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55
153. 광검제 (1)
―한성윤. 너는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담천우의 말을 듣고 나니 온몸이 경직되는 듯 느껴졌다.
그는 전투의 신에게 맞서는 나를 본 적이 있었고, 일반적인 도전자보다도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죽는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담천우는 나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죽는다고 확신을 담아서 말했다.
그것이 어이가 없어서 몸이 굳었다.
어쩌면 죽음에 비유하여 그만큼 이번 시련이 고되다고 말하려 한 것일 수 있었다.
하지만.
―들은 그대로의 의미다. 한성윤. 이 시련의 배경이 천무고라 한다면 너는 죽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내가 죽는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심지어 죽을 정도로 시련이 힘들다는 것도 아니다.
진짜로 죽는다는 것이다.
“……이 천무고에 신이라도 현신하게 되는 겁니까?”
신이 강림하는 것도 아니고 현신한다면 이해한다.
강림까지 한 전투의 신을 상대로 나는 간신히 승리했으니.
그때 전투의 신이 강림한 것이 아니라 현신한 것이었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아니. 그런 건 아니다. 천무고를 세운 주인은 신선, 아니, 신격이 되었지만, 그놈은 이곳에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담천우는 현신은커녕 강림도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그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투로 물음을 건넸다.
“그럼 대체 왜 제가 죽는다는 겁니까?”
―강림한 전투의 신을 몰아냈다고, 어이없을 정도로 자만하는군. 너는 신과의 계약을 통해서 사도화를 이루는 자가 아니잖느냐.
“…….”
―그때는 온전히 네가 승리를 거머쥔 것이 아니다. 그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것이지. 그걸 자기 자신의 승리라 부를 수 있겠느냐.
“하지만 사도화를 하지 않아도 저는 강합니다.”
―알고 있다. 도전자가 아니라 무인으로서 봐도 너는 강자다. 뒤늦게 깨우친 것 같다지만, 재능 또한 충분하고. 하지만 너는 진짜 천재를 모른다.
“……?”
―세상에는 가끔 불합리할 정도의 재능을 타고나는 자들이 있지. 마치 신의 눈조차 멀게 할 것 같은 강렬한 재능. 그러한 천재는 격이 다르다.
“좀 더 알기 쉽게 말해 주면 안 되는 겁니까?”
―……참을성 없기는. 100년 전, 본좌가 아직은 본교의 혈마가 아니었을 시절에, 천마신교라는 곳에 한 천재가 있었다.
“천재라…….”
―천마(天魔). 아예 일반적인 사람과는 격이 다르다고 할 정도의 존재였지. 아직도 그 괴물 같은 재능이 기억나는군.
담천우는 과거를 더듬듯 감상에 젖은 어투로 말을 이었다.
―그것은……. 그래, 폭력. 그저 폭력적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재능이었지. 그 천재는 천마신교에서 제 아비를 죽이고 교주의 자리를 찬탈했다.
나는 복도에 선 채로 담천우의 말을 경청했다.
―그것도 고작 20살의 나이에 말이다.
“…….”
―무림의 호사가들은 그 녀석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고금제일인. 역대 어느 천하제일인보다도 강해질 것이라고. 본좌는 그 천재에게 가려져서 당대의 천하제일인이 되지 못했다.
“그건 궁금하지 않으니, 본론이나 말해 주십시오.”
―……그 천재는 20살이 된 날, 어느 비고에 진입했다. 정사마(正邪魔)를 가리지 않고 맺은 출입 금지의 약조를 깨고.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설마 그 천재가 진입한 어느 비고란 것이 천무고입니까?”
―정답이다. 20살의 천마는 이 천무고에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죽을 거라 확신했다.
어이가 없었다.
“……고작 20살이, 그것도 탑이 없던 시절인데, 강해 봤자 얼마나 강하다는 겁니까?”
