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83
181. 이레귤러 (2)
카르베트.
「하이 리치 ‘카르베트’가 보유하고 있던 스킬 중 한 가지를 흡수합니다.」
거목 미궁 4층, [암흑 지대]를 수호하는 하이 리치가 가진 능력이 뭔지는 나도 모른다.
그럴 만도 했다.
카르베트는 직접적으로 내게 실력을 보여 준 적이 없었고 보여 줄 틈도 주지 않았으니까.
권능 추출로 습득한 망령 지배(B+)의 ‘망령을 지배할 수 있다’는 능력처럼 시체술에 관련된 능력을 추측했을 뿐이지.
하지만…….
「스킬 ‘탈인脫人(A+)’이 생성됩니다.」
카르베트에게서 습득하게 된 스킬은 예상했던 것들과는 달랐다.
‘탈인(脫人)?’
의미를 해석하자면 인간에서 벗어난다는 뜻인 거 같은데…….
도저히 이게 무슨 스킬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게 대체 뭐지?’
굳이 궁금증을 끌어안고 있을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바로 스킬 내용을 열람했다.
그리고.
『스킬 – 탈인脫人(A+)』
『숙련도 – 21%』
『설명 – 인간이라는 종에서 벗어난 존재가 될 수 있다.』
『효과 – 인간의 범주에서 점점 탈각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스킬창에 떠오른 설명과 효과를 본 나는 눈매를 좁혔다.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게 없는데…….’
인간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빼고는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다.
아니, 뭐, 리치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인간이라는 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설명의 전부였다.
그러니 알 수 있는 게 있을 리가 없었다.
“…….”
하지만 리치의 스킬 숙련도까지 가져온 시점에서 변화가 없을 리 만무했다.
‘잠깐 몸을 관조해 보면 뭔가를 알 수 있을까?’
그에 나는 바로 눈을 감고 전신을 관조했다.
조금이라도 이전에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는지 탐색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다더니…….
‘달라진 건 없는데.’
어이없을 정도로 거창했던 효과와는 다르게 달라진 건 없었다.
‘이건 스킬 합성 제물로 올려야겠네.’
어차피 나중에 합성에 사용하면 쓸 만한 스킬로 바뀌겠지.
대충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곤 이내 나는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다들 능력도 차근차근 복구하고 정비를 끝낸 상태에 가까웠다.
뭐, 마물들에게서 신성을 추출하는 작업을 할 때 미궁 전용 상점도 전부 이용했겠지.
그러니 이렇게 빠르게 정비를 끝낼 수 있는 거고.
“전부 아래층에 갈 준비를 마친 거 같으니 이제 움직입시다.”
그에 나는 재빠르게 팀원들에게 내려갈 것을 권했고, 이내 마찰 없이 만장일치로 내려가는 게 결정됐다.
걱정은 없었다.
‘카르베트에게서 아래층에 관한 정보들은 수집했으니 괜찮겠지.’
신성 추출 작업을 하는 와중에도 나는 카르베트에게서 여러 정보를 얻어 냈다.
이 아래에 있는 5층은 요새 도시로 구성된 계층이고, 마족 및 마물이 공생하는 장소이며, 암흑 군주는 요새 도시 중심지에 살고 있다는 것까지…….
들어야 할 정보는 전부 들었다.
남은 것은 직접 가서 그 정보를 확인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굳이 심력을 소모할 것도 없이 몰래 암흑 군주가 사는 왕성으로 침입하는 게 목적이다.
‘어차피 아래층도 리치를 죽이는 것처럼 암흑 군주를 죽이는 게 계층 돌파 조건이니…….’
암흑 군주를 암살해서 6층으로 내려가게 되면 이것만큼 효율 좋은 클리어도 없을 터이므로.
「거목 미궁 5층, [지옥 요새 도시]에 입장했습니다.」
「이곳은 거목 미궁에 들어온 마족들이 요새 도시를 이룬 장소입니다.」
「팀원 외의 도전자들과는 요새 도시가 공유되지 않는 미궁의 단절 공간에 가깝습니다.」
「이 [지옥 요새 도시]를 지배하는 암흑 군주를 살해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십시오.」
「※단, 암흑 군주에게 인정받을 시, 아무런 대가도 없이 아래층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전자들이여! 너희는 전부 포위됐다!”
층계를 빠르게 내려가서 문을 열어젖힌 순간.
대응할 틈도 없는 생각 외의 사태가 발생했다.
“순순히 요구에 따르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잿빛 벽돌로 쌓아진 장엄하기 짝이 없는 요새 도시.
뿔 그리고 날개가 달린 악마는 물론이고 흡혈귀나 늑대인간이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마계(魔界)는…….
