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52
150. 17층 (2)
「17층 대기실에 입장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의 제약이 해제되며 능력치 상승 및 권능 습득이 올바르게 적용됩니다.」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신체에 새롭게 활력이 솟아남을 느꼈다.
16층 시련 도중에 얻은 업적 보상 및 영구적인 능력치 상승이 적용된 것이다.
능력 제한 같은 게 사라지며 해방감이 몰려왔지만, 그것도 오래 이어지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용신의 후계자」
「등급 : S」
「용신류(龍神流)의 기술을 습득할 시에 달성되는 업적.」
「업적 보상으로 권능 ‘용인화(龍人化)’를 습득한다.」
16층 시련에서 달성한 업적에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신이 반응할 정도의 업적이다 보니, 오랜만에 업적 열람 기능까지 써서 업적의 달성 기준을 살펴봤는데…….
‘대체 이게 뭐지?’
업적 달성 기준에는 용신류라는 알 수 없는 글자만 달랑 쓰여 있었고, 그 이외에는 설명이랄 것도 없었다.
왜 이런 업적이 존재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것도 상당히.
‘……탑은 신과는 어느 정도 적대적이지 않았나?’
어째서 탑이 이런 업적을 생성해 놓았는지 의문이었다.
아니, 애초에 탑의 의도는 여태까지 추측하는 것마저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아예 용신의 후계자라는 알 수 없는 업적까지 달성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증명의 신도 그렇고, 탑은 어쩌면 무작정 신이랑 적대하는 게 아닐지도.’
다만, 고민해서 나아질 것도 없으니 그저 보상에 만족할 뿐이다.
하지만 좋은 것을 알았다.
‘탑이 적대하지 않고, 업적까지 생성해 주는 신도 있다는 것.’
현재 탑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준 전투의 신 같은 작자들만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 사실에 나는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전투의 신 같은 신격이 무턱대고 시련마다 난입하면 나도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상대 신격이 어느 권능을 가졌는지 모르고, 상성이라도 엇갈린다면 목숨은 바람에 꺼지는 촛불처럼 가볍게 날아갈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신이 전투의 신 같지는 않고, 탑에서도 나를 어느 정도 보호해 주니 그렇게 허무하게 죽지는 않는 것일 뿐.
문득 멸망한 세계의 용사가 마지막에 한 말이 생각났다.
─너는 탑이 주시하는 매력적인 후보 중 하나니까.
‘후보.’
어느 지위에 오를 자격이 있다는 것처럼 그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추측하건대 아마도 탑이 주목하는 후보라는 것은 신격에 오르는 것일 수 있었다.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었다.
‘신성력을 습득하고, 신들을 마주치고, 점점 성장하는 방향이 그렇게 바뀌고 있어.’
심지어 사신의 자질까지 개화하며 이제 나는 반쯤 인간을 초탈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탑이 나를 후보로 지정했다면, 그리고, 그 후보라는 것이 탑의 목적에 의해서 존재하는 것이라 한다면 이야기가 좀 재밌어진다.
성장, 보상, 경쟁.
여태까지 지나온 관문들을 떠올리자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탑의 시련은 도전자를 걸러내서 신격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자들을 선별하려는 것이고.
그 과정을 통과하며 경험을 쌓은 이들은 후보로 지정하여 신격으로서 성장하게끔 유도한다.
아예 말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살짝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무언가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이번에도 단숨에 명쾌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결국, 나는 고민하는 것을 제쳐두고 이내 새롭게 획득한 보상을 점검했다.
‘탑의 의도를 추측하는 건, 강해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우선은 이전 시련에서 습득한 사령부터 흡수했다.
「마왕 ‘레이몬드’의 사령을 흡수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3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2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2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6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4 상승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스킬은 흡수되지 않았지만…….
「마왕 ‘레이몬드’의 사령에 있는 신성을 포착했습니다.」
「권능 ‘신성력’이 조건을 만족하여 활성화됩니다.」
「신성 추출을 시도합니다.」
적어도 신성 정도는 추출해낼 수 있었다.
「신성 추출 성공.」
다만, 신성 등급은 이번에도 오르지 않았다.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였다.
