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69
167. 루나틱 난이도 (1)
미궁 참가 가능 지역에 입장했다는 메시지가 뜬 후…….
「팀 초대 코드를 입력해 주십시오.」
키보드처럼 생긴 빛의 글자들이 시야에 나타났다.
마치 이 자리에서 팀 초대 코드를 적으라는 듯이.
‘팀 초대 코드라…….’
게임처럼 팀을 짜려면 초대 코드를 입력하라는 모습에 헛웃음이 지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이내 나는 팀 초대 코드 입력란을 빠르게 채웠다.
「팀 초대 코드 【E781】을 확인했습니다.」
초대 코드는 이미 샤카와의 전투 전에 외워 뒀다.
고작 4자리밖에 되지 않는 코드이다 보니 기억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팀 ‘S3A1’에 참가 신청을 보내시겠습니까?」
재차 참가 신청 의지를 물어왔지만, 이건 생각해 볼 내용도 아니었다.
「팀 ‘S3A1’에 참가 신청을 보냈습니다.」
참가 신청을 보내니 바로 응답이 돌아왔고…….
「팀 ‘S3A1’에 리더가 참가를 허락했습니다.」
「팀원끼리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미니맵 및 채팅창이 제공됩니다.」
이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채팅창이 떠올랐다.
「[S3A1] 캐서린 베넷 : 왔어요?」
탑에 있는 커뮤니티 기능과도 어느 부분 닮은 채팅 기능이었다.
이것도 탑의 배려인 것일까?
이렇게 같은 기능을 가진 채팅창이라면 바로 적응하는 것이 가능했다.
「[S3A1] 캐서린 베넷 : 참 특이한 사람이에요. 당신도. 설마 이렇게 바로 제안을 받아들일 줄은 몰랐는데…….」
그에 나는 곧장 채팅을 쳐서 대꾸했다.
「[S3A1] 한성윤 : 이 팀만큼 훌륭한 도전자가 모인 곳은 없을 테니 어쩔 수 없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아무래도 좋았기에 이 팀을 고른 것이다.
뭐, 팀을 구성하는 인원이 훌륭하다는 게 아예 거짓말은 아니지만…….
‘팀원이 좋은 것 때문에 골랐다기보다는 발목을 붙잡지 않을 거 같아서 골랐다는 게 옳지.’
팀에 크게 집착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나도 바로 제안을 수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어딘가에는 좀 더 좋은 조건을 가진 팀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그 사실을 그대로 말할 생각은 없었으므로 적당히 대답했다.
그때였다.
「[S3A1] 김승훈 : 오래도 걸렸군. 오는 와중에 시비라도 걸린 건가? 출발 시간을 고려해 보면 꽤 늦은 것 같다만…….」
「[S3A1] 오춘석 : 어……, 음……. 진짜로 한성윤 맞으신 건가요……? 뭔가, 뭔가, 조금 실감이 안 나는데요…….」
채팅창에 올라오는 메시지를 본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설마하니 그때 그 팀이 그대로 모일 줄이야.’
미리 캐서린 베넷에게서 듣기는 했으나 직접 보니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시답잖은 상념에 잠길 틈은 없었다.
「[S3A1] 한성윤 :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제쳐 두고 거목 미궁에 들어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나는 바로 채팅으로 이들에게 거목 미궁에 진입할 것을 제안했다.
「[S3A1] 한성윤 : 수많은 도전자가 미궁에 진입했을 겁니다. 저희도 뒤처질 수는 없습니다.」
그럴 만도 했다.
애초에 나는 거목 미궁에서 받을 수 있는 특전에 매우 관심이 있었으니까.