카르베트에게 들은 정보를 그대로 옮겨 둔 것 같은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문제다.
‘왜 요새 도시에 바로 도착했지……?’
카르베트에게 들은 정보 중에는 이런 것은 없었다.
계층에 진입하자마자 바로 요새 도시의 광장이 나타나다니?
이 어이없는 상황에 적응하기 이전에 늑대 같은 귀를 머리에 단 여성 마족이 이어서 소리쳤다.
“도전자들은 전부 아이템을 바쳐서 성의를 보이도록 해라!”
……왜인지 모르게 머리에 열이 뻗치는 소리였지만, 나는 꾹 참은 채 그 말을 들었다.
“그렇게 한다면 암흑 군주께서 너희들을 다음 층에 갈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오케이.
이제 상황이 아주 잘 파악이 됐다.
정말이지 상황을 너무도 잘 알아낸 거 같아서 격노할 정도다.
‘이래서 시스템 메시지에 암흑 군주의 인정을 받으면 아래로 갈 수 있다는 조건이 있었나.’
현재 이들은 도전자들에게 강제적인 협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아이템을 주는 이들은 싸움 없이 아래로 갈 수 있고, 아이템을 주지 않는 이들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템을 준다고 순순히 아래층으로 보내 준다는 보장도 없고.
‘사람을 대체 어디까지 호구로 보는 거지?’
머리에 열기가 뻗치며 전신에 순환되는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어, 어쩌죠……? 마족들이 이렇게 많은데 싸우는 건 무리일 거 같은데…….”
캐서린 베넷은 요새 도시 광장에 몰려든 마족들을 보고는 위축되어서는 그렇게 말했다.
그걸 들었는지 내게 소리를 친 여성 마족은 입가에 호선을 그리더니 늑대 귀를 쫑긋거렸다.
“안심해라! 이 요새 도시에 있는 마족은 전부 선량하니까! 질서를 지킨다면 서로 이득이다!”
툭.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있는 무언가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어이가 없네.”
이 계층에 있는 건 전부 선량한 마족일 뿐이라고?
‘그럴 리가.’
착한 마물은 죽은 마물뿐이다.
그 사실은 여태까지 달라지지 않았고, 달라지게 두지도 않을 것이다.
「신화 가 활성화됩니다.」
「신성 공격에 의 효과가 붙습니다.」
「신성 공격에 의 효과가 붙습니다.」
그에 나는 눈빛을 번뜩이며 삭월의 검을 허리춤에서 꺼냈다.
철컥─!
“나는…….”
그리고…….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
예전에 들은 적이 있는 그럴싸한 말을 대충 내뱉고는 이어서 권능 스킬을 발동했다.
“전부 죽어.”
다음 순간.
「권능 스킬 ‘혼원마검’의 전용 효과 ‘배가(倍加)’가 활성화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권능 스킬 위력을 [4]배로 상승시킵니다.」
콰과과과광─!
검기(劍氣)의 해일이 요새 도시를 잡아먹듯이 넘쳐흘렀다.
***
싸움이라는 건 언제나 선수필승(先手必勝)에 가깝다.
그것이 소규모도 아니고 대규모로 이어지는 전투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바로 협상을 거부하고 검기를 사용했지만, 의외로 적들은 많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크으으! 저, 저놈이 협상을 거부했다! 저, 전부 전투를 준비하라!”
늑대 귀를 가진 여성 마족은 간신히 검기의 해일에서 벗어나곤 그렇게 외쳤다.
‘그래도 기본은 한다는 건가.’
진심으로 전부 죽일 심산이었는데 이렇게 살아 있는 걸 보니 진지해져야 할 거 같았다.
“이제부터 전부 제 배후에서 나오지 마십시오.”
거목 미궁에 들어오며 습득한 스킬들을 전부 아낌없이 쓸 시점이었다.
「스킬 ‘수호자’가 활성화됩니다.」
「지킬 대상 및 영역을 지정했습니다.」
「수호 대상 및 영역에 마력 결계가 생성되며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츠으으.
눈 깜짝할 사이에 팀원들이 있는 대지가 붉은 결계로 감싸였고.
더불어 팀원들에게도 개개인에게 조그마한 보호막이 부여됐다.
‘쓸 만하네.’
이걸로 조금은 마음을 놓고 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자, 잠깐만요! 당신 또 이렇게 멋대로 혼자 싸울 생각이에요!?”
그에 캐서린 베넷은 바로 수호자의 영역을 나오려고 했지만…….
이미 스킬로 지정해 둔 영역의 보호막을 뚫고 나올 수는 없었다.
“뭐든지 좋으니 버프나 주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보호 지역에서 벗어나지 마십시오.”
