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91
289. 악신 (3)
콰아아아아아앙─!!
검은 별빛이 짐승처럼 질주하여 경로상에 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그것도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반응하지 못할 속도로.
실제로…….
[ 저게, 대체……. ] [ 설마, 정식 신격의 신성 권능……, 인가? ] [ 허, 허어! 어찌 저렇게 흉악한 힘이……! ]격전의 중심지에 서 있는 4마리의 드래곤이 일제히 경악성을 토했다.
그럴 만도 했다.
신성 이 깃든 성광은 신격화로 인해서 개념적인 부분까지 강화된 상태.
그러니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인 드래곤들마저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으로 이 자리에서 선보인 나의 힘은 개념의 영역에 맞닿았으니까.
하지만 그러한 반응을 즐길 생각은 없었다.
착-.
[ 세계 수호의 자격들을 전부 넘겨. ]이내 그대로 메마른 대지에 사뿐히 착지하며 그리 말한 순간.
[ 그래야 세계를 지키는 게 가능할 테니까. ]결전의 중심지에 서 있는 4마리의 드래곤 중 그린 드래곤이 침착히 물음을 건넸다.
[ 갑자기 나타나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아마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 확실히 말하지. ]굳이 시간도 없는데 이들을 설득할 필요는 없다.
[ 나는 블랙 드래곤에게 세계 수호의 자격을 받은 자다. ]그도 그럴 것이…….
[ 이곳에 온 건 악신의 침공에 맞서려는 것이고 말이야. ]어차피 설득할 필요는 하나도 없기에.
드드드-!
눈 깜짝할 사이에 신체를 감싼 신성의 갑주에서 힘이 자비 없이 일렁였다.
최소 이곳에 있는 이들을 몇 초 내로 제압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동시에 4마리의 드래곤이 흠칫하며 이를 갈았다.
신성의 격류를 보고 협박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 어리석은 열등종이……! ]4마리의 드래곤 중 레드 드래곤이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 그렇게 우리들을 협박해도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레드 드래곤은 뭔가를 오해하고 있었다.
[ 자격을 주지 않으면 너희들이 손해겠지. ]신격화로 얻은 신성의 갑주에 힘을 끌어 올린 것은 협박과는 상관없다.
[ 그게 무슨 소리인 거지……? 사도는 죽었다! 그것도 네놈이 직접 죽였단 말이다! 악신은 이제 침공하지 못할 터이다! 그런데 뭘 보고 그런 소리를 하─. ]그럴 만도 했다.
[ 아니. ]왜냐하면…….
[ 아직도 악신의 사도는 죽지 않았어. ]여태까지 힘을 외부로 응축시킨 것은 곧 있을 충격에 대비하려 한 것이니까.
「4급 정식 사도 ‘바즈에라’의 상태 효과가 분노로 강화됩니다!」
촤아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성광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생겼던 흙먼지가 걷어졌다.
어느새 흙먼지로 가득 찬 허공에는 검은 마기가 차올라 있었다.
마치 수족관 내부에 생긴 거품처럼 조화를 이룬 마기의 모습.
그것에서 더없이 짙은 살기가 느껴졌다.
신성 이 깃든 성광에 직격으로 맞은 흑발 청년이 눈을 크게 떴다.
‘재밌네.’
아니.
이제는 흑발 청년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어느새 그의 신체에서 피어오르는 마기는 신성에 뒤섞여 독립적인 힘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까.
[ 또, 또, 또……. ]다름이 아니라…….
[ 도전자……, 너구나……!! ]이전에 본 적이 있는 악신이 흑발 청년에 완벽하게 깃든 것이다.
그나마 이전에는 흑발 청년의 상태를 고려하여 으로 전달하는 힘의 수준을 조절하기라도 했는데…….
이제는 아예 흑발 청년의 몸은 고려하지 않은 듯 그렇지 않았다.
어디를 어찌 보더라도 오랫동안은 을 사용할 수 없음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힘에 적응하고 있는 건가……?’
실제로 을 쓴 상태의 흑발 청년은 힘을 감당하지 못해 몸을 떨고 있었다.
마치 현재 상태에 어찌해서든 간에 적응하려고 하는 것 같은 모습.
하지만 외부에서 닥칠 충격에 대비하여 신성이 갑주처럼 변형되어 그를 지키고 있었다.
