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07
205. 디스토피아 (2)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
루나틱 난이도의 거목 미궁을 클리어하며 획득한 보상은 상상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차례 헛웃음을 짓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했는데 신적 존재랑 얽힌 보상이 주어질 줄이야.’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간의 신이 남긴 성유물이라니.
탑을 오르며 얻는 보상보다도 열 배는 가치 있는 보상이다.
이 거목 미궁 이벤트에 참가하지 않고 그대로 탑을 올랐다면 이런 건 얻지도 못했을 터이다.
그에 나는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를 착용했다.
찰칵.
마치 손목을 휘감듯 착 감기는 감촉이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착용감 자체도 괜찮고.
하지만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가 가지는 진정한 가치는 착용감이나 멋들어진 외관 같은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성능이지.’
아이템의 외관이나 착용감이 나를 강하게 해 주는 건 아니니까.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일이나 되는 전용 효과인 ‘사망 회귀’는 확인할 수 없겠다마는…….
적어도 ‘공격 무효’ 자체는 재사용 대기 시간도 30분인 만큼 이 자리에서 그 효력을 알아 보고 싶었다.
「스킬 ‘성광星光’이 활성화됩니다.」
나는 왼손에 신성을 머금은 별빛을 구현시킨 후…….
그대로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에 내재된 전용 효과를 발동했다.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SSS+) 전용 효과 ‘공격 무효’가 활성화됩니다.」
「스킬 ‘성광星光’이 ‘공격 무효’에 의해서 ‘공격 발동 전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SSS+) 전용 효과 ‘공격 무효’에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이 생성됩니다.」
그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훙.
“오…….”
공격 무효 대상으로 손바닥 위쪽에 떠오른 성광을 지정하자마자 별빛이 사라진 것이다.
심지어 성광에 소모된 신성력까지 체내에 고스란히 돌아왔다.
마치 처음부터 성광이 발동한 적이 없었다는 것처럼.
‘신기하네.’
성광을 쓰는 데 들어간 코스트 자체는 전부 내게 돌아온 걸 보아하니…….
최후의 저항 스킬처럼 결과 자체는 없는 것으로 하되 적이 사용한 힘은 돌려주지 않는 이기적인 힘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쓸 만해.’
공격 무효는 상대방이 사용하는 특정 공격을 미리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이점이었다.
재사용 대기 시간도 전용 효과의 성능에 비해서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니 더 그러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상당히 공격적인 형태로도 사용할 수 있을 터.
심지어 공격 무효 지정 범위 또한 좁지 않았다.
「스킬 ‘반격의 방패’가 ‘공격 무효’에 의해서 ‘공격 발동 전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권능 ‘강철의 날개’가 ‘공격 무효’에 의해서 ‘공격 발동 전 상태’로 되돌아갑…….」
「특수 권능 ‘용인화’가 ‘공격 무효’에 의해서 ‘공격 발동 전 상태’로 되돌…….」
시간을 투자해서 공격 무효에 대해서 알아 보니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타났다.
‘상시 발동 상태인 패시브 능력을 빼고는 전부 발동 전 상태로 되돌리는 건가.’
스킬이든 권능이든 발동을 시키는 형태의 힘은 조건 없이 전부 ‘발동 전 상태’로 되돌린다.
심지어 방어 계열 스킬인 반격의 방패마저 되돌릴 수 있으니…….
사실상 방어 무효 기능도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이제 공격 무효에 관해서는 충분히 알아 본 거 같네.’
그에 나는 만족감을 느끼며 확인 작업을 마치고는 인벤토리를 다시 열었다.
그리고 탑에 의해서 인벤토리 내부에 전송됐던 아이템들을 모조리 꺼내서 착용했다.
미궁 내에서 습득했던 아이템도 전부 인벤토리 내부에 있었다.
물론 절망의 가면을 빼면 크게 쓸모 있는 아이템들은 아니다마는…….
‘그래도 절망의 가면은 쓸 만하니 착용하자.’
충격 흡수 및 권능 효율을 상승시켜 주는 절망의 가면은 사용할 가치가 있었다.
심지어 생명체들을 살해하며 충격 흡수 그리고 권능 효율의 보정 퍼센테이지도 성장했다.
