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00
198. 미궁 최종 계층 (5)
사령 조각.
신격의 화신체를 살해할 시 흡수할 수 있는 사령의 일종인 거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걸 전부 완성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럴 만도 했다.
7층 스테이지에서 화신체를 쓸 수 있는 신격은 한정된 상태이며 그마저도 셋 중 둘을 죽이게 되었고.
남은 하나는 아리아에 의해서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이동했으니…….
서투른 관찰의 신이 미궁 전용 신격 권한을 사용해서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내 기대를 버리게 되었다.
―저건…….
사령 조각은 완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서투른 관찰의 신이로군.
하지만.
―설마 저놈이 이렇게 가까운 장소에서 나타날 줄이야…….
상공에 나타난 검은 포탈에서 흘러나온 서투른 관찰의 신의 화신체를 본 순간.
[ 이건……. ]마음속에서 접으려 했었던 기대감에 강렬한 불씨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 인과로군. ]운명(運命).
피할 수도 없는 흐름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바로 이러할 터이다.
신격 둘의 화신체를 때려잡자마자 곧장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다니?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권능 스킬 ‘바람의 은총’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속도가 150%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15]」
여태까지 한 번도 바람의 은총으로 이 정도로 가속도를 붙인 적은 없었는데…….
파아앙─!
모든 속도를 150% 상승시키니 이동하는 과정이 이전과는 아예 달라졌다.
―……모든 행동 속도 상승인데 상승률 중첩에 아예 제한이 없다니. 정말이지, 몇 번을 봐도 사기적인 기술이로다.
신격화를 발동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동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된다.
진작에 인간을 벗어난 내 동체 시력으로도 정말로 간신히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정도.
하지만…….
‘굳이 이동을 통제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지.’
이는 미리 상정해 둔 문제점이다.
어디로 이동할지 완전하게 컨트롤을 할 필요성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어차피 이 제어할 수 없는 이동 속도는 곧 또 다른 이동기를 사용하기 위함이므로.
「권능 ‘순보’가 활성화됩니다.」
「10분 동안 해당 권능에 재사용 대기 시간이 부여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시야 내의 원하는 지점으로 즉시 이동합니다.」
순보 발동 가능 거리.
그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무리하게 가속했을 뿐이었다.
순보는 시야 내에 들어온 장소라도 이동 가능 지점이 그리 넓진 않으므로.
그리고 어차피 순보를 발동하면 이전까지 몸에 붙은 가속도 같은 것은 전부 사라지기에 목적 지점에서 벗어날 염려도 없었다.
「권능 스킬 ‘바람의 은총’이 비활성화됩니다.」
서투른 관찰의 신 바로 앞에 도착한 나는 싱긋 웃음을 지었다.
[ 안녕? ]그에 서투른 관찰의 신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려움에 찬 음성을 내질렀다.
[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돼! 네놈이 어찌 이곳에……!? ]아마도 다른 신격들을 상대하느라 자기에게는 올 수 없을 줄 알았던 거 같은데…….
그 의문에 굳이 말로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기에 나는 바로 검을 꽉 쥐었다.
자고로…….
「권능 스킬 ‘혼원마검’의 전용 효과 ‘배가(倍加)’가 활성화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권능 스킬 위력을 [1.7]배로 상승시킵니다.」
최고의 소통법은 서로 부딪히는 물리적인 대화인 법이다.
꽈아아아아앙─!!
……아님 말고.
***
착.
[ 역시 이 정도 출력으로는 바로 죽진 않는 건가. ]사뿐히 착지한 나는 대지에 처박힌 채 몸을 떠는 서투른 관찰의 신을 보며 혀를 찼다.
그의 몸은 크게 베이긴 했어도 죽음을 직면할 수준은 아니었다.
‘신격의 화신체를 둘이나 상대하느라 신성력을 과하게 소모했어.’
혼원마검은 권능 스킬로 진화하며 무공의 출력 그 자체를 배율로 올려 주는 스킬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 대가로 사용되는 것은 신성력이다.
일전의 격전 탓에 신성력이라는 연료를 많이 소모했기에 충분한 위력을 낼 수 없었다.
‘여태까지 미궁에서 모아온 아이템에 스킬까지 공물로 바쳐도 신성력이 부족하다니.’
아직도 성장해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지금 상태로는 진짜로 실력 있는 신격에게는 이기지도 못하겠지.’
