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75
173. 가속도 (3)
우지직!
“이 카니즐의 이름을 걸고서 네놈을 반드시 죽여 주마─!!”
고대 악마의 형체가 기괴할 정도로 부풀어 오른다.
근골이 뒤틀리는 소리 그리고 사이한 어둠이 고대 악마를 감싸며 흉흉함을 불러일으켰다.
수준으로 따지자면 예비 사도 중 최약체라고 해야 하나?
미궁 초입 부근에서 나올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놓고 클리어 불가능 수준으로 설정된 적이네.’
모든 능력치가 100도 되지 않는 신체로는 고대 악마의 손에 닿자마자 터져 죽을 것이므로.
물론 현재 나는 의 신화로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한 상태라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걸로도 부족했다.
‘좀 더 능력치를 끌어올려야겠어.’
나는 바로 손에 쥔 삭월의 검에 마력을 주입했다.
치리링……!
「삭월의 검(C+) 전용 효과로 사용자의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작은 방울이 울리는 청명한 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몸에 조금이나마 힘이 더해진다.
「미궁 전용 아이템을 사용함으로써 1분마다 [MP]를 10 소모합니다.」
하지만 이 조그만 힘마저도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내가 가진 [MP]로는 삭월의 검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3분 정도인가…….’
적어도 장기전은 무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삭월의 검이 주는 이 작은 능력치 상승마저 없다면 승산은 현저히 떨어질 테니까.
심지어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HP]도 부족하지.’
이전에 기혈이 뒤틀린 대가로 소모하게 된 [HP]는 몸이 회복됐음에도 차오르지 않고 있었다.
즉, [HP]를 회복하는 것은 신체 회복과는 다르다는 의미일 터인데…….
이게 제일 문제였다.
[HP]는 곧 미궁에서 머무를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하는 수치이다.그런데 그 수치를 전부 잃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 죽지 않을 정도로 다쳐도 [HP] 손해가 축적되면 미궁에서 퇴출되겠지.’
이전에 봐 왔듯 나도 세계수의 양분이 되느니 어쩌느니 하며 빛의 입자로 환원될 것이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진짜 어이없을 정도로 밸런스가 안 맞잖아…….’
손톱에 스치는 정도로도 바로 즉사하는 것도 모자라서 죽지 않아도 미궁에서 퇴출이라니?
루나틱 난이도에 걸맞은 악랄함에 나는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조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빌어먹을 난이도지만…….
‘그래서 더 즐거워.’
오히려 이 정도로 불리하니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측정할 수 있는 무대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즐거운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뭘 재수 없이 처웃고 있는 것이냐……! 놈! 다른 벌레들처럼 그대로 터뜨려 주마!”
물론 고대 악마에게는 내 웃음이 상당히 거슬리는 종류로 느껴진 것 같다마는.
뭐, 내가 신경을 쓸 바는 아니었기에 곧장 전신에 마력을 돌리며 혈천심공을 강하게 활성화했다.
‘쓸 수 있는 건 모조리 써야겠어.’
쿠구구─!
몸에서 붉은 증기가 피어오르며 시야가 붉은 필터를 장착한 것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혈천심공을 극한까지 운용했다는 증거였다.
마력 회로에는 사이하기 짝이 없는 핏빛 기운이 마력을 대신하여 움직이고 있었고.
심장에 깃든 신성력은 를 강화하며 격랑처럼 전신으로 요동쳤다.
하지만 아직은 전력이 아니다.
「권능 ‘혈천심공’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신성력이 A-급에 다다르며 생긴 권능 강화의 능력이 혈천심공을 진화에 가까운 형태로 강화시켰다.
그리고…….
“쓰으, 하아.”
끓어 넘치는 물을 감당하지 못한 채 증기를 뿜어내는 주전자라도 되듯 입에서 붉은 안개가 흘러나왔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스킬 ‘전투 집중’이 활성화됩니다.」
바로 전투 집중까지 활성화한 채 나는 의념을 강하게 끌어냈고…….
스르르……!
이어서 주위에 퍼져 있는 대량의 혈액이 방울진 채 공중에 떠오르더니 이내 내게 솟구쳤다.
굳이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들고 있는 삭월의 검에 밀집된 것이다.
이제 푸른 검기는 새빨갛게 물들었다.
혈천마검에 내재된 각인 스킬 중 하나인 의 모방이라고 해야 할까?
물론 그다지 효율 좋은 기술은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상태로 사용한다는 전제하에서 그런 것이다.