「[S3A1] 김승훈 : 그것도 그렇군. 그 전에 물어볼 게 있는데……. 난이도는 어느 정도를 생각하고 있지?」
「[S3A1] 한성윤 : 루나틱 난이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S3A1] 김승훈 : 그럴 줄 알았다. 그럼 이걸로 의견이 갈릴 일은 없겠군.」
「[S3A1] 한성윤 : ……이런 건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없어서 좋네요.」
생각보다 쉽게 루나틱 난이도 진입이 결정되자 조금은 김이 빠지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는 설득할 생각도 해 두었으므로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S3A1] 캐서린 베넷 : 애초에 전부 이 자리에 모인 것도 루나틱 난이도 때문이니까요.」
이 팀은 결성 목적 자체가 루나틱 난이도 도전에 있었다는 말을 들으니 이해는 갔다.
「[S3A1] 캐서린 베넷 : 아무튼 미궁 진입이 결정됐으면 쓸데없이 시간을 죽일 필요는 없죠.」
이윽고.
「[S3A1] 캐서린 베넷 : 남은 대화는 안에서 하도록 하고, 이제 거목 미궁에 입장하자고요.」
그 채팅을 끝으로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입장 조건 만족.」
「거목 미궁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드디어 거목 미궁에 들어가는 것이다.
***
―이제 미궁에 들어가는 것이냐.
거목 미궁에 입장하려는 찰나에 귓가에 담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그럴 생각으로 왔으니까요.”
―그럼 그때까지 조금은 심심해지겠군…….
“아쉽습니까?”
―그럴 리가? 피를 마시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쉽지만, 심심함 따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느니라.
“그렇게까지 아쉬워하지는 마십시오.”
―……아니, 안 아쉽다고 했는데, 왜 자꾸 멋대로 아쉽다고 말하는─.
“어차피 층을 내려가면 스킬이나 아이템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으니 그때 찾아드리겠습니다.”
―제발 말은 끝까지 듣……!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잠시 담천우를 놀려 준 후에야 나는 거목 미궁 입장에 응했다.
「거목 미궁에 입장합니다.」
그리고…….
「팀 ‘S3A1’이 선택한 난이도는 [루나틱]입니다.」
「루나틱 난이도 전용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눈을 깜빡일 사이에 우주처럼 생긴 검은 공간으로 이동되더니 메시지가 떠올랐다.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을 상실합니다.」
「모든 종류의 능력치가 [10]으로 하락합니다.」
「미궁에 머무는 동안은 스킬 및 권능이 사라집니다.」
「미궁에서 습득하는 스킬 및 권능은 미궁 탈출 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알고 있는 정보들이었다.
그렇지만 새삼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자니 조금은 허탈했다.
‘설마 여태까지 쌓아 온 능력을 쓸 수 없게 될 줄이야…….’
실시간으로 전신에 있는 능력치가 줄어들고 온갖 스킬이 사라지는 느낌은 고통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것들은 이제 더는 들고 갈 수 없으니까.
잠시 들고 있는 짐을 내려둔다는 기분으로 순응하는 순간이었다.
「조건 만족.」
갑자기 조건을 만족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신성 이 강제적으로 사용됩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신성이 고개를 치켜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신성 이 도전자 한성윤에게 적용되는 시스템에 저항합니다.」
「신성에 귀속된 권능 스킬 및 신성력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존재합니다.」
“이건 또 무슨…….”
심장에 있는 신성력은 외압에는 순종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철옹성 같은 수비를 갖췄다.
물론 다른 능력은 그대로 사라졌지만, 신성 그리고 신성에 귀속된 능력만큼은 그대로였다.
‘시스템에 저항이라니…….’
어째서 신성 명칭이 이라고 됐는지를 알 것도 같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시스템이 결정한 섭리에 저항하다니?
이름처럼 진짜로 천명(天命)을 거스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얻은 신성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현실감이 떨어졌지만…….
따지고 보자면 이나 은 물론이고 도 엄청난 능력을 자랑했으니 이상할 건 없었다.
「도전자 한성윤에게 [HP / MP] 기능이 생성됩니다.」
「[HP]를 전부 소모할 시, 거목 미궁 외부로 퇴출됩니다.」
「[MP]를 소모하여 미궁 내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이건 듣지 못한 내용이었다.
‘완전히 게임처럼 시스템이 구성됐네.’
