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16
214. 찬탈자 (2)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지루하군.
초상 연합의 남은 잔재까지 모조리 남기지 않고 처리하니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더 싸울 적이 없다는 건 성장이 감속하는 시점이라는 의미이니.
담천우 또한 이에 대해서 불만을 쏟아냈다.
―흐으으. 실로 재미없는 시간이로다. 이러다간 정말로 심심해 죽겠구나.
오랜만에 혈식으로 피를 상당히 빨아들였음에도 그는 휴식을 바라지 않았다.
이해는 되었다.
“동감입니다.”
전투를 치르지 않는 시간은 나도 의미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성장에 대한 갈망이 커진 시점이니 더 그러했다.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을 따라잡으려면 아직도 멀었어.’
신화 으로 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렇게 전투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다니.
실로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예 성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업적 ‘희망 재건’을 달성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합니다.」
「업적 ‘난민 구호’를 달성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업적 ‘작은 영웅’을 달성했습니다.」
「근력이 1 상승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장소를 구축하고, 수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내놓았다.
그것을 통해서 얻은 업적의 수가 적지는 않았다.
이전처럼 엄청난 상승세는 아니어도 신체 능력이 나름대로 괜찮게 올랐다.
‘적어도 18층에서 능력치 성장은 많이 이뤘지.’
심지어 신앙도 적잖이 모았다.
신화를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모이지는 않은 것 같다마는…….
그래도 신앙을 꾸준히 모은 후에는 괜찮은 신화를 얻어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리고 의외의 성장을 이룬 수련도 있었다.
「스킬 ‘마도 명상 극의’가 활성화됩니다.」
「업적 ‘마도 명상’을 달성했습니다.」
「마력이 4 상승합니다.」
마도 명상 극의.
거목 미궁에서 얻어 둔 수련 전용 스킬을 사용하니 마력이 크게 성장한 것이다.
「스킬 ‘마도 명상 극의’에 의해서 마력이 1 상승합니다.」
「스킬 ‘마도 명상 극의’에 의해서 마력이 1 상승합…….」
「스킬 ‘마도 명상 극의’에 의해서 마력이 1 상승…….」
그리고.
「스킬 ‘순간 가속(B)’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순간 가속(B)’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스킬 ‘광란의 검극(B+)’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
「스킬 ‘광란의 검극(B+)’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
「스킬 ‘마력 회로(A-)’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
「스킬 ‘마력 회로(A-)’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
…….
…….
「업적 ‘스킬 플레이어’를 달성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5 상승합니다.」
스킬 성장 가속 효과에 의해서 또 한 번 수많은 일반 스킬이 성장했고.
그게 업적 달성의 방아쇠를 당기며 단숨에 모든 능력치 +15 상승이라는 엄청난 성장을 일으켰다.
“상태창.”
바로 시야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단숨에 읽어 내렸다.
『한성윤』
『후광 – 지배자』
『근력 – 285』 『체력 – 287』
『민첩 – 284』 『마력 – 299』
『내구 – 282』
『고유 특성 – 네크로맨시(A)』
『고유 권능 – 스킬 합성』
『고유 신성 권능 – 초월(SSS+)』
『기본 신성 권능 – 신격화(SS+)』
『권능 – 신성력(A), 혈천심공(C+), 용사의 가호(C+), 명경지수(C-), 신앙 수확(C+), 순보(B+), 검기성강劍氣成罡(S+), 망령 지배(B+), 천마지체(S+), 강철의 날개(C+), 철혈의 검(A-), 급속 마력 충전(C+), 검귀의 길(S), 신살검(S+), 신앙 정화(A+)』
『스킬 – 자세히 보기』
새삼 많이 성장했다는 게 느껴지는 상태창이었다.
‘거목 미궁에서 막 나왔을 때의 능력치 수준이 210 정도였나.’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모든 능력치가 이렇게 많이 성장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심지어 마력 능력치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수련한 탓인지 그 성장세가 특출났다.
그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자니 담천우의 감탄이 들려왔다.
