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13
211. 신앙 (4)
「업적 ‘무료 봉사’를 달성했습니다.」
「근력이 4 상승합니다.」
「업적 ‘행동하는 양심상’을 달성했습…….」
「민첩이 4 상승합…….」
「업적 ‘절망을 부수는 선행’을 달성했…….」
「체력이 4 상승…….」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
“……어이가 없을 지경인데.”
아까부터 멈추지도 않고 반복해서 떠오르는 업적 메시지를 보고 있으니 신경이 쓰였다.
솔직히 말해서 왜 업적이 자꾸만 달성되는지 모르겠다.
업적이란 곧 무언가를 해서 달성되는 시스템이다.
그 행동의 어려움에 따라서, 그리고 달성 조건에 따라서 각각 다른 보상을 받는다.
그게 업적 시스템의 기본 룰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진짜로.
‘이거 뭐지?’
현재 나는 하는 거라 해 봤자 그리 대단한 게 없었다.
열심히 달려서 제 7지구에 있는 레오넨슬 식품 공장으로 가고 있는 것뿐.
그런데 업적 명칭을 보면 대부분 달리기 같은 단순 행동과는 관계없는 내용이니…….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한 구조다.
“…….”
하지만 잠시 생각을 굴려 보니 인과 관계를 얕게나마 추측할 수 있었다.
바로…….
‘설마 카티아한테 식량을 나눠 주라고 말한 거 때문인가?’
찬탈자의 선동에서 영감을 받아서 카티아에게 식량을 베풀라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리 기대를 크게 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성공 확률 또한 그리 크지 않았고.
하지만 인과를 이어 주는 힘은 또 있었다.
‘……희망 전파, 라는 스킬 때문인가.’
아마도 걸리는 건 희망 전파 스킬뿐이니, 이것 때문에 식량 나눔이 성공한 거겠지.
인과 관계 사이의 부족함을 메꿔 주는 게 희망 전파 같은 스킬이라니.
정말이지…….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게 많구나.”
행운에는 끝이라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새삼 용사의 가호 같은 권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거 같네.’
새로이 얻은 전용 스킬 ‘신앙 강탈(SS+)’도 용사의 가호로 행운이 올라가지 않았으면 획득하지 못했을 터이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행운 상승 관련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철저히 행동하지 않아도 용사의 가호 혹은 희망 전파 같은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바라는 바를 성사시킬 수 있으므로.
하지만 이내 나는 그 생각을 지웠다.
‘……그래도 어쨌든 간에 뭐든지 최선을 다하는 게 제일이지.’
쓸데없이 헛된 생각에 빠져 봤자 돌아오는 이득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물론 헛된 생각을 접은 건 접은 거고, 일단은 최대한 이득을 부풀려야 했다.
「숭배의 신앙이 도전자 한성윤에게 서서히 축적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체 내부로 미약하게나마 신앙이 다시 흘러들어오고 있는데…….
적어도 이걸 극한까지 활용하지 않으면 얼마나 아깝겠는가.
「신화 가 활성화됩니다.」
마침 이 상황에서 알맞게 이득을 한계까지 뽑아먹을 수 있는 신화가 존재했다.
「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4 상승합니다.」
「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현재 87명의 추종자가 있으므로 신성력이 소폭 강화됩니다.」
‘역시나.’
생각대로 의 신화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나비 효과라고 할지언정 선한 행동으로 약자들을 도왔으니 능력치는 오르고, 이에 따라서 나를 추종하는 이들도 늘었으니 신성력도 강화된 것이다.
‘일석이조에 가까운 효과인데?’
심지어 은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4씩이나 증가했다.
상당히 괜찮은 효과였다.
여태까지 는 영 써먹을 수 없어서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제대로 꿀을 빨아 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
어느새 나는 거리를 돌아다니던 도중에 ‘제 7지구’라고 적힌 팻말을 발견했다.
……글씨를 적는 데 쓰인 페인트도 헤졌고, 팻말도 반쯤 부서진 채 나뒹굴지만, 확실했다.
“제 7지구는 이 장소를 뜻하는 거였나.”
라블칸 스타르.
그는 초상 연합의 본부가 이 제 7지구 레오넨슬 식품 공장 지하에 있다고 말했다.
즉…….
이 제 7지구 어딘가에는 초상 연합의 본부라는 게 있다는 뜻인데.
의외로 레오넨슬 식품 공장은 그리 탐색이 어렵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이것도 팻말이 있었네.”
웬 폐공장 앞에 레오넨슬 식품 공장이라는 낡아빠진 팻말이 나뒹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레오넨슬 식품 공장은 초상 연합의 본부치고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
심지어 지하로 들어가는 길마저도 공장 내부를 둘러보다 보니 바로 발견했다.
