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79
277. 철혈의 군주 (5)
이제는 새빨간 피로 덮인 대지에 묵빛의 표식이 흘렀다.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럴 만도 했다.
「신도 ‘룬드리움’의 사령을 흡수했습니다.」
「신도 ‘칼드라프’의 사령을 흡수했습…….」
「신도 ‘이스켈피’의 사령을 흡수했…….」
“나름대로 부수입도 짭짤하네.”
오랜만에 네크로맨시로 수많은 사령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니까.
심지어 이득은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이내 피로 물든 초원의 사령을 모조리 흡수한 순간.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며 신성의 격이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도전자 한성윤이 신격을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2차 승천에 0.000008% 가까워졌습니다.」
「에 따른 특수 보상으로 전용 효과 ‘마기 저장(B-)’을 획득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은 마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확실히.
“이건…….”
그에 나는 이내 헛웃음을 지으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기껏해야 예비 사도도 되지 않는 이들을 상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힘이 꽤 올랐기에.
고작 0.1%조차도 되지 않는 수준이긴 한데…….
그래도 흡족함이 미소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신성의 격이 성장하는 속도는 제법 훌륭해.’
그럴 만도 했다.
정식으로 신격의 힘을 얻기 전과는 달리 현재의 나는 진정한 신격이 됐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꾸준히 승리하기만 해도 조금씩 신성의 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니?
진짜로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본래는 몇 년이 걸려도 조금조차 성장할 수 없겠지.
하지만 신화 이 발동하면 적어도 성장이 멈출 일은 없었다.
‘아마도 이대로 멈추지 않고 탑을 오르면 나도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겠지.’
노골적인 신성의 성장도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진짜로 2차 승천의 퍼센테이지가 100%에 도달하면 어찌 될 것인가.
그때 나는 고대 신격의 반열에 들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렇게 고대 신격의 반열에 들 정도가 된다면 이전과는 또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그럼 그걸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 걸까?
기분 좋은 궁금증이 셀 수 없이 파생되며 입가에 호선을 그리게 했다.
“…….”
신성의 격 높은 운용 탓에 심장은 격통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그랬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심장의 고동이 기분 좋게 울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고통보다 기대감이 더 커졌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잠깐의 심호흡 후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아직은 나중의 일이지. 벌써 흥분할 일은 아니야. 그래. 아직은.’
상상은 좋긴 한데 어차피 이건 나중의 일에 불과할 뿐이다.
아직은 신화 으로 얻은 2차 승천의 양도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은 여기서 멈추는 게 낫겠지.
그리 생각을 마친 나는 신화 의 으로 얻은 전용 효과를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전용 효과도 오랜만에 얻었네.”
전투의 신과의 결전 끝에 승리했음에도 얻지 못했던 전용 효과를 얻었다.
그러니 이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확인은 해야 하지 않겠나.
그에 나는 바로 정신을 집중하고는 전용 효과 ‘마기 저장(B-)’을 발동했다.
그때였다.
「특수 조건 만족.」
「으로 얻은 전용 효과 ‘마기 생성(C-)’이 전용 효과 ‘마기 저장(B-)’에 감응합니다.」
「이 합성 조건을 만족하여 전용 효과들을 서로 합성하여 재창조합니다.」
갑작스레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며 본질적인 뭔가가 뒤섞이는 게 느껴졌다.
여태까지 신화 으로 많은 전용 효과를 습득했음에도 본 적이 없었던 현상이다.
이내 알 수 없는 현상에 눈을 찌푸린 순간.
어느새 뭔가가 새로운 힘이 생겼다.
「신화 이 합성을 시도하여 전용 효과 ‘마기 회로(A+)’를 습득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은 마력 회로에 깃든 마력을 마기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설마 전용 효과들도 서로 합성할 수 있는 건가……?”
신화 으로 전용 효과를 합성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스스로의 의지로 전용 효과를 합친 것은 아니다마는…….
그렇다고 해도 여태껏 보지 못했던 경우기에 놀라웠다.
그에 나는 그대로 눈빛을 반짝이며 생각했다.
“…….”
아직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없는 힘이다.
하지만 어쩌면 신화 의 승천을 점점 성장시키면 어떨까?
