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0
029. 계층 난입 (2)
파직, 파지직……!
천둥의 검에서 흘러나온 전격이 늑대의 사체를 오가며 소리를 냈다.
‘괜히 C급 무기인 건 아니었네.’
타격 시 ‘전격’ 효과를 부여한다는 게 이런 거였을 줄이야.
말 그대로 검에서 전격이 흐르며 크레이지 울프를 감전시켜 죽였다.
‘쓰기 나름이겠지만 상상 이상이었어.’
수중에 서식하는 괴수들은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위력.
좀 더 사용법을 궁리한다면 스킬 연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다.
5층 시련의 초입부터 만족스러울 정도로 이득을 봤다.
‘그리고…….’
심지어 얻을 수 있던 것은 천둥의 검에 대한 정보에 국한되지 않았다.
「스킬 ‘헌터식 단검술(E)’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헌터식 단검술(E)’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스킬 ‘고속 재생(E+)’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스킬 ‘고속 재생(E+)’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열 마리 정도의 늑대를 처리하니 떠오른 메시지에 피식 웃었다.
“확실히 보상은 시련의 탑이 좋긴 좋네.”
정체되어 있던 성장이 뻥 뚫리며 순식간에 스킬 두 개의 등급이 올랐다.
‘물론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려고 일부러 시간을 들여서 싸운 것도 있겠지만.’
능력치로 크레이지 울프들을 압도하여 죽이지 않고.
좀 더 맞지 않을 공격에 다쳐 주고 단검술만 응용하며 느긋하게 사냥했다.
지금껏 올릴 수 없던 숙련도를 한꺼번에 올리기 위해서.
그렇다 해도 시련의 탑 안에 있을 때의 성장 속도가 놀라운 건 사실이다.
『스킬 – 헌터식 단검술(E+)』
『숙련도 – 0%』
『설명 – 헌터들이 효율적인 사냥을 위해서 만들어 낸 실전적 성향의 단검술.』
『효과 – 단검을 사용할 시 무기의 절삭력이 2배 상승하며 단검술에 조예가 깊어진다.』
『스킬 – 고속 재생(D)』
『숙련도 – 0%』
『효과 – 치명상을 제외한 상처를 빠른 속도로 회복시킨다.』
시스템상의 설명에서 달라진 점은 절삭력의 배율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두 개의 스킬은 비약적으로 그 능력이 올라갔을 것이다.
“헌터식 단검술이 벌써 E+급인가…….”
슬슬 스킬의 성장 한계치가 가까워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어떤 스킬이든 성장에 한계 등급이 있고 그건 헌터식 단검술도 마찬가지였다.
‘헌터식 단검술은 D급부터 숙련도를 올릴 수 없게 된다고 했지.’
한 번 더 성장하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성장이 막히게 된다는 거다.
고속 재생은 듣지 못했던 부류의 스킬이라서 성장 한계치는 잘 모르겠다만.
“일단은 검술 관련 스킬을 한 개 더 구해야 하기는 하겠네.”
본래 무기술은 잠재력이 높은 스킬에 다른 무기술의 숙련도를 이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좀 더 상위의 단검술을 구하게 된다면 성장 한계에 대한 문제는 걱정할 것 없다.
그리고 그걸 어디에서 구해야 하는지도 정해져 있는 바이고.
‘고유 특성으로 적당한 상대를 흡수하면 되려나.’
스킬 적성이 최하위인 나로서는 수련으로 스킬 습득 조건을 만족할 수 없다.
그러니 고유 특성의 스킬 흡수로 단검술을 흡수하는 수밖에.
다만, 그걸 흡수할 대상은 찾는 것도 문제고 흡수 확률도 문제다.
뭐, 당장은 고민해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니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좀 더 높은 층에 올라가면 해결책이 나오기를 바라야지.’
지금은 시련의 통과에만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다.
「크레이지 울프의 사령을 흡수하셨습니다.」
「크레이지 울프의 사령을 흡수하셨습니다.」
「크레이지 울프의 사령을 흡수하셨습니다.」
…….
