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03
201. 고대 신격 (3)
새로이 알게 된 진실에 저절로 긴장감이 팽창했다.
“…….”
그럴 만도 했다.
모든 신격을 말살시키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시점에서 나는 이들에게 적이나 마찬가지이니.
아마도 내가 신격이었다면 이리 태연하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는 내 적이 될지도 모른다면 깔끔하게 살해해서 싹을 잘라 버렸을 터이다.
심지어 이 자리에는 거목 미궁 이벤트에 참가한 신격들이 전부 모인 상태.
그에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생각했다.
‘어쩌지?’
7층 스테이지에서 벗어나며 신격화도 봉인된 터라서 크게 저항할 수단이 없었다.
최후의 저항 같은 버티기 스킬로 한 번은 즉사를 면할 수 있겠다마는…….
그게 그리 의미 있는 시간 벌이가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터이다.
‘어차피 최후의 저항으로 부활해도 또 죽는 건 달라지지 않겠지.’
그럼 이제 남은 생존 가능성은 둘이다.
탑이 나를 이 자리에서 강제로 탈출시키는 것.
혹은.
이전에 아리아에게서 전달받은 #B-714[영역 이동] 전용 권한을 쓰는 것.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둘 다 생존 확률 자체는 높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최후의 저항이 발동하자마자 관리자 영역으로 도망치면 살아남을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그나마 뇌리에 울리던 경종이 잦아드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 재밌군. 그렇게 빠르게 동요를 수습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바로 생존 전략까지 세우고. ]이어서 빛의 신이 즐겁다는 어조로 말하는 걸 보니 긴장까지 풀리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포커페이스는 제대로 유지했다고 생각했는데.’
[미궁 신전]은 어느 특정 신격의 성소(聖所)가 아니다.표층 의식에 드러난 생각을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빛의 신이 직접 내 사고를 유추했다는 뜻이 되는데 이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여태까지 상대해 온 신격들과는 다르게 빛의 신은 노련함을 갖춘 진짜배기 실력자라는 의미니까.
[ 그렇게 긴장할 것은 없다네. 자네를 해칠 생각은 없으니. ]“…….”
[ 아, 물론 이렇게 말해도 믿지 않을 건 알고 있네. 신용하긴 어려운 말이기는 하지. ]“그렇습니다.”
[ 하지만 자네도 알고 있을 터인데? 죽이려 했다면 진작에 자네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그것도 틀리진 않은 말이긴 합니다. 그건 제게 원하는 게 있어서 아닙니까.”
모든 것에는 인과라는 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빛의 신이 내게 이렇게 적대적이지 않은 데는 원인이 있을 터다.
어쩌면 나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을 수도 있겠지.
다른 신격 또한 마찬가지.
그들도 살기를 띤 메시지를 보내올 뿐이라는 건 내게 바로 덤비지 않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말해 주십시오.”
이제 신격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이유를 알아낼 차례였다.
“대체 제게 뭘 바라고 있는지.”
그리고.
[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자네에게 진실을 알려 준 것이네. ]빛의 신은 이내 아무런 감정도 없는 어조로 본론을 꺼냈다.
[ 도전자 한성윤. 신격들은 대부분 자네를 싫어하지. 하지만 그럼에도 가만히 두는 것은 왜 그런 것 같은가. ]이윽고.
[ 간단하네. ]빛무리에 가까운 형체에서 신성을 머금은 음성이 이어졌다.
[ 신격들을 말살할 수 있는 존재는, 이쪽에서도 가치 있다고 보거든. ]***
빛의 신이 한 말에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신성을 머금은 빛의 구체를 노려보았다.
“…….”
이해할 수 없었다.
‘신격을 말살할 수 있는 존재가 가치가 있다고?’
도대체 어디를 보고서 내게 가치 있다고 말했는지 추측하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곧 이어진 말에 그 의문은 조금이나마 해소되었다.
[ 탑도 따지고 보자면 일종의 신격이라서 말이야. 단지, 그 힘이 고대 신격보다도 강할 뿐이지. ]“설마 제게 탑을 제거하라고 회유하는 겁니까?”
[ 정답이네. ]“…….”
