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69
267. 전투의 신 (5)
승천(昇天).
이는 본래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와의 격전 끝에 이미 한 번 완성시킨 적이 있다.
그럴 만도 했다.
신화 은 이길 수 없는 적을 이기게 해 주고, 승리하는 것만으로 강해지게 해 주니까.
‘그때 나는 확실히 승천으로 초월의 신이 됐지.’
가짜에 불과한 신격으로서의 힘은 승천으로 진짜가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승천이 이제 쓸모를 다하고 더는 사용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다름이 아니라…….
「3급 사도 ‘크라마슈 루그네스’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도전자 한성윤이 사도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2차 승천에 1.7% 가까워졌습니다.」
사도를 쓰러뜨림으로써 또 승천을 얻었다는 시스템 메시지.
물론 고작 1.7%밖에 승천이 채워지지 않긴 했다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입가에 크게 호선이 그려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승천을 또 한 번 겪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승천으로 얻은 것은 초월의 신으로서의 힘이었지.’
그럴 만도 했다.
‘그럼 2차 승천을 충족하면 얻게 될 힘도 정해져 있지.’
고대 신격.
신격의 영역에 발을 걸쳐 놓았음에도 좁혀지지 않을 것 같은 그 간극을 넘어설 수 있기에.
진짜로 고대 신격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 견줄 수 있는 뭔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이……. 설마, 진짜로, 고대 신격의 힘에…….
혈천마검에 깃든 담천우도 경악하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수만 년을 넘게 신격으로서 힘을 쌓아도 도달할 수 없을 경지에, 승리하는 것만으로 도달할 수 있다니…….
이제는 아예 할 말을 잃었다는 듯 담천우는 허탈하게 웃음을 지었다.
―정말이지, 엄청나군.
그에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 아마도 이게 제게 힘이 되어 줄 겁니다. ]―그렇겠지. 애초에 다른 것도 아니고 신격의 힘을 올리는 것이다. 힘이 되지 않을 리 없지.
[ 그렇긴 합니다. ]―그렇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니라. 아마도 이것을 다른 신격들이 알게 된다면……. 네놈의 목숨이 촛불처럼 꺼질 수도 있으니.
[ ……. ]듣고 보니 옳은 말이긴 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다른 신격들도 나를 견제하려 할지도.’
담천우의 말처럼 전투의 신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며 다른 신격들도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것도 아주 높은 확률로.
아마도 신화 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더더욱 그렇게 되겠지.
설령 그게 얼마나 작은 확률이든 간에 신격들은 위기를 느끼고 나를 해치우려 할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어찌할 도리는 없었다.
그다지 심리적으로 크게 압박받지도 않았고 말이다.
어차피 신격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건 어느 정도 상정하고 있었다.
굳이 쓸데없이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구에 신격이 들어서는 건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지구 측에 침공하는 게 아니라면 나머진 전부 상관은 없어.’
그러니…….
「특수 권능 ‘신성 영역 창조’가 활성화됩니다.」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력 및 신앙을 소모하여 신성 영역 을 창조합니다.」
어느 정도의 대비해 두긴 해야 할 터다.
그래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그렇지 않아도 전투의 신이 언제라도 지구에 손을 댈 수 있는 상황이다.
적어도 최소한의 안전장치 정도는 마련해 두는 게 옳았다.
그리 생각을 마치자마자 나는 바로 손끝으로 신성력을 흘려보내어 신성 영역을 창조했다.
사아아아아앗─!
찬란한 황금빛의 신성이 도심 곳곳에 퍼지며 일대를 신의 힘으로 덮었다.
그리고 신성의 물결은 그대로 멈추지 않고 대지에 스며들어 더더욱 넓은 범위로 퍼진다.
어느 한 곳에 신성 영역을 특정하는 게 아니라, 아예 지구 전체에 신성을 퍼뜨리는 것.
아마도 이렇게 한다면 최소한의 효과일지언정 어디에서든 신성 영역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신성 영역 이 있는 곳에서는 신체 및 정신이 탈력을 겪지 않습니다.」
「신성 영역 이 있는 곳에서는 모든 성장 속도가 100% 상승합니다.」
「신성 영역 이 있는 곳에서는 모든 종류의 부상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하지만 성지의 창조는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이걸로 침공을 대비하긴 모자라.’