현재 내가 신격화로 얻은 신성의 갑주와도 비슷한 기능을 가진 모양.
아마도 저래선 바로 습격해도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고작 4급 사도 따위에게 많은 힘을 줬어.’
그리고.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네…….’
어느새 나는 현재 눈앞에 있는 악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이해했다.
‘기껏해야 상태라고 해도 저 정도면 악신을 상대하는 게 쉽진 않겠어.’
아마도 을 쓴 악신은 최소 전투의 신에 가까울 터이다.
그것은 악신이 고대 신격에 준하는 힘을 가졌기에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악신은 추후에 사도에게 힘을 한계까지 주입한 탓에 얻을 반동을 감수했을 뿐이다.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었는데.’
추측하건대 악신은 현재 자기가 가진 힘의 40% 정도를 사도에게 응집시켰다.
고작 4급 정식 사도의 격과 힘으로는 버틸 수 없을 것이 뻔한 수준.
한낱 사도를 전투의 신 같은 중견의 신격과도 같은 상태로 이끄는 시점에서 수많은 반동을 얻어야 했을 터다.
‘이렇게 할 정도로 나를 죽이고 싶다는 뜻인가.’
설령 크게 신성을 다칠지언정 이 자리에서 나를 죽이겠다는 것 같은 모습.
[ 4급 사도씩이나 되는 존재를……, 기껏해야 일회성 장기말로 써먹는다고……? ]어느새 드래곤들도 사도 강림을 쓴 악신을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마치 절대로 일어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상식이 깨진 것 같은 모습.
아마도 4급 사도에게 저렇게 힘을 쏟아부을 줄 몰랐던 것 같은데…….
어차피 신격들에게 있어서 사도는 좀 더 비싼 인재에 불과한 것이다.
‘4급 사도라고 해도 탑에 의해서 재현된 가짜라면 굳이 소모도를 따질 필요는 없지.’
심지어 그게 탑에 의해서 재현된 것에 불과하다면 더더욱 그렇다.
‘……나중에 있을 과도한 의 부작용은 어쩌려고 저러는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본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
[ 세계 수호 자격. ]바로…….
[ 전부 넘겨. ]설득할 필요도 없이 세계 수호의 자격들을 얻은 것이다.
[ 어차피 인과율은 너희를 구해 주는 걸로 충족이 됐잖아? ]이쯤 되면 4마리의 드래곤들도 충분히 타산을 마쳤을 터다.
그럴 만도 했다.
억지로 힘을 끌어온 사도 강림 상태의 악신에게 죽을지 혹은 나에게 세계 수호의 자격들을 전부 넘길지.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 사도 측의 신체가 악신의 격에 적응하면 전투는 시작될 테지. ]선택지 자체는 한정되어 있었다.
[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너희들 전부 개죽음일 뿐이야. ]심지어 사도 강림의 적응을 마칠 때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 썩을……! 그래! 주겠다! 모든 자격을 너에게 주면 될 것 아니냐!! ] [ 이, 이래서야……, 세계 수호의 자격을 넘길 수밖에 없잖은가……! ] [ 어쩔 수 없군. 더는 떼를 쓸 수도 없나. 그대의 뜻대로 하겠다. ]그러니…….
「화이트 드래곤이 세계 수호의 자격을 도전자 한성윤에게 양도합니다.」
「그린 드래곤이 세계 수호의 자격을 도전자 한성윤에게 양도합…….」
「블루 드래곤이 세계 수호의 자격을 도전자 한성윤에게 양도…….」
「레드 드래곤이 세계 수호의 자격을 도전자 한성윤에게 양…….」
선택지 중 뭘 골라야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세계 수호의 자격 중 절반 이상을 획득했습니다.」
다음 순간.
「조건 만족.」
어느새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를 본 나는 짙은 웃음을 지었다.
「신성 을 습득합니다.」
그럴 만도 했다.
어느 개념을 다루는 신성이 아니라 웬 알 수 없는 신성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이게 의미하는 바를 나는 모르려 해도 모를 수가 없었다.
이전에 한 번 지구에서 신성 를 습득할 수 있다는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서 직감한 적이 있기에.
‘드디어.’
다름이 아니라…….
「도전자 한성윤이 세계 의 수호신이 됩니다.」
이제야 탑에 의해서 재현된 이 세계를 수호할 권한을 가진 것이다.
