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57
155. 광검제 (3)
「천무고(天武庫) 광천로(光天路)에 진입했습니다.」
히든 던전, 아니, 숨겨진 관문에 들어서니 주변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건 상당히 놀랍군. 과연, 신선이 숨겨 둔 장소란 것인가.
담천우는 혈천마검의 칼날을 울려대며 감탄했다.
그럴 만도 했다.
찬란한 빛무리가 주변을 포근하게 감싸고, 바닥은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곳곳에서는 분홍빛을 머금은 꽃잎이 휘날린다.
무릉도원(武陵桃源).
이 광천로라는 히든 스테이지에 관한 감상은 일종의 이상향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다만, 히든 스테이지인 광천로는 훌륭한 외견을 제외하더라도 신비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도 이전에 한 번 겪은 부류의 신비함이었다.
11층 시련에서 증명의 신이 초대한 장소도 광천로처럼 이질적인 신비함을 품고 있었다.
신성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단적으로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는 이 기운은 확실히 신들에게서 느껴지는 그것과도 같았다.
“……신역(神域)?”
실제로 담천우 또한 비슷하게 느꼈는지 동의하듯 말했다.
―정답이다. 아마도 천무고를 만든 작자가 신성을 담아서 몰래 이런 곳을 만들어 둔 것 같군. 설마하니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무림에서는 광천로에 대해서 소문 같은 건 안 떠돌았습니까?”
―애초에 진입 조건도 극악이고, 설령 이곳에 진입했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아니, 살아남았어도 이곳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는 말하지 않았겠지.
“그것도 그렇네요.”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해 줄 수 있다.
“……?”
―본래의 무림사(武林史)에서 이 자리에 도달한 자들은 예외 없이 죽었을 것이다.
“영역에 부여된 제약도 없는데 왜 전부 죽었을 거라 단정하는 겁니까?”
―간단하다. 이 시련 자체가 무림인은 통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담천우는 그리 말하더니 이내 웅웅 칼날을 떨어대며 혈천마검으로 어느 지점을 가리켰다.
그리고.
―보아라. 저것이 정녕 무림인이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인 것 같으냐.
이내 그가 가리키는 지점을 본 나는 눈을 찌푸렸다.
구름다리.
그것 이외에 이 구조물을 대신할 마땅한 말은 찾지 못했다.
마치 7층 시련의 마지막 관문에서 본 것 같은 형태인데…….
그것보다는 좀 더 어려운지 구름으로 이루어진 다리는 거칠게 출렁거리며 조금씩 그 형태를 잃고 있었다.
시간제한처럼 다리를 쓸 수 있는 시간을 정해 둔 것일까?
대충이나마 의도를 짐작하고 나니 이 구조물의 제작자가 얼마나 악질적인지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구름으로 이루어진 다리는 고작 몇 초 만에 절반 가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광천로에 오자마자 바로 다리에 뛰어들었어도 구름다리를 이용하기란 어려웠을 것이 명백했다.
하지만 개의치는 않았다.
어차피 강철의 날개도 쓸 수 있고, 바람 정령의 부츠도 착용하고 있었다.
공중을 이동할 수단은 많으니 내게는 크게 의미가 있는 관문은 아니다.
“확실히 보통 관문은 아니네요.”
난이도가 상당하다는 건 알 수 있었지만, 어째서 담천우가 난리를 치는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에 대해서 솔직하게 물어보니 담천우는 어이가 없다는 투로 대답했다.
―……아무리 무예를 연마한들 인간이 공중을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으냐? 도전자는 몰라도 무림인으로서는 공중을 날아다니기 힘들다.
“그건 그렇지만, 아예 날아다닐 방법이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있기야 있지만, 공중 기동에 관련된 무예는 익히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공중으로 움직인다면 무엇이 필요할 것 같으냐.
대답을 마련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철의 날개 그리고 바람 정령의 부츠를 사용하며 어느 정도 공중 기동에 대해서 갈피를 잡아 뒀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바람을 조작하여 몸을 띄우든지, 그것도 아니면 이능을 사용해서 허공에 발판을 생성하는 게 일반적이겠죠.”
―어디서 본 건 많아서는……. 그래, 네놈의 말대로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기예라는 것은 대개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하지만 그래서 문제다.
담천우는 아쉽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바람을 정밀하게 조작하는 것이든, 공중에 발판을 만드는 것이든. 신체를 극한까지 연마하는 무림인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니지.
그러더니 이내 그는 한탄하는 듯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네놈에게는 그다지 상관없는 것 같지만.
거기까지 듣고 나서야 어째서 광천로가 알려지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출입 조건도 극악인데 통과 조건까지 악랄하니 아예 존재 자체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거네.’