―이럴 때는, 네놈이 군소 차원 출신이라는 것이 실감되는군. 너는 그저 모를 뿐이다. 진정한 천재를. 모든 것을 불태우는 재능을.
“……모르긴 몰라도 그게 얼마나 강하든 저는 살아남을 자신이 있습니다.”
―살아남는 것이야 가능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럼 17층 시련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이냐.
“그건…….”
―아니겠지. 탑이 그리 형편 좋은 시련을 줄 리 없지. 아마도 너는 천마랑 싸우게 될 것이다. 그래서 탑도 어느 정도 특혜를 줬겠지.
담천우는 싸늘함을 담아서 말했다.
―무인들을 죽이며 네가 강해졌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게 탑이 준 특혜겠지. 될 수 있는 한, 이 비고 안에 있는 자들을 죽이는 것이 좋을 터다.
그는 본능에 새겨진 공포를 꺼내듯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괴물은 상대하는 것도 힘들 테니.
진심으로 담천우는 이 비고 안에 있을 괴물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해야 할 것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재빠르게 복도를 걸어가며 담천우에게 받은 조언을 복기했다.
―절대로 좌절하지 마라. 살아만 있다면 기회는 생긴다. 그러니 그때까지 탑의 특혜를 최대한 이용하여 힘을 비축해 두는 것이 좋다.
그는 내게 정신적으로 꺾이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천재를 본다면 대부분 마음에 화마(火魔)가 생긴다고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그럴 만도 했다.
‘여태까지 재능의 부족함은 수없이 통감했어.’
물론 그것이 ‘진짜 재능’은 아니고, ‘가짜 재능’이라 불러야 할 스킬 적성 같은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스텟 적성이나 스킬 적성에 대해서 뼈저리게 부족함을 느끼며 노력했다.
시스템에 관련된 적성이 축복받은 것처럼 훌륭한 이들도 많이 보았고, 자기 자신을 갈가리 찢고 싶을 정도로 절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절망할 생각이 없었다.
탑은 오르면 오를수록 나는 강해질 터이니, 이제 더 재능 같은 걸 탓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 마음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이번 시련을 대비하는 것 정도만 생각하자.’
어차피 최후의 수단 정도는 나도 적잖게 가지고 있었다.
담천우의 말은 무시할 것은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말에 휘둘릴 필요성은 없었다.
‘휘말리지 말고 원래 하던 것처럼 하면 되겠지.’
어느새 복도를 지나니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천무고(天武庫) 암천로(暗天路)에 진입했습니다.」
서로 미친 듯 싸울 것을 종용한 고독로에서 암천로라는 알 수 없는 동굴로 이어진 것이다.
「암천로(暗天路)의 영역 전용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동시에 나는 갑자기 마력 회로가 먹통이 되는 것을 느꼈다.
「일시적으로 해당 영역에서는 마력 회로 운용이 불가능해집니다.」
「일시적으로 해당 영역에서는 기감 운용이 불가능해집니다.」
「일시적으로 해당 영역에서는 시야에 어둠이 가득 차오릅니다.」
금제(禁制)였다.
‘……고독로에서도 기감 운용이 안 되더니만, 암천로는 더 페널티가 심각하네.’
하지만 크게 걱정할 것은 없었다.
「탐험가의 수제 장갑(B+) 전용 효과 ‘생태 적응’이 활성화됩니다.」
「마력 회로가 봉인되지 않습니다.」
「기감을 사용할 수 없는 동안 민첩이 +4 상승합니다.」
이전 시련에 들어서기 이전에 구매해 둔 아이템이 제 몫을 톡톡히 해 줬기 때문이다.
바로 마력 회로를 봉인하는 형태 없는 기운이 사라지고, 몸이 좀 더 가벼워졌다.
‘확실히 아이템이 좋기는 좋네.’
설마 B+급 아이템인 주제에 이렇게까지 효용성이 뛰어날 줄은 나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모든 제약 자체를 없애 주는 것은 아니라지만, 성능 자체는 썩 훌륭했다.
