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15
213. 찬탈자 (1)
나는 초상 연합 간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정보 열람 권한을 발동했다.
「전용 권한 #K-1547[정보 열람]을 발동합니다.」
그리 기대감이 크지는 않다마는…….
만에 하나라도 쓸 만한 정보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 탓이다.
하지만 이전에 그러했듯 이번에도 실속 있는 정보는 알아낼 수 없었다.
‘이번에도 소속과 이름 그리고 대충 사용하는 능력 정도만 알 수 있는 건가…….’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상 연합 간부라고 해도 그리 중요하진 않은 이들이니.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처럼 복잡하게 드러낼 정보도 크게 없을 터이다.
그에 아쉬움을 느끼며 난잡하게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치우려 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초상 연합 간부 중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입을 열었다.
“그리 놀라진 않는군.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 같은 태도잖나. 한성윤.”
그는 상당히 퇴폐적인 미모를 갖추고 있는 남성이었다.
그에 나는 허공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 중 하나를 읽었다.
「타브나르」
「초상 연합 12인 간부 중 1인에 속하는 강화계 초능력 소유자.」
「사실상, 초상 연합의 부재중인 리더를 대신해서 다른 이들을 통솔하고 있다.」
「그는 현재 도전자 한성윤에게 불쾌함을 느끼고 있다.」
타브나르.
초상 연합의 리더를 대신하여 간부들을 통솔하는 이 같은데…….
리더 대행이라는 자리를 얻을 정도로 무력 자체는 출중한 듯했다.
타브나르에게서는 적잖은 힘의 축적이 느껴졌다.
초상 연합 간부를 7명은 합친 것 같은 강함이라 해야 하나?
18층 스테이지 내에서 본 능력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흥.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마는……. 그래도 여태까지 본 어중이떠중이들보다는 낫구나.
담천우도 타브나르의 힘이 경지에 이르러 있음을 인정했다.
나쁘지 않았다.
상대방이 가진 힘이 크다는 건 곧 네크로맨시로 얻어 낼 보상이 많다는 뜻이니.
그에 옅은 미소를 지으니 타브나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타브나르는 감정을 추스르듯 심호흡을 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서로 누군지 정도는 알고 있을 터이니, 자기소개 같은 건 필요하지 않겠지.”
“그거야 그렇지.”
“한성윤. 너에게 좋은 제안을 하지. 초상 연합이 지배한 실리딘 내의 구역 중 절반을 넘기겠다.”
“……?”
“더불어 라블칸 스타르를 살해한 것, 그리고 초상 연합 본부를 붕괴시킨 것을 눈감아 주지. 그러니 더는 다른 구역을 건들지 마라.”
“…….”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눈을 찌푸렸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그럼 이게 헛소리로라도 들리는 것인가.”
“어.”
“…….”
타브나르는 확실히 강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 18층 스테이지 내에서 통용되는 수준이다.
단언할 수 있었다.
초상 연합 간부들은 내게 정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
“너희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그 사실을 나는 감추지 않고 담담하게 입에 담았다.
“내게 같잖은 협박을 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마.”
“……설마 초상 연합을 붕괴시킨 자가 이런 정신병자일 줄이야.”
하지만 타브나르는 이제는 짜증이 난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지. 한성윤. 너는……, ‘그분’에 비하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다.”
“만나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렇진 않을 거 같은데.”
“아니. 너 같은 건 ‘그분’에 비하면 개미와도 같은 존재다. 심지어 내게도 미치지 못하지.”
“…….”
그 말에 나는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광신도처럼 감정이 부풀어 가는 타브나르의 말을 조용히 경청할 뿐이었다.
“알고 있을 터다. 이 망가진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도록 힘을 써 준 존재. 그게 바로 ‘그분’이라는 걸.”
타브나르의 눈빛에서 광기에 가까운 신뢰감이 느껴졌다.
“어째서 이 기적을 보고도 ‘그분’을 부정하지?”
그건 다른 초상 연합 간부들도 비슷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것 같긴 해도 찬탈자라는 초상 연합의 리더를 숭배하는 건 동일했다.
더불어 내게 적개심을 가지는 것도 말이다.
사실상 광신도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 흥미롭진 않네.’
그나마 괜찮은 정보를 흘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 끝까지 말을 들었다마는…….
아무래도 이제 더는 초상 연합을 통해서 얻어 낼 수 있는 정보는 없을 것 같았다.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는 그리 달갑지 않아서 말이야.”
그러니…….
“역겨운 건 피차 마찬가지인 거 같으니,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끝내자고.”
시답잖은 대화는 이제 끝이었다.