신성의 격을 자유로이 운용할 수 있듯이, 신화의 힘도 더더욱 쉽게 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는 신화 의 새로운 사용법이 될 수도 있었다.
“흥미롭네.”
그것도 아주 엄청난.
***
어느새 흥분을 가라앉힌 나는 바로 전용 효과의 힘을 확인했다.
「전용 효과 ‘마기 회로’가 활성화됩니다.」
「사용자의 마력을 일시적으로 마기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츠즈즈-.
마기 회로라는 힘을 사용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전용 효과의 발동과 동시에 마력 회로의 힘이 일부분 바뀌는 게 느껴졌으니까.
검지의 끝으로 질척한 검은색의 기운이 스멀스멀 돌출됐다.
심지어 마력 회로가 권능 스킬이 된 탓일까?
마력 회로의 힘이 마기에 최적화되자 마기의 수준도 심상찮게 바뀌었다.
그것도 아주 특별히.
“…….”
확실히 마기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손가락의 끝자락에 매달린 마기에 섞인 힘은 익숙했으니까.
새롭게 얻은 전용 효과로 생성한 마기에 신성력이 깃들은 것이다.
‘이건 대체 뭐지?’
지금껏 이런 형태의 마기를 본 적은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본래 마기란 종족적인 특성인 동시에 악마 혹은 마족 같은 이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니까.
그리고 그건 신격이라 할지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태껏 봐왔던 신격 중에서 이렇게 마기에 신성력을 담는 경우는 본 적도 없었다.
“신기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기로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신체를 마기로 강화하는 정도겠지.
아마도 마기만의 특수한 사용법 같은 게 있을 것 같은데…….
적어도 이런 걸로는 알 수 없을 듯했다.
그러나 썩 괜찮은 이득을 보았다.
“그래도 재밌는 게 생겼어.”
최소한 마기의 사용법을 알게 되면 나도 다르게 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이건 기억해 둘 가치가 있었다.
나중에 악마 혹은 마족을 붙잡고 마기에 관해서 알아가는 것도 괜찮을 터이지.
사실, 가장 좋은 건 어둠의 신 혹은 마신 같은 이들에게 묻는 건데…….
현재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도 된다.
‘어둠의 신이랑 마신은 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그럴 만도 했다.
‘심지어 고대 신격이니 만나려면 막대한 인과율을 감당해야 하겠지.’
거목 미궁에서 신격들을 봤던 것과는 달리 외부에선 그들을 볼 수 없다.
왜냐하면 신격 중에서도 가장 인과율이 크게 적용되는 게 고대 신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대 신격과의 접촉은 탑의 행운이 작용해야 하는 바이다.
하지만 탑이 그걸 허락해 줄 리는 없었다.
“차라리 악마를 찾는 게 빠르지.”
어느새 생각을 정리한 나는 잠깐 사용한 마기를 갈무리해서 회수했다.
어차피 지금은 쓸 일이 없는 힘이다.
이대로 어느 정도 마기에 관해서 인지하는 걸로도 충분할 터이다.
진짜로 마기의 힘을 배울 날이 오길 바랄 뿐이지.
“그럼 이제 갈까.”
그리고 그리 생각을 마치자마자 나는 바로 권능을 발동하여 날개를 펼쳤다.
「권능 ‘강철의 날개’가 활성화됩니다.」
촤아악-!
그리고 재빨리 공중으로 치솟고는 제국군의 주둔지를 찾았다.
어쩌면 이곳에서 벌인 전투 탓에 제국군이 철수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는데…….
생각한 것처럼 제국군이 주둔지를 버리고 물러서진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되레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적어도 당장은 상황을 관망하기로 정했나.’
그럴 만도 했다.
적어도 나를 적이라고 간주하긴 애매한 상황일 테니까.
심지어 진짜로 제국군을 물러야 할 수준의 상황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상황을 관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최소한 악신을 섬기는 이들이 전부 죽을 때까지는 그랬다.
「권능 ‘강철의 날개’가 비활성화됩니다.」
착-.
이내 제국군 주둔지가 있는 곳에 천천히 날개를 접으며 착지한 순간.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내게 쏠리며 복합적인 감정이 살갗에 닿았다.
신격이 되며 얻은 감정을 감지하는 힘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현재 이곳에 있는 제국군은 모두 옅은 공포를 느끼고 있다.
