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67
165. 거목 미궁 (4)
현재 세계는 반쯤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대격변 이후로 정립된 헌터 사회는 이제 시민들에게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을 강타한 이계의 도전자에 이어서 영국에도 이계의 도전자가 나타났지만, 여전히 헌터 협회는 묵묵부답으로…….] [어째서 헌터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시련의 탑 그리고 도전자에 대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낱낱이 분석한다!] [탑의 모든 것은 어려움 난이도 도전자들을 위주로 돌아간다? 쉬움 난이도와 보통 난이도의 도전자는 크게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세상은 이제 헌터를 바라지 않는다.
이제 헌터는 탑이라는 미지의 존재에게서 시민들을 지켜 주지 못하니까.
탑이 선별한 도전자를 우대하기 시작했고 그중에서도 어려움 난이도 도전자들만이 고위 계층으로서 군림할 수 있었다.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A급 헌터보다도 10층을 이제 막 넘은 도전자가 우월한 무력을 가지게 됐으니…….
탑에게 선택받지 못했거나 실수로 난이도를 낮게 고른 이들은 전부 소외되기 시작했다.
계층 간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다.
“지랄 맞은 세상이야.”
샤카 데비에게는 이 세상을 그다지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후우우─!
그녀는 리무진의 뒷좌석에 앉은 채 담배 연기를 창문도 열지 않고 뿜었다.
“헌터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이제는 도전자의 시대라니……. 뭣 같은 일이 일어났어…….”
샤카는 탑에 대해서 아주 조금도 좋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그녀는 본래 인도에서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헌터라 칭송받았으니까.
하지만…….
샤카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치고는 탑에서 부족하지 않은 지위를 가진 이였다.
위대한 주술사.
현재 탑의 랭킹에서 실질적인 이인자로 분류된 도전자가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에 있는 헌터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춘 그녀는 본래 그 가치가 매우 뛰어났다.
주술(呪術).
샤카는 [주술의 총애]라는 고유 특성을 가진 덕택에 주술을 부릴 수 있었다.
마법처럼 범용성이 엄청나게 뛰어나지도 않고 주술은 사냥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지만…….
주술의 진가는 헌터로서보다는 정계 및 재계에 있는 고위 인사들에게 보호 주술을 걸어 주는 것에서 드러났다.
시스템상에서 주술은 모든 기술에 대해서 상위 판정을 가진 기술이었다.
최상급 보호 주술이 걸린 존재들은 스킬은 물론이고 마법이나 아이템에도 피해를 받지 않았다.
물론 보호 주술에도 어느 정도 한계는 존재했지만…….
주술 실력을 기른 샤카의 보호 주술을 뚫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예전에는 돈도 권력도 참 손에 쥐기 좋았는데…….’
하지만 탑이 등장하며 그녀의 주술은 가치를 잃었다.
‘빌어먹을 권능이 나타나지만 않았더라도 충분히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관리자에게서 구매할 수 있는 권능은 주술보다도 강력했다.
고작 D급 정도밖에 되지 않는 권능이 그녀의 상급 주술을 처참하게 부술 정도이니…….
그녀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구태여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지경이었다.
물론 목숨을 건 덕분에 탑에서도 이인자에 가까운 자리를 얻었다지만 이제 샤카는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 목숨을 거는 건 지긋지긋해.’
주술로는 더는 탑을 오르지 못한다.
애초에 주술이라는 것은 시련에 적합한 능력이 아니었다.
준비에 또 준비를 거쳐야 진가를 발휘하는 형태이다 보니 주술은 전투에 부적합했고.
그 탓에 그녀는 15층 대기실에 다다르기 직전에 진짜로 죽음을 맞이할 뻔했다.
그에 샤카는 주술로는 탑을 오르지 못함을 확신했다.
그리고…….
「모든 정식 등반 차원에 거목 미궁이 출현합니다.」
그때 기적처럼 샤카에게 구원을 가져다 줄 동아줄이 나타났다.
‘거목 미궁.’
탑이 개최한 이벤트.
‘미궁의 심층부까지 도달하면 주술의 약점도 극복할 수 있을 거야.’
