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44
242. 증명의 신 (5)
어쩌다 보니 또 적을 늘렸다.
‘이걸로 이제 나를 적대하는 신격이 또 늘어난 거구나.’
물론 이쪽도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찝찝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갈라진 공간의 틈새로 본 악신의 눈동자.
그 너머에 깃든 힘의 크기는 설령 내가 신격화를 쓴 상태라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렇게 적을 늘린 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악신을 상대로 이기면 많은 걸 얻을 수 있겠지.’
그렇다고 하여 그리 크게 스트레스받을 일도 아니었다.
어차피 탑의 후보 중 하나로 있다는 것 자체가 신격들을 적으로 돌리는 거니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존재를 적으로 삼았다고?
그렇다면 그만큼 더더욱 성장에 박차를 가하여 이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기르면 그만이다.
여태까지 나는 그렇게 강해졌고, 앞으로도 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터이다.
‘최대한 신격을 상대할 수 있을 때까진 탑에서 계속 머물러야겠어.’
그리고 빠르게 강해지려면 이 에서 원하는 걸 쟁취해야 했다.
보상 상승 권한.
아직은 반쪽에 불과한 이 전용 권한의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난 후에는…….
이전과는 아예 격이 다른 성장 속도를 손에 넣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신성 지대 에 입장했습니다.」
이제는 의 과업을 전부 끝낼 차례였다.
[ ……. ]신격화를 풀지 않은 상태이니 네 번째 과업은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을 터.
그러니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바로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면 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 이건 또 뭐지. ]새로이 들어서게 된 공간은 진짜로 아무것도 없는 장소인 탓이다.
어찌 서 있는지도 의문인 우주 같은 배경.
이 자리에 있는 거라고는 검은 공간을 배회하듯 떠다니는 유리 조각 같은 것들뿐인데…….
도대체 이게 뭔 과업인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리 깊게 생각할 틈도 없었다.
「신성 지대 의 과업이 발생했습니다.」
「※과업 내용 설명 : 당신이 힘을 얻을 자격이 된다는 것을 증명의 신에게 인정받으십시오.」
「※과업 성공 조건 : 증명의 신에게 힘을 얻을 자격을 증명할 것(0/1)」
「※과업 성공 보상 : 4단계 클리어 · 보상 상승 권한 업그레이드 · 신념의 거울(SSS-)」
어느새 생각을 끊듯이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귓가에 신성을 머금은 음성이 울려 퍼지듯 들려왔다.
그것도 아주 선명히.
[ 생각보다 빠르게 보게 되었구나. ]이전에 확실히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
그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돌리니 알고 있는 얼굴이 나타났다.
모든 것을 거울처럼 비출 듯한 맑은 눈빛.
이는 거목 미궁에서 한 번 마주한 전적이 있는 존재였다.
[ 도전자 한성윤. ]다름이 아니라…….
[ 약속대로 나의 신전에 온 것을 환영하지. ]증명의 신이었다.
***
이전에 거목 미궁에서 봤을 때도 느낀 바인데, 증명의 신은 괴물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고대 신격의 바로 아래라고 해도 될 정도로 깊고 짙은 신성.
솔직히 말해서 탑이 고른 후보 몇 명의 힘을 합쳐야 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에 나는 신격화의 남은 유지 시간을 봤다.
‘……적어도 대화를 끝낼 때까지는 신격화는 무리 없이 지속될 거 같은데.’
설령 증명의 신을 상대로 싸우더라도 신격화 상태의 나는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현재 나는 반쯤은 신격이나 다름없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물론 그 정순함은 완성에 다다른 신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옅다마는.
그래도 상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아도 되기에 살짝 긴장을 풀었다.
그러고 있자니 어느새 증명의 신이 입을 열었다.
[ 이곳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고 해야겠군. 인과율 때문에 쓸데없는 절차를 거치게 했으니까. ]그는 그리 말하는 동시에 허공에 작게 손짓했다.
[ 아, 하지만 너에게도 충분히 대가는 치렀다고 생각하고 있다. 탑을 통해서 결코 적잖은 보상을 내려줬으니 말이야. ]그리고 동시에 그 손짓을 따라서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 의자가 생겼고, 그는 그렇게 생긴 의자에 앉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럴 만도 했다.
저 작은 손짓에서 증명의 신이 가진 격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신성력을 저렇게 쓰는 것도 가능한가.’
