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77
175. 심층부 (1)
“우선은 미궁 전용 상점부터 이용하자고.”
나는 타락 요정에게 곧장 상점 이용 권한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시스템 메시지는 요정에게 선택받은 도전자는 미궁 전용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는 건 곧 이 타락 요정에게 미궁 전용 상점 이용 권한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뜻인데…….
“그, 그건 안 돼……! 내 놀이에 동참해 주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는 거란 말이야……!”
아직 제대로 교화(?)하지는 못한 것인지 타락 요정이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의외였다.
만마지왕에 의해서 경외심까지 강제로 심어진 상태에서 저렇게 반항하다니…….
의지가 그만큼 강한 것일까?
이 작은 요정이 생각보다는 강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것도 잠시였다.
“내가 놀이에 동참하면 네가 영영 놀 수 없는 몸이 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
최대한 배려심을 발휘해서 조곤조곤 그렇게 말해 주니 타락 요정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그건 싫어……! 대체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이제는 아예 도망칠 것처럼 물러서는 요정을 나는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고.
“그렇게 싫으면 미궁 전용 상점을 이용하게 해 주면 되는 거 아닐까?”
이내 그녀에게서는 아주 만족스럽기 짝이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해 줄게! 해 주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타락 요정에게 선택받았습니다.」
「미궁 전용 상점을 사용할 권한을 획득했습니다.」
이어서 원하는 것이 손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미궁 업적 ‘타락 요정에게 선택받은 자(Unique)’를 달성했습니다.」
「미궁 점수 +15점을 획득합니다.」
「스킬 ‘요정 친화(D+)’가 생성됩니다.」
또 새롭게 미궁 업적이 달성된 것도 달성된 것이지만…….
「현재 축적된 미궁 업적은 【96】 점입니다.」
여태까지 모아온 미궁 업적을 합산해서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메시지를 무시한 것도 많아서 얼마나 업적 점수가 모였는지 몰랐는데…….’
미궁 업적으로 모은 점수가 생각보다도 좀 더 많은 거 같았다.
96점이라니?
일반적인 업적들이 1점을 주는 것을 감안하면 이건 절대로 적은 점수가 아니었다.
유니크 등급의 업적들을 여러 개나 달성했으니 이렇게 많은 점수를 모을 수 있었던 거겠지.
그에 나는 만족감을 느끼며 타락 요정에게 한 가지의 요구를 추가로 전달했다.
“내 팀원들도 미궁 전용 상점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줘.”
“티, 팀원들까지? 그건 진짜로 안 되는 건데……!”
철컥-!
나는 요정의 불만이 끝을 맺기 전에 칼집에서 검을 소리 나게 슬쩍 꺼냈다.
“진짜로 안 될 것 같아?”
교섭을 도와주는 히든 카드라 해야 하나?
이는 곧 고대 악마와의 거래마저도 성공적으로 이끌어 준 기교를 끌어낸 것에 가까웠다.
언제나 협상을 도와준 이 기술이 먹히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했지만…….
“아, 아니…… 이…….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응……. 해 줄 수 있어……요.”
히든 카드답게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교섭을 마치게 도와줬다.
단지, 교섭에서 쓴 기술의 부작용인지 팀원들의 시선이 내게 뭉쳐졌다.
“성윤 씨……. 역시 만만치 않은 분이네요. 이쯤 되면 솔직히 경외심이 느껴집니다.”
“제가 말했잖아요! 저 사람 진짜 인간 아닐지도 모른다니까요? 저것 좀 보세요!”
“흐으음. 이건 나도 한 수 배워 가겠군. 설마 이런 식으로 이득을 볼 수 있을 줄이야.”
……뭐, 어찌 됐든 간에,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지.
***
「미궁 전용 상점에 입장합니다.」
미궁 전용 상점을 팀원들에게까지 주자마자 나는 바로 시스템을 활성화했다.
모처럼 미궁 점수도 많이 모아 뒀으므로 고민할 것도 없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구매할 수 있는 목록을 기재합니다.」
「1. 능력치」
「2. 아이템」
「3. 스킬」
「4. 특전」
총 네 가지로 분류된 목록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턱을 매만졌다.