「권능 스킬 ‘혼원마검’의 전용 효과 ‘배가(倍加)’가 활성화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권능 스킬 위력을 [4]배로 상승시킵니다.」
검에 태산을 쪼갤 수 있을 것 같은 거력이 깃든 순간.
콰아앙─!
선혈을 머금은 검기가 채찍처럼 늘어지며 몰아쳤다.
***
카니즐은 고대 악마 중에서도 엘리트에 가까운 존재였다.
선천적으로 다른 악마에 비해서 마기(魔氣)를 좀 더 많이 가지고 태어났고.
그 덕분에 악신에게도 총애 받으며 언젠가는 예비 사도에 가까운 격을 쌓을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미친 괴물 자식……!!’
지금 그는 평생을 벌레처럼 여겼던 인간에게 죽음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게 어떻게 인간이라는 말인가!’
현재 그가 적으로 둔 인간은 인간이되 인간이길 포기한 자였기 때문이다.
소리도 없이 웃으며 핏빛 검기를 채찍처럼 휘두르는 한성윤은 카니즐에게는 괴물처럼 느껴졌다.
그가 보아온 인간은 대부분 저렇게 소름 돋게 싸우지 않았다.
순식간에 살해당할 수 있는 고대 악마를 상대로 제정신을 유지하며 싸우는 이들은 몇 없었다.
숭고한 신념 혹은 신실한 믿음 같은 게 있어서 저렇게 멀쩡히 마음을 다스리는 것도 아니었다.
‘미친놈……! 즈, 즐기고 있어! 이 상황 그 자체를……!’
카니즐은 오싹함을 느꼈다.
악신과도 비견되는 강렬한 신성도 신성이지만…….
이렇게 직접 전투하게 되며 깨달은 바가 존재했다.
한성윤은 굳이 신성 같은 게 없어도 카니즐을 살해할 힘이 있었다.
카가가각……!
채찍처럼 늘어지는 핏빛 검기가 죽음의 선처럼 느껴졌다.
미궁 내 공간을 종잇장처럼 찢어 버리는 저 위력에는 카니즐마저도 식은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핏빛 검기에 한 대라도 맞으면 바로 연격이 날아들어서 그의 몸을 찢어 놓을 것이므로.
이 상황에서 희망이 있다면 한성윤이 가진 힘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한 대! 한 대만 맞히면 돼! 저 미친 인간도 미궁의 법칙에서는 못 벗어난다!’
한성윤은 아직 미궁 초입에 있는 도전자이므로 그다지 체력적으로 강하지 않다는 것.
그 희망에 의지하여 카니즐은 자신을 채찍질하듯 몰아붙이며 공격 속도를 끌어올렸다.
촤자자작……!!
카니즐의 손톱이 어둠에 의해서 길어지며 폭풍처럼 주위를 휘갈겼다.
하지만…….
‘빌어먹을……! 어째서! 어째서 공격이 닿지를 않는 거냐……!’
그의 일격은 한성윤에게 닿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흩어졌다.
“끄아아악! 아, 악마가 미쳐서 날뛴다……! 저, 전부 도망쳐야 해!”
“마, 마법사! 마법사 없어!? 쉴드라도 치란 말이다! 크, 크허억!”
“최대한 저 둘에게서 멀어져야 해……! 곁에 있으면 전부 휘말린다!”
공동 내에 모여 있던 도전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져 나간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것은 카니즐에게는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로 화가 나는 상황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권능 ‘혈천심공’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한성윤에게 있어서 도전자의 피라는 것은 회복의 연료이므로.
곧장 도전자들에게서 피를 흡수한 한성윤은 이전보다도 격렬하게 핏빛 검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며 카니즐은 절망을 느꼈다.
“악신님이시여…….”
그는 이제 자기가 고대 악마라고 불려도 되는지가 의문이었다.
저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야말로 누구보다 악(惡)에 부합했기에.
카니즐은 신실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 조용히 기도를 읊으며 생각했다.
“부, 부디 제게 이 고난을 헤쳐 갈 용기를…….”
저래서야…….
모든 악의 왕이라는 마왕이지 않겠느냐고.
***
「미궁 업적 ‘악의 화신(Unique)’을 달성했습니다.」
「미궁 점수 +15점을 획득합니다.」
「스킬 ‘만마지왕(B-)’이 생성됩니다.」
전투 중에 갑자기 업적이 달성됐다.
‘뭐지?’
