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190
188. 지피지기 (4)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레플리카와의 전투는 승리할 확률이 제로에 가까웠다.
그럴 만도 했다.
거목 미궁에 들어오기 전의 나는 지구 차원 최강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본래 나는 대규모 전투에서 크게 빛을 발하는 능력을 다수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엄청난 것들로.
그중에서도 가장 성가신 능력을 뽑아 보자면 바로 이것일 터이다.
네크로맨시(Necromancy).
흡수한 사령을 자원으로 삼아서 여러 가지 능력을 구사할 수 있는 올라운더 스타일의 고유 특성은…….
「도전자 [한성윤(僞)]이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사령을 소모해 피해를 완전 경감시킵니다.」
이 전투에서 레플리카에게 조그마한 생채기를 내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 완전무결의 철벽이 되었다.
그럴 만도 했다.
네크로맨시의 보호 기능은 사용하기에 따라서 100의 힘을 1의 힘으로 막을 수도 있는 능력이므로.
쓸모없는 사령들을 사용한다는 전제 아래에 네크로맨시의 보호막은 강자의 전력을 의미 없이 소모시킬 수 있다.
「충전 완료.」
「스킬 ‘반격의 방패’가 누적된 피해량을 반사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지금처럼.
「스킬 ‘반격의 방패’가 누적된 피해량을 한 번에 방출합니다.」
콰아앙─!
레플리카의 심검(心劍)으로 누적된 충격을 즉각 방출했지만…….
「도전자 [한성윤(僞)]이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사령을 소모해 피해를 완전 경감시킵니다.」
이마저도 레플리카가 가진 사령을 전부 소모시키진 못했다.
그에 나는 혀를 찼다.
‘무림인은 진짜로 도움이 되지를 않는구나.’
서로 대적할 적에는 미친 것 같은 강함을 자랑한 무림 차원 도전자인데…….
공동 시련에서 협력해야 하는 체계가 되자마자 귀신같이 트롤링을 하고 있으니 열불이 뻗쳤다.
심지어 대부분 전의를 상실해서는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대체 이놈들은 할 줄 아는 게 뭐지?’
레플리카에게 죽어 줘서 사령을 헌납해 준 것 빼고는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불만을 곱씹을 틈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전자 [한성윤(僞)]이 권능 ‘순보’를 사용합니다.」
카운터 기술이 사라지자마자 레플리카가 즉각 내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공간 이동 권능까지 사용하면서까지.
적어도 죽은 무림인들에게서 장비를 줍지는 못했기에 손에 들린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후우웅!
이미 세 자릿수에 도달한 능력치는 가볍게 주먹을 내지르는 것만으로도 산이 흔들릴 정도다.
모든 능력이 봉인된 거목 미궁 내 도전자는 형태도 남기지 못하고 죽겠지.
하지만…….
“순보를 바로 쓰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인데.”
콰아앙!
모든 능력치가 세 자릿수를 넘어선 것은 나도 다를 것 없었다.
레플리카의 주먹질을 몸으로 받아 냈음에도 내게는 아무런 충격도 전달되지 않았다.
내 능력치 자체가 로 인해서 레플리카보다도 높아진 것 때문도 있지만…….
「스킬 ‘워터 실드’에 의해서 자동 피해 경감이 사용됩니다.」
「스킬 ‘워터 실드’에 의해서 자동 피해 경감이 사용됩…….」
「스킬 ‘워터 실드’에 의해서 자동 피해 경감이 사…….」
아예 충격을 받지 않은 건 오춘석에게 받은 피해 경감 스킬이 작동해 준 것이 컸다.
“……!?”
그런데 레플리카는 주먹질에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버틸 줄은 몰랐던 것일까?
여태까지 감정이 없는 얼굴을 유지하던 레플리카는 바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아마도 레플리카는 주먹질 하나로 내가 나가떨어진다고 생각한 거 같은데…….
「스킬 ‘일격 집중’이 활성화됩니다.」
「다음 일격에 사용되는 기술의 정밀도 및 파괴력이 올라갑니다.」
까지 사용해서 능력치가 훅 올라간 지금은 되레 그 반대이다.
콰아아아앙!
일격 집중을 사용해서 왼손을 내지르니 레플리카의 몸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땅을 크게 굴렀다.
