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12
210. 신앙 (3)
―이런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존재해선 안 되는 힘이니라.
담천우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떨려 왔다.
―핫! 승천이라고? 이게 뭔데 권능도 아닌 주제에……! 한낱 필멸자를 어설프게나마 온전한 신격으로 이끄는 것이냐!
그 말에 담긴 감정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질투, 후회, 분노, 경악, 기대, 희망, 쾌감 등등…….
단언할 수 있었다.
담천우는 여태까지 보여 준 적 없었던 최대한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게 있다면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마저도 넘어설 수 있…….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이내 다 이어지기 이전에 그대로 끊어 버렸다.
“그건 너무 이른 판단이죠.”
굳이 말에 신성을 담고 싶진 않아서 그냥 담담하게 말했다.
“그 정도의 힘은 아닙니다. 아직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겁니다.”
―……아니. 이 정도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승천은 괴물 같은 힘이니라.
“그렇긴 합니다.”
―아마도 승천은 ‘이기는 상대의 수준’에 따라서 승천 상승 효율도 달라질 터. 그걸로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할 수 있지.
“…….”
그건 나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는 바였다.
‘내 모든 성장 능력은 상대의 수준에 따라서 성장 효율이 달라지니 승천도 비슷하겠지.’
물론 아닐 확률 또한 적지는 않다마는.
반대로 누구에게 승리해도 같은 효율로 승천이 발동한다면 그게 더 문제이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승천은 상대에 따라서 확실하게 그 성장 효율이 달라질 터다.
그리고…….
신화 이 가진 성장 효율을 알아볼 상대는 정해져 있었다.
‘찬탈자.’
신격의 근원 내에 있을 이 세계의 최강자를 상대로 승리하고, 승천이 얼마나 엄청난 힘을 가졌는지 알아볼 것이다.
그때를 상상하며 나는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기대되네.’
그에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서 고개를 돌리니 카티아가 주저앉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그녀는 눈에 담긴 감정은 혼란 그리고 경외 그 자체였다.
두려움을 느끼는 와중에도 압도적인 힘으로 초상 연합을 쓸어버린 것에 선망을 느꼈을 터.
이상한 일은 아니다.
초상 연합은 카티아 같은 민간인을 강도로 탈바꿈시키게 된 원인 같은 존재이므로.
‘초상 연합이 없었다면 카티아 같은 사람들이 강도처럼 살진 않았겠지.’
라블칸을 상대로 승리한 걸 보고, 신성이 담긴 목소리를 들었으니, 경외심을 가질 만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강도로 살아온 그녀를 두둔할 생각은 없었다.
이는 이 구역 내에 살아가는 다른 이들 전부 그러했다.
각각 처지에 맞는 선택을 했을 뿐이지.
“서, 설마 당신은 구원자인 건가요……?”
그 말에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카티아 씨는 구원자에게 가진 거 전부 내놓으라고 한 강도네요.”
“…….”
“저는 구원자 같은 게 아닙니다. 당신이 생존을 위해서 강도 짓을 했듯이. 저 또한 같은 이유로 초상 연합을 적대하는 겁니다.”
“그렇, 군요…….”
거짓말을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신앙을 얻기엔 카티아 한 명만이 있으니, 입 아프게 떠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 대신에 나는 좀 더 효율 좋은 방식을 택했고, 이내 불편한 진실을 입에 담았다.
“초상 연합 브로커인 라블칸은 죽이지 않았으면서 저는 죽이려 했잖습니까.”
“그건…….”
“아아. 압니다. 브로커는 이 구역에 식량 조달을 해 주니 죽일 수 없었다는 거.”
“…….”
“더불어 브로커인 라블칸 모르게 초상 연합으로 오해한 저를 죽인 후 살인 은폐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도요.”
“죄, 죄송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뭔 구원이 있겠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조용히 인벤토리를 열었다.
“구원 같은 게 아니라 이건 개인마다 다른 사정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러므로 이것도 구원 같은 게 아니라, 제 목적을 위해서 드리는 겁니다.”
투두두.
이내 나는 인벤토리 내에 있는 식량 대부분을 바닥에 떨궜다.
그걸 본 카티아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어……?”
“이걸 사람들에게 나눠 주십시오.”
“……저, 저 같은 게, 그래도 되나요?”