바로 감정을 훌훌 털어낸 나는 새롭게 습득한 권능을 살폈다.
“용인화(龍人化).”
직접 입으로 권능의 명칭을 읊으니 바로 반응이 일어났다.
「특수 권능 ‘용인화(龍人化)’가 활성화됩니다.」
「10분 동안, 전체 보유 마력의 양이 두 배 상승합니다.」
「10분 동안, 용족(龍族)의 특징 중 일부를 재현합니다.」
「10분 동안, 마력에 관련된 모든 간섭 및 운용 능력이 상승합니다.」
우드득, 우드득……!
신체 자체가 바뀌며 하복부에 머무르는 마력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용인화라는 게 이 용인화였다니…….”
놀라움은 잠시였다.
이내 침착함을 되찾은 나는 재빠르게 상점에서 손거울을 사서 외견을 살폈다.
“이건 무슨 도마뱀 인간도 아니고…….”
눈동자가 마치 파충류의 그것처럼 쩍 갈라져 있었고, 머리에는 두 개의 작은 뿔도 자라났다.
그것만이 아니라 신체도 바뀌며 온몸의 감각이란 감각은 전부 상상 이상으로 강화되었다.
심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하지만…….
‘좋네.’
모든 것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감각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었다.
마력이나 화룡안을 사용하지 않아도 주변에 있는 모든 걸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마력에 대해서 통제 및 운용 능력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았다.
메시지에서는 마력 간섭 능력도 늘어났다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다.
‘알아볼 대상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고작 유지 시간이 10분뿐이라지만, 확실히 말해서 나쁘진 않은 권능이었다.
심지어 능력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화르륵!
“……어이가 없네.”
용족의 특징 중 일부를 재현한다더니, 이제는 아예 입에서 불까지 뿜을 수 있었다.
물론 마력이 소모되기야 했지만, 어차피 마력통 자체가 두 배나 늘어난 상태였다.
신경 쓰이는 수준도 아니었다.
‘진심으로 불을 뿜어대면 좀 강할 것 같긴 하네.’
이후로도 몇몇 기능을 알아보다 보니 어느새 용인화가 해제되었다.
「권능 ‘용인화(龍人化)’가 비활성화됩니다.」
「8시간 동안 해당 권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부여되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조금 길었다.
‘전투에서는 한 번 정도밖에 쓰지 못하겠네.’
물론 크게 중요하지는 않으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잠시 용인화의 여운을 느끼고 있자니, 갑자기 허리춤에 차고 있는 혈천마검이 웅웅 울어댔다.
―……젠장, 빌어먹을 정도로 머리가 어지럽구나.
담천우였다.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나는 바로 그에게 전음을 보냈고, 담천우는 이내 그에 대답했다.
―……그래,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본좌를 담는 이 검의 그릇이 강인해졌구나. 적어도 이전 전투의 후유증은 남지 않겠어.
―그렇습니까.
―……아니, 잠깐. 그것만이 아니구나. 이제 검이 의식을 감당하지 못하는 불상사도 없을 것이니라. 대체 뭔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상태가 좋아졌다.
―아이템에 절대 파괴 불가 성질을 부여했습니다.
―그건 또 어찌……. 아니, 아니지. 신이랑 대놓고 싸우는 놈에게 물어서 무엇하겠나. 적어도 네가 상상 이상의 미친놈이란 건 알겠다.
담천우의 한숨을 들으며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궁금하신 게 많으십니까?”
―당연한 것을 묻는구나. 이전에 너에 대해서 들은 정보로는, 한낱 10층 대의 도전자라고 들었다. 그것도 아주 작은 군소 차원 출신의.
“…….”
―하지만 군소 차원 출신의 도전자치고는, 상상 이상으로 강하고 신적 존재와도 필요 이상으로 얽혀 있어. 그래서 알게 된 것이 있느니라.
“알게 된 것?”
―탑이 선정한 미친 후보 중 하나겠지. 그러니 신적 존재와도 많이 얽힌 것이고. 봉황을 참새로 생각했었으니, 이것은 본좌가 잘못 생각한 것이니라.
마치 나 같은 존재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 같은 말투였다.
