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70
268. 종지부 (1)
전투의 신.
탑을 오르며 악연을 쌓은 신격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존재.
오로지 자기 자신이 상대를 억눌러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가진 탓일까?
여태껏 그와는 한 번도 좋은 형태로 얽힌 적이 없었다.
‘어쩌면 절망과 추락 그리고 광기의 신보다 전투의 신이랑 쌓은 악연이 더 클지도.’
그렇기에 이렇게 직접 전투의 신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럴 만도 했다.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 신격과의 간극.
어느덧 그 좁힐 수 없을 것 같았던 틈을 넘어서 서로 대등하게 결투의 장에 올랐으니까.
[ ……. ]그리고.
「신성 영역 의 효과로 도주 불능 상태로 지정됩니다.」
「신성 영역 의 외부로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배제됩니다.」
「신성 영역 은 서로 간의 1:1 결투로 승자 하나만 남아야 붕괴합니다.」
이제는 진짜로 전투의 신과의 악연도 이곳에서 종지부를 찍을 것임을 알기에.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을 단숨에 읽은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전투의 신은 그런 나를 보고는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것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 크흐흐! 나의 사도를 해치웠는데도 굳이 이곳으로 들어오다니……. 너, 진짜로 바보인 건가? ]마치 더없이 유쾌한 희극을 봤다는 듯한 모습.
아마도 전투의 신은 내가 함정인 줄도 모르고 이곳에 온 줄 아는 것 같은데…….
그렇진 않았다.
전투의 신이 이곳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곳에 직접 스스로의 의지로 들어섰다.
‘전투의 신을 쓰러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이곳에 오지 않는 게 어리석은 짓이지.’
그럴 만도 했다.
여태까지 서로 몇 번이고 부딪힌 전투의 신을 처리할 기회라니?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상정하고 있을지라도 이대로 끝내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그를 해치우고 얻은 신성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설령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이 자리에서 전투의 신을 해치우는 게 옳을 터.
그러니 나는 전투의 신이 한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 이게 함정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어. ]그리고.
[ 크크! 그걸 알고도 이곳까지 왔다는 건가? 얼간이 같은 놈이 따로 없……. ]이내 전투의 신이 그리 이죽거리는 순간.
[ 그럴 만도 하지. ]그의 말을 끊듯 나는 바로 입을 열었다.
[ 전투의 신. 너 같은 먹잇감이 모처럼 직접 왔는데……. ]그것도 아주 짙은 미소를 지으며.
[ 그걸 그냥 놔주는 것도 아깝잖아? ]그에 전투의 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잠깐 눈을 찌푸리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마치 질 낮은 농담을 들었다는 듯한 모습.
[ 그렇지만 사실이야. ]그러나 나는 이번에도 능글맞게 말했다.
[ 이런 썩을 놈이……! 뚫린 입이랍시고 멋대로 말하……. ]전투의 신의 얼굴이 썩어들어가는 걸 보며 나는 그의 목소리를 끊듯 말을 이었다.
[ 서로 정식으로 신명을 얻은 정식의 신격. 그렇다면 맞서지 못할 것도 아니거든. ]그리고.
[ 쓰레기가……. 고작 이제야 막 신명을 얻은 햇병아리 주제에……. 감히 이 몸과도 동등하다고 말하는 건가? ]다음 순간.
[ 그렇다면 알려 주마. 도전자 한성윤. 너의 힘이 얼마나 하잘것없는지. 그리고 신격으로 쌓은 세월이 뭘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전투의 신의 붉은 피부에서 짙은 신성이 증기처럼 흘러나오며 퍼졌다.
드드드……!
신격의 힘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공기를 무겁게 눌렀다.
아마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쪽을 압박하려 하는 것 같은데…….
어째서 전투의 신이 그렇게 자신감을 내비쳤는지 알 수 있었다.
어느새 나는 등골을 타고 긴장감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어울리지 않게 힘이 엄청나네…….’