“예.”
“……저는 당신을 협박한 강도인데, 이렇게 막 맡겨도 되나요?”
“상관없습니다. 뒷감당할 자신이 있으면 제 말을 안 따라도 됩니다.”
“…….”
멸망이 가까워진 세상에서는 이렇게 힘이 실린 말이 크게 다가올 터.
카티아는 좋든 싫든 간에 이 식량을 다른 이들에게 뿌려야 할 것이다.
“아, 그리고 식량은 카티아 씨 일행도 어느 정도 가지셔도 됩니다.”
“그, 그래도 되나요?”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
“이제부터 이 식량을 뿌릴 때마다 ‘한성윤’에게 감사하라고 하십시오.”
이건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는 계획이다.
찬탈자가 초상 연합으로 신앙을 받듯이, 나도 신앙을 얻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건데…….
고작 식량 좀 뿌렸다고 막 엄청난 신앙이 들어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식량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줄어들면 신격의 근원으로 가는 신앙도 줄어들겠지.’
찬탈자라는 강적의 성장을 늦추기 위해서 이렇게 할 뿐이지.
“한성윤……. 그게 당신의 이름이었군요…….”
이내 카티아는 뭔가에 홀린 듯 그리 말을 곱씹더니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 목숨을 걸고서 식량을 나눠 주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왜인지 모르게 알 수 없는 신실함에 차오른 눈빛으로.
“그러세요.”
그에 나는 대충 카티아에게서 등을 돌려서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 7번 지구 레오넨슬 식품 공장 지하에 초상 연합 본부가 있다고 했었지.’
라블칸이 살해당하기 직전에 말해 준 정보를 토대로 걸음을 움직였다.
물론 이 대도시 중 어디가 제 7번 지구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레오넨슬 식품 공장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마는.
대충 길을 지나는 시민들을 붙잡고서라도 물어보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며 달렸다.
‘최대한 빠르게 초상 연합의 본부를 부수고, 초상 연합에 소속된 간부들을 해치워야 해.’
그 일념 아래에 거리를 내달리고 있을 무렵이었다.
띠링!
「업적 ‘희망의 씨앗’을 달성했습니다.」
「스킬 ‘희망 전파(B+)’가 생성됩니다.」
“……?”
「스킬 ‘희망 전파’가 활성화됩니다.」
「스킬 ‘희망 전파’에 의해서 당신에 대한 희망이 급속도로 퍼져 갑니다.」
“…….”
이건 또 뭐야.
***
이 세상에서 인간의 목숨이란 한낱 짐승과도 다를 바 없었다.
공장에서 제조된 싸구려 휴머노이드 하나가 ‘진짜 인간’을 대체하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아진 기술력 탓에 인간의 가치가 낮아진 세상이니 그럴 만도 했다.
수백 년 전에는 소수의 인간이 타고나는 초능력을 토대로 그 가치를 추대받았다마는…….
이제 세상은 그마저도 허용치 않았다.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느 기업에 종사하며, 어느 인물을 배경으로 두었는가.
그게 전부인 세상.
슬럼가 출신인 이들은 초능력 같은 게 있어도 출세하지 못한다.
적어도 목숨 수십 개를 담보로 배팅할 수 있는 타고난 도박꾼이 아닌 한에는.
그러한 점에서 카티아 라일디는 그나마 괜찮은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할 수 있었다.
고작 양산형 휴머노이드 하나에 밀리지 않을 수 있는, 그 정도의 재력은 가지고 있었고, 그 때문에 야망을 꿈꿨다.
인간의 가치를 휴머노이드보다 높일 수 있게 한다는 야망을 말이다.
하지만 그 꿈은 어느 날 원하지 않은 형태로 이뤄졌다.
─이 시대는 인간의 가치를, 초능력자의 가치를, 강자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몰상식한 시대이다.
찬탈자.
초상 연합의 리더인 이능 강탈 초능의 소유자에 의해서 세상은 바뀌었다.
대도시 실리딘 내의 대부분 지역에 있는 기계가 모조리 불능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러니 휴머노이드 같은 인간의 대체품 또한 사라진 건 당연했다.
하지만…….
─존중받을 수 있는 건 오로지 이능(異能)을 가진 강자들뿐이다.
