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22
220. 등반자 (3)
「계약자 전용 상점」
「SP – 114,800」
「카테고리 : 스킬」
「카테고리 : 권능」
「카테고리 : 물품」
「계약자 : 철혈의 군주 및 백학검선」
나는 전용 상점에 쌓인 스페셜 포인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진짜로 착실히 쌓았네.”
여태까지 탑을 오르며 상당히 오랫동안 전용 상점을 이용하지 않았는데…….
이제 그것도 오늘로 끝이다.
시련 돌파 보상 그리고 수많은 업적 보상으로 얻어 온 전용 상점 포인트를 전부 쓸 것이다.
그에 나는 바로 전용 상점의 권능 카테고리를 선택하여 들어갔다.
「열람할 권능 목록을 선택하십시오.」
「1. 철혈의 군주」
「2. 백학검선」
「3. 후원 권능」
어느 권능을 가장 먼저 사야 하는지 같은 고민은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나는 현재 계약된 관리자 둘의 모든 권능을 사들일 생각이니까.
물론 전용 상점이 확장되지 않은 탓에 구매할 수 없는 권능도 있겠다마는…….
그거야 어차피 탑을 오르다 보면 해결될 터이니 신경 쓰진 않았다.
「권능 목록 ‘철혈의 군주’를 선택했습니다.」
「카테고리 : 권능(철혈의 군주)」
「목록(1/3)」
「권능 : 명경지수(C-) [소유]」
「권능 : 강철의 혼(A+)」
「권능 : 겨울의 왕(D+)」
강철의 혼 그리고 겨울의 왕.
권능 목록 첫 페이지에 놓인 권능들을 나는 이내 설명창을 열어서 살폈다.
「권능 : 강철의 혼(A+)」
「가격 : 6,500 SP」
「설명 : 피도 눈물도 없다던 군주들 몇몇이 타고났던 영혼입니다. 모든 무기류의 스킬 숙련도 상승률이 2.32배 상승합니다. 새로 익히는 무기류 스킬은 모두 10%의 숙련도를 습득한 채로 시작합니다.」
「권능 : 겨울의 왕(D+)」
「가격 : 800 SP」
「설명 : 북부의 지배자였던 이들이 종종 얻는 권능입니다. 추운 환경에서 일시적으로 능력치들이 상승하며 추위로 다치지 않습니다.」
상시 발동 능력에 가까운 형태의 권능들이었다.
임의로 발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임팩트 있는 강력함을 부각할 순 없겠지.
하지만 강철의 혼(A+)은 확실히 스킬 숙련도 상승에 있어서 엄청난 이점을 가지고 있었고.
더불어 겨울의 왕(D+)도 소소하다고는 해도 특정 조건 아래에서는 힘이 강해지게 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았다.
‘신성력의 치환 능력으로 얼음을 확산시키면 권능 발동 조건을 조성할 수도 있겠지.’
그에 나는 씨익 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모조리 권능을 구매했다.
「‘권능 : 강철의 혼(A+)’을 구매했습니다.」
「6,500 SP가 차감됩니다.」
「‘권능 : 겨울의 왕(D+)’을 구매했습니다.」
「800 SP가 차감됩니다.」
“……권능을 이렇게 많이 사니 기분이 묘하네.”
눈 깜짝할 사이에 스페셜 포인트를 마구 소모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포인트는 넘쳐흘렀다.
여태까지 노력해 온 결과물이라고 해야 하나?
마치 게임에서 치트키를 써서 재화를 늘린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에 나는 적잖은 쾌감을 느끼며 바로 권능 목록의 페이지를 넘겼다.
「카테고리 : 권능」
「목록(2/3)」
「권능 : 환골탈태(C+)」
「권능 : 철혈의 검(A-) [소유]」
「권능 : 죽음의 손(B-)」
이전에 철혈의 군주에게서 권능 ‘철혈의 검(A-)’은 선물받은 적이 있어서 구매할 수 없었다.
하지만 철혈의 검 이외에도 환골탈태와 죽음의 손이라는 흥미로운 권능들이 있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설명창을 열어서 간단히 권능 정보를 확인했다.
