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68
166. 거목 미궁 (5)
주술이란 전투에는 적합하지 않은 능력이다.
태산을 부수지도 못하고, 바다를 가르지도 못한다.
서로 비슷한 부류에 속한다는 마법마저도 주술보다 학문(學問) 자체가 발달했고.
그 탓에 변변찮은 공격기도 없는 주술에 비해서 마법은 훌륭한 공격기까지 갖췄다.
하지만 주술은 아무것도 없었다.
인도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샤카 데비는 각성하자마자 고유 특성으로 [주술의 총애]를 얻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녀가 가진 재능을 알아주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알 턱이 없는 것이다.
애초에 주술이라는 건 존재마저도 잊혀진 학문이었으니까.
그러나 샤카 데비는 주술 하나로 정상급 헌터마저도 괄시하지 못하는 힘을 갖추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녀는 천재였기 때문이다.
[주술의 총애]라는 선천적인 재능이 있었기에 그녀는 재빨리 주술의 이점을 알아차렸다.‘주술은 매개물을 통해서 그 무엇보다도 강대한 힘을 발휘하는 능력이지.’
매개체가 존재하지 않으면 주술 수준도 형편없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반대로 말해서 주술의 매개로 사용할 아이템이 준비됐다면 그 무엇보다도 강한 힘이 된다.
그게 바로 주술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 전투에서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천둥 신의 구름을 담은 연초」
「등급 : A+」
「사용 횟수 : [11/11]」
「천둥 신이 만든 구름 중 일부를 담은 담배.」
「총 11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력을 담을 매개물로 매우 적합하다.」
「연초를 피울 시, 전체 마력 중 절반이 소모되며, 다른 연초를 지정하여 모든 마력이 축적된다.」
「마력이 축적된 연초를 피울 시, 1.8배 상승한 출력으로 마력을 방출한다.」
이것은 샤카 데비가 15층 시련의 보상으로 획득한 아이템이었다.
총 11개로 구성된 연초는 10개의 연초를 마력을 소모하여 불태운 후…….
나머지 1개의 연초에 마력을 축적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성능의 아이템이었다.
매개물을 통해서 힘을 부풀리는 주술에는 더없이 훌륭한 무기였고…….
‘조금 아깝긴 해도 이쯤 되는 아이템을 쓴다면 한성윤도 확실히 죽일 수 있겠지.’
그렇기에 샤카 데비가 승리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확신하게 해 주었다.
「주술 영역 이 현실 공간 일부를 침식했습니다.」
주술 영역은 주술의 대가인 샤카에게는 필살기(必殺技)나 다름없었다.
A+급 아이템을 사용해야 할 만큼 말도 안 되는 마력을 소모하는 대신에 그 누구도 살려서 보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주술 영역 에서는 샤카 데비의 주술 출력이 400% 상승합니다.」
「주술 영역 에서는 샤카 데비의 방어 능력이 400% 상승합니다.」
「주술 영역 에서는 샤카 데비의 감지 능력이 400% 상승합니다.」
이 에서는 샤카 데비의 모든 능력이 엄청나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방은 이 사실조차도 모를 것이다.
이 주술 영역은 그렇게 설정되었으므로.
‘눈치채기 전에 빠르게 처리하자.’
샤카 데비는 몸에 차오르는 전능감을 간신히 참아 내며 손목에 찬 팔찌를 끊었다.
툭.
「조건 만족.」
「재액의 팔찌(B+) 전용 효과 ‘저주의 말뚝’이 활성화됩니다.」
팔찌를 끊음으로써 아이템에 깃든 전용 효과를 활성화시키고…….
「권능 ‘술식 강화’가 활성화됩니다.」
「재액의 팔찌(B+) 전용 효과 ‘저주의 말뚝’이 ‘악마의 말뚝’으로 강화됩니다.」
이것을 주술 술식으로 강화한 후에는…….
「권능 ‘추적의 주술’이 활성화됩니다.」
「추적 대상인 도전자 한성윤에게 모든 주술이 적중할 때까지 따라붙습니다.」
아예 추적 기능까지 넣어서 회피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의 버프로 주술 출력 400% 상승 보정을 받은 일격은…….
쿠구구……!
어느새 허공에서 검은 말뚝 형태로 존재감을 짙게 드러내며 이내 재빨리 쏘아졌다.
하지만…….
서걱─!
“어?”
검은 말뚝은 한성윤에게 닿기 직전에 검에 잘린 것처럼 반듯하게 갈라져서 소멸했다.
샤카가 만전을 기했던 일격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이게 대체 무슨……!?”
그에 샤카는 경악했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후우웅!
갑자기 한성윤을 중심으로 금빛 돌풍이 일어나며 배광(背光)이 이글거리듯 존재를 발한다.
[ 고작 심검조차도 못 막는다고……? ]그리고…….
[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나를 죽이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네. ]그 찰나에 샤카는 경외와 절망을 동시에 느꼈다.
“말도 안 돼…….”
그저 등에서 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한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저런 게 진짜로 인간이라고……?”
영격(靈格).
