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30
228. 신전 (1)
세이르 나그랏.
20층 도전자 중 세 번째로 높은 결산 순위를 가진 랭커는 생각대로 실력이 있었다.
탑에게 선택받음으로써 얻은 신성 은 확실히 강했으니까.
그에 나는 만족감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승천으로 그리 많은 변화는 생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네.’
이 전투로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신화 에 붙은 승천 효과의 퍼센테이지가 4.7% 증가한 것도 그렇다마는.
승천의 특수 보상으로 전용 효과 ‘설득력(C+)’을 얻었으며, 네크로맨시로 신성력까지도 알차게 약탈할 수 있었다.
‘신성력 등급이 올라가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거 같고.’
하지만 그렇게 웃음을 짓고 있는 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신성 에 의해서 생성됐던 4번째 규율이 사라집니다.」
「신성 지대 내에서 사용되는 무공 출력 100% 상승한다는 규율이 삭제됩니다.」
바로 감정을 식힌 나는 신성력을 뭉텅이로 깎는 중인 4번째 규율을 없애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이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둘러볼 시간도 없었는데…….
이제는 전장을 자세히 살펴볼 여유 정도는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신성으로 된 얼음이라 그리 쉽게 해제하지는 못하네.’
신성 치환 기술을 써서 생성한 얼음 지대로 인해서 도전자들이 움직일 수 없게 해 뒀으니까.
물론 몇몇 도전자는 스킬 혹은 권능 같은 것들로 얼음을 녹이고 전진을 재개했지만…….
그것도 이 성채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진 않았다.
그러니 이 틈을 철저히 이용할 생각이었다.
「규율 2. 신성 지대 내에 들어온 도전자는 머리 위에 20층 시련에서 맡은 [배역]이 나타난다.」
세이르 나그랏을 상대하며 설정해 둔 규율 중 하나인데…….
신성력이 많이 소비되긴 해도 시스템에 간섭하여 20층 시련에서 맡은 [배역]을 알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현재 얼음 지대에 들어온 모든 이는 움직임이 크게 둔화된 상태.
만약에 이 얼음 지대에 [성녀] 혹은 [교황]이 들어왔다면 틀림없이 그 [배역]을 머리 위에 떠오른 메시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세이르 나그랏이 [용사]였으니, 이제는 [성녀]랑 [교황]을 해치우면 클리어야.’
20층 시련 클리어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나는 재빠르게 눈을 굴려서 메시지들을 읽어 나갔다.
「도전자 ‘카길 시르’가 20층 시련에서 맡은 배역은 [사제]입니다.」
「도전자 ‘장득수’는 20층 시련에서 맡은 배역은 [용병]입니…….」
「도전자 ‘공손필’은 20층 시련에서 맡은 배역은 [기사]입…….」
그리고 머지않아서 나는 원하는 이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도전자 ‘글로리아’가 20층 시련에서 맡은 배역은 [성녀]입니다.」
마치 기도하듯 입술을 달싹거리는, 수도복을 입은 찬란한 금발의 성녀.
「도전자 ‘클리프 셰리드’가 20층 시련에서 맡은 배역은 [교황]입니다.」
은근슬쩍 눈치를 보며 얼음 지대 외부로 물러서려는 초록빛 머리칼을 가진 교황.
[ 설마 전부 신성 지대 안에 있었을 줄이야……. ]틀림없었다.
[ 시간 낭비는 그리 많지 않겠어. ]저 둘이 바로 내 20층 시련의 클리어 조건이었다.
***
[성녀] 그리고 [교황].20층 시련에서 배정된 배역을 확인한 나는 바로 방금 흡수했던 세이르 나그랏의 사령을 사용했다.
어쩔 수 없다.
이제부터는 도전자들 간의 격전이 일어날 터이니 자칫하면 네크로맨시의 보호막으로 세이르 나그랏의 사령을 허투루 쓸 수도 있을 터.
그러한 사고는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옳았다.
「언령의 신 ‘세이르 나그랏’의 사령을 흡수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3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2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4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9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1 상승했습니다.」
[ 짭짤하긴 한데, 많이 아쉬운 능력치네. ]그에 나는 작게 입맛을 다셨다.
찬탈자 같은 경우에는 얻을 수 있는 능력치 상승률 자체도 엄청났는데…….
언령의 신인 세이르 나그랏 같은 경우에는 신명마저도 수식언으로 ‘미숙한’이라는 게 붙어 있어서 그런지 그리 질이 좋지는 않았다.
심지어 신체 능력도 물몸에 가까웠는지 마력 외에는 전부 자잘한 성장에 불과했다.
‘신성력을 먹은 걸 빼면 솔직히 말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정도야.’
하지만 본래 신격의 혼(魂)이란 것은 능력치 따위에 있지 않았다.
신격이 가진 가치는 신성에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처럼 말이다.
「언령의 신 ‘세이르 나그랏’의 사령을 흡수하여 특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언령의 신 ‘세이르 나그랏’의 사령이 가지고 있는 신성 중 하나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습득할 수 있는 잠재 신성은 , , 입니다.」
「※이때 고르지 않은 잠재 신성은 이후에는 선택지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네크로맨시로 인해서 신성 습득이 발동한 것이다.
그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신성들을 살폈지만, 이내 그 내용을 읽고는 눈을 찌푸렸다.
그럴 만도 했다.
신성 외에는 전부 사용하는 것을 보지도 못했던 신성들뿐이었으니까.
심지어 이름조차도 이니 이니 하는 잡스러운 느낌이 팍팍 드는 신성들이었다.
―……흐으음. 본좌의 생각에는 신성 을 빼면 나머지는 허접한 것 같다마는. 네놈은 어찌 생각하느냐.