고대 신격의 수준에는 결코 미치지 못하는 정도.
하지만 일반적인 신격의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투의 신은 굳이 따지자면 고대 신격과 일반 신격의 경계선에 선 상태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전투의 신이 말했듯 이제 막 신격을 얻은 내가 감당하긴 힘들 수 있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는 거겠지.’
하지만…….
[ 이쪽도 그렇게 힘이 약하진 않아서. ]그것은 이쪽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전투의 신이 준비한 신성 영역까지 굳이 들어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에 나는 바로 의념을 집중하여 심장에 잠든 신화의 힘을 불러일으켰다.
「신화 가 활성화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51 상승합니다.」
「특수 버프 가 활성화됩니다.」
「서로 1:1 상태에서 전투한다는 전제 아래에 신성력의 소모 값이 크게 줄어듭니다.」
후우웅-!
그렇지 않아도 서로 격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진 않았다.
그랬다면 서로 전투조차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었다.
단지, 고대 신격에 다가선 격인 탓에 위기감을 느꼈을 뿐이지.
신화 의 힘이 깃든 신성이 몸을 감싼 순간.
여태까지 어깨를 짓누르던 상대의 격이 거짓말처럼 쉽게 흩어졌다.
그에 전투의 신은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고, 나는 짙은 미소를 지으며 쌍검을 손에 쥐었다.
[ 너……!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긴 했었다.
[ 그리 놀랄 것 없어. ]진정한 신격과의 전투에서 나는 어디까지 힘을 끌어낼 수 있을지.
[ 진짜는 이제부터 시작일 테니까. ]그러니…….
이제부터는 서로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울 시간이었다.
***
서로의 격을 확인하자마자 전투는 바로 시작을 알렸다.
시답잖은 이야기로 시간을 질질 끌 이유는 하등 없으니까.
그에 나는 바로 이전에 크라마슈를 살해할 때 사용했던 신격 전용 권능을 사용했다.
바로…….
「신격 전용 권능 ‘명부’가 활성화됩니다.」
「1,000m 내에 있는 모든 존재 중 최대 100명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사신의 명부에 적힌 존재들은 1분마다 죽음에 가까워지며 크게 쇠약해집니다.」
「사신의 명부에 적힌 채로 44분 넘게 전투를 지속한 이는 신성 에 침식됩니다.」
상대를 반쯤은 확정적으로 신성 에 물들이는 사신의 명부를 발동한 것이다.
「지정 완료.」
「전투의 신을 사신의 명부에 등록했습니다.」
「사신의 힘이 전투의 신에게 작용하기 시작합니다.」
「신성 이 지정 대상에게 쉽게 침식할 수 있게 됩니다.」
왜인진 몰라도 사신의 명부에 전투의 신의 이름은 뜨지 않았다.
신격인 탓에 사신의 명부로도 이름을 알아낼 수 없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애초에 이름이라고 할 게 없는 것인가.
살짝은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렇게 크게 중요하진 않았다.
‘어차피 권능의 힘은 적용이 된 상태야. 그럼 이름 같은 건 알고 있을 가치도 없지.’
그럴 만도 했다.
이곳에서 죽이게 될 대상의 이름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렇게 시답잖은 생각을 끊은 나는 바로 신성력을 소모하여 스킬을 발동했다.
「스킬 ‘무형검’이 활성화됩니다.」
「스킬 ‘무형검’이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에 크게 영향받습니다.」
「스킬 ‘무형검’이 신성 에 의해서 기본 발동 능력 ‘신화 중첩’이 사용됩니다.」
「스킬 ‘무형검’이 일정량 더 생성될 시 새로이 추가 발동 능력 ‘신성 간섭’이 사용됩니다.」
후우웅-!
눈 깜짝할 사이에 황금빛의 장검들이 곳곳에 나타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실, 이 형태 없는 검들도 어느 정도의 살상력을 가지고 있긴 한데…….
