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9
028. 계층 난입 (1)
지구에서의 마지막 날은 탑에 대해서 알아보며 지냈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지구에서의 시간을 다 써 버리는 것이라 볼 수 있었지만…….
본래도 탑에서 지구로 돌아온 것은 휴식보다는 선점 목적이 강했기에 별로 상관은 없었다.
실제로 배를 좀 채우고 수면을 깊게 취한 것을 빼면 따로 취한 휴식은 없었고.
‘깊은 휴식 같은 건 사치야.’
이것저것 정보도 알아보고 6층 대기실에 다다른 이들의 상태는 어떤지도 체크했다.
그리고.
-최근 헌터들 사이에서 ‘시련의 탑’이라는 괴현상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시련의 탑, 도대체 무슨 던전이길래 괴담처럼 소문이 퍼지는 것인가.
-한때 시련의 탑을 올랐다는 도전자들에 대해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다들 이제야 시련의 탑에 대해서 인지했네.”
세상에 ‘시련의 탑’이 어떤 형태로 알려지기 시작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도시 괴담처럼 떠돌던 소문이 며칠 만에 공중파까지 새어나갈 줄이야.’
물론 그만큼 시련의 탑이라는 존재가 컸기 때문이겠지만.
그만큼 귀환자들이 많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다들 다소의 포인트를 쓸 여유 정도는 있다는 거기도 하고.’
그건 곧 내가 다른 도전자들에게 뒤처지기 시작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돌아가면 바쁘겠네.”
시련의 탑 5층을 재빠르게 돌파해야만 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식 웃고 있으니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꽤 오랜만에 보게 되는 ‘시련의 탑’의 시스템이 전하는 메시지였다.
「잠시 후, 시련의 탑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복귀라, 이제는 시련의 탑에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말한다.
본디 있어야 할 곳은 탑이었다는 듯이.
하지만 그걸 지적할 수도 없는 게 나도 그렇게 인지하고 있다.
‘그래, 어떻게 본다면 복귀한다는 것도 맞기는 하지.’
다시 강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돌아간다.
시련의 탑으로.
두근, 두근.
심장이 쿵쿵거리며 고양감을 일깨운다.
‘그래, 탑에 적응했다는 게 나쁘지는 않지, 이런 면에서는.’
시련의 치열함을 즐기고 그 보상에서 성장감을 만끽한다.
어느새 시련의 탑은 나를 그렇게 바꿔 놓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나는 강해졌고 살아남아서 헌터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시간 종료.」
「시련의 탑으로 복귀합니다.」
더는 다가오는 시련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
“……돌아왔네, 탑으로.”
눈을 뜬 순간부터 바로 탑에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넓은 정사각형 형태의 석실, 변함없는 대기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아챈 순간, 나는 흠칫하며 바로 몸을 더듬거렸다.
‘분명히 원룸에서도 아이템을 걸치고 있었으니, 그렇다면…….’
그러한 생각을 끝내기도 전에 곧 손에 무언가 잡혔다.
「크로켄 마탑의 복원 상자」
회색의 별들이 별자리처럼 새겨진 검은 상자, 헌터 마켓에서 구매한 물건이다.
그리고 이어서 주변을 더듬거리니 물건이 더 나왔다.
「청결의 돌」
푸른색의 휘석, 청결의 돌.
이 또한 헌터 마켓에서 구매했던 물품이었다.
「암살자의 망토」
마지막으로 시련의 탑 2층 보상에서 얻었던 암살자의 망토까지 확인된 상황.
그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탑과 현실 간의 아이템 운반은 자유롭다는 건가.”
탑에서 얻었든 현실에서 얻었든 간에.
그게 제대로 등급이 적힌 아이템이기만 하다면 가져올 수 있는 듯했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지갑 같은 건 없었지만, 괜찮았다.
이 정도만 하더라도 큰 수확이었으니까.
‘다행이다, 청결의 돌 같은 게 있으면 꽤 좋지.’
적어도 탑 안에서 위생을 걱정할 일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크로켄 마탑의 복원 상자도 그렇고.
‘이것저것 쓸 만한 물건을 구하면 구할수록 편해지기는 하겠네.’
시련의 탑에서 쓰지 못하게 된 물건을 팔고 그 돈으로 필요한 걸 사면 될 테니 말이다.
그때였다.
「업적 ‘최초의 귀환’을 달성했습니다.」
「스킬 ‘진실의 눈(A)’이 생성됩니다.」
“……?”
뜬금없이 떠오른 업적 알림에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붙었다.
‘최초의 귀환?’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의 문구를 반복해서 읽고 나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지구로 귀환했다가 돌아온 게 내가 최초라는 거겠네.“
곧장 귀환석을 썼으니 돌아온 것도 다른 이들보다 빠를 테니 그리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전투에서만 업적을 얻는 시스템이 아닌 것이 신기했지만.