―……허. 이게 18층 대의 도전자라고 할 수 있을까. 10층 대에선 견줄 도전자도 없겠어.
“그렇게 강하진 않은 거 같은데.”
―아니. 본좌의 생각엔 다른 차원에 너 같은 놈은 없느니라. 또 있을 수 없는 괴물이지.
“…….”
―단적으로 말해서 네놈의 실력은 이제 30층 후반 수준의 도전자라고 해도 될 수준이니라.
“그렇습니까.”
그에 나는 대충 대답했지만, 그리 와닿는 말은 아니었다.
그럴 만도 했다.
30층이라니…….
현재 18층 스테이지 공략에도 시간을 상당히 소요하고 있는 내게 그리 가까이 느껴지는 층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해는 되었다.
‘30층 대의 도전자는 아마도 나랑 비슷한 실력일지도 모르겠어.’
확실히 현재의 나는 높은 층의 도전자와도 견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추측하건대 신성 권능 및 여러 신화를 합치면 30층 대의 도전자도 이길 수 있을 터.
하지만 나는 같은 도전자를 경쟁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았다.
신격 중 대부분이 내게 살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조용히 적대심을 키우고 있을 테니…….
사실상, 수많은 신격이 나를 짓눌러 죽이려 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30층 대의 도전자 수준이 됐다고 안도할 순 없었다.
‘신격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해.’
그에 이내 상태창을 닫고 다시 마력 수련에 매진하려는 순간이었다.
드드드─!
갑자기 창공에 자리한 잿빛 구체에서 엄청난 진동이 일어났다.
귓가를 때리는 진동음을 들으며 이내 눈을 부릅떴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정도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까지 나는 이 상황이 찾아오길 기다렸기 때문이다.
「신격의 근원이 수많은 신앙을 소모하여 성장을 마쳤습니다.」
「잿빛 구체 내에 있는 신격이 곧 바깥으로 나타납니다.」
“드디어 시작인 거구나.”
18층 스테이지의 최종 보스가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
그에 나는 검파에 손을 얹은 채로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잿빛 구체의 겉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실금이 생겨난 상태였다.
마치 알의 껍질이 갈라지는 것 같은 모습.
그리고 점점 잿빛 구체의 껍질이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그 너머에서 느껴지는 존재감도 강해졌다.
부르르.
나도 모르게 몸을 떨 정도로 짙어진 신성의 힘은…….
어느새 [미궁 신전]에서 본 신격들의 힘과도 닮아 가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확신할 수 있었다.
잿빛 구체에서 태어나는 신격은 화신체 같은 게 아니라 본체라는 것을.
담천우도 그 사실을 알아챘는지 꾹 다물고 있었던 입을 열었다.
―……네놈이 원하는 거 같아서 달리 말은 안 했다마는. 이제라도 신격의 탄생을 저지할 생각은 없는 것이냐.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쯧. 본좌는 진심으로 한 말이니라. 네놈은 확실히 강하지. 하지만 그게 신격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라곤 할 수 없지.
“그럴 것 같진 않은데요.”
전투 없는 시간을 나도 아예 쓸모없이 보내온 것은 아니었다.
「신화 가 활성화됩니다.」
「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현재 18,172명의 추종자가 있으므로 신성력이 대폭 강화됩니다.」
수많은 추종자를 통해서 신성력을 최대한 강화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다.
……물론 점점 추종자가 많아질수록 신성력 강화의 효율이 낮아졌지만, 그래도 이제는 신격에도 견줄 수 있는 수준일 터.
그러니 자신이 있었다.
“신격을 상대로도 승산은 있습니다.”
하지만 담천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탁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네놈의 뜻은 충분히 알았으니, 더는 왈가왈부하진 않겠다. 하지만 이건 알아 둬야 할 것이니라.
“…….”
―신격의 본체는 실로 압도적인 힘을 가진다. 세계의 멸망 정도는 어렵지 않은 정도이지.
“그렇군요.”
―여태까지 본 신격들이 정말 그 힘을 전부 끌어냈다고 생각하진 마라.