심지어 적잖은 수준으로 말이다.
“…….”
심지어 이전과는 달리 뭔가의 경악성을 토해 내는 이들도 없었다.
단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이쪽을 볼 뿐이지.
그걸 보며 이쪽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
갑자기 선두에서 말을 타고 있는 여성이 말을 건넸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얼굴의.
“그대는…….”
다름이 아니라…….
“그대는 대체 누구지?”
철혈의 군주였다.
그녀는 얼굴에 짙은 경계심을 드러내며 그리 물었다.
사실상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는 것처럼.
심지어 그녀의 붉은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혼란이 깃들어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부정적으로 말한다면 바로 제국군과의 전투를 벌여야 하겠지.
그러나…….
“그거야 제 복장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잖습니까.”
어차피 부정적인 말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이곳은 관리자의 비원에 의해서 재현된 시련의 세계다.
스토리의 진행 속도를 올리는 건 몰라도 아예 흐름을 거스를 순 없잖은가.
“제국군 소속의 십인장.”
그러니…….
“그것이 접니다.”
이제는 한차례의 전투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스토리를 진행할 차례다.
“악신을 섬기는 종들은 전부 제가 제국군으로서 처리한 겁니다.”
심지어…….
“그러니 이제는 제가 받을 훈공에 대해서 논해도 될까요?”
그것도 엄청 빠르게 말이다.
***
의외로 제국군의 적대 관계는 쉽게 해제할 수 있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상황이 잘 풀렸어.’
그럴 만도 했다.
어차피 제국군 출신의 십인장이니 내칠 수도 없었다.
그것을 악신을 섬기는 신도들을 섬멸하여 증명했으니 더더욱 그랬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제국군 십인장. 그대의 소속은……. 확실히 알았다. 그러니 그에 맞게 대하지.
철혈의 군주는 제국군 소속인 걸 보고는 적대를 풀었다.
아니.
아마도 정확히 따지자면 적대를 풀기보다는 이득과 손해를 가려 본 거겠지.
왜인지 모를 수상한 실력자이지만 제국군 소속의 십인장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그걸 이용하지 않고 내칠 순 없잖은가.
‘심지어 제국군의 전력을 생각하면 더 그렇지.’
현재의 제국군은 그다지 개개인의 수준이 높지 않았다.
어차피 전략이든 진형이든 전부 어느 정도 싸움의 수준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애초부터 전투의 성립이 되지 않으니 할 수 있는 것도 없겠지.
그렇기에 철혈의 군주는 도박수를 걸어온 것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나 같은 정체 모를 폭탄이라도 잘 써 보자는 거겠지.’
그렇게 해야 할 정도로 철혈의 군주는 내몰려 있었다.
차라리 난데없이 나타난 의문의 실력자를 써야 할 정도로.
실제로…….
“……제국군 십인장. 론이여. 그대의 훈공은 확실히 알았다.”
현재 나는 철혈의 군주의 전용 막사에 초대받은 상태.
“설령 그대가 십인장으로서의 자리를 버리고, 멋대로 행동했다고 해도, 공훈을 없는 셈으로 할 순 없지.”
그녀는 절도 있게 앉은 채 나를 노려보듯 보고 있었다.
마치 어느 언제라도 기습에 대응하겠다는 듯이.
실제로 그녀의 체내에 흐르는 마력의 수준을 보면 얼마든지 가능할 터이다.
최소한 21층 공용 구역에서 본 소드 마스터와도 같은 수준일 테니까.
그렇기에 생각했다.
“그러니 원하는 것을 말해라.”
어찌해야 철혈의 군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를.
“그럼 천인장으로서의 재량하에 그대에게 실적에 맞는 보상을 내릴 테니.”
이내 철혈의 군주가 각오를 다졌다는 듯이 그리 말한 순간.
“그렇다면 간단하게 말할 수 있겠네요.”
시련의 진행을 어찌할지 결정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얻을 보상 따위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특수 계약 시련을 끝내고 얻을 보상이 중요한 거지.
그럼 이곳에선 논점만을 말하는 게 나을 터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야…….
“천인장님.”
이걸로 시련 후에 받을 보상의 수준을 확 올릴 수 있을 테니까.
“제게 필요한 것은 당신의 신뢰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아주 크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