시련에 대해서 미리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다는 건 아쉽지만…….
어차피 담천우의 설명처럼 무림인에게 쥐약 같은 관문이라면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권능 ‘강철의 날개’가 활성화됩니다.」
무림인에게는 없는 공중 기동 능력이, 내게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촤아악!
바로 강철로 된 쌍익을 펼친 나는 구름다리가 남긴 잔상을 따라서 몸을 날렸다.
「스킬 ‘순간 가속’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바람의 은총’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속도가 70%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7/7」
쐐애액─!
여러 스킬까지 사용하니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바람 정령의 부츠(A+) 전용 효과 ‘바람의 길’이 활성화됩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바람 정령의 부츠까지 활성화하니 가속도 또한 증가했다.
어느새 불어난 속력에 주위 경치가 찌그러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
심지어 17층 시련 한정으로 추가된 능력치들이 있는지라 한계를 넘어선 속력이나 다름없었다.
‘신선이 숨겨 둔 관문이라 하더니만, 도전자에게는 위협적이진 않은 것 같네.’
이쯤 되니 광천로라는 관문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키이잉……!
귓가를 가득 메우는 바람 소리 사이로 섞이는 이질적인 잡음에 본능이 경종을 울렸고.
그에 나는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부족했다는 것일까?
촤아악!
뒤늦게 쏘아진 빛줄기가 허벅지를 관통했고, 그에 나는 재빨리 비행 속도를 늦췄다.
「스킬 ‘잿빛 선혈’이 활성화됩니다.」
상처는 바로 아물었지만, 목덜미를 훑는 섬뜩함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17층 시련 한정이라지만, 능력치 상승 버프를 여럿 중첩한 상태인데 이렇게 다리를 바로 관통당하다니…….
솔직히 농담으로도 이게 머리를 스쳤다면 무사했을 거라곤 말할 수 없었다.
‘설마 내구 수치 무시 같은 효과라도 달린 건가?’
갑작스럽게 쏘아진 빛줄기가 대체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고찰은 오래 이어질 수 없었다.
지이잉─!
다시금 들려온 이질적인 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고, 이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로 돌겠네…….”
흡사 레이저 포인터로 적을 지정하는 것처럼 붉은 점선이 몸을 훑는 순간.
상공에서 언제라도 내리꽂힐 듯 번뜩이는 빛을 보며 깨달았다.
광천로라는 관문은 절대로 가볍게 여길 수 없는 관문이라는 사실을.
―하하핫! 드디어 제대로 된 고생을 하는구나! 꼴 좋……. 크흠. 아니, 좋은 경험이 되겠구나!
담천우의 깐족대는 입을 다물게 해 주고 싶었으나, 그럴 여력은 없었다.
키이잉─!
“…….”
쏟아지는 수십여 개의 빛무리를 바라보며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빌어먹을.’
어쩐지 광천로라는 관문을 우습게 본 것이 후회됐다.
***
최대한 빠르게 관문을 돌파할 심산으로 마력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압도적인 내구 수치마저도 아무렇지도 않게 뚫리는 빛줄기는 확실히 위험했기 때문이다.
죽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도 숨겨 둔 한 수로 작용할 능력들이 소모될 수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느꼈다.
‘팔찌에 내재된 사전 방어의 전용 효과도 그렇고, 최후의 저항 같은 게 발동하면 곤란해져.’
이름 없는 신의 팔찌나 최후의 저항이나 예비 목숨과도 같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 능력들은 전부 ‘치명상’을 입을 시 발동한다.
이는 곧 광선에 급소를 피격당할 시 예비 목숨이 날아간다는 것.
그러니 마력을 어느 정도 소비할지라도 빠르게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옳았다.
「권능 ‘급속 마력 충전’이 활성화됩니다.」
사실, 마력 정도야 얼마든지 채울 수 있으니 더 그러했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광천로라는 관문은 험악했다.
「스킬 ‘반격의 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콰아앙─!
붉게 물든 방패가 광선을 막아 내는 동시에 굉음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 이어서 빛들이 상공에서 내리꽂힌다.
꽈과광─!
2격, 3격, 4격…….
이어지는 공세를 방패로 막는 것도 잠시였다.
「스킬 ‘반격의 방패’가 부서지며 누적된 피해량의 반사가 불가능해졌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달갑지 않은 문구였다.
이제 방패도 재사용 대기 시간에 돌입했으니, 직접 몸을 움직여서 광선을 피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쉽지는 않은 일이 되었다.
