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32
230. 신전 (3)
여태까지 탑을 오르며 나는 강적 전용 버프를 많이 애용했다.
그럴 만도 했다.
17층에서 신성을 얻기 전의 나는 늘 강자와의 전투가 일상이었으므로.
하지만 천마와의 일전을 거치고 거목 미궁에서 수많은 보상을 얻으며 나는 목숨을 건 전투에서 어느 정도 탈피했다.
기껏해야 찬탈자랑 싸운 정도가 목숨을 잃을 뻔한 경우이니…….
이전이랑 비교하면 틀림없이 강전 전용 버프를 쓸 일이 줄어든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상황은 내가 보기엔 강적 전용 버프 발동이 될 정도로 위험치 않았으니까.
「사용자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적들을 마주했습니다.」
「스킬 ‘불굴의 의지’가 활성화됩니다.」
신체 능력 상승, 집중력 상승, 습득 능력 강화, 정신 보호 강화 등등…….
오랜만에 불굴의 의지 스킬로 인해서 여러 가지 능력들이 강해졌다.
하지만 변화는 그 정도에서 멈추지 않았다.
「전용 주문 발동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전용 주문 가 활성화됩니다.」
「전투 종료 시점까지 모든 능력치 및 모든 스킬 효율이 100% 상승합니다.」
거목 미궁 전용 상점에서 구매했던 전용 주문이 발동하며 몸에 활력이 크게 솟구쳤다.
이쯤 되면 스킬도 신성도 없이 사도 정도는 맨손으로도 충분히 팰 것 같은 수준.
추측하건대 이 상태에서 신화 를 사용하면 사도라고 해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나는 눈을 찌푸렸다.
[ 어이없네. ]상식적으로 현재 상황은 강적 전용 버프를 발동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성녀] 배역을 맡은 도전자인 글로리아에게 균형의 신이 을 쓰기는 했다마는…….그렇다고 치더라도 신격이 화신체를 내려보낸 것도 아닐진대 강적 전용 버프가 발동될 린 없었다.
심지어…….
‘균형의 신은 확실히 고대 신격은 아닐 텐데…….’
거목 미궁에서 본 고대 신격들 중에서 신성 을 다루는 자는 없었다.
그리고 고대 신격 정도 되는 이가 직접 개입하는 걸 탑이 그냥 두고 볼 리도 없을 터.
그러므로 아마도 글로리아에게 강림한 균형의 신은 고대 신격이 아니라는 뜻인데…….
그래서 더 찝찝함이 강했다.
그에 눈을 찌푸린 채 검파를 쥔 손에 힘을 쥐니 이내 혈천마검이 웅웅 울려 댔다.
―대충 뭔지는 알 것 같군. 그리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마도 균형의 신이라는 놈이 네놈의 천적일 것이다.
[ 천적……? ]―원래 신격끼리는 서로 신성 성향에 따른 상성이라는 게 존재하느니라. 아마도 신성 이 너에게 천적 같은 존재겠지.
[ ……. ]그 말에 나는 찬란한 빛을 자아내는 금발의 성녀를 보며 생각했다.
‘천적이라.’
일리는 있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신격이 을 시전한 것 정도로 강적 전용 버프들이 일제히 발동하진 않았을 터이니.
인과를 따지면 아마도 균형의 신이 내게 천적이라는 말이 옳겠지.
그래도 어째서 고작 신격의 정도로 강적 상대 판정이 떴는지는 의문이 멈추지 않고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신성 이 사용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성 에 의해서 20층 시련 내에 있는 모든 도전자의 힘이 균형을 이룹니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그 원인을 바로 몸소 겪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균형(均衡).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하는 것.
그저 단어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 신성 권능이 되어서 발동한 순간.
[ ……. ]나는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황금빛 신성이 사그라드는 걸 보며 직감했다.
「신성 에 의해서 모든 도전자의 신격 발현 능력이 봉인됩니다.」
「신성 에 의해서 모든 도전자의 능력치가 [150]으로 고정됩니다.」
「신성 에 의해서 모든 도전자의 신성을 직접 다루는 능력이 봉인됩니다.」
「신성 에 의해서 모든 도전자의 자연적인 체력 회복이 봉인됩니다.」
「신성 에 의해서 모든 도전자의 자연적인 마력 회복이 봉인됩니다.」
시스템이 쓸데없이 강적 상대 판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걸 말이다.
「신성 에 의해서 신격화의 사용이 금지됩니다.」
「신성 권능 ‘신격화’가 비활성화되며 8시간 동안은 재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눈 깜짝할 사이에 신격화 권능이 해제되며 모든 능력치는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고정됐다.
전용 주문 로 상승한 능력치도 마찬가지.
그나마 불굴의 의지 스킬로 상승한 신체 능력은 능력치와는 관련 없어서 그런지 효과는 유지되고 있다지만…….