「도전자 [한성윤(僞)]이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사령을 소모해 피해를 완전 경감시킵니다.」
「도전자 [한성윤(僞)]이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사령을 소모해 피해를 완전 경감시킵…….」
「도전자 [한성윤(僞)]이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사령을 소모해 피해를 완전 경감시…….」
사령도 대부분 소모시킨 것 같으니…….
이제 준비는 끝났다.
고작 한 합을 겨뤘을 뿐이지만 확신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길 수 있어.’
레플리카는 이길 수 없는 적이 아니다.
본래는 능력치 차이로도 속절없이 밀려야 하는 구도이겠다마는…….
그 부분은 각종 버프 및 그리고 로 커버해냈다.
심지어 서로 일격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눈치챈 게 있었다.
바로…….
‘스킬 외의 기술을 그다지 심도 있게 쓰진 않아.’
탑에서 본 레플리카와는 다르게 거목 미궁의 레플리카는 스킬 외 기술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심검을 쓴 시점에서 이는 부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심검은 스킬도 권능도 아니니까.
하지만 순보를 쓴 상태에서 무공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보니 그걸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순보도 저렇게 막 쓰는 걸 보니 전투 센스도 완전히 복제된 건 아니야.’
심지어 아예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미궁에 오기 전에 나는 스킬 몇 개를 에 귀속시켰지.’
탑에서 나는 마력 운용 스킬을 에 귀속시켜서 권능 스킬로 화했다.
그리고 레플리카에게는 도 도 없다.
즉─.
‘에 귀속된 스킬은 모조리 잃었다는 게 되지.’
아마도 놈은 무공을 쓰고 싶어도 ‘마력 운용’이 없어서 쓰지 못한다는 게 옳을 터이다.
심검도 원리를 알고 쓰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은 느낌이고.
심지어 그마저도 심검으로 무림인들을 전부 죽이지 못하는 걸 보니 컨트롤도 미숙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권능 스킬 ‘혼원마검’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기량 차이를 보여 줄 심산이었다.
***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세 개 정도의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로는 네크로맨시이고 두 번째로는 재생 능력이며 세 번째로는 최후의 저항이다.
‘궁지로 몰아도 어차피 최후의 저항으로 치명상을 없애면 불리해져.’
고유 특성인 네크로맨시는 진작에 사령을 빼뒀고, 선혈의 구도자 그리고 잿빛 선혈의 콤보는 검염으로도 막을 수 있을 터다.
그렇지만 최후의 저항만큼은 사전에 차단할 방법이 없다.
이쪽이 가진 이점을 극대화시켜서 최대한 스킬을 빼게 하는 게 최선일 터.
그에 나는 바로 땅을 박차곤 레플리카에게 달려들었다.
거리를 내주게 된다면 검기를 날릴 수도 있으므로.
아마도 마력 운용 능력 자체가 사라졌으니 검염의 성질 부여는 자유롭게 조종하지 못하겠지만…….
‘섬전검기의 스킬이 있으니 검기를 날리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일단은 검염 또한 권능으로 등록되어 있는지라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태까지 레플리카는 나를 깔보고 있었는지 검은 일절 쓰지 않았지만…….
있기는 있었다.
죽은 적의 장비를 줍지 않아도 바로 쓸 수 있는 검이.
「도전자 [한성윤(僞)]이 권능 ‘철혈의 검’을 사용합니다.」
레플리카는 바로 몸을 일으키곤 오른손에 서릿빛 검을 소환해서 쥐었다.
「도전자 [한성윤(僞)]이 스킬 ‘섬전검기閃電劍氣’를 사용합니다.」
그러더니 이내 권능으로 검염을 사용하고는 거기에 더해서 뇌전까지 둘렀다.
‘스킬 사용 내용을 전부 말해 주니 뭘 하려는지 알 거 같네.’
이쯤 되면 다음에 이어질 행동이 참격 발산이라는 것쯤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고.
촤아악……!
그에 나는 원거리에서 날아드는 참격을 보고는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그대로 돌진했다.
아마도 조금이라도 내 돌진을 막고 싶은 심정이겠다마는…….
「스킬 ‘윈드 실드’의 모든 방어 횟수를 소진하여 공격이 소멸합니다.」
애초에 이렇게 될 상황을 막고 싶었다면 공간 이동 권능인 순보를 섣불리 쓰지 않아야 했다.
‘전투할 때는 권능을 어떻게 쓸지 생각해야지.’