거목 미궁에서 획득할 수 있는 보상을 이용한다면 자신은 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오로지 그 일념으로 샤카는 현재 먼 이국까지 온 상태였다.
‘도전자 한성윤을 포섭해야 해.’
도전자 한성윤.
일본에 출현한 이계의 도전자를 무찌름으로써 이름을 알리고…….
어려움 난이도 도전자 중 공식적인 최강자로 자리매김을 한 자.
흔히 사냥꾼이라는 닉네임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샤카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동료 후보였다.
그를 본 이들이 말하는 바에 의하면 한성윤은 압도적인 힘을 기반으로 탑을 오르는 자라고 했으니…….
거목 미궁 내에서도 충분히 그녀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샤카가 탄 리무진이 목적지로 삼은 곳도 한성윤이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진 장소였다.
탑이 등장하기 이전에 플레이어 지원 정책이라며 헌터 산업이 크게 발달한 곳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왜 그 같은 실력자가 이런 곳에서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아예 탑 외부는 이제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은 느낌…….’
샤카는 어쩌면 한성윤이 의외로 금욕적인 자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는 이때까지 명성을 드높이지도 않고 제대로 된 주거지까지 마련하지 않을 리는 없으니까.
그건 상당히 큰 문제였다.
‘외부의 가치로는 어쩌면 그를 동료로 영입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어.’
샤카가 줄 수 있는 영입 조건 중 몇몇은 금욕적인 사람에겐 통용되지 않으므로.
“동료가 되지 않는 경우, 라…….”
그녀는 피식 웃고는 어느새 끝까지 타오른 담배를 손으로 거세게 짓이기며 중얼거렸다.
꾸우욱.
“그때는 어쩔 수 없겠지.”
커튼에 의해서 빛이 조금도 들지 않는 리무진 내부에서.
“남에게 주기는 아까운 인재니, 아예 없애는 쪽이 깔끔하지.”
샤카의 눈이 살기를 담은 채 차갑게 빛을 발했다.
***
본래 나는 이 거주지에 많은 사람이 몰리진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거목 미궁이 생기자마자 바로 온 것도 아니고 새롭게 생성된 신성 및 권능을 확인한 후에야 돌아왔으니…….
실력 있는 자들은 대부분 거목 미궁으로 먼저 갔을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거목 미궁 심층부에 제일 빨리 도달하는 팀이 보상을 차지하는 체계이니 더 그러했다.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거목 미궁에 재빠르게 진입해서 조금이라도 빠르게 심층부에 도달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뭐든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일이 부풀려지네…….’
이제는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안녕하십니까, 한성윤 도전자님! 저는 이든 클랜 소속 도전자 관리팀 부팀장인 이성현입니다! 부디 귀하와 좋은 관계를 만들 기회를 주……!”
“이제 퇴물인 이든 클랜은 빠지시지? 헌터 길드 KR 랭킹도 7위 아래로 내려간 주제에 무슨 좋은 관계야!”
“하! 그래서 그쪽의 이지스 길드는 헌터 길드 한국 랭킹 7위 위로는 가본 적은 있고? 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
인산인해(人山人海).
“아, 좀! 제발 비켜! 한성윤 도전자님! 잠시만! 아주 잠시만 말씀을 나눠 주십시오!”
“랭킹 17위 도전자인 이신우 씨의 매니저입니다! 한성윤 씨! 부디 같이할 영광을 주십시오!”
“이 상도덕도 없는 새끼들이! 저리 안 가!? 밀지 말고 줄을 서라고! 줄을! 개자식들아!”
현재 상황을 축약하여 말하자면 이것으로 충분했다.
‘뭐지…….’
진심으로 나는 현재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
본래 이제 막 건물에서 나왔을 적에는 사람이 몇 명 정도만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정보가 알려졌는지 점점 숫자가 늘어나더니 이제는 거리를 꽉 채울 정도로 불어난 상태였다.
“…….”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질 좋은 도전자들이 직접 오면 그것을 골라 먹을 생각이었는데…….
직접 온 사람도 적을진대 심지어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이름들이 대거로 나타났다.
‘짜증 나네.’
가뜩이나 눈에 차는 사람도 없는데 시끄럽게 말다툼을 벌이고 있으니…….