‘애매하네.’
일단은 1번부터 3번까지 있는 목록은 전부 구매하기 좀 그런 것들이었다.
뭐, 어디까지나 내용물을 까 보기 전까진 아무것도 모른다지만…….
능력치는 지금도 생명의 상자를 가지고 있어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한 상태이고, 아이템이나 스킬마저도 이전 층에서 충분히 수급했다.
그러니 부족한 것이 현재로서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모르니 아이템을 시작으로 스킬까지 모든 목록을 열어 보기로 했다.
굳이 능력치를 제외한 이유는 어차피 모든 능력치는 네크로맨시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궁 전용 상점 [아이템]을 열람합니다.」
「키워드 검색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촤르륵─!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아이템의 이미지에 나는 눈을 찌푸렸다.
‘제대로 정리도 안 되어 있네.’
물론 검색 기능이랍시고 찾아볼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지만, 편의성에 있어서는 탑에 있는 상점보다도 못했다.
그에 나는 불만을 토로하는 대신에 바로 검색을 실행했다.
주된 검색의 키워드는 [성장], [보조], [신성], [권능]이었지만…….
「키워드 [성장]에 관련된 아이템은 총 26개 존재합니다.」
「키워드 [보조]에 관련된 아이템은 총 47개 존재합니다.」
「키워드 [신성]에 관련된 아이템은 총 0개 존재합니다.」
「키워드 [권능]에 관련된 아이템은 총 4개 존재합니다.」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건 하나도 없었다.
‘성장형 아이템은 허접한 것들이 주류고, 보조는 진짜로 수준 낮은 보조들뿐이네…….’
심지어 [신성]의 키워드는 관련된 아이템이 없었고 [권능]은 관련된 아이템이 4개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권능]에서 본 아이템은 특정 권능이라는 조건을 붙이고서 출력이나 효율을 조금 올리는 게 끝이니…….
흥미를 끄는 건 없다고 봐도 되었다.
‘고대 악마한테 뜯은 아이템들이 엄청나게 좋은 것들이었나.’
그에 나는 빠르게 스킬로 넘어갔다.
「미궁 전용 상점 [스킬]을 열람합니다.」
「스킬 분류 및 검색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이쪽은 [아이템]보다는 좀 더 볼 것들이 많았다.
스킬의 분류도 확실했고 탑에서는 구할 수 없을 것 같은 스킬들도 몇몇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미궁의 특수성인가?’
잠시 스킬 목록을 살피자니 머지않아서 나는 흥미로운 스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분류 : 방어] 주문 포식(C+) ─ [설명 : 주문으로 이루어진 공격을 마력으로 먹어 치워서 힘으로 치환한다] ─ [가격 : 10점]」
「[분류 : 기동] 통제 불능(C+) ─ [설명 : 속박 계열에 속하는 모든 능력을 10초 동안 일시적으로 무시한다] ─ [가격 : 10점]」
「[분류 : 정신] 의념 증폭(C+) ─ [설명 : 의념(意念)을 일시적으로 부풀려서 마력 통제 능력을 상승시킨다] ─ [가격 : 10점]」
이 세 가지 능력들은 현재 내게 없는 것들을 메꿔 줄 수 있는 스킬들이었다.
‘주문 포식이랑 통제 불능은 미궁 내에 있는 변수들에 대처하려면 필수이긴 하겠지.’
내구 수치가 낮다 보니 출력이 강한 마법에 대처하기 위해서 주문 포식 스킬을 가져오고…….
이후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속박 능력의 대항마로서 통제 불능 스킬을 구매하면 적절할 것이다.
‘마지막 스킬인 의념 증폭은 솔직히 크게 쓸모 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아깝단 말이지.’
