은 그러한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권능 ‘순보(B+)’가 사용자 한성윤의 영혼에 각인됩니다.」
순보의 권능이 가진 능력은 간단했다.
「권능 ‘순보’가 활성화됩니다.」
「10분 동안 해당 권능에 재사용 대기 시간이 부여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시야 내의 원하는 지점으로 즉시 이동합니다.」
단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동기였다.
사실, 권능 자체의 사용법도 간단한 터라 더 살펴볼 것도 없었지만…….
사도화를 한 상태라 그런지 권능에 대한 통찰력이 높아져 있어서 이 권능의 본질을 깨달았다.
‘……이거 공간을 뛰어넘는 게 아니라 고속 이동이잖아?’
자칫하면 공간을 넘겠답시고 사용해서 혼자 벽에 부딪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넓은 공간에서 사용하면 순간 이동이랑 다를 바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순보의 권능을 통찰하고 나니 어느새 시야의 한구석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어둠의 신이 바보처럼 신성력을 밑바닥까지 소모한 어리석은 신을 비웃습니다.」
「증명의 신이 여전히 생각이란 것이 없다며 전투의 신에게 조소를 보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전에 본 적이 있는 두 신의 메시지였다.
[ ……. ]둘 다 전투의 신을 비웃고 있지만, 의도를 알 수 없어서 썩 마음이 좋진 않았다.
전투의 신은 신성을 품었다는 것만으로 나를 죽이려 들었다.
그럼 이 두 신도 이해관계에 따라서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뜻.
‘신은 조심해야 하는 존재야.’
진짜 목적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멍청하게 신뢰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시련의 탑이 룰을 어긴 전투의 신에게 ‘강림 금지 및 채팅 금지’의 처분을 내립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한다면 탑이 전투의 신에게 처벌을 내렸다는 것이다.
신성력을 지불해야 하는 것 이외에도 룰이 있었는지 강림 및 채팅이 금지되었다.
적어도 당분간 탑에서 전투의 신이 개입할 것을 크게 걱정해야 할 것 같진 않았다.
「사도화 해제까지 남았습니다.」
어느새 남은 시간이 줄어들며 사도화가 해제될 시간이 다가왔다.
「시간 종료.」
「사도화 해제가 진행됩니다.」
「신성 키워드 , , 이 사라집니다.」
“아…….”
전신을 휘감고 있던 어둠이 눈이 녹듯 사라지며 찬란한 신성들이 사라졌다.
솔직히 말해서 아쉽긴 했지만, 본래라면 내게는 주어지지 않았을 힘이다.
‘나중에 좀 더 강해져서 다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다다르면 될 뿐이지.’
아쉬움을 달래고 이내 시련이 클리어되며 생성된 포탈로 이동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주변에서 대군이 몰려오는 것이 감지되며 감각이 기민하게 뻗어 나갔다.
그에 무엇을 할 새도 없이 나는 그 감각에 걸린 기척의 정체를 볼 수 있었다.
“어찌, 어찌 이런 것이! 진정 암신교의 구원자가 나타난 것인가……!”
암신교(暗神敎).
어둠의 신을 믿는 사제를 필두로 한 사령술사의 집단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꽤 엄청난 규모의 군단을 이끌고서.
그제야 나는 암신교가 의미 없이 도망간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도망간 전신교를 추격해서 마무리하고 병력을 보충했나 보네.’
초월적인 싸움에 영향을 끼치려면 좀 더 많은 병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겠지.
상당히 전략적이었지만, 생각보다 전투를 빠르게 끝낸 탓에 쓸모는 없었다.
심지어 이제 포탈까지 나타났으니 더 귀찮게 엮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오오, 암신의 사도시여……! 어찌 저희를 여태까지 저버리고 계셨던 것입니까!”
대뜸 일전에 본 적이 있는 대주교 케이닐이 나타나서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눈물까지 뚝뚝 흘리면서.
‘뭐지……?’
솔직히 말해서 어째서 나를 어둠의 신을 섬기는 사도라 여기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었는지, 이어서 여러 사제며 용병들까지 무릎을 꿇었다.
그 압도적인 광경을 보며 나도 모르게 주춤거렸는데 그것이 기폭제가 되었다.
“어째서 저들이 저희를 압박할 때까지도 암신교를 도와주지 않으신 겁니까!”
대주교 케이닐이 광기에 휩싸인 채 펑펑 울음을 쏟아내며 그렇게 외쳤다.