다음 순간.
「권능 스킬 ‘혼원마검’의 전용 효과 ‘배가(倍加)’가 활성화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권능 스킬 위력을 [4]배로 상승시킵니다.」
혈천마검이 재빠르게 휘둘러지며, 백검접공(白劍摺空)의 초식이 펼쳐졌다.
본래 이 무공은 공간 그 자체를 비틀어 칼날로 끌어들이는……, 실로 사기적인 기술이었다.
그리고 이 백검접공의 초식이 4배로 강화되었다는 것은 곧 공간의 비틀림이 강해진다는 뜻일지니.
그 결과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콰지직─.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이 뻗어진 경로에 머물던 간부 중 4명이 그대로 공간이 뒤틀리며 사망했다.
그것도 아주 깔끔히.
본래는 공간을 끌어들이는 수준의 힘을 가졌던 기술이, 혼원마검에 의해서 공간을 내리 찢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에 초상 연합 간부들이 일제히 경악했다.
“하, 하하. 거, 거짓말이지. 뭔, 저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이─.”
“이런 썩을! 저, 전부 후퇴해야 해! 저, 저런 거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개, 개소리하지 마! 찬탈자님의 뜻에 대적하는 놈을, 살려 둘 수 있을 거 같냐!”
그리고.
“고작 넷이 뒈졌을 뿐이야! 그런데 도망치는 게 말이 되는 거냐! 우리들은 더 싸울 수 있─.”
“그래, 맞아. 고작 4명 죽었을 뿐이지. 아직도 일곱이나 남았잖아? 좀 더 힘을 써 보라고.”
“어…….”
“타브나르도 말했었잖아. 찬탈자 같은 강자에게 있어서 나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
“…….”
그에 나는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았지?”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
타브나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동공의 흔들림을 간신히 억제했다.
‘이게……, 대체……, 뭐지?’
심장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질척한 감정이 수그러들지를 않았다.
오래전에 꾼 악몽이 현실이 되어서 나타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끔찍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 아아아! 이 개 같은 괴물 자식이! 대체 이능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거야……!”
“거, 검에 절대로 닿지 마! 검의 사각으로 숨어들어서, 최대한 빠르게 놈을 공격해!”
“이, 씹……! 어째서 공격이 전부 빗나가는 건데……! 추잡하게 굴지 말고 좀 뒈지라고!”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초능력자들로 분류되는 초상 연합 간부들이 유린당하고 있었으니까.
서로 가진 바의 힘을 전부 끌어내어 움직이고 있음에도 한성윤은 상처 하나조차 입지 않았다.
아니.
상처를 입는다는 개념 이전에 아예 공격을 허용치 않았다.
「스킬 ‘주문 무한 포식’이 활성화됩니다.」
「몸에 닿는 모든 주문이 순수한 마력으로 전환됩니다.」
화염 혹은 얼음 같은 발현계 능력은 모조리 알 수 없는 힘에 흡수당하고…….
「권능 스킬 ‘바람의 은총’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속도가 40%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4]」
물리적인 공격마저도 종이 한 장 차이로 모조리 피해 버리니 도저히 다치지를 않았다.
심지어 그것마저도 상당히 봐줬다는 듯 상당히 여유로운 태도였다.
마치…….
초상 연합 간부들을 데리고 시시한 연극을 하는 것 같았다.
‘잠깐만……, 연극이라고……?’
그에 타브나르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광장을 둘러보았다.
“설마…….”
그리고.
“…….”
어느새 광장 곳곳에 몰려든 인파를 보며 타브나르는 더없는 절망감을 느꼈다.
그럴 만도 했다.
여태까지 한성윤이 초상 연합의 간부들을 바로 해치우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으니까.
─오, 오오! 어찌, 어찌 이런 일이! 초상 연합의 간부들이, 압도당하고 있어……!
이것은 일종의 쇼였다.
절망에 찬 이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고, 초상 연합의 붕괴를 목도시킴으로써, 신앙도를 올리려는.
“아…….”
타브나르는 곳곳에서 들려오는 숭배의 외침에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직감한 것이다.
어느새 쇼를 보여 줄 관객이 충분히 채워졌으니, 이제는 한성윤이 연극을 끝내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타브나르의 직감은 정답으로 이어졌다.
한성윤이 싱긋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는 끝내도 되겠어.”
이제 이 촌극은 종막을 맞이할 거라고.
다음 순간.
꽈아아아아아앙!
한성윤의 검이 휘둘러지며 간부 다섯 명이 사라지고, 군중 속에서 무수한 환호성이 솟구쳤다.