그보다도 더 놀라운 것은 ‘진실의 눈’이라는 업적 보상이었다.
스킬 등급만 하더라도 A등급, 기대되지 않는 게 이상할 터였다.
나는 한차례 심호흡하고는 이내 상태창을 열어서 새로 얻게 된 스킬의 설명창을 열었다.
그리고.
『스킬 – 진실의 눈(A)』
『숙련도 – 없음』
『효과 – 마력을 사용하여 주시하는 대상에 대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상대의 말에 대해서 진실을 판별하는 게 가능해진다.』
곧이어 나열된 문구를 읽으니 온몸에 짜릿함이 감돌았다.
전투와 관련된 능력은 아니다만 그것보다도 더 쓸모가 있었다.
‘주시하는 대상에 대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라.’
이보다 더 매력적인 스킬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
전자의 능력인 주시 대상의 정보를 얻는다는 개념은 불분명하다만…….
후자의 능력인 진실 판별만큼은 단언하건대 쓸모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숙련도가 없어서 ‘등급 상승’은 불가능하겠다만, 그렇다 쳐도 뛰어난 스킬이다.
특히나 도전자들과의 협력 시련에서는 더 그럴 테고.
‘사용법이 자세히 적혀 있지는 않다만, 그거야 지금부터 알아보면 될 일이지.’
패시브 형태가 아니라 액티브 형태의 스킬은 대부분 사용법이 비슷하다.
걸치고 있던 암살자의 망토를 손에 쥐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진실의 눈.”
「스킬 ‘진실의 눈’이 활성화됩니다.」
「해당 사물의 정보를 열람합니다.」
스킬 발동 메시지와 함께 이어서 아래에 열람 내용이 덧붙여진다.
「암살자의 망토」
「등급 : D」
「순간적인 속도 향상에 관련된 능력을 보유한 로브 형태의 아이템.」
몸에서 마력이 빠져나가며 떠오른 메시지에 웃음을 지었다.
“제법 쓸 만한데?”
본래의 아이템 감별보다 썩 질이 좋지는 않지만…….
「대기실」
「등급 : ■」
「시련의 탑에서 도전자를 위해서 마련한 개인 공간.」
「현재 도전자 한성윤에게 제공되고 있다.」
이런 것도 볼 수 있는 걸 보니 적어도 쓸 만한 능력인 건 확실했다.
“아니, 쓸 만한 정도가 아니라 대박이지.”
뭐든 간에 사물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득이다.
다만, 진실을 판별할 수 있다는 능력은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대화할 상대방이 있어야 그 효력을 확인하든지 할 텐데, 그런 게 없으니.’
그래도 예상하지 못한 업적의 보상은 만족스러웠다.
‘귀환석을 바로 사서 쓴 보람이 있네.’
남들보다 더 빠르게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던 덕분에 얻을 수 있던 스킬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익했던 귀환인데 이러한 보상마저 얻으니 웃음이 멈추지를 않는다.
‘스킬에 익숙해져서 입에 담지 않고도 발동시킬 수 있게 된다면…….’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만큼은 사기적인 스킬로 군림하게 될 게 분명했다.
물론.
‘그것도 일단 5층 시련을 끝낸 후의 얘기겠지만.’
자, 이제 업적 보상도 얻었고 확인해야 할 것들도 다 확인했으니…….
무기를 선택할 시간이다.
원래 쓰던 무기들을 지구에서 다 팔았던 만큼 더 좋은 걸 구매할 심산이었다.
“상점.”
입을 여는 찰나에 상점창이 열리며 온갖 무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고민을 했을 일이겠지만, 전에 봐둔 무기들이 있었다.
「천둥의 검(C)을 구매하셨습니다.」
「5,5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은밀한 사냥꾼의 방패(D+)를 구매하셨습니다.」
「3,8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이것들이면 충분하겠지.”
「천둥의 검」
「등급 : C」
「공격 속도 +12%」
「천둥의 마력을 머금은 푸른색의 검으로 천둥을 숭배하던 한 대장장이가 만들었습니다.」
「해당 무기로 적을 타격할 시, 10%의 확률로 ‘전격’ 효과를 부여합니다.」
「은밀한 사냥꾼의 방패」
「등급 : D+」
「이동 속도 +3%」
「기척 감소 +5%」
「팔에 부착할 수 있는 간이 방패로 소량의 미스릴을 섞어서 제작했습니다.」
「좀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은밀함이 추가됩니다.」
천둥의 검은 이것저것 붙은 효과는 없어도 타격 시 ‘전격’ 효과가 부여되고.
은밀한 사냥꾼의 방패는 내 전투 스타일에 적합한 부착형 방패였다.
물론 검에 더 많은 포인트를 투자하게 되며 어쩔 수 없이 방패가 빈약해졌다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방패를 위주로 전투하는 건 아니니까.’