그다지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신성을 다루는 능력들이 전부 봉인됐나…….’
신성 치환 능력은 물론이고 몇몇 권능 그리고 스킬들이 봉인됐다.
그중에는 권능 스킬이 된 성광 또한 존재했다.
거목 미궁에서 샀던 전용 특전 ‘절대 보존’이 신성 에 저항하는 걸 기대했지만…….
생각처럼 상황이 술술 잘 풀리지는 않았다.
「신화 에 의해서 전용 특전 ‘절대 보존(SSS+)’이 일시적으로 비활성화됩니다.」
글로리아에게 을 쓴 균형의 신이 신화를 발동한 것이다.
「신화 에 의해서 신성 의 자동 발동이 취소됩니다.」
심지어 신성 도 자동 발동이 취소되어 아예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설마 을 쓴 신격이 신화도 쓸 수 있을 줄이야…….
그것을 본 담천우는 감탄했다.
―탑이 어지간히도 네놈의 값어치를 높이 쳐 준 모양이구나.
이는 곧 을 쓴 신격이 신화를 쓸 수 있어도 탑은 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는 뜻인데…….
“……그리 기쁜 소식은 아니네요.”
탑에게 이런 식으로 인정받아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본래는 최대한 빠르게 20층 시련을 끝내고 21층 공용 구역에서 보상 상승 권한을 업그레이드할 심산이었으니까.
이리 많은 적이 나와도 얻을 수 있는 보상의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없었다.
그러니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차라리 보상 상승이 완성된 후에 이렇게 적들을 마주했다면 좋았을 거 같은데.’
그렇지만 입맛을 다시는 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 초월의 신성을 가진 도전자여. ]어느새 저 너머에 있는 성녀가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 너는……, 너무도 많은 균형을 무너뜨렸다. 그 죄질은 단언컨대 절대 낮지 않을지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성녀 글로리아에게 을 시전한 균형의 신이 말하는 거겠지.
[ 그 목숨으로 죄의 값을 치르고, 탑을 오르며 저지른 잘못들을 회개하라. ]그 어이없는 말에 무어라 대꾸하기도 전에 이변이 일었다.
다름이 아니라…….
어느새 얼음이 녹으며 움직일 수 있게 된 도전자들이 재빠르게 지면을 박찬 것이다.
“썩을! 뭔지는 몰라도, 이제는 전세 역전이야. 저 빌어먹을 괴물 새끼부터 조져 버려!”
“어차피 능력치는 전부 똑같아졌잖아. 신성 능력도 봉인됐으면, 저건 이제 별것 아니야.”
“진형! 진형을 갖춰라! 그리고 전부 저 자식이 성녀한테 다가가지 못하게 해! 그럼 이겨!”
썩어도 준치라고 하더니…….
신성 로 잔뜩 강화된 얼음 지대에 붙잡혔던 발목이 풀려나니 도전자들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추측하건대 그들에게도 신성 에 의해서 어느 정도 밸런스 패치가 진행됐다는 게 알려진 거 같은데…….
재밌었다.
“신성 없이 순수 실력으로 전투인가…….”
그럴 만도 했다.
「특수 권능 ‘전투 갈망’이 조건을 만족하여 활성화됩니다.」
「전투 몰입이 쉬워지며 모든 스킬 숙련도 상승률이 300% 상승합니다.」
“오랜만에 스킬들이 많이 성장하겠어.”
원래 나는 신성 없이 스킬들 그리고 무공으로 싸우는 것도 좋아했으니까.
***
수많은 도전자가 몰아치듯 다가오는 걸 보며 나는 바로 사령을 흡수했다.
「도전자 ‘클리프 셰리드’의 사령을 흡수하여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킵니다.」
「근력이 1 상승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2 상승했습니다.」
「마력이 4 상승했습니다.」
「내구가 2 상승했습니다.」
물론 신성 에 의해서 영구적인 능력치 상승은 당장 적용되지 않았다마는…….
어차피 이대로 놔두면 도전자들이 가하는 공세에 의해서 의미 없이 보호막으로 소모될 터.
사도화를 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이의 사령을 그렇게 허비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그러니 일단은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바로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도전자 ‘클리프 셰리드’가 보유하고 있던 스킬 중 한 가지를 흡수합니다.」
「스킬 ‘전투 가속(A+)’이 생성됩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득으로 A+급 스킬까지 생성되었다.
‘나이스.’
그리고.
「스킬 ‘전투 가속’이 활성화됩니다.」
「전투에 관련된 모든 행동이 전투 종료 시점까지 크게 가속됩니다.」
새로이 얻은 스킬을 기점으로 수많은 스킬이 촤르륵 발동되기 시작했다.