쓰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나니 담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탑으로 돌아온 것이냐.
왜인지 모르게 기운 없는 그 목소리에 나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담천우는 잠깐 침묵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살아남아서 다행이구나. 본좌는 그 자리에서 둘 다 같이 죽는 줄 알았느니라.
“그렇습니까.”
―아직도 그 미친 고대 신격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때 너도 느꼈겠지. 그건 일반적인 신격이 아니었다.
“…….”
―천외천. 하늘 바깥의 하늘. 진정 범접할 수 없는 초월자였다. 어쩌면 탑 같은 초월적 존재에 가장 가까운 신일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확실히 마지막에 보여 준 탐(貪)이라는 신화는 말도 안 되는 힘이었지.’
그때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은 경계선을 넘어선 강함을 선보였다.
본신도 아니고 화신체를 사용한 주제에 세계 하나를 집어삼키는 신화를 사용하다니…….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이 쓴 탐(貪)이라는 검은 물결에 닿았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처참한 형태로.
그건 확신할 수 있었다.
―긴장을 풀지 마라.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 그 괴물은 네놈이 가진 힘을 탐냈다.
“……예. 그랬었죠. 엄청난 집착이었습니다.”
―모든 걸 뛰어넘을 수 있는, 네놈이 가진 가능성을 탐내는 거겠지. 이후로도 호시탐탐 너를 노려올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상층부에 다다른 후에는 확실히 다시 모습을 드러낼 터. 그때까지 힘을 키워야 하느니라. 와신상담의 시간이 되겠지.
“상관은 없습니다. 어차피 늘 이래 왔거든요. 놀랍지도 않습니다.”
여태까지 탑을 올라오며 여러 적을 만나 왔다.
각각 다른 이유와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힘으로 나를 궁지로 몰아갔다.
실제로 죽음에 가까운 상태를 경험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말은 늘 같았다.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
그 적들을 상대로 나는 결국에는 승리를 쟁취했다.
이번에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 넘어설 수 있다면 넘어설 겁니다.”
나는 담담히 자신감을 드러냈고, 담천우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냐.
그리고 이어서 그는 그리 말하고는 입을 닫았다.
이제 더 할 말은 없다는 듯이.
그에 나도 대화를 끝내고는 이내 잠시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에 관해서 알아 봐야 하나.’
미궁 최종 계층에서 정보 열람 권한을 사용해서 그에 관해서 알아 본 적이 있었다.
탑이 선정한 최초의 후보로,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은 도전자 출신이었다.
그게 마음에 걸렸다.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처럼 나도 도전자이고 탑에게 후보로 선정됐으니까.
그 공통점 때문에 찝찝함이 사라지지를 않았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알아 보는 건 어디에서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관리자.’
탑에 의해서 유사 신성을 품게 된 관리자들은 이에 관해서도 알고 있는 게 있을 터.
그에 나는 바로 입을 열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물어볼 게 있습니다. 두 분 중 누구라도 좋으니 초대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
그 중얼거림이 무색하게 시간이 지나도 눈앞에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관측 중이 아닌 건가.’
시선이 느껴지지 않아서 설마 관리자들이 나를 보고 있지 않은 건가 했는데…….
아무래도 진짜로 그런 듯했다.
본래는 이렇게 되면 관리자와의 만남은 조금 나중으로 미루어야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거목 미궁에서 얻은 탑의 전용 권한 중에는 이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권한도 있었다.
바로…….
「전용 권한 #B-714[영역 이동]을 발동합니다.」
「이동할 관리자 영역을 지정해 주십시오.」
영역 이동 권한이었다.
‘이게 있으면 나도 마음대로 관리자 영역에 드나들 수 있지.’
이어서 나는 영역 이동 권한을 사용할 관리자로 백학검선을 골랐다.
오랜만에 백학검선을 만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형식상으로나마 스승님인데 오랫동안 뵈지를 않았으니…….
이참에 한 번 만날 심산이었다.
「지정 완료.」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의 영역으로 이동합니다.」
이어서 영역 이동 권한이 발동하며 공간이 달라진 순간이었다.
“히야악!?”
고양이의 울음 같은 날카로운 비명에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성윤……?”