「권능 : 환골탈태(C+)」
「가격 : 1,500 SP」
「설명 : 어떠한 근골이든 간에 무골(武骨)로 바꿀 수 있는 권능입니다. 깨달음에 상관없이 바로 근골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때 근골이 바뀌며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단, 환골탈태를 이미 했거나 언제든 그리할 수 있는 수준일 시 구매할 수 없습니다.」
「권능 : 죽음의 손(B-)」
「가격 : 2,500 SP」
「설명 : 사령술 및 흑마법의 효율이 2배 상승하며 손과 닿은 물건으로 상처를 입힐 시 미약한 육체 부패를 일으킵니다. 단, 상대가 재생 능력을 지니고 있을 시 재생 능력의 효과를 절반으로 감소시키는 것에서 그칩니다.」
하지만 설명을 본 나는 눈을 찌푸렸다.
“둘 다 그리 끌리는 권능은 아니네.”
그럴 만도 했다.
환골탈태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골(武骨)이 되고 모든 능력치 +2 상승이라는 것인데…….
사실상 무골이니 어쩌느니 하는 게 없어도 무공 습득에는 문제랄 게 없고, 모든 능력치 상승 또한 그리 끌리진 않았다.
심지어 죽음의 손은 한술 더 떠서 아예 사령술 및 흑마법 효율 두 배 상승에 재생 저지라는 능력을 달고 있으니 더 심각했다.
재생 저지 능력은 이미 충분히 있을뿐더러 사령술 및 흑마법은 제대로 다루지도 않으니까.
‘환골탈태는 그나마 살 가치라도 있는데, 죽음의 손은 진짜로 꽝이나 다름없네.’
그나마 인벤토리 내에 처박혀 있는 아이템인 ‘고대 황제의 잿빛 왕관(A-)’을 사용하면 사령술을 쓸 수 있겠다마는…….
사용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물론 그래도 넘쳐흐르는 스페셜 포인트를 소모할 길도 달리 없다는 생각에 나는 바로 권능을 둘 다 구매했다.
「‘권능 : 환골탈태(C+)’를 구매했습니다.」
「1,500 SP가 차감됩니다.」
「‘권능 : 죽음의 손(B-)’을 구매했습니다.」
「2,500 SP가 차감됩니다.」
그리고 두 권능을 사고 나니 몸에 이변이 일었다.
꽈드드……!
갑자기 근골이 뒤틀리기 시작하며 그 형태를 멋대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신체의 겉면으론 크게 드러나지 않는 변화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엄청났다.
“…….”
그렇게 입을 다문 채로 고통을 견디고 있으니 이내 근골이 달라진 게 느껴졌다.
「권능 ‘환골탈태’에 의해서 도전자 한성윤에게 적합한 무골(武骨)이 생성됐습니다.」
「권능 ‘환골탈태’에 의해서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했습니다.」
“나쁘진 않은 효과네.”
철혈의 군주에게서 얻을 수 있는 권능은 이걸로 전부 얻은 셈.
그에 나는 만족하고는 이내 백학검선의 권능 목록을 열람했다.
「권능 목록 ‘백학검선’을 선택했습니다.」
「카테고리 : 권능(백학검선)」
「목록(1/3)」
「권능 : 권능 통합(A-)」
「권능 : 전투 갈망(A+)」
「권능 : 검귀의 길(S) [소유]」
그리고.
「권능 : 권능 통합(A-)」
「가격 : 5,000 SP」
「설명 :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 모든 스킬을 남김없이 합성했던 백학검선의 도전자 시절 발자취가 구현된 권능입니다. 습득 중인 권능을 통합하여 새로운 권능을 개발하거나 아예 권능 자체를 소모해서 기존 권능의 등급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권능 : 전투 갈망(A+)」
「가격 : 7,500 SP」
「설명 : 전투에 대한 갈망은 포식자로부터 시작된 종의 기원입니다. 오로지 투쟁만을 삶으로 여기는 이들이 종종 얻는 권능입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울 시 모든 스킬 숙련도의 상승률이 최대 300% 상승하며 전투에서 즐거움을 느끼기 쉬워집니다.」
이전에 그랬듯 이내 권능 설명을 전부 읽어 내린 나는 바로 짤막하게 감상을 남겼다.
“엄청나네.”
철혈의 군주는 패시브 형태로 발동하는 권능들을 중점으로 삼아서 얻을 수 있었듯…….
백학검선은 전투에 엄청난 이점을 가져다주는 액티브 형태의 권능들을 구매하는 게 가능했다.
