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26
224. 20층 (2)
「20층 대기실에 입장하셨습니다.」
「시스템이 확장됩니다.」
「따로 분리되어 있었던 지구 차원의 커뮤니티가 차원 통합 커뮤니티에 통합됩니다.」
「통합 시련에서 배정되는 팀원은 이제 다른 차원 소속 도전자도 가리지 않습니다.」
「따로 분리되어 있었던 지구 차원의 결산 순위 또한 통합됩니다.」
「이제 다른 차원의 결산 순위 또한 열람할 수 있게 됩니다.」
20층.
새로이 도달하게 된 이 계층은 내게 적잖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계약한 관리자의 전용 시련이라고 할 수 있는 비원(悲願)을 이룰 수 있는 계층인 것도 그렇다마는…….
이제부터는 모든 시스템이 크게 확장되어 또 다른 정식 등반 차원과도 같은 권역을 가진다는 것이 중요했다.
‘……여태까지는 철혈의 군주에게 이렇게 될 거라고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지.’
아무것도 모르고 탑을 올랐을 적에 알아 둔 정보를 비로소 몸으로 겪고 있었다.
그때는 모든 능력치가 두 자릿수에 불과했고, 신성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 시절에는 이것저것 미숙했으니 말이다.
시간이 흘러서 가진 재능도 자각하고, 수많은 기술을 배우고 신성을 정립해 이 자리까지 다다랐다.
“…….”
그리 과거를 떠올리니 입가에 작은 웃음이 이슬처럼 맺혔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길을 걸어왔음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문득 이전 층에서 들은 소리가 플래시백이라도 하듯 머릿속에 웅웅 울려 퍼졌다.
─흐. 그래, 지금은 내가 우습겠지. 하지만 느껴져. 자네는 나랑 동류야.
─갈망이 없으면 살아갈 동력이 사라질 테지.
─이윽고 찾아올 미래에 자네는 나를 비웃을 수 있을까?
18층 퀘스트의 최종 보스인 담선묵이 최후에 남긴 유음(遺音)이었다.
그는 생각처럼 어렵게 쓰러뜨릴 수 있는 적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 말은 왜인지 모르게 심장을 간질이듯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깊어지려는 생각을 나는 고개를 흔들어 떨쳤다.
“쓸데없는 생각이야.”
그는 무림 차원 내에서 절대적인 강자 중 하나로서 군림했다.
그러니 권태로움을 알게 된 것이겠지만, 나는 그리 자만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수많은 신격이 나를 노리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고대 신격 중에서도 가장 괴물 같은 놈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
그에 나는 뺨을 가볍게 툭 쳐서 생각을 단숨에 일축시켰다.
‘이런 생각을 할 틈은 없어.’
그도 그럴 것이…….
「관리자 ‘철혈의 군주’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관리자 ‘백학검선’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 20층에 다다르며 관리자들의 시선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관리자들이 가진 비원을 이루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을 만족했으니 이러는 거겠지.
하지만 바로 관리자들이 가진 비원을 이루어 줄 생각은 없었다.
나도 지금은 좀 더 힘을 키워야 하니까.
그러니…….
‘관리자들이랑 대화하는 건 20층 시련을 끝내고 난 후에도 늦지 않아.’
현재는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
일단은 19층 퀘스트 클리어 보상을 점검했다.
혈마신교의 패배한 후계자는 달리 할 말이 없어서인지 관리자 영역으로 초대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퀘스트 클리어 보상을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바로 얻어 낼 수 있었다.
「특수 권능 ‘유령신공’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기운이 기척 차단 상태로 전환됩니다.」
첫 번째로 받은 보상인 유령신공은 간단하게 말해서 힘을 완전히 감추는 권능이었다.
“모든 힘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기척을 감추는 건가.”
아마도 이건 신격이 보아야 간신히 힘을 숨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
여러모로 일정 수준 이하의 상대에게는 방심을 불러오기 좋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모든 기운의 기척이 사라졌으니, 신격이라 할지라도 기운 감지가 쉽진 않을 터.