「스킬 ‘전투 집중’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순간 가속’이 활성화됩…….」
「스킬 ‘의념 증폭’이 활…….」
그뿐만이 아니었다.
「권능 스킬 ‘바람의 은총’이 활성화됩니다.」
「모든 속도가 80% 상승합니다.」
「현재 스킬 중첩 진행도 – [8]」
신성을 직접 다루지 않는 선에 머무는 능력들은 신성 에 걸리지 않은 것일까?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효과가 붙습니다.」
「승리할 수 없는 적을 상대로 인과를 역전시켜 ‘반드시 승리하는 인과율’을 생성합니다.」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효과가 붙습니다.」
「신격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때마다 도전자 한성윤이 가진 신성의 격이 상승합니다.」
「승리를 반복할 때마다 승천이 가까워집니다.」
「이에 따라서 신성이 상승할 시 때때로 특수 보상이 주어집니다.」
신성력을 다루는 것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신화인 도 활성화할 수 있었다.
물론 신성의 격이 성장해 봤자 당장은 쓸모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것 이상으로 쓸모 있는 신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도전자 무리를 상대하기에는.
그에 이내 지면을 박차고 도전자들이 군집된 장소로 달려든 순간이었다.
치지징-!
「스킬 ‘절망하는 자의 눈물’이 전투 지속 시간에 비례하여 이동 속도를 최대 40%까지 하락시킵니다.」
「스킬 ‘가장 낮은 곳의 흐름’이 도전자 한성윤을 지정하여 모든 피해를 100% 추가로 입게 합니다.」
「스킬 ‘비틀린 천둥의 피뢰침’이 도전자 한성윤에게 쏘아지는 모든 마법에 ‘필중(必中)’ 효과를 획득시킵니다.」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온몸을 감싸듯 나타나며 온갖 디버프를 걸어 댔다.
심지어 그것도 엄청 많이 말이다.
전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끝없이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럴 만도 했다.
「스킬 ‘주문 무한 포식’이 활성화됩니다.」
「몸에 닿는 모든 주문이 순수한 마력으로 전환됩니다.」
어차피 그래 봤자 내게는 그 어느 주문도 소용없으니까.
주문을 쓰지 않는 스킬이 아닌, 한낱 마법으로는 나를 견제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그대로 나는 단숨에 몸에 들러붙은 수백 개의 주문을 흡수해서 마력으로 전환했다.
그것이 충격적이었는지 적진에 있는 마법사 중 한 명이 경악하여 소리쳤다.
“이건 또 뭔 개 같은……! 주, 주문 무한 포식? 주문 자체가 아예 소용이 없다고?”
하지만 거기에 신경을 쓸 틈은 없었다.
촤자자자작!
잠깐 사이에 또 시야를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화살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거리가 벌려진 상태에서 어느 정도 힘을 빼 놓으려 하는 거 같은데.
이것도 최근에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는 스킬을 습득했기에 상관없었다.
「스킬 ‘충격 차단’이 활성화됩니다.」
충격 차단.
관통 능력 같은 것도 상관치 않고 모든 피해를 30% 확정적으로 차단하는 스킬.
그것이 발동되며 전신에 내리꽂히는 화살의 비를 막아 냈다.
그것도 아주 깔끔히.
티티티티팅……!
몸에 내리치는 화살 세례 중 대부분은 살갗조차도 뚫지 못한 채 퉁겨 나갔다.
물론 살갗을 두드리며 자잘한 상처는 생겼지만, 그마저도 중상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화살 세례에 맞으며 전진이 늦어진 것이다.
‘상처가 점점 많이 쌓이기 시작했어.’
심지어 잿빛 선혈도 권능 스킬이 되며 신성력 소모로 작동하게 되어서 봉인된 상태니…….
회복할 수단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혈천심공 권능을 사용하니 좀 나아졌지만, 이마저도 잿빛 선혈에 비하면 효율이 좋지 않았다.
결국…….
그대로 버티며 전진하는 대신에 방어를 선택했다.
「스킬 ‘반격의 방패’가 활성화됩니다.」
그나마 반격의 방패를 넓게 펼쳐서 장막처럼 만드니, 몸에 오는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진이 멈추어 이득은 아니었다.
이대로 반격의 방패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되어 있을 터이고.
저쪽은 도전자들의 숫자가 많아서 얼마든지 장기전을 이어 갈 수 있으니까.
[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오만함이 그대의 발목을 붙잡게 되었구나. ]그것이 달가웠는지 성녀의 몸에 을 한 균형의 신이 한마디 거들었다.
마치 조금 있으면 곧 내가 죽을 것이라고 믿는 듯한 어투.
그렇지만 나는 그 말에도 대꾸하지 않은 채로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충전 완료.」
「스킬 ‘반격의 방패’가 누적된 피해량을 반사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