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86
284. 소망 (2)
사도를 통해서 신이 강림하는 건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전투의 신, 그리고 거목 미궁에서 본 신격들이 강림을 썼었지…….’
신격이 신도의 몸에 힘을 내림으로써 깃드는 것은 어느 정도의 제약이 있어도 확실히 강했다.
그것도 신성을 가지지 않은 이들이 상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그렇기에 나는 악신이 사도에게 강림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눈을 찌푸렸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상황이 심각함을 알아챈 탓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어쩌면 다른 드래곤들이 싹 다 죽을 상황일 수도 있겠어.’
사도 강림 상태의 악신을 상대로 싸우는 드래곤들이 전멸할 수도 있다.
그럴 만도 했다.
21층 공용 구역에서 들린 에서 한 번 악신의 화신체를 짧게나마 목도한 적이 있었다.
소지하고 있었던 성유물 하나를 소모하여 화신체 자체를 외부로 추방하긴 했다마는…….
그래도 화신체를 통해서 악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추정해낼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확실히.
‘최소한 전투의 신보다는 강력한 존재야.’
악신(惡神).
모든 사악한 것의 개념을 관장하는 신격.
실질적 전투의 실력을 빼놓고 논하자면 악신은 전투의 신보다 몇 배는 격이 높았다.
물론 이는 신성 를 쓴 전투의 신을 기준으로 삼은 구분.
그러니 저절로 긴장감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사도 강림을 썼다면 드래곤들로는 상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겠지.’
고대 신격인 용신의 4급 정식 사도들이라고 해도 그러할 터다.
적어도 악신은 그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몇 배의 격을 쌓으면 고대 신격의 경지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
아마도 셀 수 없을 정도의 기간을 거쳐서 격을 쌓아 온 존재일 터이다.
그러니 사도 강림이라고 해도 상대될 리 없겠지.
“…….”
그에 나는 잠깐 입을 닫은 채로 턱을 매만지며 생각을 이었다.
그렇다면 악신은 어째서 사도 강림까지 써서 드래곤을 해하는가?
하지만 이에 대해서 잠깐 생각하고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니. 생각할 것도 없지. 이미 답은 정해져 있어.’
어차피 악신이 품은 목적이야 훤히 보이는 탓이다.
각지에 있는 드래곤들을 살해하여 세계의 보호 상태를 붕괴시키려 하는 것이다.
드래곤들이 사망하면 이 세계의 종말은 더더욱 가속되어 악신 그 자체가 나타날 수 있으니까.
‘그럼 뭘 해야 할지도 정해져 있지.’
이내 사도 강림에 대해서 완전히 생각을 정리한 순간.
어느새 나는 블랙 드래곤이 초조한 듯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고는 입을 열었다.
어차피 크게 해 줄 말도 없었다.
왜냐하면…….
“사도 강림이 일어난 곳으로 가자.”
어찌할지 정도야 결론이 난 상태니까.
[ ……그렇다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블랙 드래곤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드래곤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게 타시지요. 걷는 것보다야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블랙 드래곤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만도 했다.
“아직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서.”
철혈의 군주에 관련된 일이 남은 탓이다.
현재 그녀는 제국군 소속의 천인장 직급을 가지고 있는 상태.
그러니 블랙 드래곤에게서 세계 수호의 자격을 습득한 걸 제국에 알려야 할 터이다.
최소한 이에 대한 답을 듣고 움직여도 늦진 않았다.
실제로…….
“제국 측에 임무 수행 성공의 소식을 통신으로 보내뒀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철혈의 군주가 이에 관한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그대에 관해서도 말이야. 하지만 어차피 그대는 나의 보좌관이라 해 뒀다.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마도 제국 쪽에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어차피 알려 봤자 크게 달라질 건 없기에 그냥 대충 알겠다고 해 뒀다.
그리고 철혈의 군주는 살짝 지친다는 듯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세계 수호의 자격을 받은 그대는, 또 다른 드래곤을 설득하러 가야 할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현재 제국군 중 하나가 드래곤들이 모인 곳에 있다고 하니, 그대는 나를 따라서 같이 그곳에 가야 할 테지.”