***
세계의 모든 권한을 가진 신이 되자마자 빠르게 변화가 일었다.
「신성 을 획득하여 세계의 수호 및 축복의 자격을 얻습니다.」
「※단, 신성 에는 세계의 통제권이 없으며 정식 신성으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단, 신성 은 특수 계약 시련의 종료 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는 동시에 심장에 신성 의 힘이 깃든다.
‘이건, 제법…….’
깊이 있다.
여태껏 얻어온 신성 , 그리고 신성 의 개념 영역에 맞닿은 힘들과는 다르다.
세계 수호의 자격을 얻으며 형태를 갖춘 신성 은 이리 말할 수 있다.
진짜로 이 세계 그 자체와도 같은 거라고.
실제로도 그런 힘이었다.
「신성 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사용됩니다.」
다름이 아니라…….
「신성 에 의해서 세계의 의지 그 자체가 도전자 한성윤에게 깃듭니다.」
어느새 나는 신성 을 통해서 세계 그 자체를 대변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후우웅-!
[ ……. ]세계의 의지가 깃든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순식간에 신성의 격이 상승했다.
하지만 신성의 격은 그저 이유 없이 상승한 게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동조라고 할 수 있었다.
‘대충 뭔지 알 것 같아.’
그것도 이 세계를 수호할 권한을 통해서 이뤄지는 동조다.
‘세계의 의지에 동기화되는 거구나…….’
느껴졌다.
세계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의 의지, 그리고 세계의 바깥에 있는 것이 감각에 포착됐다.
어느새 악신이 세계를 침공하려는 것 자체를 감각으로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신성의 격은 더더욱 세밀하게 동조되며 수준을 올렸다.
그리고 그대로 세계에 동조된 격이 어느 지점에 이른다.
‘탑…….’
어느새 나는 세계의 관점에서 탑이라는 초월적인 존재를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을 지각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되어 있었다.
고작 찌꺼기밖에 되지 않는 극소량만이 인지 체계에 잡히는 상태.
그러나 이걸로도 충분한 자극이 되었다.
‘세계의 의지쯤 되면 탑의 편린쯤은 느낄 수 있구나?’
그것도 더없이 훌륭한.
‘재밌어지네.’
세계의 의지에 동조하면 탑조차도 어느 정도 지각할 수 있다니?
설마 승천 외에도 더더욱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이 있을 줄이야.
이제야 어째서 신격들이 세계 곳곳에 있는 신앙들을 탐닉하는지 알 수 있었다.
‘세계의 모든 이에게 신앙을 받으면 특정 세계의 신이 될 수 있는 건가…….’
이전에 신성 의 습득할 수 있는 길을 알려 준 시스템 메시지도 그랬다.
지구 곳곳에 있는 이의 신앙을 일정량 이상 얻으면 신성 를 얻을 수 있다고.
그렇다면 이는 곧 나도 나중에는 지구의 신이 되어서 드높은 격으로 동조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흥미롭네.’
하지만 이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떨쳤다.
그럴 만도 했다.
아직은 이에 대해서 자세히 생각할 처지가 아니니까.
신격의 또 다른 성장 루트는 확실히 재밌고 흥미롭긴 해도 바로 다룰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건 최소한 저걸 해치운 후에 해야 하는 거겠지.’
실제로─.
[ 파하핫! ]어느새 사도 강림 상태에 적응을 마친 악신이 눈빛을 반짝이며 웃음을 내었다.
[ 종막까지 주어진 유예는 충분히 즐겼을까? ]그리고 그는 키득키득 아이 같은 미소를 짓더니 이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 여태까진 분수도 모르고 잘도 해 줬었지. 증명의 신. 그 같잖은 놈 때문에 너를 보게 된 후. 잠깐도 너에 대해서 잊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 그러니 이제부터는 그때의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 ]그것도 살기를 가득 담아서.
‘어지간히도 그때 바로 물러나게 됐던 게 아쉬웠었나.’
아마도 에서 가게 된 세계에서 악신을 농락한 것 때문에 그러는 거 같은데…….
[ 이대로 그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나락의 저 너머까지 영락하게 해 주마……! ]촤자자자자작-!
어지간히 그때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상당히 흉폭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물방울 같은 마기가 일종의 총알처럼 쏘아지며 권능의 힘을 드러냈다.
아마도 신성 권능의 힘이 더해진 마기를 다룬 기술 중 하나일 터이다.