아니.
진짜로 실력 있는 신격까지 갈 것도 없었다.
결국, 화신체까지 써 놓고 내게 처참하게 패배했다마는…….
잡신들조차도 본체로 온다면 내 목숨을 거둘 수 있을 수준은 될 터.
‘신성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가.’
신성, 신앙, 신화.
본격적으로 신격으로서의 격을 높일 차례라는 게 실감됐다.
아마도 이제부터는 신경 쓰지 않은 신앙 그리고 신화에 관해서도 충분히 알아 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 충분히 신격들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테니까.
하지만…….
「시간 종료.」
「신성 권능 ‘신격화’가 비활성화되며 8시간 동안은 재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우선은 이것부터 처리하는 게 맞겠지.”
[ 크, 크으으……. 젠장…….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됐……. ]“왜 이렇게 되기는. 너희들이 먼저 내게 시비를 걸었으니 이렇게 되었지.”
[ 헛소리. 너 같은 것이 없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다. 너는 원래는 없었어야 하는 존재다. ]“아직도 주제 파악이 안 됐었나.”
[ 이 싸가지 없는 필……! ]서투른 관찰의 신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는 바로 혈천마검을 그의 몸뚱이에 내리쳤다.
카아앙!
[ 끄으으! ]“화신체라도 고통은 그대로 느끼는 거 같고.”
[ ……적일지언정 신격인 내게 예의는 차려야 하는 것이 옳─. ]“혀끝이 긴 걸 보니 아무래도 화신체도 조건 없이 바로 불러들일 수 없는 거 같은데.”
[ …….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내게 그렇게 막 말을 하는 걸까?”
이제야 상황이 자기에게 불리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서투른 관찰의 신이 입을 꾹 닫았다.
[ ……그렇군. 나를 제외한 다른 신격들은 전부 당했나. 그리고 너는 내게서 얻고 싶은 게 있는 것이고. ]의외로 서투른 관찰의 신은 내 의중을 정확하게 알아챈 것 같았다.
[ 도전자 한성윤. 목적이 대체 무엇이지. 내게 뭘 바라고 있는가. ]몇 초 전까지는 과열되어 있었던 그의 말투도 어느새 냉정해진 상태였다.
이전에도 그는 세 신격 중 가장 이성적으로 행동했다.
그 점을 생각하면 아마도 이게 그의 진정한 성격일 터이다.
‘여태까지는 흥분한 탓에 냉정하지 못했던 거겠지.’
그에 나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몇 가지 질문 그리고 이 미궁이라는 경합에 대해서 알고 싶어.”
[ ……그렇군. 탑의 후보이니 진실들을 알고 싶을 터. 이해했다. 하지만 전부 알아낼 수 없다는 건 너도 알겠지. ]“알고 있어.”
[ 그럼 됐다. 그 대신에 거래하고 싶은 것이 있다마는. 들어줄 수 있겠는가. ]“화신체를 해치지 말라는 건 들어줄 수 없는데.”
[ 그런 건 아니다. 단지, 이후에 너를 적대하지 않는 한, 내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것이다. ]“…….”
[ 그 대신에 너에게 해를 입힌다면 그 대가를 깔끔하게 지불하지. ]“대가를 지불한다는 조건은 마음에 든다마는. 그리 말해도 서로 거래할 방법이 없는데.”
[ 그건 걱정하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갑자기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서투른 관찰의 신이 도전자 한성윤과의 거래를 지킬 것을 신성을 걸고 서약합니다.」
「서투른 관찰의 신이 이를 어길 시 시련의 탑이 서약이 새겨진 신성을 바로 회수할 것입니다.」
시련의 탑에서 설마 이런 기능도 제공할 줄이야.
‘탑이 거래 기능을 제공해 준 덕분에 귀찮게 거짓을 간파할 필요성은 사라졌네.’
시스템 메시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서투른 관찰의 신이 담담하게 말했다.
[ 내 신성에 걸고 절대로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탑에 이런 시스템도 있었나. 알겠어. 그럼 이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 바라는 바이다. ]“일단은 탑에 관해서 알려 줘야겠어.”
그에 나는 바로 탑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하지만…….
[ 모른다. ]돌아온 것은 대부분 모른다는 일관적인 대답이니 알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대체 탑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뭐지?”