상정 외의 목적 일치가 일어난 것이다.
“그것참 공교롭게 됐네요.”
“……?”
“그렇지 않아도 저도 같은 제안을 하려 했었거든요.”
“그게 무슨…….”
이어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철혈의 군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드래곤들이 집결하고 있는 전장으로 같이 가자고요.”
확실히 정해지게 되었다.
사도 강림이 일어난 장소.
세계 각지에 있는 드래곤이 집결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
그리고 그 살벌한 지옥도에 들어가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저절로 눈빛이 반짝였다.
“이제는 진짜로 재미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럴 만도 했다.
여태껏 맛봤던 시시한 전투와는 많은 게 달라질 테니까.
최대한 압도적인 힘으로 피해 없이 이득을 챙긴 지금과는 다르다.
“정말이지…….”
왜냐하면…….
“이제야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게 되네요.”
이제부터 보게 될 전장은 진짜 목숨이 오가는 곳이니까.
***
생각 외로 전장으로 이동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급 마법 의 사용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고급 마법 에 의하여 지정된 좌표로 공간을 도약합니다.」
갑자기 블랙 드래곤이 마법을 써서 지정된 대상을 모조리 다른 곳으로 전이시킨 것이다.
[ 도착했습니다.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
그리고 어느새 눈이 몰아치는 설원에 도착한 나는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낭만 없네…….”
그럴 만도 했다.
“원래 이런 건 드래곤의 등을 타고 와야 하는 거 아닌가?”
살짝이지만 드래곤의 등에 올라탄 채로 높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기대했는데…….
설마 이렇게 바로 원하는 장소로 공간 자체를 도약하여 올 줄이야.
드래곤에 관한 로망 중 하나가 부서진 기분이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블랙 드래곤은 이 로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 드래곤의 등을 타겠다니……? 어째서 그렇게 비효율적인 작업을 하는 겁니까? ]블랙 드래곤은 낭만이 없다는 소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겠지. 한성윤. 확실히 드래곤을 타고 왔다면 시간이 이것보단 더 걸렸을 터이다.”
심지어 철혈의 군주마저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그리 말했다.
“…….”
드래곤을 데리고 다니는 로망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그에 살짝 충격을 받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아니, 사실은,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조차도 힘들지만, 억지로 납득하기로 했다.
[ 아니. 그렇잖습니까. 어째서 마법이 있는데, 짐승처럼 드래곤을 타고 다니……. ]하지만…….
그래도 드래곤에 관한 로망이 깨진 것에 대한 분노는 남았다.
“용용아, 조용히.”
꽈아악-.
순식간에 주먹이 쥐어지니 갑자기 블랙 드래곤이 흠칫하며 말을 바꾸었다.
[ ……그러고 보니 갑자기 인간을 등에 태우고 싶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
[ ……예, 예에. ]“그럼 됐어. 용용아. 다음엔 잘하자.”
[ ……네. 그, 그런데 제 이름은 용용이가 아니라, 타르미온 아그네스라는 제대로 된 이름이 있─. ]설마 주인을 배신할 생각이 있는 걸까?
[ ……아뇨. 개명하겠습니다. 네. 개명해야죠. 그냥 편하게 불러 주십시오. ……그러니. 그으. 주먹은 내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착각인가?
“그럴게.”
순수한 블랙 드래곤의 호의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나쁜 애완동물은 없다고 하듯이…….
이제야 블랙 드래곤도 온순해진 것 같았다.
“그대는……, 참, 여러모로 대단하군…….”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철혈의 군주도 헛웃음을 짓고는 그리 말했다.
“별말씀을.”
하지만 겸손이야말로 최고의 미덕임을 알기에 나는 그리 우쭐거리진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설원을 잠깐 걸으며 제국군의 주둔지로 향했다.
그다지 목적지에 도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시간이 몇 분 정도 지나니 어느새 막사들이 모인 곳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제국군의 북부 주둔지가 이곳인가.’
그러나 이내 목적지에 도달했음에 만족하는 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왜애애애애애애앵-!
