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88
186. 지피지기 (2)
「살 수 있는 모든 특전을 열람합니다.」
이동 시간 동안 여태까지 모아 둔 점수를 사용할 것을 결정했으니…….
쓸데없이 미궁 전용 상점을 좀 더 둘러보는 대신에 바로 특전 상점에 입장했다.
‘사야 하는 특전은 4개지만, 전부 사들일 수는 없겠지.’
레전드 등급의 업적도 둘이나 달성해서 점수를 생각보다 많이 모았지만 그래도 아직 점수는 부족했다.
그러므로 이제는 선택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어느 특전을 손에 넣을지.
「[분류 : 스킬] 전용 스킬 서적(SSS+) ─ [설명 : 오로지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전용 스킬을 생성한다] ─ [가격 : 100점]」
「[분류 : 무기] 전용 주문 반지(SSS+) ─ [설명 : 오로지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전용 주문을 생성한다] ─ [가격 : 100점]」
「[분류 : 권능] 권능 진화 물약(SSS+) ─ [설명 : 가진 권능 중 한 가지를 임의로 선택해서 진화시킨다] ─ [가격 : 100점]」
「[분류 : 신성] 절대 보존(SSS+) ─ [설명 : 어떤 상황에서도 한 번 소유한 능력은 절대로 잃지 않는다] ─ [가격 : 100점]」
우선은 특전 하나는 구매를 확정한 상태였다.
‘절대 보존은 사야 해.’
상대하는 자가 누구든지 이게 있으면 나는 절대로 약해지지 않는다.
어쩌면 절대 보존을 통해서 미궁 입장 전의 스펙도 복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추측하건대 절대 보존 특전으로 잃지 않는 건 특전 습득 이후의 능력일 것이다.
미궁 입장 전의 능력들까지 되찾는다는 건 너무도 희망적인 관측이겠지.
‘그러니 어느 정도 능력을 키우는 건 필수지.’
그에 나는 바로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특전을 세 가지 결정했다.
사실, 이 네 가지 특전 중 세 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무엇을 살지는 뻔했다.
「전용 특전 ‘전용 스킬 서적(SSS+)’을 미궁 점수 100점을 소모하여 구매했습니다.」
「전용 특전 ‘전용 주문 반지(SSS+)’을 미궁 점수 100점을 소모하여 구매했습니다.」
「전용 특전 ‘절대 보존(SSS+)’을 미궁 점수 100점을 소모하여 구매했습니다.」
스킬 그리고 주문.
기본적으로 살 것을 결정해 둔 절대 보존을 제외한다면 사야 하는 건 이 둘이다.
물론 권능 진화 물약도 있긴 한데 이걸 사기엔 조금 망설여졌다.
권능도 전부 복구한 것도 아닐진대 권능 진화 물약을 사 둔다니?
어디에 사용해도 아쉬울 수 있으니 나중에 사는 게 옳을 터이다.
어차피 업적을 몇 개 달성한 후에는 바로 권능 진화 물약도 살 수 있으므로.
훙.
특전 구매를 마치니 바로 공중에서 고풍이 배어 있는 서적과 반지가 나타났다.
절대 보존은 바로 적용됐는지 따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정말 이게 끝인지 의심될 정도로 간단한 적용이었지만…….
‘그래도 나중에 잘 작동하기만 하면 되지.’
굳이 시간을 질질 끌지 않아도 되니 이건 이것대로 괜찮았다.
「전용 스킬 서적」
「등급 : SSS+」
「오리지널의 전용 스킬을 생성할 수 있는 특전 서적.」
「※서적에 피를 묻힐 시, 사용자의 기질을 14일 동안 분석하여 오리지널 스킬을 생성한다.」
「전용 주문 반지」
「등급 : SSS+」
「오리지널의 전용 주문을 생성할 수 있는 특전 반지.」
「한 번 장착하면 전용 주문 반지는 사용자에게 영구적으로 귀속된다.」
「※반지를 손에 착용할 시, 사용자의 염원에 따라서 오리지널 주문을 반지에 부여한다.」
공중에 나타난 아이템들을 낚아채서 설명창을 보니 이상한 건 없었다.
상점창에서 본 그대로에 가까운 설명이다.