신성 의 신성 영역으로는 외부 신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어느 정도는 신격이 힘을 쓰는 것을 막아 줄 순 있겠다마는…….
그게 어디까지 작용할지는 미지수에 가깝다.
그렇다면 신성이 작용할 수 없는 신성 영역을 하나 더 생성한다.
키이이이이잉……!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력 및 신앙을 소량 소모하여 신성 영역 을 창조합니다.」
「신성 영역 이 있는 곳에서 허락되지 않는 신성 및 기운은 모조리 소멸합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검붉은 신성이 그대로 파도처럼 일렁이며 쭉쭉 뻗어 갔다.
찬란한 빛과 어두운 빛이 서로를 보완하듯 반반씩 섞인다.
그것을 본 나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업적 ‘행성 보호’를 달성했습니다.」
「특수 권능 ‘신성 영역 창조(B+)’의 등급이 ‘신성 영역 창조(A)’로 성장합니다.」
[ 적어도 전처럼 쉽게 신의 힘에 침공당할 일은 없겠어. ]이제 지구는 일종의 신성 지대나 다름없는 상태.
신성 영역의 창조에 신성력이 많이 들어가긴 했다마는…….
지금껏 수많은 상대를 쓰러뜨리며 신성력을 흡수한 덕일까?
이전에 크라마슈의 신성력을 얻은 것도 그렇고 이제는 신성력의 양이 적잖게 늘어났기에 그리 부담되지 않았다.
최소한 전투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기에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 그럭저럭 쓸만하네. ]심지어 신성 영역을 창조하며 내게 흘러들어오는 신앙의 양도 늘었다.
‘나중에 신도 지정으로 신도를 많이 늘릴 수 있겠어.’
그에 나는 옅은 미소를 짓고는 이내 검은색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구에서 해야 할 것은 대부분 처리했다.
그러니…….
「신성 영역 에 입장했습니다.」
이제는 전투의 신과의 악연을 끝내야 할 차례다.
***
같은 시각.
어느새 미국 헌터 협회에 소집된 도전자들은 각자 다른 장소로 흩어졌다.
그럴 만도 했다.
한성윤이 검은색 게이트를 처리하기 위해서 라스베이거스로 갔다고는 한들 문제는 아직 산더미처럼 있으니까.
─검은색 게이트를 한성윤 도전자님이 처리하더라도 아직도 주황색 게이트가 남아 있습니다.
조셉은 한성윤의 힘을 확인하고는 재빠르게 전력을 분배했다.
현재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괴물들을 죽일 수 있는 것은 헌터 혹은 도전자 같은 이들 뿐.
설령 미사일을 쏘아 내도 주황색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악마종은 죽일 수 없다.
그렇기에 미국에 있는 모든 주황색 게이트에 대처하기란 어려웠다.
심지어 도전자 중에서도 악마종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
그 탓에 미국 헌터 협회 측은 검은색 게이트는 한성윤에게 맡겨 두고는 모든 인력을 다른 곳에 배치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빠르게 배치될 줄은 몰랐는데…….”
어느덧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캐서린 베넷은 툴툴거리듯 그리 말했다.
사태의 심각성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현재 세계 각지에 나타난 주황색 게이트는 모든 나라의 골칫덩이나 다름없는 상태.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할 정도로 게이트가 군집된 미국에서는 인력을 낭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그녀 같은 귀중한 인력은 소집되자마자 바로 쓰이는 게 옳았다.
‘그래도 성윤을 조금 더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그럼에도 캐서린 베넷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를 따라서 같이 온 이하연도 다르지 않았다.
캐서린 베넷의 중얼거림에 이하연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조했다.
“그러게요……. 성윤 씨가 직접 싸우는 모습은 정말로 귀한데……. 아까워요.”
이하연은 정말로 아쉽다는 듯 시무룩한 얼굴로 그리 말했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회의장 내에서 한성윤의 힘을 보고는 아예 불신의 기색을 품은 자들이 그랬다.
그중에서 어느 한 남성 도전자가 눈을 격하게 찌푸렸다.
“그걸 더 보고 싶다는 걸 보니 맛이 갔군. 그게 정말로 진짜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정말로 사람이 몇 마디의 말로 그런 존재를 없앨 수 있을 리가 없잖나.”
그에 캐서린 베넷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그를 노려봤다.
“그렇다면 그게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직접 눈앞에서 힘을 보고도─.”