철혈의 군주가 가지고 있는 권능도 나쁘진 않으니 불만은 없다마는.
임팩트로 따지자면 철혈의 군주보다는 백학검선의 권능들이 더 강렬하지 않을까.
심지어 전투 갈망 권능은 강자를 상대로 모든 스킬 숙련도 상승률 +300% 버프를 주니 더 그러했다.
‘전투 갈망은 확실히 조건부라지만 성장에 있어선 최상의 힘을 갖춘 권능이야.’
그뿐만이 아니었다.
권능 통합 또한 전투 갈망에 필적할 정도로 좋은 능력을 소지하고 있었다.
기존 권능 강화 및 새로운 권능 개발이 가능하다니…….
사실상 스킬 합성 권능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힘이었다.
여태까지 스킬 합성으로 얻어 온 이득을 생각하면 실로 기대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에 나는 강렬한 구매 욕구를 느끼며 바로 두 권능을 사들였다.
「‘특수 권능 : 권능 통합(A-)’을 구매했습니다.」
「5,000 SP가 차감됩니다.」
「‘특수 권능 : 전투 갈망(A+)’을 구매했습니다.」
「7,500 SP가 차감됩니다.」
이제 이것으로 현재 살 수 있는 전용 상점의 모든 권능을 구매한 셈이다.
「(!) 20층 대기실부터 새로운 권능 목록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권능들을 구매하려면 탑을 오르며 권능 목록을 확장해야 하는 상황.
결국, 더는 전용 상점에서 구매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나는 바로 전용 상점을 닫았다.
물론 스킬 카테고리 혹은 물품 카테고리 같은 게 있다마는.
나머지 권능들의 가격이 어떨지는 아직 모르기에 섣불리 스페셜 포인트를 낭비할 순 없었다.
‘남은 전용 상점의 포인트는 비축해 뒀다가 나중에 새로운 권능들을 살 때 써야지.’
그리 생각을 마친 나는 이내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는 탑의 전용 명령어 중 하나를 실행했다.
“퀘스트.”
이전에 탑을 오르며 퀘스트를 받아 줄 것을 약속한 관리자들이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탑을 올라갈 겸 그들에게서 퀘스트를 받아서 수행할 심산이었다.
나중에 탑을 더 올라가면 퀘스트를 받을 시간 같은 것은 없을 터.
퀘스트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보상들도 챙길 수 있으니 퀘스트 의뢰를 수주하는 건 손해는 아니었다.
‘……새로이 얻은 힘들을 빨리 써 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지.’
그에 기대감을 부풀리며 퀘스트를 열람한 순간.
「도전자 한성윤의 퀘스트를 열람합니다.」
「총 4,182명의 관리자에게서 퀘스트를 의뢰받았습니다.」
―관리자 ‘최후의 수련자’가 퀘스트 을 의뢰했습니다.
―관리자 ‘신을 믿지 않는 검객’이 퀘스트 을 의뢰했…….
―관리자 ‘만물의 탐구자’가 퀘스트 를 의…….
…….
나는 이어서 시야를 가리듯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의 향연에 눈을 끔뻑였다.
“……이건 또 뭐야?”
왜인지는 알 수 없다마는…….
「업적 ‘찬란한 도전자’를 달성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업적 ‘어그로’를 달성했습…….」
「민첩이 1 상승합…….」
「업적 ‘관리자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자’를 달성했…….」
「모든 능력치가 1 상…….」
……아무래도 나는 관리자들에게 인기인이 된 모양이다.
***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계약자에게 관심 가지는 관리자들을 보며 눈을 찌푸리며 경계합니다.」
「관리자 ‘백학검선(白鶴劍仙)’이 계약자에게 꼬이는 벌레 같은 이들에게 살의를 느끼며 손톱을 깨뭅니다.」
의외였다.
설마 관리자들이 내게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가질 줄이야.
현재 의뢰된 퀘스트의 숫자만 보아도 얼마나 내가 탑에서 입지를 늘렸는지 알 수 있었다.
‘설마 내 정보 중 일부가 풀린 건가.’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관리자들에게 주목받는다는 것은 곧 그만큼 남들이 나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뜻이니.
물론 완전한 신성을 가진 것도 아니고, 유사 신성을 가진 관리자들이 위험할 리는 없겠다마는.
그래도 만약에라는 게 있으니 이제는 관리자들의 시선을 거두게 할 필요를 느꼈다.