만마지왕(萬魔之王).
모든 마의 왕이라는 알 수 없는 스킬까지 생겼지만…….
이게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고 살펴볼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후우웅!
카니즐의 그림자 같은 손톱이 길게 늘어지며 거칠게 바람을 일으킨 탓이다.
「날카로운 바람에 의해서 살결이 찢겼습니다.」
「[HP]를 10 소모합니다.」
이건 매우 큰 문제였다.
‘설마 살갗에 스치는 바람에도 [HP]를 잃을 줄이야…….’
여태까지 카니즐의 공격에는 한 번도 맞지 않았음에도 [HP]를 절반 가까이 잃었다.
원인?
간단하다.
카니즐이 일으킨 바람에 살갗이 살짝이나마 찢기며 [HP] 손상 판정이 나온 것이다.
물론 혈천심공으로 도전자들에게서 피를 착취하여 바로 상처를 재생하긴 했다마는.
신체 재생은 [HP]를 회복시키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으므로 사라진 [HP]는 돌아오지 않았다.
“…….”
카니즐도 맞으면 죽는다는 걸 알아서인지 아무리 핏빛 검기를 휘둘러도 맞아 주지도 않으니…….
‘이러다간 내가 먼저 쓰러지겠네.’
심지어 사라진 건 [HP]만이 아니었다.
「미궁 전용 아이템을 사용할 [MP]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삭월의 검(C+) 전용 효과가 비활성화됩니다.」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렀고 아이템을 사용할 [MP]마저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 심장에 머무는 신성력까지 이제는 절반도 채 남지 않은 상태.
이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
핏빛 검기를 휘둘러서 고대 악마를 견제하고는 이내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이내 신체 내부를 관조했다.
일반적으로 마력의 흐름 그리고 신성의 격동을 느끼는 정도에서 벗어나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떠올렸다.
그에 나는 잠시 침음을 흘렸다.
‘가능할까?’
고대 악마를 단숨에 죽일 수 있는 기술을 쓰기엔 이 신체는 너무도 약했다.
어쩌면 심장이 수준 높은 기술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선택할 처지는 아니지.’
어차피 해내지 못하면 죽는 건 똑같다.
나는 의념에 의해서 가공된 마력은 심장으로 보냈다.
이어서 의념을 담은 마력은 심장에 깃든 신성력을 변화시켰다.
천마와의 전투에서 깨달은 기술 중 하나.
‘심검(心劍).’
신성력을 독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기술이 공상의 칼날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했다.
‘기술의 정밀도를 올려야 해.’
「스킬 ‘일격 집중’이 활성화됩니다.」
「다음 일격에 사용되는 기술의 정밀도 및 파괴력이 올라갑니다.」
일격 집중.
미궁 1층에서 얻은 스킬이 심검을 완성에 가까운 형태로 구성했고…….
이내 나는 완성된 심검을 고대 악마에게 조준하자마자 바로 사출했다.
콰지직……!
“크아아악─!”
사신안을 쓰지 않는 한 나도 감지하는 게 불가능했던 심검이다.
그러니 고대 악마가 피할 수 있을 리 없었고, 고대 악마의 오른팔이 베어졌다.
그리고…….
서걱!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바로 핏빛 검기를 늘어뜨리며 고대 악마의 목을 갈랐다.
「고대 악마 ‘카니즐’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47% 상승했습니다.」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고대 악마라길래 목이 베어져도 살아남지 않을까 했는데…….
뭐, 그런 거 없이 바로 죽는 걸 보니 조금이지만 맥이 빠졌다.
‘하긴, 심검에 베이고 검기에 목이 잘렸는데 살아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심지어 까지 사용된 만큼 재생도 불가능했을 터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히든 퀘스트 ‘고대 악마 토벌(Unique)’를 달성했습니다.」
「이에 따른 추가 보상을 지급합니다.」
갑자기 추가 보상을 지급한다는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이제부터 계층을 내려갈 때마다 한 가지의 능력을 추가로 복구할 수 있습니다.」
그 메시지를 끝으로 이내 공동 중앙에 있는 제단 위로 포탈이 열렸다.
「조건 만족.」
「거목 미궁 2층, [악신의 속삭임]에 있는 모든 도전자가 아래층으로 내려갈 자격을 얻습니다.」
그에 나는 바로 직감했다.
“…….”
이제부터는 미궁 공략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상상 이상의 이득인데……?”
이 미궁의 최심부에 다다르게 될 사람이 나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