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53
251. 네크로맨서 (4)
신성 영역을 구축하여 대지를 잠식한 신성과 마기를 몰아낸 이후.
“오염된 대지는 원래대로 되돌렸으니, 잠깐만 혼자서 있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바로 헤르미안 일족의 구성원들에게 숭배받으며 어느 허름한 막사로 이동했다.
그럴 만도 했다.
신화 생성에 필요한 설화는 전부 모은 상태.
더는 크게 숭배받으려 해도 의미 있진 않을 터이다.
‘이 이상으로 퍼포먼스를 보이면 귀찮아질 거 같으니 적당히 하는 게 낫겠지.’
그에 잠시나마 이곳에 혼자 있고 싶다며 다른 이들을 내보낸 순간.
바로 막사의 침상에 걸터앉은 채로 시야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봤다.
어느덧 눈앞에는 특수 과제를 클리어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헤르미안 일족이 당신을 강렬하게 숭배합니다.」
「축하드립니다, 특수 과제 ‘일족의 구원자’를 달성하셨습니다.」
「머지않아서 곧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을 섬기는 사도에 관해서 알게 됩니다.」
「21층 개인 시련의 모든 종류의 돌파 보상에 추가 정산이 들어갑니다.」
“신성력을 많이 쓴 보람은 있는 보상이네.”
시스템 메시지를 전부 읽은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바로 정보를 습득한 건 아니라고 해도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에 관한 정보도 곧 얻을 수 있게 됐다.
이제 시련 진행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전부 모은 상황.
그리고 21층 개인 시련의 클리어로 얻을 모든 보상에 추가 정산이 들어간다는 이점도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이득은 그것만이 아니다.
‘신화 로 신성력을 더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고, 업적 보상으로 신성 영역 창조도 C+급에서 B+급으로 성장했어.’
나름대로 고생하며 부수입도 짭짤하게 획득했다.
‘그리고 뭣보다도 처음으로 나만의 영역을 생성할 수 있었지…….’
신성 영역.
신격들이 종종 사용하는 영역을 직접 창조하고 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럴 만도 했다.
여태까지 나는 영역 생성은커녕 늘 다른 이의 영역에 침입하기만 했으니까.
‘직접 신성 영역을 다뤄 보니 역시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긴 하네.’
재밌었다.
신성의 종류에 따라서 각각 다른 영역 효과를 추가할 수도 있었고, 대지에 깃든 다른 신격의 힘도 몰아낼 수 있으니.
아마도 수성전에 한해서는 이만큼 좋은 권능도 몇 없을 터이지.
하지만 그만큼 단점도 확실한 힘이다.
‘……하지만 아마도 내가 쓰는 신성 영역은 쉽게 파괴될 확률이 높겠지.’
신성 영역에 대한 숙련도 차이라고 해야 하나?
아마도 신성 영역에 흠집이 생기면 바로 부서질 것이다.
그 정도로 나의 신성 영역은 연약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심지어 나는 자신의 신성 영역에 다른 신성 영역처럼 따로 원하는 효과를 붙일 순 없었다.
단지, 신성 종류에 따른 각각의 고유한 효과들을 붙여넣을 수 있을 뿐이지.
‘확실히 지금은 전투에서 쓸 수 있는 권능은 아니야. 그리고 신성력 소모도 생각보다 컸었고.’
아마도 강적과의 전투에서 사용하긴 애매할 터이다.
‘기껏해야 실전에서는 다른 신성 영역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정도겠지.’
추후에 영역에 관련된 스킬 혹은 권능을 손에 넣어야 하겠지.
22층 대기실에 가게 된다면 따로 영역 계열 스킬을 합성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으니 문득 천막의 입구 쪽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다름이 아니라…….
“신령님. 루시아 미미르라고 합니다. 송구하오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신령님을 뵈어도 되겠습니까.”
헤르미안 일족을 이끄는 흑발 무녀의 방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머지않아서 고대 신격의 사도에 관해서 물어보려 했는데…….
설마 이렇게 저쪽에서 이렇게 먼저 방문해 줄 줄이야.
그에 나는 흡족함을 느끼며 그녀에게 들어오는 걸 바로 허락했다.
“그러세요.”
그리고 이내 천막의 입구에서 검은 안대를 쓴 루시아가 나타났다.
“……신령님의 휴식을 방해하여 송구합니다마는. 신령님에게 드릴 말씀이 있기에 들렀습니다.”
그녀는 바로 숭배하듯 고개를 조아리고는 다소곳하게 자리를 잡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냥 편하게 대하라고 하고 싶다마는…….
아마도 그렇게 말하면 귀찮은 입씨름을 해야 하겠지.
그러니 나는 그녀의 태도를 대충 흘려넘기고는 말을 이었다.
“아뇨. 그렇지 않아도 저도 이야기할 게 있었습니다. 때마침 잘 들리셨다고 할 수 있네요.”
“이야기할 것이라뇨……?”