혼이 가진 격 자체가 다르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지고, 자연재해를 마주친 것처럼 절망감이 몰아친다.
‘저래서야…….’
당랑거철 같은 수준은 진작에 넘어섰다.
‘마치 신 같잖아……!’
이 상황은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 것을 넘어서 폭풍을 막겠다는 것에 가까웠다.
‘아, 안 돼. 저건 못 이길 거야. 도, 도망쳐야 하…….’
그제야 그녀는 두려움을 직시하고 도망치려 했지만…….
[ 피차 서로 빨리 끝내고 싶은 건 마찬가지인 거 같으니……. ]그때는 너무도 늦어 버린 시점이었다.
[ 이제는 끝을 보자고. ]「신성 권능 을 사용합니다.」
촤아악─!
그것을 끝으로 샤카 데비의 시야가 검붉게 암전됐다.
***
「도전자 ‘샤카 데비’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7% 상승합니다.」
샤카 데비와의 전투는 생각 외로 맥없이 끝났다.
「시간 종료.」
「신성 권능 ‘신격화’가 비활성화됩니다.」
위대한 주술사라는 닉네임까지 쓰길래 엄청난 실력자인 줄 알았지만…….
샤카가 전력을 기울인 것 같은 일격은 상상 이상으로 허접했고 또 유약했다.
‘고작 내 심검에 으스러졌으니 얼마나 약한지는 확실히 알겠네.’
이쯤 되니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역시 지구 차원 도전자 중에서는 내가 제일 강한 건가…….”
이건 자만 같은 게 아니었다.
조금은 씁쓸한 진실일 뿐이지.
지구에서 그 누구보다도 강해졌다는 사실은 기쁨보다는 착잡함을 가져다 주었다.
잠시 김승훈이나 오춘석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렇진 않겠지.’
김승훈은 강했다.
애초에 한국의 최정상급 헌터로서 활동한 전적이 있었고…….
뇌력(雷力)을 토대로 일격일살을 추구하는 패도적인 전투술을 구사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기억 속에 있는 김승훈이 어디까지 강해졌는지 모르겠으나 신성이라도 얻은 게 아니면 내게는 미치지 못한다.
오춘석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데이비드 테일러와 같은 수준을 이룩했을지도 모르는 잠재력을 가진 도전자였지만…….
데이비드 테일러라고 해도 마법사 중에서 뛰어날지는 몰라도 나한테는 그저 그런 도전자이다.
설령 매우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더라도 신성이 없는 한, 정해진 경계선을 넘지는 못한다.
물론 신에게 신성을 받았거나 탑에게 후보로 지정됐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탑에게 후보로 지정되는 건 어렵고, 지구에는 신격도 없으니까.’
물론 엄밀히 따지면 나도 이제 신격에 다가서는 도중이라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완전한 신격도 아니고 더불어 신성을 신도에게 줄 수도 없었다.
“지구 차원은 그다지 전력이 높지는 않겠네.”
물론 신성이 없는 싸움에서는 지구 차원도 만만찮은 힘을 자랑할 것이다.
스킬 및 특성 같은 시스템에게서 기인한 기적을 원래부터 잘 다루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레스 같은 차원은 물론이고 무림 같은 폐쇄적인 차원까지 신성을 다루고 있었다.
신성을 얻지 못하는 한, 언젠가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
살짝 지구 차원의 미래가 걱정됐지만, 이내 나는 고개를 저어서 상념을 털어 냈다.
누구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탓이다.
‘당장 내가 신에게 살해당하게 생겼는데 무슨 걱정을 하는 건지…….’
어차피 탑을 오르는 것은 선택지일 뿐이다.
굳이 신성이라는 것에 얽매여 올라가지 못하게 되어도 활로는 존재한다.
‘다른 차원에 있는 신에게 선택받든지 그것도 아니면 후보가 되든지 알아서 하겠지.’
어차피 올라갈 자들은 알아서 길을 개척할 터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보유한 사령을 전부 사용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14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0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1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9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7 상승했습니다.」
우선 내가 가진 사령을 전부 흡수했다.
천마 천유설 그리고 도전자 샤카 데비의 사령이 합쳐지니 몸에 엄청나게 능력치가 올라왔다.
‘스킬은 아무것도 뜨지 않았나…….’
사령에서 스킬을 추출해내지는 못했으나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샤카 데비가 가진 스킬은 대부분 나와는 관련이 없는 종류일 것이고…….
천마 천유설이 가진 스킬 또한 엄청나게 탐이 나는 건 없었으니 당연했다.
그때 시야의 한구석에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주술 영역 이 사용자의 죽음으로 인해서 곧 폐쇄됩니다.」
……일단은 이 폐쇄되기 전에 샤카 데비의 아이템을 수거해야 할 것 같았다.
‘마도 영역처럼 주술 영역도 사라지면 내부에 있는 것들이 소멸할 수 있어.’
혹시 모를 소멸을 대비하여 나는 화룡안으로 샤카 데비가 가진 아이템을 선별했다.
그리고…….
‘이것들은 제법 흥미롭네.’
이내 나는 샤카 데비에게서 쓸 만한 아이템을 거둘 수 있었다.