[ 기본적인 정보에 관해서만 알고 있다. 나는 신격이 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러니 알고 있는 정보도 적지. ]“한마디로 허접해서 알려 줄 정보도 없다는 거네.”
[ …….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지. 경합에 대해서 알고 싶어.”
[ 거목 미궁 그 자체에 대해서인가? ]“그래.”
[ ……거목 미궁은 세계수를 개조해서 만든 이벤트 장소이다. 그리고 거목 미궁을 개조시킨 것은 시련의 탑이지. ]“흠.”
[ 탑은 거목 미궁을 개조시킨 후에 신격들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신들의 경합을 주최하겠다는 초대장이었지. ]“그렇게 진행이 됐었나.”
[ 초대된 신격은 미궁의 난이도를 골라서 제단을 배치하고 도전자를 신도로 만들 수 있었지. 그 점을 통해서 경합의 승리자가 정해졌다. ]“좀 더 자세히 말해 봐.”
[ 미궁 최심부에 다다른 도전자가 어느 신격의 신도인지에 따라서 승리자가 결정된다. ]“생각한 대로 승리자가 정해지네.”
이건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는 정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여태까지 미궁에는 노골적으로 신에게 은총을 받을 수 있는 장치들이 많았으니까.
그에 나는 잠시 턱을 매만지다가 눈매를 좁혔다.
“하지만 그 이외에도 경합 보상은 있다고 들었는데.”
어둠의 신 그리고 마신은 거목 미궁에서 얻은 보상을 내게 주기로 했었다.
그러니 다른 보상도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그 내용물이 뭔지를 모를 뿐이지.
그것에 대해서 질문하니 이내 답이 돌아왔다.
[ 그건 그리 중요치 않은 것이다. 기본 참가 보상으로 받은 것은 자그만 권한이니. ]“권한?”
[ 탑의 관리자 권한 중 한 가지를 랜덤하게 부여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게 뭔지는 나도 알 것 같네.”
서투른 관찰의 신은 강제 탈출 권한을 사용한 전적이 있었다.
사도 전용 권능인 에서 벗어났고, 그 직후에 내게 발견되어 이렇게 붙잡혔으니 모를 수 없었다.
‘그럼 나는 탑의 관리자 권한 중 둘을 받을 수 있다는 건가.’
그 사실에 나는 눈을 빛내며 좀 더 질문을 이것저것 건넸으나 수확은 없었다.
[ 그 이상은 나도 잘은 모른다. 고대 신격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물론 이 정도로도 정보 수집은 충분하니 크게 실망할 것은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됐어. 이제 어둠의 신에 관해서 알고 싶은데. 알고 있는 걸 말해 줘.”
[ ……고대 신격이로군. 어둠의 신. 나도 알고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태초에 존재했던 일곱의 고대 신격 중 하나라고 알고 있을 뿐이지. ]“숨기고 있는 정보가 있는 건 아니겠지?”
[ 그런 것은 없다. 애초에 너는 그 고대 신격의 광신도랑 동료이지 않나. 그럼 그 광신도에게 물어보면 되잖은가. ]“…….”
그다지 동료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기에 그 말은 흘려서 들었다.
하지만 어둠의 신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니 이제 물어볼 것은 없었다.
“그럼 이제 거래는 끝이네.”
콰지직……!
바로 혈천마검에 파천 스킬을 두르고는 서투른 관찰의 신에게 내리꽂으니 그가 눈을 찌푸렸다.
그 말을 끝으로 서투른 관찰의 신의 화신체는 주홍색 후광을 사그라뜨린 채로 소멸했다.
그리고…….
「사령 조각 ‘■■■[3/3]’을 흡수했습니다.」
「숙련도가 0% 상승합니다.」
사령 조각이 전부 완성됐다.
「사령 조각 ‘■■■[3/3]’이 충전 요구 수치를 만족했습니다.」
「사령 조각 ‘■■■[3/3]’을 소모해서 잠재 신성을 선택하여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습득할 수 있는 잠재 신성은 , , 입니다.」
「※이때 고르지 않은 잠재 신성은 이후에는 선택지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또 말도 안 되는 미친 보상이 등장했다.
***
―이제는 몇백 년을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신성마저도 과자 먹듯 간단히 얻는 건가.
잠재 신성을 습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담천우가 헛웃음을 흘렸다.