“고대 신격. 그리고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이 땅을 오염시킨 원인이니까요.”
“…….”
그 말을 들은 루시아는 살짝 놀랐다는 듯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군요. 신령님도 그것에 대해서 같은 생각을……, 그렇다면 신령님에게 할 이야기가 맞물릴 것 같네요.”
“…….”
“신령님에게 드릴 말씀도 고대 신격과 그것을 섬기는 사도에 관한 것이니까요. 그 전에 미리 제 불찰을 사죄드리겠습니다.”
“불찰이라니……?”
그에 의문을 드러내니 루시아는 이내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실로 송구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마는…….”
그리고.
“오염된 힘을 흩뿌리는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
다음 순간.
“그자는 헤르미안 일족에서 한때 불세출의 천재라고 불렸던 네크로맨서니까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을 섬기는 사도.
그게 사실은 헤르미안 일족에서 배출된 천재 네크로맨서라는 말을 들은 순간.
어째서 탑이 특수 과제 같은 것으로 헤르미안 일족을 구원하게 했는지 알 듯했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이건 연계 퀘스트 같은 거였구나.’
아마도 탑은 이에 관한 정보를 은연중에 알려 주려고 특수 과제를 준 게 아닐까?
하지만 그러한 추측도 잠시에 불과했다.
루시아는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가 사실은 일족 출신의 네크로맨서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일족의 네크로맨서가 고대 신격을 섬기게 됐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그에 나는 이내 잠깐 고민을 거친 끝에 간단한 해답을 입에 담았다.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 그자는 일족의 배신자 같은 겁니까?”
“……그렇습니다. 저희 일족은 선대의 무녀에게서 예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필시 세상은 종말을 맞이할 준비를 할 거라고.”
“…….”
“그리고 그때 죽음이 깃든 신령이 나타나서, 세계를 종말에서 구원할 거라고, 선대께서는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까.”
그제야 대충이나마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때 나를 보자마자 신령님이니 어쩌니 한 거구나.’
예언(豫言).
대체 뭔 수로 미래를 읽었는지 몰라도 헤르미안 일족에는 예언이 내려오고 있던 거다.
놀랍진 않았다.
증명의 신도 인과율을 읽음으로써 미래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으니까.
아마도 신격이랑 동등한 예지는 아닐지라도 어설프게나마 미래를 말해 줄 수 있었던 거겠지.
‘재밌네.’
아직도 세상에는 수많은 흥미로운 힘들이 이리도 많이 있는 것일까?
신격이 아님에도 미래를 읽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에 나는 눈빛을 반짝였다.
어쩌면 탑을 오르며 나도 미래를 볼 수 있는 스킬 혹은 권능을 얻을지도 모르기에.
하지만 관심을 가지긴 적절치 않은 때였다.
이어서 나는 간신히 무표정을 되찾고는 바로 질문을 건넸다.
“그렇다면 그 배신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네. 그자는 현재 오염된 대지의 끝에 있습니다. 한때는 저희 일족이 제단으로 사용하던 장소에.”
“그곳에 간 목적도 압니까?”
“……아니요. 그렇지만 추측은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배신자는 일족의 염원을 이룰 생각이겠죠. 그자는 평소에 일족의 염원에 관심이 많았으니.”
“염원이라.”
“간단합니다. 그곳에는 신령님이랑 비슷한 존재들의 유해라고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단지, 그들은 토착 신령일 뿐이죠.”
“토착 신령…….”
그에 대체 토착 신령이 무엇인지 고민하려고 하니 혈천마검이 웅웅 울렸다.
―흥. 토착 신령 같은 잡것이 네놈이랑 비슷한 존재들이라니. 이 흑발 무녀도 신격에 대해서 그리 세세히는 모르는군.
여태까지 조용히 이야기를 들은 담천우는 부연하듯 설명했다.
―토착 신령이라는 건 일정 지역에 종속된 유사 신격이다. 따지고 보자면 관리자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지. 그것들은 전부 가짜 신격에 불과하니라.
그는 토착 신령이 탑에 종속된 관리자처럼 일정 지역에 종속된 가짜 신격이라 했다.
그렇다면 토착 신령이라는 건 신성을 가진 유사 신격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신격은 아닐지언정 어설픈 신격에 견줄 수 있을 정도는 된다는 뜻인데.
그제야 고대 신격의 사도라는 네크로맨서가 뭘 노리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럼 설마?”
그에 내가 눈을 찌푸리며 루시아를 바라보니, 이내 그녀는 입술을 짓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신령님께서 생각하시는 대로일 겁니다.”
시체를 다루는 헤르미안 일족이 가진 염원은 뻔했다.
토착 신령의 유해들이 있는 곳에 일족이 쓰는 제단을 뒀다고?
이는 곧 헤르미안 일족이 토착 신령들을 되살리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더불어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라는 그 네크로맨서는 원래 염원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고.
퍼즐 같은 힌트들을 조합하면 바로 이러한 해답이 도출될 수 있다.