입가에 기름기를 묻힌 채 놀랐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백학검선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그릇이 엎어져 침상에 쏟아진 과자까지도.
“…….”
왜인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불길한 예감은 늘 그렇듯 바로 적중했다.
“이, 이렇게 예고도 없이 막 관리자 영역에 오면 어쩌자는 거예요!”
백학검선은 재빠르게 자리를 정리하더니 이내 설교를 시작했다.
“아무리 관리자와 도전자의 관계라고 해도 사제지간이라고요……!”
“그…….”
“아무런 말도 없이 스승이 머무는 장소에 들어오는 건 예의가 아니죠!”
“……죄송합니다.”
사실은 말을 할 방도가 없어서 그냥 영역 이동 권한을 사용했는데…….
따지고 보자면 내가 멋대로 시간이 아까워서 영역 이동을 쓴 거니 할 말은 없었다.
그래서 죄송하다고 말하니 이내 백학검선도 더는 화를 내기 뭣했는지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으으……. 아무튼, 잘못은 알고 있는 거 같으니, 이제 됐어요…….”
그걸로 설교 시간은 끝났다.
“……거목 미궁 클리어는 축하해요. 성윤은 훌륭한 계약자이고, 자랑스러운 제자예요.”
백학검선은 채찍 다음에는 당근이라는 듯 내게 칭찬을 해 줬다.
하지만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져 있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그에 나는 차분히 감사를 표했다.
“그런가요. 스승님에게 자랑스러운 제자라니. 그건 다행이네요.”
말을 할 때 은근히 ‘스승님’이라는 단어에 힘을 줘서 말이다.
‘백학검선은 스승님이라는 말을 좋아했지.’
아마도 이걸로 그녀의 기분은 상당히 빠르게 풀릴 것이다.
“스승님이 없으셨다면 미궁에서도 크게 위험에 빠졌을 겁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확실히 들어맞았다.
백학검선은 흠칫 몸을 떨더니 웃음을 간신히 참듯 입꼬리를 부들거리며 말을 이었다.
“……스, 스승님 덕이라니. 흐, 흐흣. 그, 그래요. 성윤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기분은 좋네요.”
억지로 웃음을 참다 보니 말하는 도중에 웃음이 살짝 흘러나왔다마는…….
백학검선은 포커페이스를 신경 쓰는 탓에 웃음이 흘러나온 것도 모르는 듯했다.
설마 이런 입발림 같지도 않은 입발림으로 무례한 짓을 한 걸 용서해 주다니.
솔직히 말해서 조금은 푼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쯧쯧. 또 순진한 이를 속이는 것이냐. 네놈도 참 대단하다.
그에 담천우는 혀를 차며 내게 뭐라고 했지만, 그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아, 아무튼 성윤의 마음은 잘 알았어요. 그나저나 관리자 영역에 온 이유는 뭔가요.”
“그거야 뭐 스승님의 얼굴도 볼 겸 해서 왔…….”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랬다면 진작에 저를 보러 왔겠죠.”
“…….”
부정할 수 없었다.
실제로 나는 용건이 없으면 관리자를 찾지 않으니까.
의외로 이 푼수 같은 스승님은 이런 점에서는 예리했다.
어쩌면 아까부터 해 왔던 은근한 입발림도 들킨 건 아닌지 걱정했지만…….
“그, 그래도 그렇게 생각해 준 건 고마워요. 그렇지만 그건 부차적인 이유겠죠.”
그렇진 않은지 백학검선은 참지 못하고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그리 말했다.
그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그리도 궁금하길래 이렇게 급하게 저를 찾아왔나요.”
“탑이 선정한 최초의 후보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최초의 후보, 라고요?”
그 말에 백학검선의 얼굴이 진중해졌다.
“성윤. 그게 누구를 지칭하는 건지 알고는 있는 건가요. 탑이 선정한 최초의 후보는…….”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
“……그, 그건 대체 어디에서 들은 정보죠? 알아내기 힘든 정보였을 터인데?”
“거목 미궁 최종 계층에서 화신체를 만났습니다.”
“…….”
그녀는 입을 다문 채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눈을 뜨고는 부드러운 눈빛을 자아냈다.
“……그 광신의 화신체를 만났었군요. 그리고 그걸 상대로 살아남았고요. 그래서 그 광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거고요.”
