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85
283. 소망 (1)
새로운 신화의 습득이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어느 정도의 신앙, 그리고 어느 정도의 설화면 충분히 신화를 얻겠지.’
확실했다.
아마도 나는 이 특수 계약 시련의 진행 도중에 신화를 얻게 될 터이다.
신화 의 효과 중 하나인 으로 흡수한 신앙의 양이 생각보다 컸으니까.
‘신앙 및 설화의 수집이 살짝 부족하긴 해도 어차피 둘 다 빨리 얻어 낼 길이 있어.’
심지어 설화는 몰라도 신앙은 이미 많이 획득하고 있었다.
이번에 신화로 추출하여 얻은 신앙이 아니라도 그랬다.
따지자면 현재 나는 각각 다른 차원에 있는 수많은 신도에게서 추종받고 있는 셈이니까.
그러니 심장에 빠르게 신앙이 축적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말이다.
‘적어도 신앙 쪽은 많은 세계에서 활약한 덕분에 수급이 원활해.’
찬탈자에게 지배당했던 디스토피아의 세계,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에게 오염됐던 세계, 전투의 신에게 침략당할 뻔했던 지구의 세계 등등…….
‘느껴져.’
현재 각각 다른 차원에 있는 신도들이 신앙을 보내는 걸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추종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크게 드러낸 탓일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심장에 차곡차곡 쌓이는 신앙심의 격도 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신화 으로 추출한 신앙에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신앙은 확실히 시련 진행 도중에도 얼마든지 수급할 수 있는 정도야.’
하지만 설화 쪽은 살짝 불안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설화라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내가 직접 세운 업적이 곧 힘이 되는 것이니까.
뭔가를 직접 이루어 내지 않으면 설화의 축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설화도……, 어차피 시련 진행으로 어느 정도는 얻어 낼 수 있겠지.’
블랙 드래곤을 단숨에 힘으로 억누름으로써 설화도 일정량은 쌓였을 테지.
그렇다면 아직 남아 있는 드래곤들을 상대로도 비슷한 식의 설화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심지어 설화를 쌓을 수 있는 상대는 드래곤에 국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마도 악신을 쓰러뜨릴 때까진 설화는 충분히 채울 수 있겠지.’
어차피 이 특수 계약 시련의 최종 보스는 악신으로 정해져 있기에.
그러니 악신을 섬기는 종들을 상대로 많은 설화를 챙길 터이다.
그렇기에 이내 생각을 정리한 나는 블랙 드래곤을 데리고 대수림을 벗어났다.
……뭐, 신성 이 깃든 성광을 터뜨린 탓에 더는 숲이라고 부를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업적 ‘파괴자’를 달성했습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업적으로 얻는 보상 수준이 [C+급]에서 [B+급]으로 상승합니다.」
「스킬 ‘파괴의 상징(B+)’이 생성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철저히 대수림을 파괴한 덕분에 얻은 것도 있었다.
『스킬 – 파괴의 상징(B+)』
『숙련도 – 0%』
『기본 효과 – 파괴력을 가진 모든 종류의 힘이 ‘특수 파괴 보정’을 습득한다.』
『세부 효과 – 일정량의 마력을 소모하여 ‘신성 파괴 보정’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엄청나네…….”
이내 업적 보상으로 얻은 스킬 ‘파괴의 상징(B+)’의 효과를 확인한 순간.
어느새 나는 눈빛을 반짝이며 새로이 얻은 힘에 기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적어도 이 스킬에는 그렇게 흡족함을 느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건 전투 중에는 상시 발동해야 할 가치가 있어.’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파괴에 보정을 덧씌워주는 스킬이라니……?
사실상 전투에서 쓸 수 있는 능력들이 대부분 강해진다는 뜻과도 같았다.
심지어 마력을 소모하여 ‘신성 파괴 보정’이라는 것까지 얻을 수 있었다.
신격 혹은 사도와의 전투에서는 생각할 것 없이 무조건 발동해야 했다.
‘전투에서 본격적으로 쓸 만한 스킬을 습득했네.’
그리고 그렇게 미소를 짓고 있자니 귓가로 목소리가 들렸다.
“한성윤…….”
다름이 아니라…….
“이제는 대수림을 나왔으니 물음을 건네도 괜찮을 터이지.”
갑자기 철혈의 군주가 팔짱을 끼며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렇게 말했다.
“어찌 블랙 드래곤을 이리 쉽게 설득할 수 있던 건가.”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올 것이 왔다는 걸 느꼈다.
‘추측한 대로 이렇게 됐구나…….’