찬탈자와의 일전으로 얻었던 신성 치환을 완벽하게 다루는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놀라웠다.
단순히 신성력을 다른 종류의 힘으로 치환하는 것을 넘어서 물질을 창조했다.
그것도 매우 안정적인 형태로.
‘이게 진짜 신격인 건가.’
아예 레벨이 다르다고 해도 될 정도.
신격화를 써야만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나와는 격이 달랐다.
마치 언제든지 저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듯한 모습.
그에 나는 조용히 증명의 신이 만든 의자를 보며 그의 기술을 곱씹듯이 머릿속에 새겨 뒀다.
나중에는 이것마저도 양분으로 삼아서 똑같은 테크닉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증명의 신이 보여 준 테크닉을 뇌리에 각인시킨 나는 이내 입을 열었다.
[ 인과율 충당 절차는 그리 귀찮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재밌었고 보상들도 짭짤했으니까요. ] [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군. 탑을 보상을 주는 건 나도 부담이 많이 가는 방식이라서. ] [ 아, 그럴 만도 하겠네요.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 같은 건 탑에서도 보기 힘드니. ]진심이었다.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 같은 걸 이렇게 쉬운 이벤트들로 손에 넣을 수 있다니?
시간이 조금 걸렸다고는 해도 마음에 들지 않을 리는 없었다.
심지어 모든 능력치 상승이나 그 외의 부가적인 수입들도 괜찮았고 말이다.
[ 그렇지만 제가 그런 것들을 얻으려 여기까지 온 건 아닙니다. ]그러나…….
[ 알고 있다. 확실히 훌륭한 보상들이었다마는…….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과업 수행 보상에 불과하지. ]결국에는 그 보상들마저도 이제부터 얻을 것에 비하면 에피타이저에 불과할 뿐이다.
[ 보상 상승 권한은 나중에 줄 테니, 그 전에 알고 싶은 것을 물어봐도 좋다. ]그리고.
[ 그게 너와의 약속이니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바로 의지를 일으켜서 전용 권한을 발동했다.
「전용 권한 #A-9871[시선 차단]을 발동합니다.」
「모든 신격 및 관리자의 시선이 일제히 차단됩니다.」
치지지-.
여태까지 미약하게 쏟아지던 관리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차단됐다.
‘관리자들에게는 미안하긴 한데 이것까지 보게 둘 수는 없지.’
탑을 오르며 얻어온 정보 중에서는 관리자에게도 알리기 껄끄러운 것들이 있다.
철혈의 군주와 백학검선은 충분히 좋은 이들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건 혼자서 듣고 싶었다.
[ 그렇다면 일단은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 하는 주제이니 말이다.
[ 이전에 11층 시련에서 본 또 다른 제 모습은 대체 뭡니까? ]그때 11층 시련에서 봤던 또 다른 나의 미래.
그것이 대체 뭔지 자세히 알고 싶었다.
어째서 사람들을 학살할 정도로 인격이 망가지고, 그나마 동료라고 생각했던 이들을 적대했는지 말이다.
[ 그것부터 물어볼 줄 알고 있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 일이지. 그러니 진실에 대해서 알려 주겠다. ]그리고.
[ 관리자들이 이곳을 볼 수 없도록 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 만약에 그러지 않았다면 너는 꽤 곤란해졌을 터이니. ]다음 순간.
[ 도전자 한성윤. 27층 시련. 그곳에서 너는 관리자들을 죽일 것이다. 그것도 둘이나.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충격적인 진실이 들려왔다.
***
잠깐이나마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27층 시련에서, 철혈의 군주랑 백학검선을……, 내가 죽이게 된다고?’
납득할 수 없었다.
[ ……. ]그럴 만도 했다.
그 둘을 나는 싫어하지 않고 좋아했다.
성격이 나쁘지도 않고 뭣보다도 늘 나의 성장을 진심으로 원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설령 죽일 수 있는 기회 같은 게 오더라도 나는 그들을 죽이지 않을 터이다.
그러니 27층 시련에서 그 둘을 죽이게 된다는 말을 납득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납득할 수는 없어도, 납득과는 별개로 어째서 그런 것인지는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 27층 시련. 그 내용이 계약한 관리자들의 살해인 거군요. 그 외의 다른 클리어 조건은 어디에도 없는……. ]시련의 탑이 내주는 27층 시련의 클리어 조건이 관리자의 살해라면 이해는 되었다.