“카르나르 사그시스. 그는 신화 시절의 토착 신령들을 언데드로 되살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정체도 모르는 고대 신격의 힘을 빌려서.”
이 21층 개인 시련에서 나는 다수의 가짜 신격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
***
카르나르 사그시스.
토착 신령을 되살리려는 고대 신격의 사도에 대해서 들은 이후.
나는 바로 헤르미안 일족이 있는 곳에서 벗어나서 토착 신령의 유해들이 있다는 장소로 향했다.
물론 카르나르 사그시스가 있다는 곳에 가까워질 때마다 마기가 진해지고 신성이 더 크게 질척거렸다마는.
그다지 크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고작 이 정도의 오염은 그냥 무시할 수 있어.’
공기 중에 떠도는 마기는 되레 마력으로 바꿀 수 있고, 신성 또한 나의 신성력으로 걷어 낼 수 있다.
그러니 움직임이 막아질 리가 없었다.
그에 나는 강철의 날개에 바람 정령의 부츠까지 활용하여 기동력을 극대화시키며 이동을 이어 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조함이 사라지진 않는다.
‘지금보다 더 빠르게 가야 해.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야.’
만약에 루시아가 해 준 말이 옳다면 현재 나는 생각보다 위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가짜 신격이라고 해도 엄밀하게 따지자면 신성을 가진 존재.
그런데 그런 녀석들을 여럿이나 상대해야 한다니…….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을 섬기는 사도를 대적하기도 힘든데 난이도는 몇 배로 올랐다.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이군.
그에 담천우 또한 길을 나아가는 와중에 툴툴 불만을 드러냈다.
―고대 신격이 직접 손을 쓰는 건 아니라고 해도 정식 사도를 상대하는 것도 모자라 토착 신령들을 되살린다니…….
토착 신령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걸리는 모양.
그리고 그건 나도 그리 다를 것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죽을 수도 있는 사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목이 바짝 말랐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마주해야 했을 전투야.’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는 목숨을 걸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강해지는 것에 있어서 벽이라고 해야 하는 게 생겼다는 말이었다.
본래 탑을 오르는 도전자로서 성장의 벽을 허물 도리는 하나.
도전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시련을 클리어하는 것이다.
“…….”
그러니 초조함을 느낄지언정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다.
전력으로 사선을 돌파하는 것은 언젠가는 해야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렇게 결의를 다지며 몇 분 정도 이동했을 때였다.
어느덧 나는 진흙 같은 신성으로 이루어진 검은 구체를 발견할 수 있었고, 저곳이 바로 카르나르 사그시스가 있는 장소임을 알았다.
“신성 영역 내에 숨어 있는 건가.”
아마도 저곳에 카르나르 사그시스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났을지 모르는 토착 신령의 유해들도 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 생각을 마친 나는 이내 의념을 검에 집약시키고는 검강을 일으켰다.
「권능 ‘검기성강劍氣成罡’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이내 이어서 쌍검에 별빛 같은 기운이 서린 순간.
「스킬 ‘파천破天’이 활성화됩니다.」
「부술 수 있는 것에 대한 한계가 사라집니다.」
바로 파천 스킬까지 발동한 채로 그대로 진흙 같은 신성 구체로 낙하하며 검을 내리꽂듯 휘둘렀다.
쨍그랑─!
「파천검(破天劍)이 부수기 힘든 것을 부수어 등급이 S급(28,211/50,000)으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진흙 같은 신성으로 된 구체의 겉면이 조각나며 통로가 열렸다.
고오오오오……!
이내 섬뜩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흘러나오는 통로를 재빠르게 통과한 순간.
「신성 영역 에 입장했습니다.」
어느덧 나는 어느 검은 묘지 같은 장소에 도달해 있었다.
수많은 비석이 꽂혀 있고 질척한 신성이 느껴지는 묘지 말이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심지어…….
[ 어서 와라. ]검은 묘지의 중심지에는 뼈로 된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검은 머리의 남성이 있었다.
[ 탑에서 온 사냥개. ]그리 길게 볼 것도 없다.
뼈로 된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는 검은 머리 남성에게서는 엄청난 신성이 느껴졌다.
어쩌면 신격과도 같은 수준일 수 있는 신성이 말이다.
그렇다는 건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러했다.
[ 나는……,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을 섬기는 사도. 카르나르 사그시스.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
[ 이제부터 너를 죽이게 될 자의 이름이다. ]추측한 대로 진짜로 이 검은 머리 남성은 신격과도 같은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사용자로서는 이길 수 없는 강한 상대를 마주쳤습니다.」
「스킬 ‘불굴의 의지’가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전용 주문 발동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전용 주문 가 활성화됩니다.」
「전투 종료 시점까지 모든 능력치 및 모든 스킬 효율이 100% 상승합니다.」
최근에는 본 적도 없었던 강적 전용 버프들이 줄줄이 활성화되는 걸 보며 깨달았다.
“…….”
이제는 진짜로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