그럴 만도 했다.
신격의 사도로 통하는 블랙 드래곤을 크게 피해를 내지도 않고 바로 지배했다.
심지어 상대의 의지를 완전히 꺾는 식으로.
그러니 철혈의 군주의 질문은 상정 내라고 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 묻지 않고 상황이 일단락될 때까지 참은 게 신기할 따름이지.
“그대여.”
철혈의 군주가 대답을 촉구하듯 나를 재차 불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꾸하기 어려운 질문이라는 건 마찬가지.
그녀의 의문이 가득 찬 눈빛을 직시하며 나는 씁쓸히 웃음을 지었다.
“반드시 답을 해야 하는 질문인 겁니까.”
사정상 어쩔 수 없이 회피하겠다는 말이다.
“그대의 대답을 강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철혈의 군주는 그마저도 막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이에 답하지 않으면 그대는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뭔지 나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당신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는 거군요.”
“그렇다.”
“…….”
철혈의 군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소리에 침묵하니 그녀가 말을 이었다.
“설령 답하지 않아도 그대에게는 천인장으로서 신뢰를 줄 수 있을 테지.”
그리고…….
“하지만 적어도 그대는 카나리아 루그펠트라는 개인의 신뢰는 얻지 못할 것이다.”
이내 철혈의 군주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려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는 답해야 할 것 같네…….’
그럴 만도 했다.
어차피 그녀를 속일지라도 신뢰를 얻지 못하면 특수 계약 시련의 보상은 내려갈 터이다.
그녀에게 바라는 게 사탕발림 같은 거짓이 아니라면 신뢰는 얻어야 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지는 답이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
어느새 생각을 정리한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알려드릴 수 있는 정도까지 대답하죠.”
철혈의 군주는 살짝 안심했다는 듯이 표정을 살짝 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예 거절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크게 상관하진 않겠다.”
마치 생각했던 최악의 경우로 상황이 치닫지 않아서 안심했다는 것 같은 표정.
“물어볼 것은 많지만, 일단은……, 그대에게는 크게 둘 정도를 묻겠다.”
“그러시죠.”
“우선은 그대의 진짜 정체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있는가……?”
“그건…….”
“간단하게 해도 되니 진실로 말해 주게. 출신지를 밝히는 정도로도 만족하지.”
그렇다면야 상관없었다.
“저는 탑에서 온 도전자에 불과할 뿐입니다.”
“탑이라고……?”
“그렇습니다.”
“어느 마탑 출신이라는 건가. 아니.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그대는…….”
아직은 이 세계에는 시련의 탑이 나타나기 전이라는 것일까?
탑, 그리고 도전자에 관해서 철혈의 군주는 하나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것도 진짜로 하나도 말이다.
철혈의 군주의 혼란에 빠진 얼굴을 보며 나는 재차 말했다.
“거짓이 아닙니다. 어느 마탑의 출신도 아니고요. 하지만 탑에서 온 도전자는 확실합니다.”
“……진짜로 거짓은 아닌가. 하아. 그대의 정체에 대해선 더더욱 미궁에 빠지게 되는군.”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해 주시리라고 믿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 질문이다.”
그리고.
“한성윤.”
다음 순간.
“그대의 정체에 대해서 확실히 추가로 묻도록 하겠다.”
철혈의 군주는 눈빛을 크게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마치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잡았다는 듯이.
심지어 신격의 힘이 그녀의 감정이 자신감에 차올라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설마……!’
진짜로 이걸로 나에 관한 정체를 알아냈…….
“그대는 용에 관련된 신을 섬기는 사도인가?”
……어.
“……후, 후후후. 그래. 그렇게 굳은 얼굴을 보니 확실해지는 것 같구나.”
철혈의 군주가 자신감에 찬 얼굴로 팔짱을 낀 채로 미소를 지었다.
“블랙 드래곤을 길들이는 힘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바로 알 수 있지.”
그것도 그녀답지 않게 입꼬리까지 씰룩거리며 말이다.
“모든 것은 그대가 용에 관련된 신을 섬기는 사도라고 하면 해결되는 궁금증일지니.”
실제로…….
“자아. 어떠냐. 한성윤. 그대에 대해서 아주 정확하게 맞히지 않았나. 후후후.”
그녀는 아예 이게 정답이라는 듯이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사실은 저렇게 확신에 찬 표정을 보니 불쌍해서라도 ‘맞습니다.’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게 맞히는 게 없을 수 있을까.’
아무것도 맞는 추측이라는 게 없잖은가.