단지…….
‘전용 스킬 생성에 14일이나 걸리다니…….’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오리지널 스킬을 생성해서 그런 것일까?
상점에서 산 전용 스킬 서적은 스킬 생성에 대기 시간이 존재했다.
그것도 14일이라는 짧지 않은 대기 시간이.
솔직히 말해서 달갑지는 않았지만, 어찌할 도리도 없으니 입맛만을 다셨다.
대기 시간이 있는 만큼 부디 좋은 스킬이 생성되기를 바라며.
그에 나는 바로 손가락을 살짝 깨물음으로써 피를 내어 전용 스킬 서적에 묻혔다.
「전용 스킬 서적(SSS+)의 사용자로 도전자 한성윤이 등록됩니다.」
그리고…….
「전용 스킬 서적(SSS+)이 도전자 한성윤의 기질에 대해서 분석을 시작합니다.」
그 메시지를 끝으로 손에 들린 책은 소리도 없이 순식간에 소멸했다.
「14일 후, 도전자 한성윤의 기질에 적합한 스킬이 생성됩니다.」
그것을 끝으로 더는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전용 스킬 서적은 14일이 지나기 전까진 달라질 것도 없을 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문 생성 반지까지 바로 쓸 수 없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염원에 따라서 주문이 생성된다, 라…….’
아마도 반지에 생성되는 주문은 사용자의 생각에 크게 영향받는 것 같은데…….
‘재밌네.’
궁금했다.
「전용 주문 반지(SSS+)를 착용했습니다.」
정말로 이 반지가 내 염원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주문을 준다면…….
「전용 주문 반지(SSS+)가 도전자 한성윤에게 영구적으로 귀속됩니다.」
대체 무슨 주문이 생기는 것일까?
「전용 주문 반지(SSS+)가 도전자 한성윤에게 적합한 전용 주문을 생성합니다.」
***
츠으으.
오른손 검지에 낀 푸른 반지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린 순간.
「전용 주문 반지(SSS+)에 전용 주문 가 생성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며 반지에서 붉은빛이 조용하게 흘러나왔다.
“…….”
생각처럼 엄청나게 좋은 주문은 생성되지 않은 거 같지만…….
‘적어도 최소 기대치 정도는 충족시킨 거 같네.’
생성된 주문의 성능이 완전히 실망할 정도로 좋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전용 주문 자체의 성능은 심플했다.
모든 능력치 및 모든 스킬 효율을 100% 상승시켜 주는 것.
이게 바로 의 주문이 가진 능력이었다.
물론 조건은 있다.
‘강적 중의 강적에게만 쓸 수 있는 일발 역전의 카드라는 건가…….’
사용자보다 몇 배는 강한 적을 상대할 시에만 이 주문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속 시간은 전투 종료 시점까지 이어지니 나쁘진 않았다.
‘무난하네.’
탑을 올라가든지 미궁을 내려가든지…….
어차피 나는 강적을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그러니 에 같이 쓸 수 있는 주문이 있어서 좋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에 내가 정비를 마치니 어느새 계층 이동이 가능한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바로 이 요새 도시의 중심지다. 이 아래로 내려가면 6층으로 갈 수 있다.”
암흑 군주는 왜인지 모르게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정말로 자신을 살려 줄지 의심된다는 태도인데…….
“이제 가 봐.”
굳이 그를 죽여야 하는 이유는 사라졌기에 바로 손짓을 해서 축객령을 내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암흑 군주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떨떠름한 얼굴로 내게 물음을 건넸다.
“정말로 살려 준다는 것인가……?”
“그게 약속이니 어쩔 수 없지.”
그때 마신은 내게 이 거목 미궁에서 신들이 얻으려 하는 보상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 대가로 내건 것은 거목 미궁 안에 있는 마족들은 살려 달라는 것이었고.
그러니 시답잖게 암흑 군주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물론 신성력이 조금 탐나긴 하는데 그마저도 샘물에서 충분히 빨아 먹고 왔다.
‘신성 등급까지 상승했으니 말은 다 했지.’
어지간한 예비 사도 하나는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흡수했으니…….
암흑 군주까지 죽이기엔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나라도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뭐, 양심의 가책도 양심의 가책이지만, 마신과의 동맹 관계가 깨질 수 있어서라도 죽이진 않는 게 좋았다.