그에 나는 감정 없는 어조로 대꾸했다.
“그런 게 가능할 것 같습니까?”
탑은 고대 신격보다도 강대한 존재다.
그러니 초월자 육성 같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거고.
그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진 탑에 의해서 키워진 나는 어쩌면 그 칼날을 신들이 아니라 탑에게 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탑을 배신할 정도로 충분히 강해진 것도 아니고, 탑을 배신한 것으로 얻을 이득도 적습니다.”
이 자리에서 탑을 배신하긴 힘들었다.
그럼 더는 탑을 오를 수 없을 테니까.
‘그건 곤란한 일이지.’
아직은 도전자로서 탑을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예상했다는 것처럼 빛의 신은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말했다.
[ 거부할 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되니 아쉽긴 아쉽군. ]“…….”
[ 그럼 굳이 회유하진 않겠네. 그 대신에 서로 거래하지. ]“거래라니……?”
[ 세상에서 말하는 바로는, 중도책이라는 것이지. ]빛의 신은 이내 빛무리를 일렁이고는 말을 이었다.
[ 이제부터 고대 신격은 자네에게 해가 되는 간섭은 하지 않겠네. ]“그게 무슨…….”
“…….”
[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래이지 않은가? ]“그럼 제게 적대적인 신격들은…….”
[ 그것도 간섭지 않도록 하지. 살리든 죽이든 알아서 하게나. ]“알겠습니다. 거래 조건은 그걸로 충분할 것 같네요.”
[ ……태도 전환이 빠르군. ]“손해 없는 거래는 싫어하지는 않아서.”
고대 신격은 이제 내게 손을 대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 다른 신격들도 먼저 해를 끼치는 이들은 처리할 권리가 생긴다.
이는 엄청난 이득이라고 할 수 있으니 거절할 이유 같은 건 조금도 없다.
이 정도는 탑도 묵인해 줄 수 있는 수준일 것이다.
……아마도.
‘……뭐, 탑도 굳이 말리고 싶었다면, 자기 의지를 드러냈겠지.’
탑도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 걸 보니 이 정도는 심기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일 터.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거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 알겠네. 그럼 이걸로 거래는 끝이니……. 이제는 말해도 된다네. 내 친우들이여. ]빛의 신은 자기가 할 말은 이제 없다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친우(親友).
그 대상이 누구인지는 깊게 생각할 것 없이 바로 알 수 있었다.
‘고대 신격.’
최상석에 앉아 있는 이들이 이제야 입을 열 자격을 얻은 것이다.
[ 으허허. 재미없어서 죽는 줄 알았다. 빛의 신. 오랜만에 잠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그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마신이었다.
[ 한성윤! 길게 말할 것은 없겠지! 이전에 마천에서 맺은 계약은 훌륭히 이행했다! ]그는 호쾌하게 웃음을 짓더니 이내 나를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 아니, 훌륭한 것 이상이었지! 설마 7층에 있는 수많은 신들을 파멸로 몰아갈 줄이야!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아, 예…….”
[ 그러니 보상을 주겠다! 흐하하! 그래 봤자 이미 어둠의 신은 너에게 준 보상 같다마는! ]“상관없습니다. 탑의 권한이라는 건 저도 그리 많이 접한 적 없는 힘이라서요.”
[ 그것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그 말을 끝으로 마신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섬광처럼 내게 뻗쳐서 흘러들어왔다.
「전용 권한 #A-9871[시선 차단]을 획득했습니다.」
「신격 및 관리자의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이는 언제든지 권한을 소지한 자의 마음대로 발동 및 종료할 수 있습니다」
시선 차단.
관리자만이 아니라 신격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권한이었다.
‘이건 탑이 임의로 시련 관측을 불가능하게 했었던 권한이랑 비슷한 건가.’
물론 범용성 자체는 탑이 쓴 시련 관측 제한 권한보다도 뛰어날 터이다.
실제로…….
「전용 권한 #A-9871[시선 차단]을 발동합니다.」
「모든 신격 및 관리자의 시선이 일제히 차단됩니다.」
시선 차단 권한을 발동하자마자 몸에 쏟아지던 신성의 압박감이 일제히 소멸했다.