“후후. 그래도 나름대로 여태껏 정체는 잘 숨겼다. 한성윤. 그러니 이제는 이실직고해도 좋…….”
그렇기에 나는 이내 철혈의 군주의 얼굴을 보며 즉답했다.
“아뇨.”
심지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추측이 완벽하게 틀리셨습니다.”
그것도 더없이 단호한 어조로.
***
철혈의 군주는 대답을 듣자마자 충격을 받았다는 듯 부정했다.
“거짓말……!”
아마도 지금껏 추리한 내용 중에서 맞은 게 하나도 없을 줄은 몰랐던 것 같은데…….
“그, 그대여! 하나도 맞은 게 없다니……? 농담하는 것이겠지?”
그래도 바뀌는 건 없었다.
“농담도 아니고 거짓말도 아닙니다.”
이내 진짜로 진실을 맞추지 못했음을 철혈의 군주에게 재차 알린 순간.
어느새 철혈의 군주는 얼굴을 살짝 붉게 물들인 채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침음을 흘렸다.
“으으. 설마 이것도 아닐 줄이야. 그대는 어디 다른 세상에서 온 것이냐.”
“어…….”
“……아니. 그럴 리는 없지. 실언했군. 한성윤. 그대에게 물어볼 것은 이걸로 끝났다.”
“…….”
‘……아니. 다른 세상에서 온 건 맞는데. 그걸 이제야 맞추네.’
여태까지 아무것도 맞추는 게 없더니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이렇게 맞추다니…….
하지만 굳이 그 점을 짚어 줄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입을 닫았다.
철혈의 군주는 시무룩해져서는 이내 축 늘어뜨리고는 허탈함에 잠겼다.
그리고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 블랙 드래곤이 조심스럽게 물음을 건넸다.
[ 그으……. 주인이시여……. 그러고 보니 저도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마는……. ]“?”
[ 어째서 이곳에 왔는지, 그리고 어째서 저를 데리고 가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깜빡 잊을 뻔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세계를 수호하는 일곱 드래곤을 설득하여 인정받는 것으로 세계 종말을 유예시킬 수 있었다.
그제야 본래의 목적을 떠올린 나는 즉시 블랙 드래곤을 바라보며 대충 이야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생각한 것과는 달리 설명은 그리 길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 ……아아. 이해했습니다. 악신이 세계를 침공하려 하는군요. 그렇기에 세계 수호의 자격을 받으러 왔다는 것이고요. ]블랙 드래곤이 그리 길지 않은 설명을 듣고도 바로 상황을 눈치챈 탓이다.
“설마 이 상황에 대해서 알고는 있었던 건가.”
[ 그렇지요. 이 세계에 있는 일곱 드래곤은 수호자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니까요. 이미 악신 같은 놈이 침공을 시도하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세계를 지키지 않고 여기에서 이러고 있었는데?”
“아.”
[ 드래곤들이 쉽사리 수호자의 자격을 내주지 않는 것도 일맥상통하는 바입니다. ]“인과율을 충족할 정도의 뭔가를 내놓지 않으면 자격을 줄 수 없다는 건가…….”
[ 예. 아시다시피 드래곤들은 용신을 섬기는 사도입니다. 그렇기에 반쯤은 신격의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인과율의 제약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탑에 대해서도 너는 알고 있었겠네.”
[ 그렇습니다. ]어느새 블랙 드래곤은 허탈하다는 듯이 말했다.
[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요……. ]철혈의 군주와의 대화를 들으며 어느 정도 추측을 마친 것일까?
블랙 드래곤은 이미 이곳이 시련 속 세계임을 어느 정도는 추측하고 있는 듯했다.
아직은 확신이 담기지 않았으나 적어도 의심하고 있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나는 씁쓸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가짜는 아니야. 그러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이곳은 탑에 의해서 재현된 가짜 세계가 맞았다.
하지만 이는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설마 자기가 재현된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면 블랙 드래곤은 크게 충격을 받을 테니.
차라리 거짓이라고 할지라도 블랙 드래곤에게 충격을 주는 대신에 안도감을 주는 게 옳을 터이다.
‘어차피 시련이 끝나면 사라질 텐데, 구태여 진실을 알려 줄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 ……그렇다면야 다행입니다. 하긴, 악신 같은 존재도 있는 곳이니. 이게 전부 가짜일 린 없겠지요. ]거짓말은 잘 먹혀들었는지 이내 블랙 드래곤이 평온함을 되찾았다.