「주술 전개 보조 팔찌」
「등급 : A+」
「주술 출력 +57%」
「주술 전개 속도 +67%」
「지구 차원 최강의 주술사 샤카 데비가 제작한 주술 전개 보조 팔찌.」
「특수 권능으로 제작되어 훌륭한 내구도를 갖췄으며 주술사에게는 천금보다도 값진 출력 상승 버프를 지녔다.」
「절망을 먹는 구슬」
「등급 : A+」
「어느 마족이 마력 감응 능력이 출중한 광물에 원령(怨靈)을 주입하여 제작한 구슬.」
「부정(不淨)을 접할 시, 전용 효과 ‘악기흡수(惡氣吸收)’가 활성화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흡수하여 삿된 능력을 강화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흡수한 부정적인 기운만큼 내구도가 상승한다.」
주술 전개 보조 팔찌 그리고 절망을 먹는 구슬.
이 두 아이템은 샤카 데비가 가진 아이템 중에서 제일 높은 등급을 가지고 있었다.
‘주술 전개 보조 팔찌는 샤카 데비가 직접 만들었다는 게 좀 어이가 없기는 한데…….’
뭐, 직접 아이템을 만드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나는 직접 아이템을 만드는 데 재능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적성이 있는 이들은 아이템을 제작해서 직접 사용한다고 들었으니까.
주술이라는 특수한 능력을 사용하니 아마도 아이템도 전용으로 제작한 것일 수 있었다.
그러나 주술 전용 아이템이라는 것은 곧 내게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는 뜻이고.
“어쩔 수 없네.”
그건 곧 이 아이템들은 내구도만 출중한 잡동사니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그러니…….
서걱!
「파천검(破天劍)이 부수기 힘든 것을 부수어 등급이 S-급(3,817/25,000)으로 성장합니다.」
쓸모없는 아이템은 파천검의 성장 제물로 삼는 것이 옳았다.
「공양의 인장(SS-) 전용 효과 ‘공양(供養)’이 활성화됩니다.」
「당신이 지닌 [재능], [능력], [보물]을 신에게 공양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자잘한 아이템은 전부 신성력으로 치환할 생각이었다.
「신에게 [보물]을 공양할 것을 선택했습니다.」
「신에게 공양할 [보물]을 원하는 대로 지정하십시오.」
강철 섭식으로는 기별도 가지 않을 아이템이니 차라리 신성력을 늘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서 11개의 아이템을 공양받았습니다.」
「해당하는 아이템들을 신성력으로 치환하여 심장에 축적합니다.」
그리고…….
「권능 ‘신성력(B+)’의 등급이 ‘신성력(A-)’의 등급으로 성장합니다.」
마침내 신성력의 등급이 성장하며 심장에 쌓인 신성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권능 ‘신성력(A-)’이 이제 권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신성력이 B+급으로 성장했을 적에는 신념 및 믿음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는데…….
‘이제는 권능까지 신성력으로 강화할 수 있는 건가?’
새로이 등급을 올리게 되니 아예 권능까지 신성력으로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권능 ‘명경지수’가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그에 직접 권능을 신성으로 강화하여 사용해 보니 바로 결과가 나타났다.
“…….”
정신이 강제로 고요해지며 집중력이 엄청나게 치솟는 게 느껴졌다.
정신 계열 주박은 물론이고 뭘 보더라도 감정대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명경지수조차도 이렇게 강력해졌으니 다른 권능들이 어디까지 강해질지 기대될 정도였다.
‘A-급까지 신성력 성장이 느렸던 이유가 있었네.’
권능 강화라는 말도 안 되는 추가 능력이 있으니 이렇게나 성장이 느릴 만도 했다.
「진(眞) 혈천마검(A)의 전용 효과 ‘혈식(血食)’이 활성화됩니다.」
「도전자 ‘샤카 데비’의 피를 흡수하여 아이템의 등급이 A+급(8,917/9,200)으로 성장합니다.」
이어서 혈천마검으로 혈식까지 마치자 공간에 이변이 일었다.
「주술 영역 이 완전히 폐쇄됩니다.」
쿠구구─!
권능 강화까지 확인하고 나니 안개로 가득 찬 공간이 심하게 흔들렸고…….
이내 안개 차원 내에 있었던 전투의 흔적은 전부 사라진 채 현실 공간으로 돌아왔다.
“이제 갈까…….”
잠시 예기치 않은 전투가 있었지만, 본래 목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캐서린 베넷과의 동맹을 위해서 재차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탓!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지도 같은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목 미궁이 있는 장소로 오라고 했었지.’
지도 같은 걸 보지 않아도 슬쩍 고개를 들면 목적지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실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거목(巨木)을 눈에 담으며 나는 웃음을 지었다.
‘기대되네.’
모든 능력을 잃은 상태에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가슴을 간질이는 그 궁금증에 설렘까지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미궁 참가 가능 지역에 입장했습니다.」
「팀 초대 코드를 입력할 시, 팀 참가 신청이 이루어집니다.」
「총 4명으로 구성된 팀이 완성될 시, 거목 미궁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이 의문이 해소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