실제로 그만큼 엄청난 힘이 실려져 있었다.
하지만…….
쩌어엉-!
[ ……하? ]어느새 나는 그렇게 쏘아진 마기의 총알들을 일제히 손으로 쳐낼 수 있었다.
그것도 살갗이 살짝 쓸리는 상처를 입는 정도로.
그리고 그걸 본 악신의 눈빛이 흔들리게 되었다.
[ ……쳐냈어? ]그럴 만도 했다.
[ 신성 권능이 깃든 흑마법을, 어찌 고작 손등 같은 걸로……? ]아마도 이 검은 총알에는 악신의 힘이 꽤 깃들어 있었을 터이다.
최소한 정식 신격에게도 통용될 수 있을 정도의.
하지만 그래 봤자 지금의 나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격의 일부를 아예 차단한 건가.’
세계에 동조한 나는 이곳에서만큼은 힘에 깃든 격을 손상시킬 수 있었다.
그것도 원하는 모든 종류의 격을 말이다.
현재 악신이 쏘아 낸 검은 마기의 총알이 맥없이 막힌 것도 같은 원리.
이곳에서 일정 이하의 격은 아예 형편없는 수준까지 격하되는 게 가능했다.
‘이게 바로 세계의 의지를 얻은 신격인가.’
그것이 바로 세계에 인정받은 신격이라는 것이다.
세계 수호의 권한 중 일부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이런 힘이 있다.
그렇다면 이걸 신격을 상대로는 어디까지 쓸 수 있는 것일까?
이에 관한 의문은 그리 오래 갈 것 없이 바로 해결됐다.
[ 한낱 쓸모없는 하급 신격 주제에, 감히 건방지게 나의 힘을 버티……! ]바로…….
「신성 이 도전자 한성윤의 의지를 세계에 전달합니다.」
세계의 의지에 대놓고 악신에 관한 명령을 내린 것이다.
[ 됐고. ]그것도…….
「신성 이 사용됩니다.」
「신성력을 소모하여 현실 세계에 말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단, 세상의 이치를 간섭하는 언령에는 매우 많은 신성력이 소모됩니다.」
《 나의 세계에서 꺼져. 》
신성 으로 세계의 의지를 강화하는 형태로 말이다.
[ 그건 또 무슨 헛소ㄹ……. ]그리고 이는 을 쓴 악신이 말을 끝낼 틈도 주지 않았다.
「4급 정식 사도 ‘바즈에라’에게 사용된 악신의 이 해제됩니다.」
시아아아아악-!
찰나의 사이에 사도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솟구치며 이 풀린 것이다.
현재 을 받은 사도는 넝마와도 같은 상태.
그러니 힘이 풀린 사도는 그대로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게 되었다.
마치 이제는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다 됐다는 듯이.
[ 진짜 되네? ]그리고…….
「악신이 강제적인 의 해제에 크게 분노합니다……!」
「악신이 강제적인 의 해제에 크게 분노합니………!」
「악신이 강제적인 의 해제에 크게 분노합…………!」
「악신이 강제적인 의 해제에 크게 분노……………!」
「악신이 강제적인 의 해제에 크게 분………………!」
이내 시스템 메시지로 악신의 감정이 가감 없이 몇 번이고 울린 순간.
「조건 만족.」
「시련의 탑이 악신에게 수많은 신성력을 대가로 지불받았습니다.」
「시련의 탑이 인과율 후폭풍 및 신성력 저당을 인정하여 을 허락합니다.」
순식간에 등골을 타고 섬찟한 감각이 일어나며 공간이 찢어졌다.
쩌어억……!
그리고 그곳에서 이전에 한 번 봤던 적이 있는 눈빛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파충류의 그것과도 같은 모습을 한 눈빛.
그곳에서 더없이 순수하게 짙은 악의가 느껴진다.
[ 너. ]심지어 그 악의에 깃든 힘과 격마저도 말이다.
[ 도전자. ]다름이 아니라…….
[ 너만은 꼭 죽인다. ]악신(惡神).
어쩌면 오랜 기간을 격의 상승에 매진하여 고대 신격의 경지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시련의 탑에게 신격으로서 감당키 힘들 정도로 많은 대가를 치르고.
훗날을 생각지도 않은 채 이곳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미친…….’
심지어 그것도 화신체 같은 게 아니라 본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