귀찮은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짜증까지 올라와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귀찮게도 달라붙는 놈들이군. 어째서 기운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냐. 이까짓 놈들은 기운 방출로 간단히 내쫓을 수 있을 터이거늘.
담천우 또한 짜증이 났는지 그렇게 말했지만…….
‘그거 불법인데 귀찮게 왜 그런 짓을 합니까.’
굳이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이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순응하지 않았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기운 방출도 안 된다면 살기라도 흩뿌리면 되잖느냐.
‘각성자가 남에게 능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불법입니다만…….’
―살기 몇 번 날리는 게 불법이라고……? 네놈 세상은 대체 얼마나 상냥한 것이지……?
‘애초에 무림이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겁니까?’
―…….
충격에 빠진 담천우에게 그렇게 말해 주었으나 나도 현재 상황을 어쩔지는 정하지 못했다.
‘어쩌지.’
도전자들이 이 자리로 집결하고 있으니 좀 더 기다려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외에도 차라리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그그그……!
「권능 ‘불꽃의 속삭임’이 도전자 한성윤에게 귓속말을 요청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갑자기 귀에서 이명이 일더니 메시지가 나타났다.
‘귓속말?’
그에 흥미가 일어서 귓속말을 수락하니 귓가로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에요.
어딘지 모르게 들어본 것 같은 청아한 목소리.
-당신, 일본에서 본 이후로 여태까지 연락이 아예 없는 건 너무하지 않았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고.
‘역시 이래서 인맥이 중요하긴 중요하네.’
이내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귓가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저예요. 캐서린 베넷. 팀원을 구하기 난감한 상황인 것 같은데……. 마침 저희도 팀에 한 자리가 남았거든요.
아무래도…….
-어때요? 같은 팀에서 그때처럼 활동하는 건?
거목 미궁에 같이 갈 팀원은 손쉽게 구해진 것 같았다.
***
「권능 ‘불꽃의 속삭임’이 지속 시간이 종료되어 비활성화됩니다.」
귓속말은 안타깝게도 서로 의지를 전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저쪽에서 전달하는 음성을 듣는 것이 고작이고 응답 같은 건 불가능했지만…….
“팀 맺을 생각 없으니 전부 비키세요.”
캐서린 베넷의 제안을 수락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일단은 이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서 팀을 맺을 생각이 없음을 공언하면 답장이 될 테니까.
“예? 티, 팀을 맺으실 생각이 없다니요? 설마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통틀어 말씀하신 겁니까!?”
“거목 미궁 이벤트에는 참가하실 생각이 없으시다는 겁니까!? 그, 그럼 저희 김철진 도전자님께서 보내시는 선물이라도 받아 주…….”
“이 자식이 어디서 수작질이야!? 선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한성윤 씨! 미리 팀을 맺어 두신 겁니까? 부디 생각을 재고해 주십시오!”
물론 상황은 바로 정리되지 않았지만, 이제 팀이 생긴 이상에는 상대할 가치도 없었다.
「스킬 ‘어둠 늑대의 걸음’이 활성화됩니다.」
“어, 없어졌어……? 하, 한성윤 씨! 어디에 계신 겁니까!”
“이건 또 무슨……! 내, 내 감지 스킬이 아예 안 통한다고?”
“젠장할! 뭔 놈의 스킬이길래 감지 특성도 안 먹히는 건데!”
바로 기척을 지우니 전부 나를 알아보지 못하기 시작했고.
‘역시 스킬은 언젠가는 잘 써먹게 되는구나.’
그에 나는 이전에 스킬을 만들어 두길 잘했음을 느끼며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귓속말이 끊기기 직전에 서로 만날 장소를 합의해 두었으니 그 자리로 가는 것이다.
‘캐서린 베넷이 다른 팀원도 구해 뒀다고 했으니 나는 거기에 승차만 하면 되는 거지.’
굳이 팀원을 일일이 구하지 않아도 됐으니 기분은 홀가분했다.
뭐, 애초에 굳이 수준 높은 팀원을 엄선해서 고르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동가홍상(同價紅裳)이라고, 어차피 누구를 골라도 상관이 없다면, 되도록 좋은 팀원을 구하는 것이 옳았다.