―잡신들이 이 미친 광경을 본다면 오열하겠군…….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네크로맨시.’
탑에 들어오며 처음으로 습득했던 고유 특성이다.
‘이건 역시 뭔가가 이질적이야.’
마치 이 고유 특성은 모든 먹이 사슬의 정점에 오르기 위해서 설계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생각을 이어 갔다.
마신이 해 줬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탑은 전지전능의 신을 원한다고 마신이 말했었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네크로맨시의 고유 특성은 탑이 내게 특별하게 안배해 준 치트키 같다고.
물론 그저 추측일 뿐이니 그리 신뢰성이 높지는 않았지만…….
마신이 내게 거짓을 고하지 않았다면 그럴싸한 추측이었다.
네크로맨시는 신마저도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재밌네.”
탑이 신을 초월한 존재를 만들어 뭘 이루려는지는 몰라도 걱정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선택 완료.」
「신성 이 잠재력으로 치환됩니다.」
먹이 사슬 끝에 선 절대적인 포식자가 된다면 탑도 무시할 수 없을 테니까.
드드드……!
심장에 주홍빛 신성이 생겨나더니 이내 초월의 신성에 잡아먹혔다.
이전에도 경험했던 과정이다.
‘관찰의 신성이 잠재 신성이 된 거겠지.’
그에 만족하고 있자니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나타났다.
「상단전이 조금씩 개방됩니다.」
고작 이 한 줄만이 적힌 문구였지만,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느 정도 알아챘다.
“천마지체…….”
17층에서 천마를 쓰러뜨리고 획득했던 천마지체라는 특수 권능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물론 그리 의미 있는 변화인 거 같지는 않다마는…….
잠재 신성이 생긴 것에 반응한 걸 보니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그럴 만도 했다.
신성에 반응했다는 것은 상단전이 개방되면 신성에 관련된 추가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는 뜻이므로.
‘설마 잠재 신성이 좀 더 생기면 상단전이라는 게 완전히 개방되나?’
그래 봤자 바로 상단전을 개방할 순 없으니 나중을 기대할 뿐이지만.
그때였다.
―한성윤.
갑자기 담천우가 진지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 것이다.
―이전에 본좌는 어둠의 신이 네놈을 사도로 삼고 싶어 할 것이라 말했었지.
“그랬었죠.”
―……이제야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마는. 어둠의 신은 그리 좋지 않은 신격이니라.
“그건 또 무슨…….”
―신성은 곧 신격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을 상징하지. 어둠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종막이다.
“종막이라니?”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느니라. 모든 것에는 끝이 존재하지. 그리고 그 끝을 관장하는 게 바로 어둠의 신이다.
“…….”
―빛이 존재하면 그 빛은 언젠가는 가치를 다하여 어둠을 불러오지. 어둠의 신은 그런 점에서 매우 위협적이니라.
담천우는 천천히 그 말을 이어 갔다.
―어둠의 신은 너에게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을 보고 싶다고 말했지.
“…….”
―그건 곧 너의 존재가 탑의 끝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어둠의 신은 진정으로 희열을 느낄 터이고.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겁니까.”
―최후에 그녀가 너를 집어삼킬 것을 대비하라는 뜻이다. 어둠은 더는 빛날 여력이 없을 때 찾아오는 것이니.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에 나는 피식 웃었다.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지는 않을 겁니다. 여태까지 저를 지켜봤으니 알 것 아닙니까.”
충분히 좋은 조언이지만…….
“최후에 저를 노린다면 삼켜지는 건 어둠의 신입니다. 늘 여태까지 그래 왔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어이없이 죽어 줄 정도로 나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렇군. 그게 너의 길이라면 수긍하지. 패도(霸道)를 걷는 자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담천우는 안심했다는 듯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조용해졌다.
그에 나는 몸을 움직여서 곳곳에 떨어진 각 진영의 [성배 조각]을 모두 수집했다.
「열화 진영의 [성배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관찰 진영의 [성배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비참 진영의 [성배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성배 조각]의 수집이 끝난 순간.
「4급 사도 ‘아리아’가 사도 전용 권능 을 비활성화합니다.」
츠즈즈.
상공에 포탈이 열리며 그 사이로 캐서린 베넷을 업은 아리아가 잿빛 머리칼을 흩날리며 사뿐히 착지했다.
그녀는 곧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울상을 짓고 있었다.