신공절학이라는 말이 정말로 잘 어울리는 특수 권능이었다.
“나중에 써먹을 만은 하겠어.”
그에 나는 괜찮은 힘을 얻었음에 만족하고는 이내 남은 보상 하나를 확인했다.
전용 권한 E-0001[비밀 상점]이라는 보상은 척 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탑이 준 전용 권한으로만 드나들 수 있는 비밀 상점이라니?
이건 굳이 볼 것도 없이 대박이잖은가.
「전용 권한 E-0001[비밀 상점]을 발동합니다.」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이 개방됩니다.」
하지만 의외의 벽이 있었다.
「※도전자 한성윤이 머무르는 계층은 상점 이용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서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은 [카테고리 : 능력치]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정 계층에 도달할 때까지는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의 이용 자격이 미달로 간주됩니다.」
전용 권한으로 쓸 수 있는 비밀 상점인 탓에 이용 자격이 미달로 간주된 것이다.
그에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맛을 다셨다.
설마 했는데 이런 식으로 제약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 [카테고리 : 능력치]에 입장했습니다.」
▶근력 [1] : 10,000P
▶체력 [1] : 10,000P
▶민첩 [1] : 10,000P
▶마력 [1] : 10,000P
▶내구 [1] : 10,000P
이내 시야에 떠오른 시스템창을 보며 나는 눈을 빛냈다.
“……그래도 비밀 상점이라는 이름값은 확실히 하는구나.”
관리자 전용 상점은 일반적인 상점에서는 살 수 없는 능력치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가격이 상상 이상으로 비싸다마는…….
그렇지 않아도 포인트는 수중에 넘쳐흐르고 있는 상태.
애초에 스킬 혹은 아이템은 탑을 오르며 직접 얻는 것이 좋다 보니 상점에서 구매 자체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굳이 능력치 구매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
쓸데없이 많은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이니 망설임은 없었다.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에 [50,000] 포인트를 지불했습니다.」
「근력이 5 상승합니다.」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에 [50,000] 포인트를 지불했습…….」
「체력이 5 상승합…….」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에 [50,000] 포인트를 지…….」
「민첩이 5 상…….」
근력 · 체력 · 민첩 · 마력 · 내구.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에서 살 수 있는 능력치 전부를 크게 사들였다.
총합 25만 포인트의 지출이 있었지만, 신체에 깃든 힘을 가늠하니 아깝진 않았다.
되레 이쯤 되면 즐거울 지경.
그렇게 모든 보상을 철저하게 확인한 나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신성의 격을 올리면 머지않아서 신격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네.’
추측하건대 몇 층 이내로 신격 하나는 격퇴할 능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모든 능력을 써야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격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기대감이 증폭됐다.
“나중에 재미 좀 보겠어.”
그리 중얼거린 나는 이내 그대로 관리자 전용 비밀 상점을 꺼 버렸다.
‘해야 할 마지막 일은 시스템 확장 내용을 살펴보는 건가.’
이제 모든 보상은 점검을 끝냈으니 새로이 확장된 시스템을 살필 차례다.
***
문득 머릿속에 20층 대기실에 들어오며 본 시스템 확장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탑에 있는 모든 차원이 통합된 커뮤니티, 라고 했었지…….’
그때 시스템은 이제 커뮤니티 자체가 다른 차원과도 융합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는 것은 곧 다른 차원과의 소통도 가능해졌다는 뜻인데…….
그리 생각하니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럴 만도 했다.
‘전부 20층까지 도달한 도전자들이니, 이전처럼 수준 낮은 대화는 없겠지.’
여태까지 봐왔던 이계의 도전자들은 입은 뭣 같아도 실력 하나는 확실했다.
심지어 탑을 오르다 보니 생각도 깊은 도전자도 몇몇 마주치게 되었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커뮤니티에서 수준 높은 정보를 접할 수 있을 가능성도 존재할 터.
그에 나는 긴장한 채 커뮤니티를 열람했다.
