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92
290. 악신 (4)
순식간에 일대의 공기가 격에 의해서 무겁게 짓눌린다.
[ ……. ]하지만 이질적인 변화는 이것만이 아니다.
「신성 이 외부 신성에 의해서 일정량의 격을 상실합니다.」
현재 나는 세계 수호의 자격을 얻음으로써 이 세계의 신격이 된 상태.
‘이건…….’
그런데…….
‘생각보다 심각하네.’
바로 공간이 쩍 갈라지며 악신의 힘, 그리고 격이 드러난 순간.
세계에 완벽하게 동조된 격 자체가 일정량 손상을 입었다.
심지어 그것도 적잖은 수준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게 의미하는 바는 이랬다.
다름이 아니라…….
‘고작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계의 격을 깔아뭉갤 수 있다는 건가?’
한낱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만으로 세계를 손상시킬 수 있는…….
수없이 오랜 시간을 보내면 고대 신격에 닿을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여태까지 마주했던 적 중 가장 높은 격을 가진 이가 나타났다는 뜻이었다.
[ 썩을. ]심지어 그것도 아주 엄청난 수준의.
‘이걸 어떻게 해야 하…….’
하지만 생각할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드드드……!
눈 깜짝할 사이에 공간의 틈새가 벌어지며 그곳에서 더더욱 높은 힘이 넘쳐흘렀다.
심지어 힘의 격류는 그대로 압박감을 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신격화로 얻은 신성의 갑주를 짓누르며 갑옷 자체를 억눌렀다.
카가각……!!
‘이건 또 무슨…….’
아니.
이것을 보고 그저 억누른다는 정도로 묘사할 수 있을까?
마치 전기톱으로 쉴 새 없이 강철을 갈아 대는 것 같은 모습.
실제로도 신성의 갑주 중 일부분이 갈리며 서서히 갑주의 힘이 소모됐다.
[ 멋지지? ]그리고.
[ 너처럼 깝죽대는 애송이들에게는 격의 힘처럼 좋은 것도 없거든. ]어느새 갈라진 공간이 더더욱 그 크기를 쩍쩍 벌리더니 이내 그곳에서 뭔가가 나왔다.
[ 도전자 한성윤. ]그것은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어린아이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치 겉으로 보자면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와도 같은 형태.
하지만 그것의 머리에 자라난 염소를 닮은 검은 뿔들이 알려 주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 예전에 너에게 이렇게 말했지. ]정식 신격 중에서도 그 힘이 다른 신격들보다도 더 높은 존재.
[ 너만은 꼭 죽이고 만다고. ]악의 신이 이 자리에 현신하여 모습을 드러낸 거다.
[ 이제야 그때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겠어……! ]이내 악신이 그리 미소를 지으며 파충류 같은 눈동자를 빛내는 순간.
[ 파하하핫-! 일단은 잡것들부터 청소를 시작하도록 해볼까나……! 자아─! ]번뜩─!
어느새 악신의 입가에 걸쳐진 미소가 비틀리더니 이내 신성이 폭주하듯 빛을 발했다.
검은색의 빛깔의 신성이 회오리치는 물결처럼 솟구친다.
그리고 그걸 보자마자 나는 얼굴빛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신화 에 의해서 악신의 공격력이 약자를 상대로 600% 상승합니다.」
[ 파하핫……!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신성의 물결이 미친 듯이 힘을 부풀린 탓이다.
‘썩을……!’
그에 나는 바로 각종 보호 계열 스킬을 발동하여 몸을 감싸고는 신화를 발동했다.
「신화 가 활성화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478 상승합니다.」
「특수 버프 가 활성화됩니다.」
「사악한 존재를 상대하는 시간에 한정하여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
그럴 만도 했다.
악신이 발동한 신화 의 적용 범주는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었다.
현재 어쩌면 나도 신화 의 적용 대상 중 하나일 수도 있는 상태.
그렇기에 바로 신화를 발동하여 적용 범주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존재했다.
‘미칠 것 같네.’
그리고 이어서 미칠 것 같은 능력치 폭증이 일어나며 활력이 끓어오르듯 넘쳤다.
모든 능력치 +478도 모자라 모든 능력치 100% 상승이라니.
아마도 시련에 진입하며 모든 아이템을 뺏긴 탓에 이런 미친 버프를 얻은 거 같은데…….
섬뜩한 점은 이렇게까지 능력치가 솟구쳤는데도 아직도 발동할 버프가 남았다는 것이다.
「사용자로서는 절대 승리할 수 없는 강적을 마주했습니다.」
「스킬 ‘불굴의 의지’가 활성화됩니다.」
승리할 수 없는 적이라는 판정이 뜨며 순식간에 신체의 능력이 올랐고.
「전용 주문 발동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전용 주문 가 활성화됩니다.」
「전투 종료 시점까지 모든 능력치 및 모든 스킬 효율이 100% 상승합니다.」
심지어 그것도 모자라 아예 까지 써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능이 아직도 멈추지 않고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저것은 세계의 격에 동조했다고 해도 이기는 것이 힘든 상대라고 말이다.