“시선 차단 권한을 얻어 둬서 다행이네.”
이제부터는 모든 시련을 시선 차단 권한을 켠 채로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관리자의 시선을 덜 받을 테니까.
그에 나는 바로 퀘스트 목록을 내려서 원하는 퀘스트 중 하나를 찾았다.
다름이 아니라…….
―관리자 ‘혈마신교의 패배한 후계자’가 퀘스트 을 의뢰합니다.
*성공 보상(1) : 특수 권능 ‘유령신공(SS-)’을 습득한다.
*성공 보상(2) : 전용 권한 ‘#E-0001[비밀 상점]’을 획득한다.
*성공 조건(1) : 혈계식(血繼式)에서 혈마신교의 차기 교주로 모두에게 인정받을 것.
*성공 조건(2) : 혈계식(血繼式)에서 무공에 대한 실력을 모두에게 인정받을 것.
관리자 ‘혈마신교의 패배한 후계자’의 퀘스트였다.
퀘스트 내용을 빠짐없이 전부 읽은 나는 턱을 매만지며 눈매를 좁혔다.
생각 이상으로 퀘스트 보상이 엄청났다.
유령신공은 물론이고 탑의 전용 권한으로 추정되는 ‘#E-0001[비밀 상점]’까지…….
실로 놀라운 보상의 연속이었다.
“퀘스트를 하지 않는 게 손해일 정도인데?”
심지어…….
―유령신공(幽靈神功). 본교의 무공은 아니다마는……. 한때 암살자로 악명을 떨친 암제(暗帝)의 무공이니라.
성공 보상 중 하나인 유령신공은 무림 차원에서도 그리 많지 않은 절학이었다.
―설마 이런 형태로 본교를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담천우는 퀘스트를 통해서 혈마신교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는 듯 그리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럴 만도 했다.
설령 탑에 의해서 재현된 가짜라고 해도 본래 소속되었던 집단으로 돌아가는 이벤트이니 생각이 많아질 법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퀘스트 을 선택했습니다.」
「19층 개인 시련이 으로 대체됩니다.」
「다른 관리자의 시련 관측이 제한되며 몇몇 허락된 관리자만이 시련을 볼 수 있습니다.」
내게 중요한 건 이 퀘스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이니까.
안타깝게도 담천우의 심정을 배려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진 않았다.
그에 나는 바로 퀘스트로 대체된 시련에 응했고, 이어서 나타난 포탈로 걸음을 옮겼다.
「시련의 탑 19층에 입성합니다.」
「난이도 – 어려움」
「해당 시련의 주제는 ‘승리’입니다.」
「도전자가 선택한 고행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 순간.
「19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1시간」
「시련 돌파 조건 – 남은 시간 안에 퀘스트 성공 조건을 남기지 않고 전부 달성할 것」
「시련 실패 조건 – 도전자의 죽음 혹은 남은 시간의 종료」
「시련 돌파 보상 – 특수 권능 ‘유령신공(SS-)’ · 전용 권한 ‘#E-0001[비밀 상점]’」
「시련 실패 페널티 – 없음」
와아아아아아아─!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돌로 된 정사각형 형태의 경기장에 이동해 있었다.
귓가를 때리는 것처럼 울리는 엄청난 함성에 나는 주위를 힐끗 둘러보았다.
온통 붉은색으로 도배된 무복(武服)을 입은 무림인들이 광기에 젖은 눈으로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교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경기장 같은 장소의 중앙 자리에 선 중년의 무인이 유들유들한 목소리에 마력을 실어서 외쳤다.
─혈계식이란 곧 혈마신교의 후계자 중 가장 차기 교주에 적합한 이를 가려내는 의식!
─여러분은 이제부터 엄선된 후계자들이 본교의 미래를 걸고 벌이는 비무를 볼 것입니다!
─그것이 뭐든지 힘을 증명할 수 있다면 상관없는, 철저한 실력주의를 지향하는 비무이니, 실망할 일은 없을 겁니다!
19층 퀘스트 스테이지의 배경지식 설명이라도 되는 것일까?
중년 무인은 궁금하지도 않은 말들을 유쾌한 척하며 실컷 떠들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을 조용히 들으며 정보를 정리했다.