갑자기 제국군 주둔지 쪽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다름이 아니라…….
-드, 드, 드, 드래곤이다……! 저, 전원 집결하라! 드, 드래곤이 나타났다!!
어느새 블랙 드래곤의 모습을 본 경계병 중 한 명이 경보를 울린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많은 이들이 한곳에 모였다.
아마도 드래곤을 상대로 전투할 것까지 고려한 거 같은데…….
가장 높은 직급으로 보이는 금발 남성이 나타난 순간.
“……카나리아 루그펠트. 진짜로 드래곤을 데리고 왔구나.”
갑자기 저쪽에서 철혈의 군주의 이름을 부르며 상황이 풀렸다.
찬란한 금발을 가진 남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더니 이내 눈빛을 싸늘히 빛냈다.
그리고 이어서 엄숙한 목소리로 한곳에 모인 군사들을 보고는 복귀 지시를 내렸다.
“걱정할 것 없다. 이들은 전부 제국군 소속의 아군이라 들었다. 각자 원래 위치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
잠깐의 소란은 있기야 했지만, 그래도 군대라는 것일까?
어느새 소란스럽게 집결했던 제국군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찬란한 금발을 가진 남성은 눈을 찌푸리고는 이내 이쪽에 다가왔다.
“통신용 마도구를 통해서 듣기야 했지만, 진짜로 드래곤을 데리고 올 줄은 몰랐어.”
그리고.
“1년 만에 얼굴을 보는 건가. 오랜만에 보는구나. 카나리아 루그펠트.”
다음 순간.
“나의 동생.”
철혈의 군주의 눈빛에 격렬한 흔들림이 일었다.
***
카나리아 루그펠트.
철혈의 군주에게 또 다른 혈육이 있을 줄은 몰랐던 탓일까?
갑자기 머리에 현기증이 일어나며 혼란스러움이 가중됐다.
여태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더 그러했다.
‘동생이라니…….’
찬란한 금색의 머리칼을 가진 남성은 철혈의 군주의 오빠에 해당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는 철혈의 군주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니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멍하게 있는 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다름이 아니라…….
“……그러게요. 글리오스 오라버니. 오랜만이에요.”
철혈의 군주는 눈을 찌푸리곤 반쯤은 억지로 답하듯 그리 말했다.
고압적인 말투를 자주 쓰는 철혈의 군주답지 않은 어조였다.
그녀도 불편한지 답답하다는 듯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글리오스라고 불린 금발 남성은 차분히 답했다.
“통신용 마도구를 통해서 소식은 들었다. 너의 측근이 블랙 드래곤 님을 설득했다고 했지.”
“……예.”
“참으로 놀라운 일이야. 너라면 해낼 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해 낼 줄은 몰랐어.”
“……과찬…이네요.”
글리오스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람을 잘 두는 것도 엄연한 너의 능력이라 할 수 있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추하게 황제의 자리를 탐하는 걸 보니 재밌네.”
글리오스의 눈은 조금도 웃음을 짓고 있지 않았다.
그의 입가에 걸친 미소와는 대비되는 이질적인 모습.
그렇기에 글리오스의 얼굴에서 철혈의 군주를 향한 적대심이 생생히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황제의 자리를 탐한다는 말이 걸렸다.
‘황제?’
갑자기 웬 황제의 이름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국에 혁명을 일으켜서 황좌를 강탈할 것도 아닐 터인데?
그러나 굳이 그에 관한 걸 이해할 필요도 없이 진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글리오스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바로 고개를 돌리고는 나를 한 번 바라보았다.
“당신이 동생을 보좌하게 됐다는 측근이시군요.”
다름이 아니라…….
“반갑습니다.”
어째서 글리오스의 입에서 황제의 자리가 거론됐는지 알게 된 것이다.
“저는 제국의 황자이자, 제국군 소속의 천인장인, 글리오스 루그펠트라고 합니다.”
그것도 아주 확실히.
‘……그런 건가.’
이제야 대충 상황이 제대로 이해가 되었다.
‘……철혈의 군주는, 제국의 황녀였나.’
그럴 만도 했다.