「신성 영역 효과 ‘필중(必中)’에 의하여 모든 신성 공격이 명중할 때까지 따라붙습니다.」
레이저 포인터처럼 쏘아진 붉은 점선에 낙인이 찍히니 빛줄기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점점 따라붙는 빛줄기가 많아지는 걸 보며 나는 어이가 없어져 웃고 말았다.
‘이건 뭐 무조건 죽이겠다는 거 아닌가?’
이렇게 어이가 없어서 웃는 사이에도 벌써 서너 개 가까이 빛줄기가 늘어났다.
즉, 이대로 놔두면 언젠가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가 늘어나리라는 뜻.
그전에 관문을 통과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끝이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단시간 내에 이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무림인이 이 관문에 도전했다면 예외 없이 전부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림인이 아니라 도전자였다.
쓸 수 있는 패는 아직 여럿 있었다.
‘어쩔 수 없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어찌 되든 간에 필중이라는 것은 어딘가에 맞히기만 한다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 반격의 방패는 아니어도 그에 비견되는 과녁을 들이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권능 ‘혈천심공’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선혈의 구도자’가 활성화됩니다.」
담천우에게서 사사한 혈마신공으로 마력을 막대한 혈액으로 치환하고…….
이어서 선혈의 구도자로 그것을 빼내며 혈천마검에 깃든 각인 스킬을 발동했다.
「진(眞) 혈천마검의 를 활성화합니다.」
흡혈 백작에게서 얻은 스킬이 활성화되며 어느새 방패처럼 구색을 갖춘 선혈이 빠르게 굳었다.
물론 선혈 강화까지 섞었음에도 강도는 반격의 방패에 비교하기조차도 힘든 수준이었다.
그러나 선혈의 구도자로 형성한 방패는 강도는 약할지언정 재사용 대기 시간은 없었다.
그러니까…….
‘마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혈액도 줄어들지 않을 테니, 얼마든지 방패를 내세울 수 있지.’
이건 일종의 치트키에 가까운 무한 방어 태세였다.
물론 이것마저도 완벽하지는 않아서 정신을 집중해야 했지만…….
적어도 당장은 저 빛줄기에 관통당해서 아까운 패들을 버리지 않아도 되었다.
―호오. 벌써 혈마신공을 그렇게 사용할 줄이야. 그럭저럭 소질은 있었나.
담천우의 웃음기 담긴 칭찬을 흘려들으며 나는 가속도를 붙이며 전용 효과들을 더 발동했다.
「연철의 펜던트(B) 전용 효과 ‘강철의 가호’가 활성화됩니다.」
「모든 물리적인 피해의 10%를 흡수하는 성질이 피부에 깃듭니다.」
「흡혈 백작의 낡은 연미복(A-) 전용 효과로 혈액을 소모하여 보호막을 생성합니다.」
실로 오랜만에 쓰는 전용 효과들이었다.
사실상 연미복의 전용 효과라 할 수 있는 보호막은 이제 끝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력이 허락하는 한에서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관문을 통과하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너도 알고 있을 테지.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건 그저 몸을 보호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빛줄기는 점점 많아졌고, 강렬해졌으며, 이전보다 빠르게 쫓아왔다.
대체 어디까지 가야 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지 모르는 상황.
결국, 나는 담천우의 말을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리고.
“……보조 스킬 전부 사용하십시오. 정면 승부를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가 잘 아는 것이었다.
―핫! 진심으로 하는 소리더냐? 대적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정면 승부라니?
“대적자가 왜 없다는 겁니까?”
있잖은가.
저 상공에서 우박을 쏟아내듯 빛줄기를 내리꽂는 것들이.
저게 대적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인가?
그 생각을 읽었는지 담천우는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설마 본좌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느냐? 이 관문 자체를 부수겠다고?
“알면서 뭘 물어보는 겁니까?”
―신선이 만든 영역이다. 쉽사리 파훼할 수 있을 리 없다.
“그거야 직접 해 봐야 알 수 있겠죠.”
부술 수 있을지 없을지 정도는 나도 진작에 생각해 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승산이 낮지는 않았다.
―해 봐야 알 수 있다, 라……. 크하핫!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지! 그럭저럭 괜찮은 말도 할 줄 아는구나!
담천우는 흥겹다는 듯 그리 말하더니, 이내 조용히 해야 할 것을 했다.
「진(眞) 혈천마검의 소울 에고 스킬 가 활성화됩니다.」
「체내 마력의 수준이 상승합니다.」
「진(眞) 혈천마검의 소울 에고 스킬 이 활성화됩니다.」
「사고를 가속합니다.」
「진(眞) 혈천마검의 소울 에고 스킬 이 활성화됩니다.」
「마력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가상의 마력 기관이 생성됩니다.」
회로를 타고 흐르는 마력이 폭발하듯 맥동하고, 그것을 보조하듯 새롭게 형성된 마력 기관이 마력을 제어한다.