크게 신경을 쓸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준비를 끝낸 나는 이내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남은 인원을 힐끗 살폈다.
「5층 커뮤니티 (443/691)」
“1,000명이 넘었는데 벌써 이만큼 사라진 건가.”
확실히 시련에 바로 도전하는 이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그럼 대부분 다음 시련으로 넘어갔다는 거겠고, 남은 건 원래 5층에 왔던 사람들이려나.’
어쩌면 아래층에서 어찌어찌 올라온 도전자들일 수도 있다.
물론 그럴 확률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이어서 시련 결산의 순위까지 확인해 보고는 안심했다.
‘시련 결산의 순위는 그대로네.’
아직은 ‘선구자’로 지정되어 있다는 걸 알아내고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시련의 탑에서는 그냥 선구자로 지정되기만 하면 된다고 했을 뿐이다.
이제 와 결산 순위가 달라졌든 아니든 간에 별로 상관은 없다.
그렇지만.
“……뭐,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선구자로 연속해서 지정된다면 무슨 혜택을 얻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만큼 선구자로 지정되는 걸 유지하는 것은 중요할 터다.
혹시라도 이를 유지하면 추가 혜택을 준다는 상황도 고려해 볼 법도 했으니까.
“그럼 더 꾸물거리고 있을 틈은 없지.”
더 머무는 것보다 다른 이들을 따라잡는 게 더 중요하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나는 곧바로 ‘시련’ 명령어를 실행했다.
「5층 시련에 응하시겠습니까?」
「Y/N」
어느새 시련의 대기 시간은 다 지나가서 사라진 상황.
나는 망설이지 않고 ‘Y’를 눌렀고, 이내 눈앞에 익숙한 포탈이 나타났다.
인벤토리에 ‘크로켈 마탑의 복원 상자’와 ‘청결의 돌’을 넣고는 모든 장비를 장착했다.
‘이제 들어갈 준비는 다 마쳤네.’
그리 판단하여 포탈에 성큼 발을 내디디니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아무것도 없던 석실에서 주변이 어둠으로 물든 동굴로.
「시련의 탑 5층에 입성합니다.」
「난이도 – 어려움」
「해당 시련의 주제는 ‘사냥’입니다.」
「도전자가 선택한 고행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어서 시련의 목표도 떠오르고.
「5층 시련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 1일」
「시련 돌파 조건 – 남은 시간 안에 늑대 소굴의 보스 ‘늑대인간’ 처치」
「시련 실패 조건 – 도전자의 죽음 혹은 남은 시간의 종료」
「시련 돌파 보상 – 야만적인 늑대의 머리띠(C-)」
「시련 실패 페널티 – 사망」
메시지를 다 읽은 순간, 주위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릉…….
“처음부터 격렬하게도 반겨주네.”
무덤덤하게 중얼거린 나는 이내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야 할 동굴이지만…….
신체 능력이 올라가며 밤눈도 좋아졌는지 적의 모습이 단번에 드러났다.
쭈뼛쭈뼛 선 갈색의 털, 그리고 붉게 물든 눈을 한 늑대 같은 괴수.
“진실의 눈.”
「크레이지 울프」
「등급 : E+」
「늑대 같은 외형으로 군집 생활을 주로 하며 동굴에서 서식하는 D급 괴수.」
「치악력이 매우 강하여 한 번 물리면 평범한 사람의 팔은 바로 절단될 수 있다.」
유용한 능력임을 재차 확인한 건 둘째치고 살벌한 설명이다.
한 번 물리면 팔이 절단될 수 있다니…….
물론 강철의 영약으로 생성한 내구 능력치가 있는 만큼 손쉽게 절단되지는 않겠다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크르르릉……!”
사납게 울부짖는 세 마리의 크레이지 울프를 보며 검을 꽉 쥐었다.
“D급 괴수라, 나쁘지 않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일제히 세 마리의 크레이지 울프가 달려들었다.
“크와아아앙!”
그리고 그게 크레이지 울프의 마지막 울음이었다.
푹, 푹, 푹!
순식간에 공격을 피하며 놈들의 목에 바람구멍을 숭숭 뚫어 줬다.
동시에 힘없이 크레이지 울프들의 몸뚱이가 땅바닥에 처박힌다.
콰당탕.
단말마조차도 없는 죽음이었지만 별로 감흥은 없었다.
상승한 능력치를 생각하면 D급 괴수도 어렵게 느껴질 상대는 아니니 말이다.
“손맛은 괜찮은데 천둥의 검 타격 효과를 못 봤네.”
10% 확률로 발동한다고 하더니만 생각보다 발동이 잘되지 않는다.
그래도 실망하지는 않았다.
―크르르릉…….
좀 더 연습을 도울 만한 괴수들이 안쪽에 더 있다고.
넓은 동굴의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울음이 그렇게 알려 주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