[ 그럼 저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겠죠. 외부의 도전자이시여. 어느 정도의 인과율이 만족됐으니, 세계 수호의 자격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내 블랙 드래곤이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발톱을 내민 순간.
[ 이게 바로 세계의 수호자로 인정받았다는 증거입니다. ]후우웅……!
눈 깜짝할 사이에 순백의 결정체 같은 기운이 내게로 흘러들어왔다.
「업적 ‘세계 수호의 자격’을 달성했습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업적으로 얻는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그리고.
“…….”
시스템 메시지가 업적 달성을 알리는 동시에 나는 이게 뭔지를 눈치챌 수 있었다.
“세계 수호의 자격이라는 게 이런 건가.”
그럴 만도 했다.
블랙 드래곤에게 건네받은 순백의 결정체는 일종의 신성이니까.
아마도 이걸 전부 모으면 새로운 종류의 신성을 획득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전에 지구의 신앙을 일정량 모으면 얻을 수 있다고 했던 신성 와도 같은 모양새.
하지만 이내 나는 새로운 신성의 습득이 불가능함을 눈치챌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릇이 텅 비었어…….”
순백의 결정체 같은 신성에는 알맹이가 없는 탓이다.
한마디로 축약하여 말하자면 이러했다.
순백의 결정체에는 신성으로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남지 않았다.
그것도 아주 깔끔히 말이다.
‘희미한 권한만이 남았고, 신성에 내재된 개념의 힘은, 소멸 상태에 가깝네.’
아마도 이건 이제 신성 권능으로 작용하지 못할 터이다.
신성 혹은 신성 같은 신성들과는 다른 형태.
실질적인 신성 특유의 기능은 대부분 소멸했다.
아마도 따로 신성에 붙은 효과 같은 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드래곤들에게 남은 자격을 전부 회수해도 신성으로서 가치를 발휘하진 못하겠네.’
단지, 신성에 남은 희미한 권한으로 세계를 수호할 수 있는 방벽을 올릴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째서 이렇게 됐는지도 나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탑에 의해서 재현된 세계라 그런 건가.’
세계의 신성을 얻을 수 없는 가짜 세계라 그렇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아마도 이게 진짜였다면 드래곤들을 전부 설득한 자는 신의 경지에 발을 들이밀었을 터이지.
하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철혈의 군주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채 탑으로 불려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다를 터이다.
‘적어도 이곳만큼은 지켜 내야 하겠지.’
철혈의 군주에게 있어서 비원이라는 것은 이루지 못한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다.
그러니 최소한 그녀의 소망이 무엇인지 알고 이룰 생각은 있었다.
……아직은 그녀가 세계 멸망을 막지 못했다는 것을 후회한다는 걸 빼고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아직 시간은 많았다.
‘철혈의 군주가 가진 소망에 대해서는 천천히 알아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이내 블랙 드래곤을 바라보며 물음을 건넸다.
“다른 드래곤은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 ……어어.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드래곤끼리는 서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서로 같은 용신님의 사도니까요. ]“사도 간에는 그런 것도 알 수 있는 건가.”
[ 그리고 그쪽이 원한다면 어느 정도는 정보도 알 수 있습니다. 그쪽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도 말이죠. ]“그건 좋네.”
지금껏 블랙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며 철혈의 군주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현재 세계 각지에 있는 드래곤은 행방이 모호한 이들도 몇몇 있다는 것을.
심지어 드래곤을 찾았다고 해도 교섭이라든지 신경전이 일어난 탓에 원군을 바라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렇다면 이는 크게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치트키다.
‘블랙 드래곤으로 다른 드래곤을 찾고 설득하는 데 써먹으면 꽤 괜찮을 거 같네.’
쓸데없이 시간을 날리지 않아도 되잖은가.
“현재 다른 드래곤들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알아보고 말해.”
그런데…….
[ 드래곤들 중 셋이 같이 모인 장소가 있습니다. ]갑자기 상정 외의 상황이 일었다.
“드래곤이 셋이나 모였다고?”
[ 예……. 아마도 지금 전투 도중인 것 같은데. 제게도 전투에 참여하라는 지원 요청이 왔군요. ]“심지어 그것도 전투 때문에?”
[ 그렇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 생각보다도 상황이 심각합니다. ]고대 신격을 모시는 사도 셋이 뭉쳐서 싸워야 할 정도의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 아마도 악신이 자기가 키운 사도의 몸에 강림한 것 같습니다. ]강림(降臨).
“……하.”
세계의 침공을 진행시키던 악신이…….
“……재밌네.”
이곳에 있는 사도 중 하나에게 힘을 강림시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