그 눈에 담긴 것은 동정심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설마 그런 걸 마주칠 줄이야……. 성윤. 정말로 고생이 많았어요. 살아남아서 다행이에요.”
“…….”
“그 광신에 대해서는 원래는 알려 줄 수 없었겠지만, 이렇게 됐으니 정보 제한도 어느 정도는 풀렸겠네요.”
“그 말씀은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에 대해서 알려 줄 수 있으시다는 겁니까.”
“맞아요.”
백학검선은 눈빛을 진중하게 바꾸고는 말을 이었다.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은 탑의 실패작 같은 개념이에요.”
“실패작……?”
“정보 제한이 풀린 걸 보니 성윤도 탑의 목적에 대해서 알고는 있겠죠.”
“그렇습니다.”
“알다시피 탑은 신적 존재의 말살을 위해서 진정한 초월자를 키우려 하고 있어요. 그 광신은 탑이 초월자를 키우려 한 첫 시도의 잔재예요.”
그에 나는 정신을 집중시키며 말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해 주십시오.”
“한마디로 말해서 일반적인 신격은 아닌데 진정한 초월자가 되기엔 부족한 그릇이죠.”
“…….”
“신명이 셋이라는 건 확실히 이례적이에요. 신명은 곧 신성을 뜻하고. 신명이 셋이나 합쳐진 건 곧 그만큼 강하다는 거니까.”
“하지만 단순히 신성이 많은 걸로 신명이 그리 많아지진 않을 거 같은데요.”
“……정답이에요. 신명은 곧 신격을 외부에 나타내는 이명이니. 본래는 신명이 셋일 수 없어요. 그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은 그렇지 않았다.
“신명이 형성되려면 해당 신성에 관한 독보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신념이라는 건 신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관한 견해인 겁니까.”
“비슷해요. 하지만 다른 건 본인이 그걸 깊게 믿는다는 거죠. 그것도 아주 광적으로.”
“…….”
“신명을 하나 얻는 걸로도 정신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일부 신격은 점점 망가지기 시작하죠.”
“아.”
이해했다.
전투의 신 같은 이들은 그녀의 말처럼 어딘가 망가진 거 같은 정신의 소유자였다.
신격답지 않게 어리숙한 모습이라 해야 하나?
‘그게 전부 신성에 의해서 정신이 어느 정도 망가진 거라면 이해는 되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백학검선의 말을 경청했다.
“그런데 이 신명을 하나만 가져도 정신에 이상이 일어나는데 둘이나 가지면 어떨까요.”
“정신에 크게 이상이 생기겠죠.”
“맞아요. 신명이 늘어나면 그만큼 여러 신성에 관한 신념이 생겨나고. 그걸 감당치 못하고 정신이 붕괴해요.”
“…….”
“물론 신명이 여러 개인 신격이 탄생하는 일도 그리 많지는 않지만요.”
그럼에도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은 탄생했다.
그 괴물 같은 신격이 탄생하는 데는 탑이 깊게 관여했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은 탑의 힘으로 신명을 여럿으로 늘렸군요.”
“성윤의 추측대로예요. 하지만 그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죠. 신명은 셋 이상으로 늘릴 수도 없었고, 대가에 비해서 그리 초월적인 힘을 얻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탑에게 버림받았다는 겁니까.”
“……따지고 보자면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그 후로 그 광신은 탑에서 날뛰었고, 결과적으론 탑의 적이 되었어요.”
“그렇습니까.”
그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문 채 무슨 질문을 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성윤. 이제 정보는 더 알려 줄 수 없을 것 같아요. 탑에서 경고가 왔어요.”
그 고민은 탑에 의해서 백학검선이 경고를 당하며 쓸모없게 되어 버렸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어차피 궁금한 건 대부분 알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궁금한 건 아직도 어느 정도 남아 있었다.
탑이 어째서 신적 존재의 말살을 바라고, 정말로 나를 초월시킬 방법이 존재하는지.
여러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물음들은 탑을 오르다 보면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관심을 끊지 않는 한은.
그러니…….
“물음에 답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스승님.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이제는 진짜로 탑을 올라갈 시간이었다.
「18층 대기실에 입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