‘……아니, 사도가 아닌데, 왜 이렇게 오해하는 거야.’
솔직하게 사도가 아니라 말하고 싶었지만, 늘 그렇듯 세상사는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권능 ‘신앙 수확’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당신에 대한 신앙을 주변에서 수확합니다.」
신앙이 수확되는 것을 보자마자 생각할 틈도 없이 입이 열렸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의지를 거스르며 술술 나오는 말들이 당혹스러웠지만.
이내 나는 정신을 붙잡고 혀를 더 매끄럽게 굴려 댔다.
“이것은 암신의 뜻이셨습니다. 당신들을 저버린 것이 아닙니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서 술술 거짓을 말했으나 죄책감은 부각되지 않았다.
이것은 기회다.
새로운 신화를 생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러니 죄책감이 생기는 것보다는 이 상황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어쩔 수 없어. 신앙은 쉽게는 얻을 수 없으니.’
내심 중얼거리는 것과는 별개로 자기 최면을 걸 듯 입은 쉬지 않았다.
“그리고 암신께서는 당신들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 증거가 여기에 있지 않습니까.”
「어둠의 신이 참 마음씨가 고운 아이라며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 합니다.」
개소리였다.
사실, 어둠의 신이 이들을 도울 생각이 있었다면 진작에 도와줬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껏 수확되고 있는 신앙을 거부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모든 것은 암신의 뜻이었을 뿐이고, 저는 충실히 그 뜻을 따랐을 뿐입니다.”
실제로 이 말을 들은 대주교 케이닐이 눈물을 더 강하게 쏟으며 땅에 머리를 박았다.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쿵!
“그, 그런 뜻이……! 죄송합니다, 사도시여! 그런 것도 모르고, 저희는……!”
흡사 광증을 앓는 정신병자를 보는 것 같지만, 이것도 신앙에 쓸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괜찮습니다. 본래 신의 뜻이라는 건 이런 것이니까요.”
「어둠의 신이 당신의 말에 흡족함을 느끼며 미소를 짓습니다.」
「증명의 신이 이제 보아하니 기만술에도 일가견이 있었다며 감탄합니다.」
신들이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든 내게는 상관이 없었다.
내게는 이 15층 스테이지를 떠날 때까지 이득을 보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때였다.
“……사, 사도님! 부디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뜬금없이 대주교 케이닐의 뒤에서 한 여성이 뛰쳐나오며 내게 고개를 조아리며 그렇게 말했다.
“당신은…….”
레이넬 아시르였다.
내가 마치 그녀를 기억한다는 듯이 말하니 레이넬이 조용히 물음을 건네 왔다.
“저, 저를 기억해 주시는 겁니까……?”
“예. 며칠 전에도 같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여, 영광입니다! 그, 그러니까, 제가 사도님을 부른 것은…….”
레이넬의 목소리는 뒤에서 사제들이 보내는 눈초리 탓인지 점점 개미처럼 작아졌다.
“이름을, 듣고, 싶어서…….”
그러나 이어서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나는 웃음을 지었다.
설마 저렇게까지 긴장하며 물어볼 것이 있다는 게 이름이었다니.
살짝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니 말해 주기로 하였다.
“한성윤.”
그런데…….
“그게 제 이름입니다.”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숭배자들에게 진명(眞名)을 알리게 되어 신앙 수확이 가속됩니다.」
「신앙의 수확이 가속되어 신화 생성에 충분한 양이 쌓였습니다.」
「실제 결과 및 신도 신앙에 따른 신화를 산정합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구경하는 신화 생성의 메시지였다.
「신화 가 완성되었습니다.」
「신화 가 신성력에 축적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이 해당 신화를 활성화할 시 의 효과가 붙습니다.」
「선한 행동으로 약자를 구해 줄 시, 모든 능력치가 조금이나마 반드시 성장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해당 신화를 활성화할 시 의 효과가 붙습니다.」
「종교의 추종을 받을 시, 추종자의 수에 따라서 신성력이 강화됩니다.」
구원 그리고 구도라는 어이없는 신화를 보며 나는 내심 씁쓸히 웃었다.
어쩐지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강해지는 기분이다.
‘설마 나, 이런 짓에 적성이라도 있었나……?’
……정말이지 아주 조금이지만, 그런 것 같기도 해서 뒤늦게나마 양심이 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