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78
176. 심층부 (2)
솔직히 말해서 펫은 내게 익숙하지 않은 존재였다.
헌터 중에서는 소환수를 전문적으로 부리는 이들도 있었고, 자연 정령을 다루는 이들도 있었지만…….
나와는 연관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럴 만도 했다.
이것에도 또 스킬이라는 게 있어야 하므로.
‘정확히는 스킬로 얻을 수 있는 친화력이 필요한 거지.’
소환수와의 계약이 가능해지는 스킬은 물론이고 자연 정령을 다루는 스킬은 더더욱 얻기가 까다로웠다.
적어도 탑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그러했다.
심지어 희귀한 스킬인데도 정작 소환수 혹은 정령과의 계약으로 얻은 힘도 크지 않으니…….
탑에 들어온 후에도 솔직히 말해서 사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기에 그대로 펫의 존재에 관해서는 잊다시피 한 채 살았다.
그러니 소환수를 계약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스킬 ‘요정 친화’가 활성화됩니다.」
「모든 요정과의 친화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현재 미궁 업적을 통해서 새롭게 얻게 된 스킬은 요정과의 계약을 가능하게 해 줬고…….
“아, 아아……. 내, 내가……. 인간에게 종속당하다니…….”
더불어 굳이 이 타락 요정과의 계약을 진행해야 할 이유까지 있었기에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계약 조건 만족.」
「타락 요정 ‘에아’와의 종속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제부터 타락 요정 ‘에아’를 소환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거목 미궁 3층, [타락 요정의 지배 영역]의 수호 권한이 도전자 한성윤에게 이전됩니다.」
「거목 미궁 3층, [타락 요정의 지배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드드드─!
종속 계약을 마치자마자 3층의 수호 권한이라는 게 내게 넘어온 순간.
주위에서 무언가가 크게 떨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거목 미궁 3층, [타락 요정의 지배 영역]의 계층 돌파 조건이 초기화됩니다.」
「새로운 계층 돌파 조건을 설정해 주십시오.」
“이게 되네.”
반신반의했는데 진짜로 미궁의 계층을 내가 지배하게 된 것이다.
도전자 신분으로 온 인간이 거목 미궁의 계층을 지배하다니…….
솔직히 말해서 놀랍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권한이 주어진 것도 아니었다.
“계층 수호 권한이라고 해도 계층 돌파 조건을 바꾸는 정도네?”
“애초에 3층 지배는 내가 진작에 마쳐 뒀으니 바꿀 수 있는 건 그 정도겠지…….”
“흠…….”
“그, 그래도 원하는 대로 다음 층으로 아무런 조건도 없이 넘어갈 순 있잖아!”
“그건 맞지.”
타락 요정의 말처럼 나는 이제 아무런 조건도 없이 아래층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심지어 팀원들마저도 이게 엄청난 이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조건이든 뭐든 아무렇게나 설정해 두고 넘어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던 캐서린 베넷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렇게 물어볼 정도로.
“어차피 미궁 전용 상점에서 살 것도 전부 샀고, 저희도 이제 충분히 전력이 될 겁니다.”
어느새 오춘석마저도 자신감이 차올랐는지 그리 말했고, 이어서 김승훈이 맞장구를 치듯이 말을 이어받았다.
“이렇게까지 계층 돌파 시간을 단축한 것 자체가 기적이지. 이제 만족하고 넘어가도 될 것 같다만…….”
그 말처럼 나도 이게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걸로 만족하는 건 좀 아쉬울 것 같습니다.”
본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마련이라고…….
나는 이내 고민을 하다가 계층 돌파 조건을 어찌 설정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층을 넘어가는 도전자는 각각 D급 이상의 아이템을 하나씩은 바치게 하면 괜찮을 것 같네요.”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좀 더 크게 득을 보고 싶지만, 현재로는 이게 최선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3층에서 C급 이상의 아이템을 가진 도전자가 있지는 않을 테니까.’