와아아아아아─!
그에 남은 간부 중 한 명인 라그나가 공포에 질린 채 이를 딱딱 부딪치며 중얼거렸다.
“흐, 흐으……. 이, 이건 아니잖아……. 나, 나는……, 도망칠 거야…….”
그녀의 중얼거림에도 불구하고 타브나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말을 할 수조차도 없었다.
그도 한성윤의 힘에 전율하여 입을 열지도 못하고 있었으므로.
탓!
그 사이에 라그나는 망설임 없이 재빠르게 도주를 시도했지만…….
그리 의미 있는 시도는 아니었다.
「권능 ‘순보’가 활성화됩니다.」
「10분 동안 해당 권능에 재사용 대기 시간이 부여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시야 내의 원하는 지점으로 즉시 이동합니다.」
한성윤의 몸이 점멸하여 이내 라그나의 배후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촤아악!
“이걸로 하나만 남았나.”
그에 한성윤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타브나르. 뭘 그렇게 멀뚱멀뚱 서 있는 거야. 말했잖아. 나는 너에게도 미치지 못한다고.”
그리고…….
“정말로 그 말이 옳은지 이제 확인할 차례야.”
타브나르의 얼굴에 더없이 깊은 절망이 서렸다.
***
전투 같지도 않았던 촌극이 드디어 끝났다.
와아아아아아아─!!
「숭배자들이 광적인 신뢰도를 가지게 되어 신앙 수급이 가속됩니다.」
귓가를 꽉 메우는 군중의 함성을 들으며 나는 사령들을 모조리 흡수했다.
「초능력자 ‘타브나르’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초능력자 ‘라그나’의 사령을 흡수했습…….」
「초능력자 ‘앙그라마’의 사령을 흡수했…….」
그리고.
「진(眞) 혈천마검(A)의 전용 효과 ‘혈식(血食)’이 활성화됩니다.」
「대량의 피를 흡수하여 아이템의 등급이 A+급(8,431/9,200)으로 성장합니다.」
―흐으. 오랜만에 많은 피를 흡수하는구나. 같잖은 놈들이었다마는. 그래도 피는 맛있느니라.
혈천마검 전용 효과인 혈식으로 이내 초상 연합 간부들의 피를 모조리 빨아들였다.
이제 등급 성장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나는 만족했다.
단지…….
‘파천검도 빠르게 등급을 올려야 하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수기 어려운 것을 부수어야 성장하는 파천검은 등급이 그대로라는 것.
하지만 아쉽다는 감정은 그리 오랫동안 이어지지 않았다.
「권능 스킬 ‘마력 운용(A)’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권능 스킬 ‘마력 운용(A)’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권능 스킬 ‘바람의 은총(A-)’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권능 스킬 ‘바람의 은총(A-)’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권능 스킬 ‘혼원마검(S-)’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권능 스킬 ‘혼원마검(S-)’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초상 연합 본부를 부수며 획득한 ‘스킬 성장 가속(D+)’의 덕분인지 권능 스킬이 전부 성장한 탓이다.
심지어 스킬 성장은 이것만이 아니다.
광란의 검극, 순간 가속, 일격 집중, 의념 증폭, 주문 무한 포식, 어둠 늑대의 걸음 등등…….
여태까지 얻어 온 수많은 일반 스킬의 등급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오랜만에 많은 스킬이 성장하니 기분은 좋네.’
일반 스킬 또한 상당히 도움이 되니 성장하여 나쁠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보상은 또 있었다.
「도전자 한성윤이 다수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승천에 0.0041% 가까워졌습니다.」
신화 에 의해서 격이 미약하게나마 또 상승한 것이다.
「에 따른 특수 보상으로 전용 효과 ‘감각 강화(C+)’를 획득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모든 감각이 매우 크게 강화됩니다.」
더불어 감각 강화라는 심플한 추가 보상도 획득했으니 엄청난 이득이었다.
“…….”
그리고…….
새로이 습득한 ‘감각 강화(C+)’의 힘인 걸까?
그리 세게 느껴지지 않았던 창공에 떠오른 잿빛 구체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졌다.
심지어 이제는 잿빛 구체의 상태마저도 감각으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확신할 수 있었다.
“신격의 탄생이 머지않은 거 같네.”
신격의 근원에서 곧 18층 스테이지의 공략 대상인 신격이 부화한다는 걸 말이다.
“신격의 살해, 인가…….”
그에 나는 눈빛을 침잠시키며 검파를 만지작거렸다.
“해낼 수 있을까.”
왜인지 모를 기대감을 꾹 억누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