흡사 잘못을 저지르고 주인 눈치를 보는 강아지 같다고 해야 하나?
아리아는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이내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을 꺼냈다.
“……하, 한성윤 님. 죄송합니다. 제가 잡신을 놓친 탓에 실수를 했습니다. 뵐 낯이 없습니다.”
그에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것 없습니다. 서투른 관찰의 신은 제가 잡았으니까요.”
그 말에 아리아는 깜짝 놀랐다는 듯 눈을 토끼처럼 치켜뜨더니…….
“……아아. 과연, 어둠의 총애를 받으신 분이시군요. 잡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량이십니다.”
이어서 몽롱한 눈빛을 자아내며 내게 온갖 칭찬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 칭찬을 쭉 듣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것보다 생각해 보니 어둠의 신께서 제게 주실 게 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서투른 열화의 신에게 들은 정보를 입에 담으니 바로 반응이 일었다.
“그렇습니다. 잠시 제게 손을. 신의 은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어서 아리아는 캐서린 베넷을 내려놓더니 바로 내 손을 붙잡고는 두 손을 조심히 감쌌다.
「전용 권한 #B-714[영역 이동]를 획득했습니다.」
「어디에서든지 관리자 영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관리자 명칭을 알고 있으면 이동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이내 내게 전달된 것은 의외의 권한이었다.
‘관리자라면 누구든지 관리자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이건 사용에 따라서 정말로 그 가치가 달라진다.
어디에서든지 관리자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시련 내에서도 쓸 수 있다는 뜻.
그건 곧 죽기 직전인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관리자 영역으로 피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써먹을 수 있는 능력일 터이고.
‘좋은 걸 얻은 거 같네.’
그에 만족하고 있자니 아리아에게서 묘하게 열기를 띤 웃음이 들려왔다.
“하아아……. 이게……, 이게 바로, 총애받으신 분의 온기군요…….”
마치 신에게 집착하는 것 같은 얼굴이 됐기에 나는 바로 기겁하며 손을 뺐다.
휙.
“아…….”
“이제 권한 이전은 끝났으니 손을 드릴 필요는 없겠죠.”
“으으…….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다른 진영에 있는 [성배 조각]을 수집하러 갑시다.”
이제 [성배 조각]을 4개 더 획득하면 [성배]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제 움직이는 게 옳을 터인데…….
“아, 그거라면, 이것들로 채우시죠.”
아리아는 바로 반색하며 로브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그것은…….
“이럴 줄 알고 한성윤 님에게 오며 조금씩 수집한 것들입니다.”
「어둠 진영의 [성배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자연 진영의 [성배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잔재 진영의 [성배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악마 진영의 [성배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다른 진영을 파멸로 몰아야 얻을 수 있는 [성배 조각]들이었다.
***
「시간 종료.」
「7층 시련이 종료되어 [성배 조각]을 둘 이상 가진 진영은 8층 아래로 갈 권한을 얻습니다.」
「※[성배 조각]을 10개 이상 얻은 진영에는 [신의 대리자]에게 [성배]가 주어집니다.」
시간이 흐르고 이내 시련 종료 시점이 다가왔다.
「조건 만족.」
「도전자 한성윤에게 있는 [성배 조각]이 [성배]가 됩니다.」
촤르르!
여태까지 모아온 모든 [성배 조각]이 허공에 전개되더니 이내 서로 붙어서 작은 술잔이 되었다.
「성배」
「등급 : SS+」
「거목 미궁 7층, [성지(聖地)]에서 특수 조건을 만족하여 얻은 미궁 전용 성배.」
「10개 이상의 신격 진영에서 [성배 조각]을 앗았음을 증명하는 아이템이다.」
「성배에 마력을 주입하여 전용 효과 ‘계층 생략[1/1]’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전용 효과 ‘계층 생략[1/1]’을 활성화시킬 시, 미궁 최종 계층까지 계층을 생략한다.」
「이는 곧 거목 미궁 [8층] 그리고 [9층] 내의 시련을 아예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드디어 미궁 최종 계층에 도전할 수 있는 권한을 습득한 것이다.
그리고…….
「※계층 생략을 원할 시, 최종 계층으로 이동 전에, [미궁 신전]에 진입합니다.」
「※[미궁 신전]에서는 거목 미궁 이벤트에 참가한 모든 신적 존재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신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기회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