이내 검은 물결이 모든 것을 부수겠다는 듯 일렁인 순간.
[ 누, 누구를 보고 도마뱀이라 하는 것이더냐……! ] [ 저까짓 인간 따위가 없어도, 네놈의 공격 따위는, 얼마든지 버틴다!! ] [ 고대 신격이신 용신님의 사도인 우리들을 대체 무엇으로 보는 거냐! ]여태까진 상황을 관망했던 드래곤들이 각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제야 악신에게 직접 정타를 먹일 생각이 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나는 움직일 생각은 접은 채로 그대로 방어에 심혈을 기울였다.
‘최대한 신성의 갑주의 농도를 높이자.’
츠즈즈-.
순식간에 신격화로 이루어진 신성의 갑주에 물방울 같은 신성들이 떠오른다.
마치 주전자 안에 있는 물을 뜨겁게 끓이는 것 같은 모습.
실제로 그 원리도 별반 다를 것 없었다.
그렇기에 그저 정신을 집중했다.
‘그래야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차카가가가가가각-.
눈 깜짝할 사이에 검은 물결이 수천 갈래로 갈라지며 뭔가를 썰 듯이 움직였다.
심지어 이 검은 물결의 난도질은 엄청나게 빨랐다.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음에도 난도질을 동체 시력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
하지만 그런 속도에 비해서 이상할 정도로 난도질 후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난도질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 ……. ]하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되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신했다.
콰과과…….
귓가로 느릿하게 들려오는 뭔가가 무너지는 것 같은 소리로 알았다.
‘망했네.’
이걸로 이제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드래곤 4마리는 전부 죽었다.
겉으로 보기는 멀쩡할지언정 저것들은 이미 죽어있다.
그리고 이건 추측 같은 게 아니다.
실제로…….
꽈과과과과과과광─!!
잠깐의 평온함이 거짓이라는 듯이 검은 물결이 지나간 자리의 모든 게 썰렸다.
순식간에 대지가 수백 갈래로 쪼개지며 지형이 바뀌었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촤아아아아악-!
4마리의 드래곤이 이제는 형태도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찢어졌다.
그것도 단말마조차도 내지르지 못한 채로 말이다.
한 박자 늦게 모든 것이 잘리는 폭풍의 중심지에서 멀쩡한 것은 하나.
다름이 아니라…….
카가가가가강-!
‘생각대로 겨우 버텨 냈나…….’
신성력에 내재된 힘을 한계까지 끌어올린 신성의 갑주였다.
심지어 각종 보호 계통 스킬까지 가미된 덕일까?
신격화로 얻어 낸 신성의 갑주는 간신히 악신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악신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크게 광소했다.
[ 역시나 너는 쉽사리 부서질 장난감이 아니야! ]그리고.
[ 도전자……, 기대해……! ]다음 순간.
[ 최대한 오랫동안 가지고 놀아 줄 테니 말이야……! ]순수한 악의로 점철된 눈빛이 격을 실은 채로 온몸을 감쌌다.
‘젠장…….’
이제부터 있을 것은 서로 비등한 신격 간의 전투 같은 게 아니었다.
[ ……. ]오로지 불합리로 가득 찬 최악의 결전이 될 것이다.
****
순식간에 악신이 쏘아 내는 악의를 감지하자마자 신성을 치환했다.
‘일단은 전장 자체를 바꿀 필요성이 있겠어.’
그럴 만도 했다.
쩌저저저저저정─!!
「권능 ‘겨울의 왕’이 조건을 충족하여 자동으로 활성화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증폭되며 사용자는 냉기에 일절 영향받지 않습니다.」
검은 물결 같은 신성의 난도질 탓에 곳곳에 남았던 얼음이 모조리 부서진 상황.
그러니 재차 권능으로 능력치 버프를 받을 겸, 환경 조성을 이룰 필요가 있었다.
뭣보다도 이렇게 얼음 지대를 형성함으로써 사용 조건을 만족하는 신성이 있잖은가.
「신성 에 의해서 신성 지대에 새로운 규율이 생성됩니다.」
이전에 찬탈자에게서 얻었던 신성 이 그랬다.
지금껏 제대로 사용할 기회도 없었으나 이제는 다르다.
신성 도 과감하게 신성으로 생성된 얼음 지대를 적용 지역으로 삼아서 써야 했다.
그래야 악신에게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테니까.
‘최소한 전장의 환경이라도 내게 이롭게 조정해야 해……!’
그리고…….
「신성 에 의해서 신성 지대에 특수 규칙이 생성됩니다.」
「규율 1. 신성 지대 내의 모든 약자는 신성의 격이 약함에 비례하여 증폭된다.」
「규율 2. 신성 지대 내의 모든 이의 스킬 출력이 100% 상승한다.」
「규율 3. 신성 지대 내의 얼음 지대는 모든 종류의 신성을 흡수하여 유지된다.」
이내 신성 이 드넓은 얼음 지대에 적용된 순간.