이전에 한 번 겪은 전적이 있는 담천우의 보조 스킬들이었다.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세상이 느려지는 동시에 인지 세계가 다시금 확장되었다.
「스킬 ‘전투 집중’이 활성화됩니다.」
「사용자의 집중력이 일곱 배 상승합니다.」
전투를 치를 준비가 끝나자마자 나는 의식을 상공으로 집중했다.
여전히 상공은 빛줄기를 쏟아낼 기세로 번뜩이고 있었고, 그에 나는 천천히 의념을 끌어올렸다.
「스킬 ‘성광星光’이 활성화됩니다.」
두 손에 들린 검들에 즉시 터져 나갈 것만 같은 별빛이 부여된 순간.
신성력을 끌어올려서 칼날에 응집된 성광의 기운을 휘감아서 발동을 제어했다.
반격의 방패를 쓰지 않고도 쓸 수 있는 광검(光劍)이라고 해야 하나?
이전 시련에서 성검에 부여된 성광에서 영감을 얻어서 따라 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이것도 16층에서 쓴 성광처럼 길게 유지할 순 없었다.
성광 자체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기운을 발산하려는 성질을 머금고 있었다.
‘그러니 오래 유지하는 건 어렵지.’
오히려 이 기운을 가둬 둔 반동으로 더 강력한 힘이 사출될 것이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점을 노린 게 바로 광검이라는 기술이니까.
‘솔직히 말해서 이걸로도 엄청난 위력이겠지만, 조금은 부족할지도 모르겠네.’
「스킬 ‘파천破天’이 활성화됩니다.」
「부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가 사라집니다.」
무엇이든지 부술 수 있는 능력이 쌍검을 휘감은 성광에 깃들었고.
그에 나는 바로 비행경로를 바꿔서 상공으로 재빠르게 날아올랐다.
후우웅!
상공에서는 마치 수십여 개의 빛줄기가 기다렸다는 듯 내쏘아졌지만…….
굳이 그 빛줄기를 피하고 막아야 할 이유는 이제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이제는 끝을 볼 때지.’
이어서 두 손에 들린 쌍검이 아래에서 위로 그어 올려지는 순간에는.
성광을 가두고 있었던 신성의 껍질이 부서지며 이내 그 기운이 풀려났다.
콰아앙─!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성광이 하늘로 질주하고, 그 여파로 소리가 사라진 듯 진동만이 귓가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진동이 사라지고 소리가 온전히 돌아온 후.
쨍그랑─!
유리창이 부서지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광검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눈에 들어왔다.
“…….”
어느새 하늘은 반으로 갈라져서 검은 틈새를 벌리고 있었다.
마치 공간 그 자체가 절단되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
처음에는 공간이 갈라진 것처럼 틈새가 드러난 게 모종의 착시 현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업적 ‘차원 절단’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4 상승합니다.」
실제로 차원 자체를 절단했다는 걸 알려주듯 차원 절단이라는 업적이 달성됐다.
즉, 겉으로만 하늘이 갈라진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진짜로 차원이 갈라졌다는 뜻.
하지만 차원이 절단된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모든 능력치가 +4 상승한 것으로 엄청난 업적이었음을 추측할 뿐.
‘성공했나?’
갈라진 하늘에서 이제 빛줄기는 보이지 않았다.
광선의 세례를 쏟아낼 여력이 사라진 것이라 추측했다.
애초에 그걸 노리고 하늘에 무작정 광검을 쏘아 버린 것이기도 했고.
쿠르르릉……!
갈라진 차원의 틈새 사이로 구름이 빨려 들어가며 메시지가 이어서 떠올랐다.
「파천검(破天劍)이 부수기 힘든 것을 부수어 등급이 A+급(10,000/10,000)으로 성장합니다.」
「등급 수치가 성장 가능 지점에 도달하여 해당 아이템이 A+급에서 S-급으로 성장합니다.」
이 관문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많지 않았지만, 아예 없지는 않았다.
「특수 조건 만족.」
「천무고(天武庫)의 광천로(光天路)를 부쉈습니다.」
「광검제가 도전자 한성윤의 존재를 인지했습니다.」
17층 시련 또한 신격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
그리고.
「광검제가 도전자 한성윤에게 흥미로움을 품습니다.」
어쩌다 보니 또 내게 관심을 가지는 신격이 늘어났다는 것.
「광검제가 도전자 한성윤에게 후계 시험을 치를 자격을 부여합니다.」
그것만큼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