‘모든 차원이 통합된 커뮤니티에서는 무슨 대화가 오가고 있을까.’
그리고…….
「정식 등반 차원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난이도 – 어려움」
「20층 커뮤니티 [채널 : C-1721] (4,187/5,000)」
-71번째 오러 소드마스터 예정(아레스): 정식 등반 차원 커뮤니티라더니. 이놈이고 저놈이고 덜떨어진 버러지들뿐이로군. 오물 같은 무림인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삼재검법으로 중원최강까지(무림): 버러지? 버어어러어어지이이이?? ㅋㅋ? 결산 순위 8,901위인 느그 인생이 버러지 같은 오물이 아닐까?
-71번째 오러 소드마스터 예정(아레스): ……흥. 결산 순위는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지. 결산 순위 같은 것은 전부 시운에 따른 오차에 불과하다. 버러지.
-삼재검법으로 중원최강까지(무림): 응~, 그래 봤자 너는 내 아래에 깔린 허접한 버러지 오러충 새끼야~.
-71번째 오러 소드마스터 예정(아레스): ……미개 차원 소속 도전자답게 못 배운 티를 팍팍 내주는군. 더러운 것 같으니. 네놈의 채팅은 전부 차단하마.
-삼재검법으로 중원최강까지(무림): 쫄아서 튀는 거 가지고 구질구질하게 변명 덧붙이네.
-날로 먹는 화산파 생활(무림): 아, 씨발, 진짜, 오러충 새끼들 또 지랄이네. 검염이 뭔지도 모르는 멍청이들이 뭐라고 씨부리는 거야.
-삼재검법으로 중원최강까지(무림): 인정~. 기사니 어쩌니 허세는 오지게 부리는 것들이, 실력은 더럽게 없잖아.
날로 먹는 화산파 생활(무림): 주둥이만 산 오러충은 대충 무시하자고. 그나저나 결산 순위 1위에 변동이 생긴 거 알고 있나?
-삼재검법으로 중원최강까지(무림): ……? 결산 순위는 파천황, 그, 미친 괴물이 차지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변동이라니?
-날로 먹는 화산파 생활(무림): 나도 잘은 모르지만, 지구 차원이라고 했었나. 그 차원에서 온 도전자가 1위를 뺏었더군.
-삼재검법으로 중원최강까지(무림): ……이런 미친? 파천황의 결산 등급이 깨졌다고? 그럼 SSS+급이라는 거 아니야? 미쳤네, 진짜로.
-71번째 오러 소드마스터 예정(아레스): 호들갑 떨기는. 결산 순위 같은 것은 단지 시운을 얼마나 잘 타고나느냐의 수준. 그런 것에 흔들리는 수준이 우습구나.
-삼재검법으로 중원최강까지(무림): ……이 오러충 새끼는 차단하겠다더니, 여태까지 대화 몰래 처듣고 있었네.
-71번째 오러 소드마스터 예정(아레스): ……아니. 이제 막 차단하려 했었다. 절대 그 버러지 같은 대화를 몰래 보고 있던 게 아니다.
-날로 먹는 화산파 생활(무림): ㅋㅋ~ 아~ 네~ 그러시겠죠~ 알겠으니, 꺼지세요~.
-71번째 오러 소드마스터 예정(아레스): 진짜란 말이다! 이 빌어먹을 버러지 자식들이! 그렇게 깔보듯 말하지 마라!
-언데드라도 성직자합니다(칼리안): ……쯧쯧. 불쌍한 영혼들이군요. 한 번 죽고 언데드로 살아나면 감정 따위에 휩쓸리지 않을 텐데. 나중에 만나면 제가 죽여서 치료해드리겠─.
훙.
잠시 커뮤니티 내용을 읽어 본 나는 바로 그대로 커뮤니티창을 닫아 버렸다.
‘……그냥 이건 못 본 셈으로 치고 싶은데.’
그래도 20층까지 올라온 도전자들이니 서로 건설적인 대화라도 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현실은 이상처럼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아니.