“신기하네.”
이건 단순한 시선 차단 용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신성을 통해서 주는 형태 없는 압박도 일부 지울 수 있겠어.’
그에 즐거움을 느끼며 시선 차단의 발동을 제거하니 이내 어리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으, 으으……! 후계자! 나, 나도 저런 것쯤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용신이었다.
그녀는 마신이 준 보상을 보고는 질 수 없다는 듯 바로 내게 회색빛 기운을 건네었다.
[ 이거 줄 테니 저런 놈 말고 내 밑으로 와! 용신류도 습득했으니, 정말로 잘해 줄게! ]「전용 권한 #K-1547[정보 열람]을 획득했습니다.」
「격 낮은 존재들이 가진 정보를 시스템을 통해서 열람합니다.」
「이 전용 권한은 생명체가 아닌 것에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정보 열람.
생각 외의 보상을 얻었음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설마 이런 권한도 있었나.’
격 낮은 존재들이 가진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적잖은 이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용 권한 #K-1547[정보 열람]을 발동합니다.」
이걸 통해서 볼 수 없는 정보도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담천우」
「혈마신교 7대 혈마(血魔)로 시련의 탑 41층까지 등반했던 도전자다.」
「핏빛 신성을 가진 적이 있지만, 지금은 신성이 박탈된 상태다.」
「선택의 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는 현재 겁을 먹은 상태다.」
본래는 혈천마검에 깃든 소울 에고의 정보창을 볼 수 없었지만…….
정보 열람 권한을 사용하니 이제는 담천우의 상태까지 알 수 있었다.
‘흥미롭네.’
이전부터 어째서 말이 없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신격들에게 겁을 먹은 탓인 듯했다.
선택의 순간을 기다린다는 건 뭔 뜻인지 알 수 없다마는.
그래도 이게 생각 이상으로 쓸모 있는 권한이라는 건 충분히 알았다.
물론……
[ 탑이 준 권한도 넘겼으니, 이제는 내 사도 제안을 받아 줄 거지? ]“싫습니다.”
[ 어? ]“그렇지만 선물해 주신 권한은 감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권한을 받은 건 받은 거고, 사도 제안은 또 다른 문제다.
[ 그런 게 어딨어……! 이 나쁜 놈아……! 용신류 기술까지 멋대로 습득해 놓고서는! ]「용의 신이 도전자 한성윤에게 사도직을 제안합니다!」
“……성광도 잘 쓰고는 있습니다. 물론 용신님이 준 건 아니라 이건 감사하진 않습니다.”
[ 그것도 따지고 보면 내가 탑에게 성검을 줄 것을 허락해 줬기 때문이라고! ]「용의 신이 도전자 한성윤에게 사도직을 제안합……!」
“그럼 성광도 감사히 받은 걸로 하겠습니다.”
「용의 신이 도전자 한성윤에게 사도직을 제……!」
용신은 그렇게 찡찡거리며 사도 제안으로 시스템 메시지를 도배했지만…….
「전용 권한 #A-9871[시선 차단]을 발동합니다.」
「모든 신격 및 관리자의 시선이 일제히 차단됩니다.」
시선 차단 권한을 다시 발동하니 그 시스템 메시지 도배 또한 바로 끊겼다.
‘권한이 참 좋긴 좋아.’
신격이 귀찮게 달라붙는 걸 바로 끊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내 나는 아직도 툴툴거리는 용신에게서 시선을 내려서 어느 신격을 바라보았다.
“증명의 신.”
탑에서 가장 처음으로 마주했던 증명의 신이었다.
[ ……그래. 너는 충분히 자기 자신을 증명했지. 그 대가는 나도 주겠다. ]거울처럼 모든 걸 비출 것 같은 눈을 가진 그는 웃음을 지으며 새하얀 기운을 보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1/2)]을 획득했습니다.」
「탑의 시련을 통해서 얻는 보상 등급을 상승시키는 게 가능해진다.」
「단, 현재 [보상 상승(1/2)]은 완전하지 않은 상태이다.」
「완전한 등급 상승 대신에 일반 등급에 [+] 수치를 추가하는 수준이다.」
보상 상승.
“허.”