그렇다고 하여 무형검들을 공격용으로 사용하긴 힘들었다.
그럴 만도 했다.
「신화 이 활성화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에게 의 효과가 붙습니다.」
「이 활성화될 시 당신의 신성력은 모든 존재의 힘에 크게 간섭력을 가집니다.」
「※의지를 가지지 않은 존재들은 당신의 신성력에 저항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 운용에 의 효과가 붙습니다.」
「이 활성화될 시 적의 부정적인 감정을 신앙으로 추출합니다.」
「※적의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신앙 추출의 효율도 상승합니다.」
형태 없는 검들이 가지는 진짜 가치는 공격이 아니라 보조에 있으니까.
[ 신화를 중첩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이건 또 무슨……. ]전투의 신이 한껏 얼굴을 찌푸리며 그리 말했지만, 물음에 답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권능 스킬 ‘성광’이 활성화되어 신성 을 머금은 별빛이 생성됩니다.」
키이이이잉……!!
성광으로 구축된 신성 이 깃든 별빛이 공중에 응축된다.
그것도 한계를 넘어선 수준으로 말이다.
신성 으로 살상력을 올린 것과는 달리 신성의 응축에 있어서 한계가 사라진 것 같은 감각.
심지어 현재 내게 적용된 특수 버프 의 힘도 작용하고 있었다.
‘성광이 소모되는 신성력의 값이 줄어든 상태인가.’
신성력 소모 값이 줄어든다고 하더니…….
실제로 권능 스킬인 성광에 소모되는 신성력이 1/4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았다.
마치 신성력이 복제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
그렇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쭉쭉 신성력을 소모하여 성광의 힘을 부풀렸다.
그리고─.
「전투의 신이 신성으로 이루어진 별빛을 보며 크게 경악합니다.」
[ 이런 말도 안 되는 것이……! ]이내 찬란한 황금빛이 신성 영역 을 밝히게 된 순간.
전투의 신은 짙은 혼란을 드러내며 부정을 토했다.
그것도 더없이 강렬한.
[ 오리지널인 용신의 권능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힘이 응축될 수는 없을 터인데! ]아마도 성광의 본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용신의 힘을 상정한 것 같은데…….
[ 그래. 용신의 권능이라면 그렇게 됐겠지. 하지만 이건 이제 용신의 권능이 아니야. ]신성 에 귀속된 성광은 이제 오리지널의 성광과는 길이 달라진 상태.
그러니 출력도 오리지널에 견주기 어려울 수밖에.
친절하게 답해 줬음에도 전투의 신은 이야기를 이어 가는 대신에 재빠르게 대처했다.
어느새 그도 신성 권능을 발동한 것이다.
「신성 가 사용됩니다.」
「신성 의 적용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신성 에 의해서 도전자 한성윤의 모든 능력치 중 일부를 상대에게 일시적으로 이전합니다.」
신성 의 권능이 능력치들을 자비 없이 한껏 가져갔다.
거목 미궁에 있을 적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신성이라 그다지 놀라진 않았다.
모든 능력치 중 일부의 이전이라고 해도 수치로 따지자면 모든 능력치 10 정도를 잃은 것뿐이고 말이다.
하지만 이어진 신성 권능은 그렇지 않았다.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 이 신성 를 보조하기 시작합니다.」
「신성 에 의해서 도전자 한성윤의 신성력이 일부분 상대에게 흡수됩니다.」
스화아아아아……!
전투의 신이 손을 뻗자마자 성광에 응축된 신성력 중 일부가 그에게 빨아들여졌다.
아마도 저것도 전투에 있어서 더없이 좋은 신성 같은데.
이제는 이쯤 되면 어이가 없을 정도다.
‘지속적인 전투에서는 아예 대놓고 사기적인 능력이야.’
신성 , 그리고 신성 은 전부 지속 전투에 강점을 지녔다.
상대의 힘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에게 가져올 수 있다니?
사실상 지속 전투에서 웬만한 상대는 그냥 죽으라는 거나 다름없는 힘이다.