아름답지 않은 수준을 넘어서 그냥 추하다고 해도 될 정도.
그에 나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끼며 바로 관심을 꺼 버렸다.
‘……그러고 보니 결산 순위도 차원 단위로 통합됐지.’
그리고 이어서 건설적이지 않은 커뮤니티 대신에 오랜만에 결산 순위를 확인했다.
「20층 시련 결산판」
-1위, 사냥꾼(SSS+) [지구]
-2위, 파천황(SSS) [무림]
-3위, 세이르 나그랏(SS+) [아레스]
-4위, 낡은 잿빛 기사(SS-) [아레스]
-5위, 검존劍尊(SS-) [무림]
-6위, 성창星槍(SS-) [무림]
-7위, 유성무(S+) [무림]
-8위, 언데드라도 성직자합니다(S) [칼리안]
하지만 이마저도 그리 큰 변동은 없었다.
“20층에서도 1위인 건 변하지 않는구나.”
굳이 달라진 점을 찾자면 지구 차원 도전자들이 전부 순위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위 랭커로 자리 잡은 이들 중 대부분이 무림 차원 출신이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였다.
시간을 들여서 살펴볼 점이 없음을 깨달은 나는 그대로 결산 순위에서 관심을 꺼 버렸다.
그 대신에 이전 층에서 그러했듯 퀘스트 명령어를 발동했다.
「도전자 한성윤의 퀘스트를 열람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전에 예약받은 퀘스트 중 하나를 클리어하면 21층 대기실까지는 금방이지.’
증명의 신이 기다리고 있겠다고 한 21층 공용 구역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 탓이다.
이는 예전에 본 내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보고 싶다는 궁금증도 있다마는…….
탑을 오르며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보상 상승 권한을 완성시키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보상 상승 권한만큼 탑에서 성장을 가속시킬 수 있는 힘도 많지 않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보상 상승 권한은 온전한 형태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해.’
하지만 그 생각은 이내 이어진 메시지에 산산이 깨졌다.
삐이이─!
「20층 시련은 개인 시련이 아니라 통합 시련이므로 시련 대체가 불가능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는 동시에 경고음이 울리며 시련 대체 불가능을 알려온 것이다.
그에 나는 눈을 찌푸렸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추측하건대 탑은 다른 차원과의 경쟁 혹은 협력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래야 자기가 고른 후보들이 빠르게 성장할 테니까.
‘그리고 탑은 대부분 이럴 때마다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지.’
한마디로 말해서 이 통합 시련은 퀘스트 같은 것으로 건너뛸 수 없는 경쟁 시련이라는 뜻이다.
“어쩔 수 없지.”
그에 나는 대기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인벤토리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본래라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20층 통합 시련에 도전했겠다마는.
이번에는 그리 압도적인 자신감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현재 나는 신격화를 쓸 수 없는 상태니까.
‘적어도 신격화 쿨타임이 종료될 때까진 대기실에 있어야 해.’
그리고 그 시간을 어찌 보낼지는 정해져 있었다.
바로…….
「섬인능법기(閃刃能法器)」
「등급 : S+」
「공격 속도 +10%」
「광검제가 도전자 한성윤에게 신성 를 넘겨줄 용도로 힘을 담은 목걸이 형태의 성유물.」
「신성력을 소모하여 빛으로 된 칼날을 소환해서 다룰 수 있는 광검제가 애용했던 보패이다.」
「도전자 한성윤이 사용할 시 전용 효과 ‘빛의 칼날’을 활성화할 수 있다.」
「※신성력으로 적을 자동 추적하는 빛의 칼날을 생성하여 명중시킬 시 적이 가진 방어 능력 중 일부를 관통한다.」
「도전자 한성윤이 사용할 시 전용 효과 ‘신성 보관’을 활성화할 수 있다.」
「※현재 신성 보관에 의해서 아이템에 깃든 신성 를 임의로 흡수하여 습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완전히 흡수하는 게 가능하려나…….”
섬인능법기에 깃든 신성 를 새로이 습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