초상 연합 본부라는 장소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나 싶다마는…….
―흥. 어차피 들어가야 하는 걸 가지고 고민이 많구나. 일단은 들어가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거늘.
사실 나도 상황을 따질 처지는 아니었다.
“그건 또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그에 나는 담천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설마 했는데 이런 건가.”
폐공장 지하에는 웬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된 대문이 존재했다.
‘왜 이렇게 공장이 허술한가 했는데, 이런 거 때문이었나.’
눈을 힐끗하는 정도로 살펴봐도 확실히 엄청난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 이건 정면에서 파괴하지 않는 게 좋은 장애물일 터다.
초상 연합 본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이를 통해서 몰래 잠입하는 게 옳겠지.
하지만 그러한 추측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킬 ‘일격 집중’이 활성화됩니다.」
콰아아아아아앙─!
생각할 거 없이 이런 대문은 발로 차서 날려 버리려 했으니까.
위잉, 위잉, 위잉─!
시끄럽게 비상벨이 울리며 건조한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댔다.
─정문 파괴 발생. 즉시 확인 조치 바람. 비상 등급이 [S]로 설정됨.
─고유 식별 코드 없음. 침입자 발생으로 추정됨. 이능 유형 파악 불가능.
아마도 나를 막으라는 다급한 요청으로 들리는데…….
“재밌네.”
한마디로 저건 전부 죽음을 맞이하러 오라는 소리였다.
***
초상 연합 본부.
라블칸이 알려 준 정보에 의하면 연합원 중 대부분은 이 내부에 있을 터.
그에 나는 내심 어느 정도는 기대했다.
라블칸 수준의 간부들이 많이 모여 있다면 그래도 괜찮은 스킬을 수급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썩을! 미친 괴물 자식 같으니! 강화계에 발현계를 같이 써 대는 게 어딨어!?”
“바, 발현계 능력자들 전부 쉴드 쳐! 더는 내부로 들어오게 하지 마!”
“구축계 능력자는 멀쩡한 총기라도 가져와서 쏴! 놈을 죽이지 못하면 전부 죽는다!”
초상 연합 본부에 있는 초능력자들은 나약했다.
그것도 아주 한심할 정도로.
티티팅!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총탄이 쏟아졌지만, 대부분 생채기를 살짝 내는 선에서 그쳤다.
「스킬 ‘잿빛 선혈’이 활성화됩니다.」
심지어 그마저도 잿빛 선혈 스킬로 바로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피부에 생채기라도 내는 걸 보니 확실히 기술력이 엄청나다는 게 느껴지긴 했다.
심지어 총알 세례의 틈새로 레이저도 쏘아지고, 갑자기 웬 형체 없는 압력이 신체를 짓눌러 대니…….
고도로 발달한 문명 세계라는 게 실감이 되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스킬 ‘주문 무한 포식’이 활성화됩니다.」
초상 연합에 소속된 이들이 가진 이능은 그리 대단치 않았고.
신체에 닿자마자 대부분 한 줌의 마력이 되어 의미 없이 힘을 소진했다.
“…….”
그에 나는 한숨을 내쉬곤 눈을 찌푸렸다.
‘라블칸이 괜히 간부로 추대받은 게 아니라는 건가…….’
설마 일반적인 연합원이 간부랑 이렇게까지 전투력이 차이가 날 줄이야.
그나마 아쉬운 대로 간부라도 쓰러뜨리려 했다마는…….
초상 연합 본부 내부에는 간부로 추정되는 실력자마저도 아예 없었다.
이제는 시간을 끌 필요성조차도 없으니, 나름대로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스킬 ‘성광星光’이 활성화됩니다.」
키이잉!
신성을 머금은 별빛이 신성의 막에 감싸인 채 열렬히 회전했고…….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효과가 붙습니다.」
「승리할 수 없는 적을 상대로 인과를 역전시켜 ‘반드시 승리하는 인과율’을 생성합니다.」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효과가 붙습니다.」
「신격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때마다 도전자 한성윤이 가진 신성의 격이 상승합니다.」
「승리를 반복할 때마다 승천이 가까워집니다.」
「이에 따라서 신성이 상승할 시 때때로 특수 보상이 주어집니다.」
신화 을 발동한 후에는 아예 성광의 제어를 그대로 풀어 버렸다.
콰아아아앙─!
빛이 공간을 뒤덮는 동시에 폭음 사이로 희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별빛이 점점 잠잠해지니 반쯤 파괴된 레오넨슬 식품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업적 ‘테러 집단 소멸’을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초상 연합 본부를 아예 붕괴시킨 것이다.