“그러니 부정하는 것이다. 같은 도전자라고 해도 한계는 있어. 트릭이 있는 힘일지도 모르지.”
“그건 또 무슨…….”
“아무튼 보이는 게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는 손에 들린 푸른빛의 창을 어깨에 툭 대고는 주위를 훑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그리 생각하는 사람은 나만이 아닐 것 같은데?”
실제로…….
“솔직하게 말하자면……, 믿고 싶지 않지. 그건. 더는 사람 같이 안 느껴지니 말이야.”
“동감이야. 스킬이든, 권능이든. 그렇게 강할 수는 없잖아. 상식적으로.”
“그것도 아니면 그런 힘이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스킬이나 권능을 썼을 수도 있어요.”
도전자 중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억지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한성윤이 보여 준 힘을 진짜로 믿는 자들은 전부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억지스러운 주장에 반박하듯 말했다.
“지랄 났네. 아니, 진짜 이 새끼들은 대체 탑을 어떻게 올라온 거야? 같은 층수는 아니길 바란다.”
“그 모습을 보고도 믿지 못하는 걸 보니 머리에 문제 있는 것 같은데……?”
“스킬이나 권능으로 속인 거라고?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음모론도 적당히 해야지.”
한성윤의 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이들, 그리고 그렇지 못한 자들이 나뉘었다.
그렇게 분파된 도전자들은 서로 잠시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다름이 아니라…….
“하! 그럼? 그래서 한성윤이 신이라도 된다는 거야? 이거 완전 또라이 새끼들 아니야!”
어느 한 도전자가 그리 소리를 친 탓이다.
“진짜로 한성윤이 그 정도의 힘이 있었고, 신이라면, 진작에 지구를 보호했겠지!”
“그건…….”
“신 같은 건 없어. 그리고……, 신 같은 힘도 존재하지 않아. 그건 그냥, 착란 계열 스킬 같은 거겠지.”
“…….”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건 그냥 억지였다.
하지만 도전자들은 그의 말을 바로 부정할 수 없었다.
그들도 진짜로 한성윤이 신 같은 힘을 가졌음을 확신할 순 없기에.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성윤 씨가 신이라는 게 아니잖아요. 단지, 그렇게 생각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그리고 성윤이 신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있어요? 탑이라면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
그에 캐서린 베넷, 그리고 이하연이 울컥하듯 반박한 순간.
쿠우우우우웅─!
갑자기 대지에 크게 울림이 퍼지며 초월적인 힘이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결국에는 그 힘을 느낀 도전자들은 재빨리 태도를 바꾸곤 전투를 준비했다.
캐서린 베넷도 눈을 찌푸리며 힘을 끌어올려야 했다.
“…….”
하지만 곧 그녀는 눈을 찌푸리고는 긴장을 풀었다.
“설마, 이거…….”
그럴 만도 했다.
「신성 영역 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도전자 한성윤에 관한 신앙을 통해서 을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신성 영역 이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도전자 한성윤에 관한 신앙을 통해서 을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
어느새 그녀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가 이것이 적이 아님을 알렸기 때문에.
그리고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를 본 도전자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것도 아주 처참할 정도로.
“신성 영역, 이라니……?”
다름이 아니라…….
“진짜로,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고……?”
이제는 한성윤에 관한 불신마저도 부정된 것이다.
***
「신성 영역 에 입장했습니다.」
검은색 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풍경이 바뀐다.
그에 나는 바로 눈짓으로 환경이 어떤지 바로 확인했다.
신성 영역이 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것일까?
‘지옥 같긴 하네.’
붉은 불길이 이곳저곳에서 넘실거리는 것도 그렇긴 한데.
그것도 모자라 영역 중 80% 정도는 용암으로 차 있었다.
정말로 딱 싸울 장소 이외에는 도망갈 수 없게끔 한 것 같았다.
마치 진짜로 지옥에 결투장이 있다면 이럴 것 같은 모습.
그리고…….
[ 드디어 왔는가? ]붉은 돌로 된 대지에는 붉은 피부에 검은 뿔을 가진 반라의 남성이 있었다.
그것도 붉은 신성을 휘감은 상태로.
그렇기에 바로 눈치챘다.
[ 기다렸다. ]다름이 아니라…….
[ 도전자 한성윤. ]저것이 바로 전투의 신이라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