그 말을 끝으로 담천우 입을 다물었다.
검을 툭툭 건드려도 말이 없는 걸 보니 잠깐 의식을 침잠시킨 거 같은데…….
대충 대답하긴 했으나 나도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정도야 알고 있었다.
‘아마도 신화를 경계하라는 거겠지.’
신화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니다.
여태까지 마주친 신격들은 탑에 의한 제재로 신의 힘을 온전히 사용하지 못했다.
신화는 곧 신격의 설화와 신앙을 합친 힘이니, 엄청난 고난을 겪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알고 있어. 이게 엄청난 도박이라는 것 정도는. 하지만 목숨을 걸지 않으면 성장이 느려져.’
심지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므로 더 그러했다.
신화 에 이 정도로 많은 신앙을 강탈했다면 틀림없이 이제부터 나타날 신격도 그리 강하진 않을 터.
신살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그에 나는 검의 손잡이를 매만지며 미동 없이 잿빛 구체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쩌저적─.
잿빛 구체의 몸통이 크게 갈라지며, 검붉은 신성이 뚝뚝 흘러나왔다.
그리고.
갈라진 틈새 사이로 신성의 빛이 일렁였다.
그리 많은 변화는 없었다.
신성의 빛이 잠깐 흘러나오고, 잿빛 구체에서 힘이 살짝 흔들리는 게 느껴졌지만, 그게 전부였다.
마치 무생물이라도 되듯 감정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에 나는 이질감을 느꼈다.
“이건 또 뭐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이상했다.
여태까지 본 신격들은 어떠한 식으로든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그에 따라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
호의든 악의든 간에 다를 것 없이 말이다.
그런데…….
신격의 근원에서 흘러나오는 힘에는 어떠한 의지도 들어 있지 않았다.
단지, 뭔가를 관찰이라도 하듯 바라보는 시선만이 느껴질 뿐.
「찬탈의 신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때였다.
웅웅.
[ 너로구나. ]신성을 담은 음성이 일대에 울려 퍼졌다.
[ 자비 없이 내 신앙을 대부분 강탈하고, 내 친구들을 남김없이 쓸어버린 원흉이. ]왜인지 모르게 그 말을 듣고 나니 심장 박동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 그 대가를 지불할 준비는 됐겠지? ]그리고.
[ 탑에서 온 도전자. ]다음 순간.
「신성 이 발동되어 세상이 멸망합니다.」
「신성 이 사용되어 재사용 대기 시간이 100년 생성됩니다.」
「신성 의 재사용 대기 시간은 그 어떠한 효과로도 초기화할 수 없습니다.」
세상이 그대로 부서져 멸망했다.
***
째깍째깍……!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SSS+) 전용 효과 ‘사망 회귀’가 활성화됩니다.」
「생명을 잃은 시점으로부터 10분 전으로 세계의 시간을 완전히 되돌립니다.」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SSS+) 전용 효과 ‘사망 회귀’에 재사용 대기 시간 30일이 생성됩니다.」
시계 초침이 되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경악했다.
‘이런 미친…….’
설마 신성 권능 한 방으로 세상을 멸망시킬 줄이야.
상상도 해 보지 못했다.
이제 막 탄생한 신격이 그 정도로 강대한 신성을 가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응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시스템 메시지의 출현과 동시에 세상이 뜬금없이 붕괴했으니까.
그 어떠한 전조도 없어서 따로 스킬을 발동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시간이 되돌려졌다는 것이다.
설마 최후의 저항 스킬 대신에 사망 회귀가 활성화될 줄이야…….
원인은 알 수 없어도 시간이 되돌아간 건 엄청난 이득이었다.
만약에 최후의 저항이 먼저 발동했다면 세상이 멸망한 채로 싸워야 했을 터이니.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낭패감을 느꼈다.
그럴 만도 했다.
‘……나를 보고 탑에서 온 도전자라고 했었지.’
찬탈자.
이 18층 스테이지의 최종 보스는 나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