이전 층에서 본 도전자들은 대부분 E급에서 D급에 해당하는 아이템들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그에 바로 계층 돌파 조건을 작성하니 시스템 메시지가 응답하듯 떠올랐다.
「계층 돌파 조건으로 바쳐진 아이템의 수령인을 정하십시오.」
수령인은 고민할 것도 없이 나로 정했고, 이어서 메시지들이 나타났다.
「설정 완료.」
「계층 돌파 조건으로 바쳐진 아이템은 임의의 공간에 저장됩니다.」
「단, 수호자의 의지가 있을 시, 저장된 아이템은 수령인에게 전송됩니다.」
바쳐진 아이템이 마치 인벤토리 같은 곳에 보관되었다가 내게 전송된다는 거 같은데…….
이것도 생각하지 못했던 이득이기에 나는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그걸 본 팀원들은 각각 한마디씩 내뱉었다.
“3층에 온 도전자들은 피 좀 보겠네요. 미궁에서 악착같이 모아온 아이템을 전부 뺏기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할 테니…….”
“그것만이 아닐걸요. 나중에 3층에 오는 도전자들은 이제 미궁 전용 상점도 이용할 자격을 얻지 못할 겁니다.”
“정말이지……. 같은 팀이라서 다행이군. 적이었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이니.”
마치 내가 건 조건에 의해서 도전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어투인데…….
이것은 크나큰 오해라고 할 수 있었다.
“뭐, 서로 싸울 일도 없게 해 줬는데, 이 정도면 서로 상생하는 관계 아니겠습니까?”
이 3층에서는 본래 도전자들끼리 싸워서 몇 명을 죽여야 하는 게 룰이었다.
그걸 없애고 대체안을 내준 것이니, 선행 중의 선행이라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물론 이 아래층부터 일어날 도전자 간의 전투는 책임지지 못하겠지만…….
‘그건 내가 신경 쓸 게 아니지.’
어차피 세상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돌아가는 법이다.
***
계층 돌파 조건까지 설정하고 나니 어느새 업적이 달성됐다.
「미궁 업적 ‘계층 지배(Unique)’를 달성했습니다.」
「미궁 점수 +15점을 획득합니다.」
「스킬 ‘수호자(B+)’가 생성됩니다.」
또 유니크 업적이었는데 생성된 스킬의 능력이 제법 흥미로웠다.
수호자.
지킬 대상 및 영역을 지정할 시, 이에 따라서 능력치가 추가적으로 상승한다는 것.
그게 바로 이 스킬이 가진 능력이었다.
‘괜찮네.’
솔직히 말해서 능력치는 얼마나 있어도 부족하니 있으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을 터.
나는 그 작은 소득에 만족하고는 이내 4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를 탐색해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탐색했다고 말하기는 조금 뭣했다.
단지…….
“여, 여기가 4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장소야…….”
타락 요정에게 길을 안내할 것을 부탁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쯤 되면 이제 더 타락 요정을 써먹을 일은 없기에 나는 녀석에게 손짓했다.
“따라오지 말고, 3층에서 있어. 어차피 따라와도 할 줄 아는 거 없잖아.”
축객령이었다.
“나도 할 줄 아는 거 많은데…….”
하지만 이해력이 조금 부족한지 타락 요정은 시무룩해져서는 내게 들러붙었다.
“이제 놀 수도 없는데 3층에 있어 봤자 심심할 뿐이란 말이야!”
그에 나는 잠시 강경하게 내쫓을까 고민하다 이내 무엇을 할 줄 아는지 물어봤다.
그래도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뭘 할 줄 알고 있는데?”
“아는 것도 많고, 마법도 잘 쓸 수 있고, 그리고, 어…….”
“그게 전부라면 진짜로 써먹을 곳이 없…….”
“그, 그리고! 에고 소드도 만들어 줄 수 있어!”
타락 요정이 다급하게 외친 걸 듣고 나는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에고 소드라니?
‘설마 담천우 같은 에고 소드를 말하는 건가?’
조금 의외인 재주라서 무슨 에고 소드를 만들 수 있느냐고 물어봤지만…….