더불어 의념 증폭은 검염(劍炎)의 경지까지 손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뭐, 애초에 파천이 있는 시점에서 검염이 있어도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다마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스킬 ‘주문 포식(C+)’을 미궁 점수 10점을 소모하여 구매했습니다.」
「스킬 ‘통제 불능(C+)’을 미궁 점수 10점을 소모하여 구매했습니다.」
「스킬 ‘의념 증폭(C+)’을 미궁 점수 10점을 소모하여 구매했습니다.」
얻고 싶은 스킬도 전부 얻었으니 이제 더는 스킬들을 볼 필요성은 사라졌다.
「미궁 전용 상점 [특전]을 열람합니다.」
그래서 바로 특전을 열람하니 신기한 시스템이 활성화되었다.
「나만의 특전 상점이 활성화됩니다.」
「총 4개의 랜덤 카드를 지급합니다.」
「랜덤 카드를 눌러서 사용할 시, 랜덤으로 카드는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 · 스킬 · 권능]으로 변경됩니다.」
“…….”
특전 상점이라더니…….
여러 장의 카드를 늘어놓고서 마음대로 뽑으라는 식에 가까웠다.
아무래도 굳이 나만의 특전 상점이라고 써 둔 걸 보니 따로 특별한 점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바로 카드를 눌러 볼 생각은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이때 랜덤 카드에서 변경되는 [아이템 · 스킬 · 권능]은 사용자의 성향 및 능력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아래에 적힌 문구에서는 이 랜덤 카드를 뽑는 것조차도 능력에 크게 영향받는다고 했으니까.
‘그럼 지금 뽑으면 손해라는 뜻이지.’
이것처럼 운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크게 이득을 볼 수 있는 권능을 알고 있었다.
‘용사의 가호를 되찾고서 이용해야겠어.’
멸망한 세계의 용사에게서 받은 권능, ‘용사의 가호(C+)’를 써먹을 시점이었다.
행운을 증폭시켜주는 효과까지 있는 만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므로.
물론 지금은 미궁에 의해서 봉인된 상태라지만…….
‘어차피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바로 복구할 수 있잖아.’
그것도 다음 계층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면 바로 얻을 수 있을 터이다.
그러니…….
“이제 보상은 충분히 얻은 거 같으니 내려갑시다.”
이제는 이번 층과는 결별할 시간이었다.
그 말을 들은 타락 요정이 흠칫하더니 슬그머니 내게 다가와서 조곤조곤 속삭였다.
“그, 그럼 다른 인간들을 죽이겠다는 뜻이야……?”
아마도 그녀가 이번 층의 목적으로 다른 도전자를 4명 살해할 것을 조건으로 걸어서 그런 거 같은데…….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술래잡기는 취향이 아니라서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시답잖게 도전자들끼리 의미 없는 싸움으로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 그, 그렇지만! 다른 도전자들을 죽이지 않으면 4층으로 갈 수는 없……!”
더불어…….
“있잖아.”
“……?”
아래층으로 가는 방도는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어차피 이 계층을 넘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너한테 걸려 있는 거 아니야?”
“뭣……!”
“안 된다는 소리는 하지 말고.”
“……!!”
타락 요정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곤 작게 말했다.
“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그래?”
“그, 그런데 이걸 해 주려면 도움이 필요해…….”
“……?”
그에 내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요정에게 보내니 이내 그녀에게서 바로 답이 돌아왔다.
“미, 미궁의 계층은 돌파 조건을 한 번 걸면 그게 완수되기 전까지는 풀 수 없어.”
“…….”
“하지만, 한 가지, 계층 돌파 조건을 사라지게 하는 법이 있어.”
“그래서 그 조건은?”
“그, 그런데 이거 진짜로 꼭 해야 하는 거야……?”
“죽기 싫으면 그래야 하겠지.”
“…….”
“설명 안 해?”
“하, 할게! 원래 하려고 했어! 그, 그러니까, 계층을 그냥 내려가는 방법은 간단해!”
그리고…….
“나랑 종속 계약을 해서 이 미궁의 계층을 너의 소유로 바꾸면 돼! 그, 그럼 계층에 걸린 돌파 조건도 사라지니까……!”
이어서 타락 요정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생각했다.
“오…….”
의외로 미궁에서 써 먹을 좋은 펫이 생길지도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