이제는 아예 쓸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
‘이건 또 무슨 권한인 건지 모르겠네…….’
탑에서 받는 보상의 등급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것은 상식 외의 힘이다.
물론 아직은 일반 등급에 [+] 수치를 추가하는 수준이라지만…….
완전한 보상 상승 권한을 습득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직 이 권한은 반쪽짜리일 뿐이니까.’
그리고 이 보상 상승 권한을 완성할 수 있는 이는 정해져 있었다.
나는 그대로 증명의 신을 주시했다.
하지만…….
[ 남은 증명의 대가를 치르면 다른 것도 마저 주도록 하지. ]증명의 신은 바로 보상 상승 권한을 완성해 주지 않았다.
[ 21층 공용 구역. 그곳에 있는 증명의 신전에서 기다리지. 그때는 궁금증도 풀어 주지. ]그가 말하는 궁금증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11층 시련.
증명의 신이 마련한 성유물을 통해서 본 미래의 나.
그에 관해서 증명의 신은 말해 주고 싶은 것이다.
“미래의 저에 관한 것이군요.”
[ 그래. 본래는 아레스 차원에 있는 성지에서 말해 주려 했다마는. 상황이 좀 달라져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21층 공용 구역. 도착하자마자 바로 찾아가겠습니다.”
[ 기대하지. ]그 말을 끝으로 증명의 신은 이제 용건이 끝났다는 듯 눈을 감았고…….
「조건 만족.」
「[미궁 신전]에 있는 신격 중 대부분이 도전자 한성윤이 미궁으로 복귀하길 바랍니다.」
「이에 도전자 한성윤이 [미궁 신전]에서 벗어나서 계층이 생략된 미궁으로 돌아갑니다.」
이내 이어진 메시지에 나는 신체에 기이한 부유감이 깃드는 것을 느꼈다.
「※미궁 최종 계층으로 이동될 시, 계층 생략에 의해서 능력 복구는 발동되지 않습니다.」
「※단, 능력이 복구되지 않은 만큼 최종 계층 난이도는 재조정이 됩니다.」
이제 정말 미궁의 종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
드드드.
어느새 시야에 들어오는 모습이 달라지며 새로운 스테이지로 입장했다.
「거목 미궁 10층, [종말 차원]에 입장했습니다.」
「이 장소는 미궁 최종 계층이며 미궁에 들어온 도전자의 모든 것을 시험하는 장소입니다.」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이십시오.」
「종말을 불러오는 신의 힘을 4번 이상 버틸 시, 미궁 최종 계층이 클리어됩니다.」
미궁 최종 계층.
루나틱 난이도 미궁의 끝을 볼 수 있는 장소로.
시야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전부 읽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게 종말 차원인 건가…….”
10층 스테이지는 이름 그대로 종말에 가까워진 차원이었다.
건물이 무너진 잔해 그리고 뭔가가 짓뭉개진 것 같은 사체들은 이 세상이 끝났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자니 본능이 경종을 울려 댔다.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 장소 자체를 보고는 던전 브레이크라도 일어난 거 같다는 감상이 들 뿐이었는데…….
마치 천마를 상대할 때처럼 금세라도 죽을 것 같다는 감각이 온몸을 벌레처럼 더듬거렸다.
“…….”
그 이질감에 왜 그런지 생각하고 있자니 갑자기 혈천마검이 웅웅 울렸다.
겁에 질린 상태라서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짓을……. 이건, 이건…….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잖느냐…….
갑자기 절망에 찬 소리를 내뱉는 담천우에게 나는 눈을 찌푸린 채 물었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하지만…….
「전용 권한 #A-9871[시선 차단]이 신성 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권한을 상실합니다.」
“……!?”
이내 시선 차단이 사라지며 상공에서 느껴진 존재감에 나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끝을 잴 수 없는 엄청난 신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어서 나는 시스템 메시지 사이로 하늘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저건 대체 뭐야.”
이질적이기 짝이 없는 신성으로 이루어진 연무(煙霧)의 너머로…….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이 당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눈알이 구름 표면에 떠오른 채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이 당신이 가진 신성에 탐욕을 느낍니다.」
그것도 아주 불쾌한 웃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