이어서 돌아온 대답은 기대했던 것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었다.
“그……, 내가 검에 깃들어서 에고 소드를 만들 수 있어…….”
타락 요정이 깃든 에고 소드라니.
그다지 강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구나. 알겠으니 부르기 전까진 여기에 있어. 그럼 이만.”
굳이 필요할 거 같지는 않아서 일단은 킵해두기로 했다.
“가, 가지 마! 진짜로 좋은 에고 소드를 만들어 줄 수 있다니까!? 검 성능도 많이 올려 줄 수 있다고……!”
어차피 이대로 지나가도 언제든지 내가 원하면 타락 요정을 소환하는 게 가능했다.
‘나중에 필요할 것 같으면 시험해 보면 되겠지.’
이내 나는 떼를 쓰는 타락 요정을 내버려둔 채 계단을 내려갔고…….
「거목 미궁 3층, [타락 요정의 지배 영역]을 내려갈 자격을 얻었으므로 보상이 주어집니다.」
「[아이템 · 권능 · 스킬] 중 두 가지를 선택하여 능력을 둘 복구할 수 있습니다.」
이내 이전 층들에서 그러했듯 또 능력을 복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무엇을 복구할지 정도는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아이템 · 권능 · 스킬] 중 [권능] 선택했습니다.」
「봉인된 권능 중에서 되찾을 것을 고르십시오.」
일단은 미궁 전용 상점에서 쓸 권능을 재빠르게 되찾았다.
「권능 ‘용사의 가호’가 봉인에서 해제됩니다.」
최고의 특전을 뽑기 위해서는 행운 상승은 필수적이기에.
「[아이템 · 권능 · 스킬] 중 [아이템] 선택했습니다.」
「봉인된 아이템 중에서 되찾을 것을 고르십시오.」
그리고 남은 하나는…….
「아이템 ‘혈천마검(A+)’이 봉인에서 해제됩니다.」
이전부터 없어서 아쉬웠던 주력 무기를 선택했다.
혈천마검에 깃든 담천우는 물론이고 기본 성능 자체가 내가 쓰고 있는 검과는 격이 다르다.
그러니 혈천마검을 손에 넣으면 전력이 매우 크게 상승할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아이템 등급이 계층 수준에 맞지 않습니다.」
본래부터 이 아이템의 수준이 높은 게 문제가 되었다.
「아이템 복구 전용 페널티로 7층에 가기 전까지는 아이템의 전용 효과가 전부 봉인됩니다.」
장점이 대부분 봉인된 혈천마검이 내게 주어졌다.
훙!
공중에서 나타난 혈천마검을 낚아챈 나는 혀를 차고는 눈을 찌푸렸다.
‘설마 했는데 높은 등급의 아이템은 이렇게 제재를 받는 건가?’
아이템 정보를 열람하니 이내 검의 기본 성능을 빼고는 모든 게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담천우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아쉽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미궁 전용 상점 [특전]을 열람합니다.」
팀원들이 복구할 능력을 신중히 고르는 동안에 나도 해야 할 것을 하기로 했다.
「나만의 특전 상점이 활성화됩니다.」
「총 4개의 랜덤 카드를 지급합니다.」
「랜덤 카드를 눌러서 사용할 시, 랜덤으로 카드는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 · 스킬 · 권능]으로 변경됩니다.」
굳이 용사의 가호를 복구하게 된 원인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후우.”
그리고…….
「랜덤 카드를 전부 사용합니다.」
「일반 등급에서 신화 등급까지 무작위로 구매할 수 있는 특전이 정해집니다.」
이어서 4장의 카드를 동시에 손을 댄 순간.
「권능 ‘용사의 가호’가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행운이 일시적으로 격렬하게 상승합니다.」
화아악─!
랜덤 카드에서 찬란한 금색의 불빛이 환하게 번뜩였고, 이내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것은…….
「살 수 있는 모든 특전을 공개합니다.」
볼 것도 없이 대박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