여러모로.
“진심일 줄은 몰랐는데. 설마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마는…….”
“싫음 말고. 이 자리에서 목을 내놓고 가도 나는 괜찮아.”
“미, 미친놈! 짐이 괜찮지 않다! 대체 너는 마족을 무어라 생각하는 것이냐!”
“보상을 아낌없이 주는 선물 상자?”
“…….”
“농담이야.”
굳은 분위기를 환기해 줄 심산으로 던진 농인데 마족답게도 감정이 메마른 것일까?
“……그, 그렇군. 노, 농담 같진 않다마는. 지, 짐은 이제 돌아가겠다. 그럼 이만.”
이전보다 얼굴빛이 창백해진 암흑 군주는 재빨리 내게서 멀어졌다.
그걸 본 캐서린 베넷이 나를 힐끗 보더니 이내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대체 저 마족을 얼마나 갈궜으면 저렇게 반응하는 거예요?”
“글쎄요. 갈군 적은 없는데. 마족이라서 괜히 제 말에 지레 겁먹은 거겠죠.”
그에 내가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자니 김승훈이 의아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 마족은 죽이지 않아도 되는 건가? 여태까지 마족들은 전부 죽이지 않았나?”
“뭐, 그러긴 했는데, 아무래도 살려 둬야 할 거 같아서요.”
“스킬인지 권능인지는 모르겠다마는……. 마족을 살려서 얻을 수 있는 게 있나 보군.”
“정확합니다.”
마신과의 동맹으로 마족들을 죽이지 않는 것을 어찌 설명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김승훈이 알아서 정리해 주니 나로서는 그저 달가울 따름이었다.
이어서 오춘석도 그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덧붙였다.
“저희는 성윤 씨에게 캐리받는 입장이니 이해해야죠. 저희 생각하실 건 없습니다.”
그 말에는 전부 동조하는 분위기 덕분에 굳이 뭔가를 더 말해야 할 것도 없었고.
“……그럼 이제 내려가도록 합시다.”
이어서 나는 팀원들을 데리고 바로 아래로 이어지는 묵빛 계단을 내려갔다.
「거목 미궁 5층, [지옥 요새 도시]를 내려갈 자격을 얻었으므로 보상이 주어집니다.」
「[아이템 · 권능 · 스킬] 중 두 가지를 선택하여 능력을 둘 복구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능력 복구도 익숙해진지라 재빠르게 선택을 마칠 수 있었다.
「스킬 ‘반격의 방패’가 봉인에서 해제됩니다.」
방어 기술 겸 카운터 기술로 사용할 수 있는 반격의 방패를 고르고.
「권능 ‘명경지수’가 봉인에서 해제됩니다.」
정신을 뒤흔들 수 있는 능력에 대비해서 명경지수까지 되찾았다.
솔직히 말해서 되찾을 스킬로 성광(星光) 혹은 징벌(懲罰)도 괜찮을 거 같기도 했는데…….
성광을 쓸 바에는 반격의 방패로 카운터 겸 마이너 버전의 광검을 쓰는 게 나을 터이고.
더불어 징벌 같은 스킬은 마족을 상대로 엄청나게 강해지는 것인데 이제는 필요가 없었다.
‘마신과의 계약으로 마족과는 싸울 일이 없어졌으니까.’
그러니 현재 복구할 스킬로는 반격의 방패가 적합했다.
능력 복구까지 마친 나는 스킬 합성을 돌릴지 고민했지만, 이내 그러지 않기로 정했다.
스킬 합성에 갈아 넣을 재료들이 어중간하기 때문이다.
합성에서 뭣 같은 스킬이 나오지 않으려면 서로 간의 조합도 잘 따져야 하는데…….
이전에 흡수한 스킬 중에는 꽝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 것들이 많았다.
‘일단은 스킬 합성은 킵이네.’
정비는 그대로 끝났다.
팀원들도 이제는 적응했는지 나보다도 빠르게 능력 복구를 마쳤다.
신기했다.
이전 층에서는 신중하게 되찾을 능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생각 외의 스피드였다.