검을 슬쩍 늘어뜨린 나는 이내 배후로 고개를 살짝 돌리곤 말을 이었다.
“보호 지역을 벗어나면 지켜드릴 수 있을지는 저도 확신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이내 권능 스킬 및 다른 스킬까지 모조리 발동시키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게 무슨……! 이, 이거 열어요! 저희도 충분히 전력이 될 수 있어요!”
뭐, 그 와중에 캐서린 베넷이 뭐라고 소리치긴 했지만, 나머지는 조용했다.
그럴 만도 했다.
‘내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거겠지.’
현재 김승훈을 제외한 다른 팀원들은 내게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
심지어 김승훈마저도 간신히 1인분을 하는 정도에 불과하니 저대로 있는 것이다.
‘김승훈도 전장에 변수를 주는 것보다는 저 안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물론 캐서린 베넷도 이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단지, 무력한 탓에 아무것도 못 한다는 사실이 분할 터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도움이 안 되는 건 사실이니…….’
이내 나는 팀원들에게서 여러 버프가 전해지는 걸 느끼며 몸을 움직였다.
「권능 ‘불의 축복’에 의해서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4 상승합니다.」
「스킬 ‘윈드 실드’에 의해서 최대 8회까지 자동 방어 기능이 사용됩니다.」
이전에 받은 전적이 있는 버프들이지만, 그때보다도 성능은 확실하게 올라갔다.
훙─!
그저 살짝 발을 튕긴 것에 불과할진대 몸이 날개가 달린 것처럼 날아오른다.
이쯤 되니 미궁에 들어오기 전의 능력치에 가까워진 거 같았다.
아, 물론 진짜로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저 기분이 그렇다는 것이지만…….
‘암흑 군주가 있는 왕성은 어디에 있을까…….’
이 정도의 능력치로도 나는 충분히 하고자 하는 것을 해낼 힘이 있었다.
‘저기가 왕성인 건가.’
공중에 떠오른 찰나에 왕성이 있는 자리를 찾아낸 나는 바로 마력을 크게 운용했다.
「권능 스킬 ‘마력 운용’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이어진 발재간에 나는 공중에서 재차 도약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파아앙─!
‘허공답보.’
이전에 광검제의 서고에서 본 적이 있는 무공을 실제로 사용한 것이다.
「권능 스킬 ‘마력 운용(A-)’의 숙련도가 0.01% 상승했습니다.」
「권능 스킬 ‘마력 운용(A-)’의 숙련도가 0.01% 상승했습…….」
「권능 스킬 ‘마력 운용(A-)’의 숙련도가 0.01% 상승했…….」
뭐, 마력이 크게 소모되기는 하는데, 크게 신경을 쓸 것은 아니었다.
“인간 주제에 비행할 수 있다고……!? 미, 미친! 이건 말도 안 돼……!”
“뭘 멍하니 보고 있어! 날개가 있는 자들은 전부 놈을 쫓아라! 놈이 왕성으로 간다!”
“비, 빌어먹을……! 왕성에는 절대로 가지 못하게 해! 날지 못하면 놈을 지상으로 추락시켜!”
그도 그럴 것이…….
「권능 ‘원혼의 노래’에 의해서 정신이 점점 취약해집니다.」
「권능 ‘황천의 길동무’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이동 속도가 줄어듭니다.」
「권능 ‘마족 찬가’에 의해서 마기로 받는 피해가 전부 4배 강화됩니다.」
조금이라도 발목을 붙잡으려는 마족들의 발버둥이 내게는 축복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스킬 ‘만마지왕萬魔之王’이 활성화됩니다.」
이화접목(移花接木).
“어, 어어!? 궈, 권능이 전부 소멸했어!?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어찌……! 어찌 인간이 이렇게 악마적인 기운을 지니는 것이냐! 대체 어찌……!”
“젠장! 다, 당했다! 저놈은 마기를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전부 대피하……!”
마기에 의존하는 권능들은 일제히 소멸한 순간에는…….
「마기(魔氣)를 전부 흡수하여 마력으로 전환합니다.」
어느새 전신에 마력이 충만하게 차올라서는 검 끝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피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에 나는 마족들에게 싸늘한 조소를 날렸고…….
“너희에게 돌아갈 기회는 이제 없어.”
이어서 검 끝에 옮겨진 방대한 마력을 단숨에 터뜨리듯 휘둘렀다.
“지금부터는 무조건 내 턴이니까.”
그리고…….
삐이이─!
소리가 명멸하는 현상이 일어나며 요새 도시는 백열(白熱)의 검기로 물들었다.
콰아아아아아─!!
그것도 아주 화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