강제 돌파나 항마력이 발동하지 않는 건 상당히 아쉽지만…….
‘강제 돌파는 속박에 사용된 마력보다도 내 마력이 높아야 하니, 어쩔 수 없지.’
항마력 또한 다를 것 없었다.
마력 저항 자체도 강제 돌파처럼 마력 수준이 압도적으로 높으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신격처럼 강대한 존재가 창설한 공간이라 했으니 강제 돌파나 항마력이 발동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오히려 아이템 같은 걸로 제약을 지울 수 있는 게 신기한 거지.’
몇만이 넘는 포인트를 투자하여 이 아이템을 산 것이 아깝지 않았다.
그에 만족하고 있자니, 새롭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어둠을 꿰뚫고 길을 찾아내십시오.」
「선착순 4명만이 암천로에서 나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경쟁자가 제거될 시, 시야를 메우는 어둠이 조금씩 소멸합니다.」
선착순.
시스템 메시지는 이 공간에서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음을 암시했다.
그렇다는 것은 아마도 이 공간에서 나가지 못한다면 즉시 시련 실패 판정이 뜰 수 있을 터이다.
나는 시야를 완전히 막아 둔 것처럼 흐르는 어둠을 직시했다.
이전 관문에서 이것도 한 번 겪어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해결책 또한 그때 깨달았다.
「스킬 ‘화룡안’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닭 대신에 꿩이라 하듯이…….
기감을 사용할 수 없다면 스킬로 시야를 되찾으면 될 뿐이다.
사실, 기감보다도 화룡안이라는 스킬이 시야 확보 기능에서는 좀 더 우수했다.
단지, 기감은 좀 더 마력이라는 형체 없는 기운을 감지하기 쉬울 뿐.
‘뭐, 선호도 같은 면에서 기감을 자주 쓰는 것도 있고.’
하지만 무엇을 쓰든지 시야 확보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바로 스킬이 활성화되자 보이지 않는 사각까지도 감지되며 순식간에 감지 범위가 넓혀진다.
10m, 20m, 30m…….
점점 영역을 확장하듯 넓어지는 감지 범위는 동굴을 전부 샅샅이 탐색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상당히 넓은 동굴이고, 인원수는……, 20명쯤 되겠네.’
넓은 동굴을 전부 훑어보니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장소에 진입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바닥에 새겨진 빛나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빛나는 선을 이어 둔 것처럼 보이는 길은 누군가를 인도하겠다는 듯 느껴졌다.
「스킬 ‘육감’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저것을 따라가면 이 장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스킬까지 활성화됐으니, 아마도 틀림없겠지.’
심지어 명칭까지 암천로라며 대놓고 길 찾기 같은 느낌이니 확실할 것이다.
본래는 시야도 기감도 심지어는 마력 회로까지 봉인된 채로 헤매야 하는 구간이겠지만…….
그것은 내게 통용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스킬이 있는 한, 나를 멈추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스킬이 참 좋긴 하네.’
무림 차원 도전자들은 스킬이 빌려온 것에 불과하느니 어쩌느니 떠들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무공보다도 더 우월하다는 건 확실히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에 재빠르게 빛나는 길을 따라서 걸음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업적 ‘길잡이’를 달성했습니다.」
「스킬 ‘미니맵(D+)’이 생성됩니다.」
갑자기 업적이 달성되며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특수 과제, ‘죽음의 길잡이’가 시작됩니다.」
「당신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어디로 가야 할지를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다음 관문에서 적으로 마주치기 전에 길을 헤매는 자들에게 죽음을 선사하십시오.」
「특수 과제의 목표를 달성할 시,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4 상승합니다.」
살생을 요구하는 특수 과제를 보며 나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몇 명 정도는 죽여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됐네.’
아무래도 경쟁자들은 전부 제거해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