실제로 여태까지 조용히 있었던 담천우마저도 질색할 정도이니…….
신성 그리고 이 얼마나 하찮은지는 그리 어렵잖게 알 수 있었다.
언령의 신, 세이르 나그랏이 이 둘을 죽을 때까지도 쓰지 않은 점을 미루어 볼 때, 그리 가치 있는 보조 신성 같지도 않고.
그러니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습득할 신성을 선택했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성 외에는 전부 쓸모없어요. 이게 제일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택 완료.」
「신성 이 잠재력으로 치환됩니다.」
심장에 새로운 신성이 들어오고, 그대로 초월의 신성 너머로 흡수됐다.
사용법 자체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일단은 세이르 나그랏이라는 훌륭한 참고서(?)도 있으니, 신성 사용 자체는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상과 현실은 맞물리지 않았다.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신성 에는 제약 같은 게 있었다.
[ 신성력 소모량 증가라니……. ]그것도 아주 귀찮은.
신성 에 내장된 설비인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많은 것이 힘들다는 걸 눈치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범용성은 좋지만, 질은 낮은 신성이라고 해야 할까…….
입을 달싹거리는 것만으로도 권능과도 같은 힘을 쓸 수 있지만, 진짜 문제는 연비가 너무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언령으로 새로운 능력을 만드는 것보다는 아예 본래 능력을 보조하는 용도가 낫겠네.’
세이르 나그랏이 성광을 사라지게 했던 것처럼 신성 을 쓰다가는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신성력 소모량이 많아서 어쩌면 신성력이 바닥나 신격화까지 해제될 수 있을 터.
그렇게 되는 것은 본말전도나 다름없으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어느새 신성 에 대해서 파악을 마친 나는 바로 비행 권능을 활성화했다.
「권능 ‘강철의 날개’가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 강철의 날개는 대상을 지정하여 날아갈 시 속력이 4배 빨라진다. 》
「신성 에 의해서 권능 ‘강철의 날개’의 발동 효과 중 일부 내용이 수정됩니다.」
신성 으로 권능의 발동 효과를 일부분 바꾸고는 그대로 눈을 아래로 돌렸다.
다름이 아니라…….
20층 시련에서 얻을 수 있는 큰 보상은 더는 없는 거 같으니 이제는 클리어 조건을 전부 처리할 생각이었다.
가장 먼저 처리할 대상으로 정한 것은 교황이었다.
‘왜인지 몰라도 재빠르게 도망치려고 하는 점이 거슬린단 말이지.’
그럴 만도 했다.
성녀 쪽은 왜인지는 몰라도 기도문 같은 걸 외우고 있는데, 교황 쪽은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으니까.
전자 같은 경우에는 방치해도 괜찮겠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이대로 놔둔다면 나를 귀찮게 할 것이 확실했다.
쓸데없이 시간을 질질 끄는 술래잡기는 취향이 아니었다.
「권능 ‘강철의 날개’의 접근 대상으로 도전자 ‘클리프 셰리드’를 지정했습니다.」
「권능 ‘강철의 날개’의 비행 속력이 조건에 따라서 4배 상승합니다.」
그리고…….
「권능 스킬 ‘바람의 은총’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속도가 80%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8]」
다음 순간.
콰과과과과과과과광-!
과장 하나 없이 나는 정말 한줄기의 폭풍이 되어서 교황이 있는 지상을 강타했다.
상상 이상으로 빠른 속도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럴 만도 했다.
본래는 이 정도로 가속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기에.
‘놀랍네.’
설마 속도를 몇 배 올린 정도로 이렇게까지 크게 움직임이 달라질 줄이야.
[ 언령은 확실히 쓸 만한 것 같네. ]그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고, 이내 창백한 얼굴을 한 교황을 볼 수 있었다.
“자, 잠깐만……!”
그는 마치 뭔가 말할 게 있다는 듯 다급하게 입술을 달싹이려 했지만…….
굳이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뭘 말하든 그리 흥미로울 것 같지는 않으니까.
나는 바로 심장에 있는 신성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왼발로 땅을 툭 치듯 가볍게 밟았다.
「신성 을 사용합니다.」
「사신의 자질이 반응하여 신성력에 깃든 죽음의 성질이 강화됩니다.」
그것도 내가 가진 최고의 살상력을 가진 신성을 담은 채로.
콰아아아아앙─!
눈 깜짝할 사이에 대지가 검게 물들어 붕괴되고, 그 너머로 신성력이 전염되듯 퍼져 나간다.
1초도 되지 않을 찰나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신성 은 바로 교황에게 닿으며 그의 몸을 침식했다.
그에 나는 눈매를 좁힌 채 생각했다.
‘이걸로 끝났네.’
신성 은 신격이라도 되지 않는 한에는 저항할 수단이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언령의 신, 세이르 나그랏 정도 되지 않으면 그대로 죽는다는 뜻.
그러니 나는 교황이 바로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렇게 생각할 뻔했다.
「추방의 신이 상당한 신성력을 소모하여 자신의 신도에게 를 허락합니다.」
그의 체내에서 강렬한 신성력의 움직임이 느껴지기 전까지는.
「도전자 ‘클리프 셰리드’에게 가 사용됩니다.」
그리고.
「신성 에 의해서 신성 이 본래 자리로 추방됩니다.」
스스스…….
클리프 셰리드를 죽음으로 몰아가던 신성 의 힘이 바로 내게로 돌아왔다.
그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으므로.
[ ……흥미롭네. ]클리프 셰리드.
[ 신격 다음에는 사도인가. ]그는 신격에게 선택받은 사도(使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