그리고.
「도전자 한성윤이 다수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승천에 0.0014% 가까워졌습니다.」
새로이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나는 몸을 흠칫 떨었다.
“…….”
그도 그럴 것이…….
「에 따른 특수 보상으로 전용 효과 ‘스킬 성장 가속(D+)’을 획득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이 사용하는 모든 스킬은 성장이 10% 가속됩니다.」
이번에는 승천 효과에 의한 성장만이 아니라 특수 보상 또한 주어졌으니까.
‘……으로 얻는 보상은 전투 내용과는 크게 상관없는 건가.’
에 따른 특수 보상은 랜덤 박스 같은 성향이 짙었다.
“스킬 성장 가속이라니.”
방금 치른 전투랑 크게 상관이 있는 보상은 아니었다.
초상 연합을 쓸어버리는 데 쓴 스킬은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심지어 으로 얻은 보상치고는 상당히 시스템적인 능력이다 보니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근본 없는 보상이다마는. 그래도 보상 자체의 수준은 괜찮군. 이건 충분히 도움이 되겠어.
물론 담천우의 말처럼 보상으로 얻은 ‘스킬 성장 가속’은 괜찮은 능력이었다.
‘10%라고 해도 스킬 성장이 빨라지는 건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지.’
그에 나름대로 흡족함을 느끼고 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 대단치 않은 적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어도 이러한 보상이 들어오는데…….
초상 연합 간부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과정에서는 얼마나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을까.
기대감이 차올랐다.
스킬 성장 가속의 랭크는 D+급이니…….
강적들을 상대로 특수 보상을 얻으면 보상 랭크도 올라갈 터.
그에 나는 기대에 찬 웃음을 지으며 주위에 널브러진 사령들을 모조리 흡수했다.
「초능력자 ‘스미스’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초능력자 ‘호르킨’의 사령을 흡수했습…….」
「초능력자 ‘라니아’의 사령을 흡수했…….」
네크로맨시의 숙련도는 그리 많이 오르지 않았다.
0.00001% 정도 올랐으니, 쥐뿔만큼도 오르지 않은 셈이다.
이는 능력치 또한 다를 바가 없었다.
「보유한 사령을 전부 사용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1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1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1 상승했습니다.」
고작 모든 능력치 1 상승에 불과한 결과물에 어쩔 수 없이 입맛이 씁쓸했다.
하지만…….
「스킬 ‘일곱 빛의 방패(D+)’가 생성됩니다.」
「스킬 ‘아이템 인챈트(B-)’이 생성됩…….」
「스킬 ‘불꽃 작렬(C+)’이 생…….」
그래도 스킬은 많이 추출했다.
‘역시 초능력도 일종의 스킬로 취급하는 건가.’
권능으로 취급해서 추출 판정이 아예 뜨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했는데…….
아무래도 시스템은 초능력을 스킬로 취급하는 것 같으니, 걱정할 필요는 한차례 덜어 낸 셈이다.
「공양의 인장(SS-) 전용 효과 ‘공양(供養)’이 활성화됩니다.」
「자기 자신에 스킬 11개를 공양받았습니다.」
「해당 능력들을 신성력으로 치환하여 심장에 축적합니다.」
물론 그리 가치 있는 능력은 없었으므로 전부 공양의 인장으로 갈아 버렸다.
그리고.
「신화 가 활성화됩니다.」
발동 중인 신화를 로 교체하니, 새로이 신체 내부로 힘이 들어왔다.
「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7 상승합니다.」
「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현재 491명의 추종자가 있으므로 신성력이 강화됩니다.」
―벌써 추종자들이 이렇게 많이 생겼다고……?
모든 능력치 +7 상승도 모자라서 신성력까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강화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능력치 성장도 입이 벌어질 정도로 엄청나다마는…….
신화 로 보는 진짜 혜택은 따로 있었다.
“이게 무슨…….”
심장에 축적된 신성력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상승했다.
양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신성의 질이 이전에 비해서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 된 것이다.
“엄청나네.”
그에 나는 눈빛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고, 이내 상공에 있는 잿빛 구체를 바라보았다.
“…….”
18층 스테이지 내에 있는 모든 이를 추종자로 삼는 것.
그게 이뤄진다면 과연 그때는 신성력이 얼마나 강해질까.
그 생각을 마친 나는 입맛을 다시며 잿빛 구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어쩌면 굳이 신격의 탄생을 막지 않음으로써, 격 높은 보상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주 엄청난.
“시도할 가치는 있겠네.”
그에 나는 짙은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