그렇기에 더는 성광에 힘을 응축하기 힘들었다.
이대로 성광에 힘을 응축해 봤자 적에게 힘을 주는 꼴이 될 테니까.
그에 나는 바로 성광에 힘을 불어넣는 것을 멈추고는 그대로 힘을 터뜨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서로 간의 거리를 벌리지 않은 채로 성광을 사용한 상황.
전투의 신은 물론이고 나도 피해를 감당해야 하기에 아마 상대도 이때 터뜨릴 줄은 몰랐을 것이다.
성광의 힘에 대책 없이 나도 휩쓸릴 수 있을 터이니.
하지만 저번에 새로이 토착 신격에게서 얻은 신성 덕분에 그럴 걱정은 덜었다.
「신성 를 사용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외부 신성을 한 번 배제하는 가호를 내립니다.」
「단, 한 번 가호를 받은 이에게는 12시간 동안은 또 가호를 줄 수 없습니다.」
신성 로 이루어진 녹색의 빛이 몸을 감싼 순간.
살갗까지 다가왔던 성광의 폭발이 바로 지워졌다.
하지만 전투의 신은 성광을 막아 내지 못했다.
신화 으로 천적이나 다름없게 된 성광을 직격으로 맞은 상황.
그렇기에 그 결과는 상정한 대로 처참했다.
치이익-!
[ 끄으으으으으으……!! ]살점이 지글지글 익는 소리에 눈길을 돌리니 전투의 신이 그곳에 있었다.
전투의 신은 고통에 찬 얼굴로 살점을 갉아 먹는 성광의 힘을 흩어내고는 눈을 크게 떴다.
누구든지 화났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충혈된 눈빛이 번뜩였다.
그것도 더없이 진득한 살기를 보내며.
[ 썩을 것이……! ]그리고 이어서 전투의 신은 함성을 내지르며 또 다른 신성을 발했다.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 이 축적된 데미지를 4배로 부풀려 도전자 한성윤에게 돌려보냅니다.」
「신성 이 도전자 한성윤에게 4초 동안 반격 데미지의 10%를 추가로 입힙니다.」
신성 이 발동되며 신성이 깃든 함성은 곧 포효로 일변했다.
전투의 신이 짐승처럼 울부짖는 동시에 포효는 곧 한줄기의 섬광이 되어서 쏘아졌다.
하지만 쏘아지는 소리는 일절 울리지 않았다.
마치 음속을 초월했다는 듯 쏘아지는 붉은 섬광의 모습.
그에 나는 바로 스킬을 발동하고는 시력을 집중하여 붉은 섬광을 봤다.
「스킬 ‘전투 집중’이 활성화됩니다.」
「사용자의 집중력이 열 배 상승합니다.」
‘이건 막을 수 없을 것 같네.’
그리고 바로 신성 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저것을 막다간 그 대가로 치명상을 입을 터이다.
그렇다고 하여 바로 회피하긴 무리였다.
신성 영역 을 반쯤 메우다시피 하는 일격이니까.
‘차라리 아예 신성 이 종료될 때까지 버티는 게 낫겠어.’
원래는 어찌할 도리도 없이 맞아야 했을 일격이라고 해도 버틸 수단은 있었다.
그것도 조금의 피해도 없이 버틸 수 있는 수단이 말이다.
다름이 아니라…….
「흑백으로 물든 모래시계(S+) 전용 효과 ‘최후의 시간’이 활성화됩니다.」
「4초 동안은 사용자의 시간이 정지되며 그동안은 그 어느 힘에도 간섭받지 않습니다.」
「흑백으로 물든 모래시계(S+) 전용 효과 ‘최후의 시간’에 재사용 대기 시간 7일이 생성됩니다.」
흑백으로 물든 모래시계(S+).
21층 시련을 클리어하며 얻은 추가 보상.
이것을 사용하여 모든 피해에서 일시적 피해 면역을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