레플리카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되자마자 나도 같은 검염을 두르고 검을 휘둘렀다.
그것도 재생 불가의 성질까지 두른 채로.
물론 레플리카도 그대로 당해 줄 리는 없기에 순식간에 여러 가지 스킬들을 사용했다.
「도전자 [한성윤(僞)]이 스킬 ‘파천破天’을 사용합니다.」
「도전자 [한성윤(僞)]이 스킬 ‘선혈의 구도자’를 사용합…….」
「도전자 [한성윤(僞)]이 스킬 ‘반격의 방패’를 사용…….」
내 존재 자체가 어지간히도 위협적인지 쓸 수 있는 스킬은 대부분 썼다.
하지만 나로서는 솔직히 말해서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킬 배분도 또 엉망이네.’
스킬 사용 시점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혈의 구도자는 진작에 검을 강화하든 체력을 보충하든 하는 식으로 써야 했고, 반격의 방패는 이제 와 쓰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나마 괜찮은 건 파천인데…….
‘그래 봤자 파천도 정면 승부를 해 주지 않으면 그만이지.’
이마저도 상대법은 이미 고안해 둔 상태였다.
「권능 스킬 ‘혼원마검’의 전용 효과 ‘배가(倍加)’가 활성화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권능 스킬 위력을 [4]배로 상승시킵니다.」
백검접공(白劍摺空).
그그그─!
이전에 백학검선에게서 배워 둔 검법이 몇 배로 강화되며 검 주위 공간이 그대로 굴절됐다.
그에 레플리카는 낭패했다는 기색을 강력하게 내비쳤다.
그럴 만도 했다.
굴절된 공간은 내 심장을 노려야 했을 레플리카의 서릿빛 검을 지면에 관통시켰으니까.
카가각!
완전히 지면을 뚫고 내려간 검을 본 나는 피식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도전자 [한성윤(僞)]이 스킬 ‘최후의 저항’을 사용합니다.」
전투 승리 조건은 이제 전부 달성했다.
그러니…….
“가짜는 가짜답게 사라지자고.”
시답잖은 전투에 종막을 고할 시간이다.
***
의외로 레플리카는 잘린 목이 수복되자마자 재빠르게 대처했다.
「도전자 [한성윤(僞)]이 스킬 ‘성광星光’을 사용합니다.」
탑에서는 용신류 업적을 달성하게 해줬던 성광 스킬을 대놓고 쓴 것이다.
물론 전투 센스 자체가 심각한 수준인 레플리카는 성광을 최대 출력으로 사용하진 못했지만…….
퍼어엉!
서로 같이 성광에 다칠지언정 나는 자신에게서 떼어놓겠다는 레플리카의 강렬한 의지를 엿보는 게 가능했다.
‘성광으로 나를 떼어놓고 시간을 벌겠다는 건가?’
그럴싸했다.
잿빛 선혈로 재빨리 상처를 수복하고 선혈의 구도자로 체력을 회복하는 것은 좋은 콤보이다.
이 둘은 서로 시너지가 엄청나게 좋으니까.
하지만 그걸 내가 허용하게 해 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문제였다.
「권능 스킬 ‘마력 운용’이 활성화됩니다.」
심검조차도 마력 운용이 없어서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는 레플리카와는 다르게도…….
「스킬 ‘일격 집중’이 활성화됩니다.」
「다음 일격에 사용되는 기술의 정밀도 및 파괴력이 올라갑니다.」
마력 운용 스킬이 있는 나는 심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일격 집중으로 기술 정밀도 및 파괴력까지 올릴 수 있으니…….
콰지직!
레플리카의 몸통이 심검에 반으로 갈라져 무너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생각보다 시시했어.”
신화 에서 제공된 의 버프는 사용할 틈도 없었다.
생각 이상으로 전투 센스가 허접해서.
능력치 차이가 없었으면 아마도 이것보다 좀 더 쉽게 승리하지 않았을까?
물론 의미 없는 가정이겠다마는.
정말이지 기량 차이 때문에 재미없게 이기기는 했지만…….
「도전자 ‘한성윤(僞)’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61% 상승했습니다.」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고유 특성 ‘네크로맨시’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어쨌든 간에 이긴 건 이긴 거니 보상은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사용자보다 강한 사령을 흡수하여 권능 추출의 판정이 시작됩니다.」
그게 승자의 권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