그에 직접 캐서린 베넷에게 왜 이리 빠르게 정비를 마쳤는지 물어보니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그거야 테크트리를 당신을 보조하는 쪽으로 맞췄으니 그런 거죠. 이제 자가 방어 쪽은 신경도 안 쓰고 있거든요.”
조금은 삐졌다는 듯 툴툴거리는 목소리긴 했지마는…….
결국, 이건 내게 목숨을 맡기고 올인하겠다는 것과도 같았다.
조금 엇나간 거 같긴 해도 이렇게 신뢰를 받으니 기분이 조금은 좋아졌다.
“그럼 기대에 부응해야 하겠네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팀원들을 이끌고 층계에서 바로 내려갔고…….
「거목 미궁 6층, [증명의 요람]에 입장했습니다.」
중앙에 엄청나게 큰 거울이 설치된 회색빛 대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증명의 신이 관장하는 특수 계층입니다.」
「지구 차원 및 무림 차원이 공동으로 시련에 임할 수 있습니다.」
「서로 힘을 합쳐서 곧 나타날 [복제된 도전자]를 쓰러뜨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십시오.」
「※단, [복제된 도전자]의 격퇴 기여도가 10% 이하일 시, 미궁 외부로 퇴출됩니다.」
시스템 메시지에서 알려주는 설명을 읽은 나는 눈빛을 반짝였다.
‘증명의 신이 관장하는 계층이라고?’
이제야 조금은 본격적으로 신들의 흔적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게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간에 거목 미궁의 심층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니.
설레는 감정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지구 차원 및 무림 차원의 공동 시련이라.’
회색빛 대지를 훑어보니 주위에는 무장 자체가 헌터와는 다른 이들이 즐비해 있었다.
“버러지 같은 미개인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군……. 무(武)도 협(俠)도 모르는 버러지들이.”
“무공도 사사받은 적 없는 벌레 같은 놈들이랑 공동 시련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
“하! 공동 시련? 헛소리하기는. 무공도 모르는 버러지들과의 협력이 가능할 리 없지.”
무림인(武林人).
무림 차원 소속 도전자들이 각각 주위에 있는 이들을 둘러보고는 혀를 찼다.
‘6층에 있는 무림인은 40명 정도인가…….’
지구 차원 소속 도전자들이 10명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였다.
……사실, 여태까지 내가 내려오며 했던 짓을 생각하면 지구 차원 소속 도전자들이 10명 내외인 것도 신기했다.
도전자들이 쉽게 계층을 내려오지 못하게 해뒀으니까.
아마도 그만큼 이 자리에 있는 지구 차원 도전자들이 엄청난 실력자라는 뜻일 터다.
그러니 어느 정도 그들에게 흥미로움이 솟구쳤지만…….
그 감정은 머지않아서 사라졌다.
그럴 만도 했다.
「현재 6층에 있는 도전자 중 강자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복제가 진행됩니다.」
「[복제된 도전자]는 거목 미궁에 들어오기 전 수준으로 실력이 고정됩니다.」
서로 다른 차원이 힘을 합쳐야 할 정도로 강력한 적이 나타나려 하고 있으니까.
강자들을 대상으로 랜덤 복제라고 하니 긴장감이 단숨에 올라갔다.
‘거목 미궁에 들어오기 전 스펙으로 도전자를 복제한다니…….’
긴장하지 않으려 해도 긴장하게 되는 시련이다.
이전에 17층 시련에서 본 천마 같은 엄청난 강자가 나타날 수 있는 노릇이니…….
부디 강자 중에서도 그나마 기량이 좋지 않은 이가 복제되기를 바라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선정 완료.」
「선정된 도전자의 거목 미궁 진입 전 스펙으로 [복제된 도전자]가 생성됩니다.」
왜인지 모르게 나는 이렇게 간절히 바랄 때마다 운이 없었다.
그것도 아주 엄청나게.
드드드─!
회색 대지 중심에 있는 거울이 떨리는 동시에 그 너머에서 인영(人影)이 모습을 드러냈고.
“…….”
그것을 본 나는 일시적으로 뇌가 정지된 것처럼 숨을 멎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 차원 소속 도전자 [한성윤]이 생성됐습니다.」
거울에서 나타난 것은 최악 중의 최악의 적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