제국의 황자랑 같은 혈통을 가졌다는 것은 곧 그녀의 출생이 특별하다는 뜻이다.
지금껏 그녀가 말해 주지 않았기에 몰랐을 뿐이지.
그렇게 새로운 사실을 깨달은 나는 이내 입을 열었다.
“……한성윤입니다.”
“그것참 독특한 이름이네요.”
“그렇습니까.”
“……확실히 강자답게 격식 따윈 없는 진솔함도 마음에 쏙 드네요. 보통은 황자라고 하면 불편해하기 마련이던데. 대단하세요.”
그다지 호응도 없이 말을 흘려냄에도 불구하고 글리오스는 미소를 더 짙게 지었다.
마치 그림으로 그려낸 것 같은 자애로운 황족의 모습.
하지만 나는 글리오스의 입가에 맺힌 웃음이 살짝 꿈틀거리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더불어 말과 말들 사이에, 뭔가가 가시 돋은 말들이 숨어 있다는 것도 말이다.
“어디에서 잘못을 저질러 은둔한 채 살았던 일족 같은데…….”
그리고.
“그래서 더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꽤 동떨어진 것 같아서 신비롭게 느껴지긴 하네요.”
어느새 나를 탐탁잖게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은 곧 의심에서 확신으로 변했다.
‘미친놈.’
확실했다.
현재 글리오스는 웃는 낯짝으로 고도의 돌려 까기를 시전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불쾌하게 말이다.
단지, 돌려서 깐 후에 대단하다느니 신비롭다느니 하는 치장으로 꼬투리를 잡지 못하게 할 뿐.
실제로 글리오스의 이어지는 말에는 아예 적대감이 가득했다.
“블랙 드래곤을 길들이실 정도의 분이, 어째서 저희 동생을 돕는지 모르겠네요.”
이제는 아예 의도를 숨길 생각도 없는 것일까?
“아……! 아니구나. 실언했네요. 죄송합니다. 아직은 자리에 맞지 않게 제가 생각이 짧아서…….”
글리오스는 점점 침묵하면 침묵할수록 선을 넘는 발언들을 해 왔다.
“제국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 미모의 동생인데, 확실히 한성윤 님이 눈독을 들일 만도 하네요.”
마치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반발의 경계선인지를 알아내려는 것 같은 모습.
실제로 글리오스의 눈빛은 적대심, 그리고 탐구심에 물들어 있었다.
아마도 드래곤을 길들일 수 있을 정도의 강자에 대해서 알고 싶은 거겠지.
그러니 이렇게 남을 돌려 까는 식으로 인간성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아아. 그래도 사람의 외관도 중요한 점이죠. 한성윤 님의 선택도 존중은 합니다.”
그런데…….
“하지만 저희 동생이 성격이 조금 까탈스러운 터라서, 한성윤 님에게 어울릴 것 같지는 않네요.”
어리석은 황자가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존재했다.
“만약에 제 동생에게 여자로서의 뭔가를 기대한다면 제안하고 싶은 게 있네요.”
다름이 아니라…….
“한성윤 님. 저를 보좌하는 건 어떨까요. 그렇다면 한성윤 님이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
“황자님.”
“?”
나는 선이라든지 황자라든지 하는 걸 따지지 않는다는 거다.
어차피 나는 이 세계의 사람도 아니고 그런 것에 얽매일 위치도 아니다.
그러니 글리오스에게 뭔가를 착각하고 있다는 걸 알려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실례지만 물어볼 게 있습니다.”
“……예?”
“자살하고 싶으세요?”
“?”
바로…….
“제가 볼 때는 황자님은 지금 죽고 싶으신 것 같아서요.”
함부로 혀를 놀리면 어찌 되는지를 알려 주는 것이다.
“실례지만 제가 황자님의 자살을 도와드려도 될지요.”
“……에?”
“그래도 제가 이 분야에서는 엘리트라서, 고통 없이 끝내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 그, 그게 무슨?”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겁니다.”
그것도 아주 확실히.
“그쪽의 머리통을 내가 어쩔 수 없이 부술 것 같다고.”
눈 깜짝할 사이에 글리오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