화아악-!
신격화로 얻은 신성의 갑주가 찬란하게 빛나며 전신에 힘이 솟아났다.
신성의 격을 증폭시키고, 스킬 출력을 100% 상승시켰으며, 얼음 지대의 파괴를 방지했다.
최대한 신성 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셈이다.
하지만 나는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신성력의 소모 값이 장난이 아니잖아…….’
그럴 만도 했다.
신성 에 초당 소모되는 신성력이 적잖은 탓이다.
나름대로 신성력 소모값을 낮추려고 신성 의 적용 대상을 폭넓게 잡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성력의 소모값이 생각보다 엄청났다.
‘그래도 최소한 스킬 출력을 두 배로 상승시킨 건 이득이긴 하다만…….’
심지어 이렇게 신성력을 소모하여 얻은 신성 의 이점들도 낙관적이진 않았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어쩔 수 없다.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모든 종류의 아이템을 탑에 강제로 맡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필살기를 대신하여 쓸 수 있는 것도, 그리고 최후의 생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게 없었다.
[ 난이도 한 번 미쳤네. ]아마도 이제부터는 아이템에 의존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싸워야 할 터이다.
양손에 늘 착 맞게 가지고 다니던 혈천마검, 그리고 파천검은 따질 것도 없었다.
심지어 ‘회귀자의 낡아빠진 손목시계(SSS+)’라든지 ‘흑백으로 물든 모래시계(S+)’ 같은 생존용 아이템도 없었다.
한마디로 일격필살에 의해서 모든 게 결정된다.
[ 썩을. ]어찌할 도리도 없는 상황에 입이 자꾸 거칠게 불만을 뱉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디까지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 파하하하핫-! 어디까지 도망칠지 지켜보마! 도전자아아아아아……!! ]어느새 악신이 눈빛을 번뜩이며 그대로 얼음 지대를 도약한 탓이다.
터어어어엉-!
눈 깜짝할 사이에 악신의 몸이 포탄처럼 쏘아지며 초월적인 속도로 다가왔다.
그러나 진짜로 섬뜩한 것은 접근 속도 같은 게 아니다.
갑자기 악신이 신성과 마기가 섞인 검은 채찍을 손에서 추출한 것이다.
심지어 그걸 초월적인 속도로 날아오며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정면 승부밖에 답이 없나.’
그렇다면 뭘 해야 할지는 정해져 있잖은가.
「권능 ‘철혈의 검’이 강하게 활성화됩니다.」
꽈아아아아아앙-!
서릿빛의 검을 오른손에 쥔 나는 그걸로 검은 채찍을 받아 냈다.
치지지지지지직-!!
하지만 고작 이걸로는 막는 것도 힘들다는 듯이 검이 삐걱거리며 몸이 밀린다.
그에 바로 권능 스킬인 혼원마검도 섞어서 썼다.
그럼에도 몸이 밀려나는 충격은 상쇄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신화 이 발동되어 도전자 한성윤의 모든 속도가 10% 감소합니다.」
「신화 이 발동되어 도전자 한성윤이 받는 모든 피해량이 10% 상승합…….」
「신화 이 발동되어 도전자 한성윤의 모든 속도가 40% 감소…….」
꽈지직……!!
[ 재밌어, 재밌어……! 아하핫! 진짜로 부서지지 않는 장난감 같잖아……!! ]오랫동안 격을 쌓아 온 신격답게 수많은 신화가 몸을 짓눌렀다.
이제 신성의 갑주는 외부의 공격을 막을 수 없을 만큼 망가진 상태.
그렇게 점점 수세에 몰리는 와중에 나는 눈빛을 번뜩이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 ……. ]그럴 만도 했다.
‘아직도 버텨 낼 힘은 충분히 남았어.’
현재의 악신은 철저히 자기가 이 싸움을 주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자기가 철저하게 패배하는 미래를 배제했다.
그렇다면 그건 그것대로 이용할 길이 존재했다.
‘그럼 절망할 필요는 없지.’
그럴 만도 했다.
아마도 외부의 개입은 블랙 드래곤, 그리고 카나리아 측이 충분히 막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외부 개입이 없다는 전제 아래에 시간을 끄는 것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있었다.
바로…….
촤라락─!
「신격 전용 권능 ‘명부’가 활성화됩니다.」
「1,000m 내에 있는 모든 존재 중 최대 100명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사신의 명부에 적힌 존재들은 1분마다 죽음에 가까워지며 크게 쇠약해집니다.」
「사신의 명부에 적힌 채로 44분 넘게 전투를 지속한 이는 신성 에 침식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사신의 명부.
여태까지 악신에겐 제대로 보여 주지 않은 최후의 가능성이…….
만물의 죽음을 다루는 신격으로서의 진정한 권능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