그걸 대신해 준 게 캐서린 베넷인 만큼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했다.
그에 웃음을 지으며 골목길을 지나서 지정 장소로 가는 순간이었다.
“도전자 한성윤.”
갑자기 음영이 드리운 장소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건지 알려주시겠어요?”
보랏빛 로브를 착용했음에도 얼굴을 가리지 않은 이국적인 외모의 여성이었다.
적어도 캐서린 베넷이 보내온 동료처럼은 보이지 않는 행색이었고…….
그에 나는 허리춤에 있는 혈천마검에 손을 올렸다.
―흠? 남만의 주술사 같은 도전자라……? 적어도 불청객인 것은 확실해 보이는군.
담천우도 나처럼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는지 경계에 가까운 태도였다.
그걸 본 로브를 쓴 여성은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아, 놀라게 했다면 미안해요. 당신 같은 인재는 이렇게 만나는 게 정석이라서요.”
“누굽니까?”
“샤카 데비에요. 탑에서는 ‘위대한 주술사’라는 이명(異名)으로 알려졌죠.”
“…….”
예전에 12층 즈음에서 랭킹을 본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 12층 랭킹에서 2위에 머무른 사람인가?’
여태까지 본 지구 차원의 도전자 중에서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일 터이다.
한껏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나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무슨 용건입니까?”
“흠? 자질구레한 대화에는 가치를 느끼지 못하나 보네요?”
“예. 그러니 무슨 일로 왔는지나 말해 주시죠.”
“……뭐, 격식 차리지 말라면, 어쩔 수는 없죠.”
샤카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용건은 간단해요. 도전자 한성윤. 당신이 제 동료가 됐으면 했어요.”
“이유는?”
“강자와 강자가 힘을 합치는 것에 이유랄 것이 필요한가요?”
“그럼 그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진심인가요? 당신이 원하는 건 최대한 들어드릴 수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그 말을 들은 샤카가 눈을 찌푸렸다.
“이유는?”
“귀찮게 팀을 또 새로 짜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다는 건, 이미 팀이 있다는, 뭐, 그런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팀을 새로 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농담이죠? 서로 힘을 합치면 루나틱 난이도라는 미궁까지도 깰 수 있을 텐데요? 어째서 굳이 거부하는 거죠?”
“…….”
“그리고 저 같은 경쟁자를 둔다면 상당히 귀찮아질 텐데요? 차라리 같이 힘을 합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샤카의 말에 나는 귀찮은 눈빛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대꾸했다.
“어차피 당신이 제 적이 되어도 죽일 자신이 있거든요.”
“…….”
“대답은 충분히 됐습니까?”
“그럼요. 지구 차원 랭킹 1위 도전자가 정신병 걸린 남자라는 건 잘 알았어요.”
샤카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이제는 불쾌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화르르.
이내 그녀의 검지에서 흘러나온 불꽃이 담배를 태우기 시작하자 담천우가 속삭였다.
―불청객이 드디어 움직일 생각인 것 같구나.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눈치채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본능이 아니라도 이쯤 되면 모를 수가 없었다.
‘담배 연기는 무슨 스킬 발동의 초석이라도 되었나?’
골목길은 어느새 담배 연기로 가득해졌고 공간은 점점 현실감을 잃고 있었다.
「주술 영역 이 현실 공간 일부를 침식했습니다.」
이것은 상대방이 고른 전장이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이 안에서는 샤카에게 따로 스킬 사용 및 기술 사용 보정이 들어갈 것이다.
이미 몇 번 겪은 것이기에 그렇게 유추하는 것이 가능했다.
스으으─!
실제로 샤카의 몸에서는 기이한 보랏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그리고…….
“동료가 되지 않는다면 당신을 이 자리에서 죽이게 될 뿐이에요.”
샤카가 눈빛을 싸늘하게 발하며 그렇게 말한 순간.
“죽인다고?”
나는 그녀의 선전포고에 비웃음으로 대응했다.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렇게 해 보시든지.”
그렇지 않아도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는데…….
‘뭐, 새로 얻은 능력의 시험 무대로는 알맞겠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성 권능 ‘신격화’가 활성화됩니다.」
신이 가진 힘이 어디까지 통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