[ 그렇다. ]실제로 증명의 신도 부정하지 않았다.
[ 27층 시련은……, 계약한 관리자들과의 사투였지. 하지만 그 둘은 너에게 저항하지 않았고, 결국에는 그 둘이 너에게 죽음을 맞이했지. ] [ ……. ] [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한 번 선을 넘으면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니. 알맞게 풀이를 하여 알려 주자면 이렇다. ] [ ……. ] [ 너는 강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했지.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방이 너를 적대했기 때문이다. 대놓고 무고한 이들을 죽이진 않았지. ] [ ……그렇습니다. ] [ 그게 너의 발목을 붙잡은 거다. 어리석게도. 자기를 아껴 준 관리자들을 죽이니 정신이 크게 불안정해진 것이겠지. ]그에 나는 참을 수 없는 흔들림을 느끼며 바로 화룡안을 활성화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거짓은 아닐까 하는 희망에.
하지만 이어서 시스템 메시지에 떠오른 결과물은 참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킬 ‘화룡안’이 상대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간파합니다.」
화룡안의 스킬마저도 증명의 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 믿기지 않겠지. 하지만 나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 따위는 없으니. ] [ ……그렇다면 정말로 제가 저항도 하지 않은 관리자들을 죽인다는 겁니까. ] [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아, 참고로 정보의 출처는 내가 가진 신성 권능이다. 나는 인과율을 읽어서 미래를 볼 수 있는 힘이 있거든. ] [ ……. ]이것도 화룡안은 진실이라고 알렸다.
그에 나는 입술을 뗐다가 닫았다가를 몇 번 정도 반복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정보이기에.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상정 외의 진실에 충격받았을지언정 이때 물어봐야 하는 것이 있다.
[ ……이게 제가 바란 진실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 도대체 제게 이걸 11층에서부터 알려 줄 준비를 하신 이유가 뭡니까? ]어째서 증명의 신이 이러한 정보를 내게 알려 주려고 했느냐이다.
그것도 11층에서 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말이다.
어쩌면 또 다른 진실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고, 그렇게 무심코 생각하고 말았다.
[ 그야, 나는 모든 것이 탑이 준비한 대로 흘러가는 건 바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어진 대답은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 그게 무슨……. ]그도 그럴 것이…….
[ 27층 시련은 탑이 너의 브레이크를 아예 없애기 위해서 마련한 것일 테지. 그래서 너에게 알려 준 것이다. ]증명의 신은 또 다른 진실 같은 게 있어서 내게 이 정보를 알리려고 준비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 너 같은 자의 증명을 탑 같은 게 방해하는 건 그리 아름답지 않으니까. ]신격으로서 가진 신념이라고 해야 하는 마음가짐이 그를 움직인 것이었다.
[ ……흐음. 아무래도 이건 탑의 심기를 건든 것 같군. 더는 길게 이야기할 수 없겠어. ]하지만 마음을 추스를 틈 같은 건 주지 않겠다는 것일까.
[ 하지만 이것 하나는 기억에 새겨라. 27층 시련. 그 장소에서 어찌할지를 결정하는 건 이제 너의 몫이라는 것을. ]증명의 신은 바로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 강해지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는 너에게 새로운 신념이 깃들까? ]이어서 전신에 종종 겪어본 공간에서 추방되며 생기는 부유감이 일었다.
[ 이 또한 증명의 일환일 터이지. 재미있겠어. 이곳에서 너의 선택을 기다리마. ]그리고…….
「신성 지대 의 과업을 클리어했습니다.」
「※과업 성공 보상으로 의 입장이 가능해집니다.」
「※과업 성공 보상으로 인벤토리에 ‘신념의 거울(SSS-)’이 전송됩니다.」
「※과업 성공 보상으로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1/2)]을 획득하여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1/2)]이 진화합니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시스템 메시지의 향연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을 획득했습니다.」
「모든 종류의 보상 등급을 상승시키는 게 가능해진다.」
「이전과는 다르게 모든 종류의 보상 등급을 +1 상승시킬 수 있다.」
진짜로 27층 시련에서 관리자들을 살해해야 한다면…….
「21층 공용 구역에 입장합니다.」
그때의 나는 어떠한 선택을 내리게 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