그에 나는 들끓는 궁금증을 참지 않고 재빨리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것보다도 더 빠르게 혈천마검이 웅웅 울어대며 담천우의 말이 이어졌다.
―너 또한 현재 가지는 의문이 많을 것이다. 후보는 또 무엇이고, 탑의 목적은 무엇이며, 신들은 어째서 너를 견제하는지. 하지만 본좌는 너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
“……어째서입니까? 생전에는 40층을 넘어선 도전자이지 않았습니까? 그럼 제 질문에도 답해주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설령 본좌가 도전에 실패하여 죽었다고 한들, 영혼까지 소멸하는 걸 원하진 않는다.
“탑의 제재 때문입니까?”
―그렇다. 아는 것이 많아도 너에게 알려줄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지. 자격이 없는 자에게는 들려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습니까…….”
허탈했다.
설마 했는데 관리자만이 아니라 혈천마검에 깃든 담천우도 정보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니.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실망감을 느끼는 와중에 담천우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전음을 보내왔다.
―허나, 한 가지 알려 주자면, 탑의 목적이나 후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크게 의심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대체 뭘 믿고 탑을 신뢰하라는 겁니까?”
―탑을 믿으라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이나 후보라는 것을 의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이나 나중이나 탑이 네게 바라는 것은 하나뿐일 테니.
“그게 무슨…….”
―강해지는 것을 반복하여, 언젠가는 적수가 없게 되는 것. 그게 탑이 너에게, 그리고, 도전자에게 바라는 모든 것이다.
“…….”
할 말이 없었다.
사실상, 시작은 탑의 선별이었지만, 이후에는 오롯이 내 의사로 탑을 등반했다.
탑은 오르면 오를수록 도전자에게 보상을 내주었고, 나는 그것에 심취한 상태였다.
굳이 담천우의 말을 신뢰하려 할 것 없이 그의 말이 틀리진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너도 알고 있을 터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너 자신의 노력도 있지만, 탑이 준 기회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탑이 제게 해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는.”
―……납득이 빠르군. 아, 하기야 10층 수준에서 후보로 지정될 수준이라면, 이해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기는 하지.
“그러니 지금은 묻지 않겠습니다. 의문은 강해진 후에 해소해도 충분할 테니.”
―……허어. 동향(同鄕)의 아해가 아니란 것이 아쉽구나. 너는 무림 차원 출신이었다면 필시 당대의 천하제일인이 되었을 것이다.
담천우는 마치 마음에 들었다는 것처럼 부르르 혈천마검의 칼날을 떨어 댔다.
―마음이 동했다.
그리고.
―차원의 출신이 무엇이 중요하고, 맺어진 인연의 형태가 무엇이 중요하겠느냐.
이어서 담천우는 흥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마음이 맞으면 된다는 것이지.
“……그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리입니까?”
―너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겠다는 것이다.
“정보도 제약된 상태에서 대체 뭘 가르치겠다는…….”
―탑에 관련된 정보들은 철저히 제한되지. 하지만 여러 차원에 대한 정보나, 본좌가 탑에 오기 이전에 배운 것들은 네게 알려주어도 괜찮다.
그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다른 차원에 대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기연이나 다름없었다.
질문권을 소비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타차원의 정보는 내게는 구할 수 없는 계륵 같은 존재인 탓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담천우가 다른 차원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다면 계륵 같은 정보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묻겠다.
하지만 담천우의 제안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본좌는 탑에 들어오기 이전에는, 혈마신교라는 단체의 수장이었다.
그는 탐스럽다는 듯 목소리로 웅웅 칼날을 떨어대며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본좌는 그곳의 신공절학을 익혔고, 그것에 대해서 너에게 알려줄 생각이 들었다.
탑의 제약은 오로지 탑에 관련된 것이기에, 탑에 들어오기 이전에 익혀 둔 그의 기술은 알려주는 것에 제약이 없었다.
―요컨대, 너를 본좌의 제자로 삼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40층까지 오른 도전자가 익혀 둔 기술은 절대로 쓸모없지 않을 것이다.
그 사실을 나는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혈마신공(血魔神功)을 배워 보지 않겠느냐?
어느새 떠오른 혈천마검에서는 요사스러운 붉은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