이 혈계식은 혈마신교의 차기 교주를 정하는 자리이며 뭘 써도 상관이 없으니 힘을 증명하면 되는 자리였다.
‘직관적이네.’
그래도 마도인이랍시고 사술을 써도 상관없다는 마인드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공만을 사용하면 상당히 아쉬울 것 같았는데…….
대기실 안에서 얻어 둔 능력들을 이 기회에 써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걸쳐졌다.
그에 조용히 웃음을 짓고 있자니 어느새 설명이 끝났다.
─자아! 설명이 길었습니다마는……, 그것도 이제 끝입니다! 이제부터 혈계식(血繼式)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때 중년 무인은 씨익 웃음을 지으며 뜬금없이 나를 가리키더니 이내 호응해 달라는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혈마신교의 후계자 중 최하위 서열을 가진 자! 본교의 둔재인 열등검(劣等劍) 담유준(譚柔遵)입니다!
그에 나는 옅은 짜증을 느끼며 눈을 찌푸렸다.
혈마신교의 차기 교주를 가리는 자리에서 대놓고 후계자를 모욕하다니?
강자에 의해서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 무림 차원이니 바로 목을 잘라도 입을 열 수 없을 대죄인데…….
중년 무인은 물론이고 관중들까지도 전부 웃음을 터뜨렸다.
“흐, 흐하핫! 열등검 담유준! 결국, 후계자랍시고 혈계식에 참가했구려!”
“풋! 쓸데없이 혈계식의 물을 흐리기는. 어차피 일격에 끝날 수준에 불과할 터인데.”
“흐. 뒷배도 없고, 실력도 없으며, 눈치도 없구나. 쯧쯧. 혈계식을 마친 후에는 쫓겨나겠어.”
「관리자 ‘혈마신교의 패배한 후계자’가 이를 빠드득 갈며 관중들에게 살의를 띱니다.」
그제야 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혈마신교의 패배한 후계자, 라고 했었지. 어째서 저런 이명을 가졌는지 이해되네.’
퀘스트라는 것은 곧 관리자의 삶 중 일부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받았다.
그러니 이건 혈마신교의 패배한 후계자의 삶에서 가장 비참한 순간일 터이고.
추측하건대 혈마신교의 패배한 후계자라는 이명마저도 이 자리에서 패배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 비참한 과거를 재현된 것으로나마 뒤집어엎고 싶어서 내게 퀘스트를 의뢰한 거겠지.
―……이게 본좌의 후예 중 하나라니. 실로 참담한 심정이로다. 이제는 기분이 우울해지는구나.
그에 담천우는 축 늘어진 목소리로 그리 말했고, 이내 해설자인 중년 무인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본교의 열등검 담유준을 상대하는 또 다른 후계자는……, 바로, 혈룡검 담소천입니다아아아!
그리고 중년 무인이 손으로 가리킨 자리에 서 있던 웬 붉은 눈을 가진 미청년이 피식 웃었다.
“설마 혈계식에 참가할 줄이야. 아우야. 너는 여전히 주제를 모르고 이리저리 끼어드는구나.”
19층 퀘스트 스테이지 설정상 이 청년이 내 형제라도 되는 거 같은데…….
─바라건대 두 분 다 전력으로 비무해 주십시오! 그럼 저는 이만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흥미롭진 않다.
해설자 역할을 맡은 중년 무인이 비무대를 내려가는 사이에 담소천의 실력을 가늠했다.
하지만 그는 체내에 쌓은 마력의 양도 형편없을뿐더러 그 마력의 질마저도 하찮기 짝이 없었다.
“담유준. 실로 어리석은 동생 같으니. 이제는 그 주제도 모르는 행동도 끝을 내주마.”
그러니…….
「권능 ‘검기성강劍氣成罡’이 활성화됩니다.」
이런 놈을 상대로 시간을 끌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거, 거, 거, 검강(劍罡)! 너, 너 같은 어찌 그것을 사용하─.”
서걱-.
검을 대충 휘두르니 담소천의 목이 그대로 깔끔히 잘려져 바닥에 떨어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관중들이 떠드는 소리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이내 비무대 아래로 내려간 해설자 역할의 중년 무인이 입을 열었으니까.
─……어, 어어? 이, 이게 무슨……?
그에 나는 검에 묻은 피를 대충 털어 내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시간도 없는데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지?”
그것도 아주 담담한 말투로.
“다음 차례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