[HP]를 전부 소모할 시 거목 미궁 외부로 퇴출된다는 걸 보니 진짜로 생명을 다루는 기능 같지는 않았다.마찬가지로 [MP]를 통해서 미궁 내 시스템을 이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에서 [MP]가 진짜 마력을 뜻하는 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이벤트 같은 느낌이네.’
아마도 [HP]는 도전자를 보호해 주는 기능일 터이고, [MP]는 미궁 내 시스템을 이용할 시 사용하는 코스트 개념이 아닐까?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크게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거목 미궁 1층, [시작의 미로]에 진입합니다.」
이 기능들이 뭘 뜻하는지는 곧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시작의 석실에 입장했습니다.」
「무장을 갖추고 [시작의 미로]에 진입하십시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게 미궁의 최심부로 내려가십시오.」
아주 잠깐 사이에 또 풍경이 바뀌었다.
검은 공간에서 대기실을 개조시킨 것처럼 생긴 석실로.
그리고…….
“으으……. 몸이 이렇게 무거운 건 엄청 오랜만인데요…….”
석실 내에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몸이 무겁다고 중얼거리는 캐서린 베넷을 시작으로…….
“동감이군. 각성 시점보다도 능력치가 낮아진 건 처음인데……. 정말이지 불편하군.”
“욱……. 조, 조금 불편한 게 아니라……. 아예 토할 거 같은 기분인데요…….”
김승훈 그리고 오춘석이 각각 정신을 차렸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높지도 낮지도 않은 음색으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그제야 석실 내에 있는 이들의 시선이 내게 쏠리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본 이후로는 처음인가? 시간도 제법 흘렀는데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만, 결국에는 이렇게 만나는군.”
처음으로 말을 건넨 것은 몸을 추스른 김승훈이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이후로 대부분 시간을 탑에서 보냈으니까요.”
탑에서만 지내다 보니 지구에서 알게 된 이들과는 연락할 시간도 없었다.
“……명색이 헌터인데 성윤 씨는 던전을 아예 안 가시는 것 같네요.”
오춘석은 그런 나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지만…….
“탑도 일종의 던전이니까요. 굳이 던전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거죠.”
그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곤 석실의 벽에 걸린 무기들을 훑었다.
검, 창, 도, 활, 봉 등등…….
수많은 무기가 석실 벽에 전시라도 하듯 걸려 있었다.
기본 무기라는 듯 아이템으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것마저도 지금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는 석실 벽면에 걸린 장검을 빼내 허리춤에 차며 입을 열었다.
“각설하고 이제는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무기를 고르고 1층으로 진입하죠.”
그에 아직도 일어서지 못한 채인 캐서린 베넷이 나를 보며 경악했다.
“진심이에요……? 적응도 하지 않고 벌써 1층에 들어간다고요……?”
“문제라도 있습니까.”
“없는 게 이상한 거예요! 이렇게 능력치가 격하됐는데 적응할 시간은 있어야죠……!”
“…….”
틀리진 않은 말이다.
실제로 나도 현재 신체 상태에 완전하게 적응하진 못했다.
그저 탑에 들어오기 전에 7년 동안 적응했던 능력치가 매우 낮다 보니 이러는 것이다.
애초에 나는 일반인보다도 조금 높은 능력치에 고정되어 있었으니까.
실제로…….
『한성윤』
『HP – 80/80』
『MP – 30/30』
『근력 – 10』 『체력 – 10』
『민첩 – 10』 『마력 – 10』
『내구 – 10』
『고유 특성 – 네크로맨시(F)』
『권능 – 신성력(A-)』
현재 내 상태창은 고유 특성 그리고 신성력을 제외하면 완벽하게 초기화되어 있었다.
‘솔직히 나도 실전에서 완전히 적응할지 어떨지는 모르지.’
잿빛 선혈 같은 스킬에도 많이 의존했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신이 있었다.
“당신들이 전투를 치를 일은 없을 겁니다.”
이렇게 약해진 상태에서도…….
“제가 여러분을 지킬 테니까요.”
팀원 정도는 어렵잖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