초상 연합에 의해서 실현된 인간의 시대는 그리 희망차지 않았다.
초능력자 이외의 인간들은 모조리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대부분 빵 한 조각에 목숨을 걸고 쟁탈전을 벌인다.
카티아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울분을 담아서 생각했다.
이 세상에 인간의 시대가 정말로 존재는 했냐고.
하지만 그 울분은 잠시에 불과했다.
카티아는 그리 좋은 초능력을 가지지 못했다.
발현계 초능력 중에서도 범용성이 떨어지는 염열 계열의 이능이니…….
고작 지나가는 이들을 겁을 줘서 약탈하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과정을 통해서 강화계 능력자 둘을 모아서 약탈 무리를 이루고, 간신히 삶을 이어 갈 수 있을 정도로 약탈했다.
살인 경험은 없으나 그럭저럭 각오는 해 뒀다.
이제 서로 싸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니까.
그리고 그때 그녀는 진정한 구원자를 마주쳤다.
─이런 세상이 뭔 구원이 있겠습니까.
한성윤.
초상 연합의 브로커인 동시에 숨은 간부였던 라블칸을 살해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구원 같은 게 아니라 이건 개인마다 다른 사정에 불과합니다.
이건 전혀 구원 같은 숭고한 행동이 아니라고.
단지, 개인의 사정에 따른 목적을 위해서 행하는, 이기적인 움직임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 후에 이어진 발언에 카티아는 내심 실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러므로 이것도 구원 같은 게 아니라, 제 목적을 위해서 드리는 겁니다.
구원 같은 게 아니라고 담담하게 말했던 한성윤은 식량을 그녀에게 준 것이다.
그것도 그 양의 가늠이 힘들 정도로 많이 줬으니…….
실소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구원 같은 게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자기에겐 아무런 이득도 되지 않는 짓을 하다니?
실로 모순성을 가진 행동이잖은가.
하지만 그 때문에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한성윤 님이 이 세상의 진정한 구원자야.’
그가 바로 이 썩어빠진 세상을 구원해 줄 구세주라는, 매우 짙은 신앙심을 말이다.
사람의 형상을 갖춘 신이 실존한다면 한성윤일 거라고 카티아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이 식량을 뿌릴 때마다 ‘한성윤’에게 감사하라고 하십시오.
그녀는 한성윤이라는 구원자가 직접 부여한 책무를 최선을 다해서 이행했다.
“식량을 분배하겠습니다! 전부 이 자리에 있는 식량을 가져가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에 카티아는 다친 동료들까지 끌고서 식량을 베풀러 다녔다.
물론 사람들은 처음에 이것이 함정일 수 있다는 생각에 식량을 가져가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배고픔에 시달리는 자들은 늘어 갔고.
어느새 한 노인이 카티아에게 다가왔다.
“부, 부디 빵 하나만 줄 수 있겠나?”
“얼마든지요. 이 모든 건 구원자님의 뜻입니다.”
“오, 오오! 고맙네! 정말로 고마워!”
“감사는 부디 구원자 한성윤 님에게 해 주시길.”
“알겠네, 알겠어……! 오오! 구원자 한성윤 님이시여……!”
그 한 번의 나눔을 기점으로 하여 사람들은 점점 카티아의 앞에 나타났다.
반신반의하면서도 다가온 그들은 정말로 식량을 베풀기 시작하니 찬사를 내뱉었다.
희망은…….
“오, 오오……. 무, 물이야. 고인 물 같은 게 아니라 정수된 물이야……!”
“고, 곰팡이가 피지 않은 빵이라고? 대, 대체 어디에서 이런 것을……?”
“구원자, 구원자라고, 했었지. 하, 하핫. 그래, 이 정도면 구원자 맞구만.”
천천히, 하지만, 빠르게.
“아아아! 구원자시여! 감사, 감사합니다!”
“한성윤 구원자님에게 부디 행운이 있기를!”
“아니, 그는, 구원자가 아니다! 한성윤 님은, 찬탈자를 벌하러 내려오신 신의 사도이시다!”
많은 걸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
「업적 ‘구원 정신’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업적 ‘멸망 방지’를 달성했습…….」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
「업적 ‘영웅 출현’을 달성했…….」
「모든 능력치가 1 상승…….」
“뭔데, 대체…….”
이거 진짜 대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