…….
「숙련도가 16% 상승합니다.」
‘이제 네크로맨시의 숙련도도 꽤 많이 올랐겠네.’
조만간 또 등급이 상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층을 오를 때마다 점점 흡수하는 괴수의 숫자가 늘어났고.
그만큼 숙련도나 능력치도 가파르게 상승한 상황.
‘곧 성장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지.’
운이 좋으면 5층 시련에서 성장시키고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머지도 이제 다 잡아야 하겠네.”
이제는 남은 괴수들을 정리하고 시련의 목표를 죽일 차례였다.
***
저벅, 저벅.
“…….”
축축한 동굴을 걷던 와중에 문득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시련의 탑은 이 장소를 ‘늑대 소굴’이라고 표현했다.
‘만약에 그게 내가 아는 늑대 소굴이라면, 늑대형 괴수들이 모여서 지내는 곳일 텐데.’
점점 걸음을 옮길수록 괴수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래서야 4층 시련보다 더 쉽게 느껴질 정도로.
‘시련의 탑 특성상, 시련을 이렇게 쉽게 내 줄 리 없는데.’
1층부터 대뜸 샌드 골렘에게서 도망치게 했던 걸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렇다.
어째서?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발에 무언가 부딪히며 사념이 끊겼다.
툭.
“이건 또 뭐야…….”
발에 걸렸던 무언가는 크레이지 울프의 사체였다.
‘영역 다툼, 뭐 그런 건가.’
괴수들도 서로 싸울 때가 있으니 이해할 수 있는 바였다.
보통 이럴 때는 헌터들도 다른 괴수들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어부지리를 취한다.
그러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아니기는 했다.
다만, 그게 ‘던전’이 아니라 ‘시련의 탑’에서 일어났다는 게 문제일 뿐.
난이도를 더 올려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난이도를 내린다니.
“불길한데.”
찜찜함 탓에 걸음을 멈추고 이내 잠깐 쓰러진 사체를 들춰서 자세히 보았다.
그리고.
“검상?”
곧 크레이지 울프의 복부에 난 검에 의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최소한 도검류에 의해서 죽은 게 확실한 괴기스러운 광경에 눈을 찌푸렸다.
‘단숨에 급소를 찔려서 죽은 거 같네.’
정교하고도 깔끔한 검술, 같은 크레이지 울프에게 당한 게 아니라 명백히 타인에게 죽었다.
본래는 그저 보이지 않는 곳에 치명상을 입어서 죽었겠거니 했다만…….
‘이러면 얘기는 달라지지.’
이 늑대 소굴에 나 이외의 다른 누군가가 있다.
믿을 수 없지만, 그게 지금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적의 결론이었다.
‘분명히 고블린 같은 괴수는 낼 수 없는 깔끔한 검격이야…….’
사람 혹은 그에 필적하는 괴물이 낸 치명상임이 분명한 상황.
‘5층은 특별 시련이라고 안내하지도 않았고, 이전의 시련들도 개인마다 다르게 진행됐지.’
그럼 일단은 같은 도전자가 적일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시련의 탑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지만, 시스템상 그럴 확률은 적다는 거다.
남은 건, 사람보다 검을 잘 쓰는 괴수의 소행이라는 건데.
“……그런 괴물이 있다면, 죽을 수도 있겠는데?”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괴수들만 하더라도 보통 수준이 아니다.
‘긴장해야겠네.’
적어도 만만하게 봤다가는 순식간에 죽는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게 된 나는 온몸을 긴장시키며 조금씩 동굴의 내부로 전진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설 때마다 사체의 수가 더 늘어난다.
‘얼마나 죽여 댄 거야.’
몸집이 더 큰 늑대일수록 더 검에 많은 상처를 입었고.
동굴의 벽면에는 참격의 흔적이 점점 늘어갔다.
문제는 그 동굴의 벽에 새겨진 흔적이 투박하지 않고 간결하다는 것.
검으로 긁어 댄 게 아니라 그냥 벽도 함께 갈랐다는 뜻이다.
“진실의 눈.”
「오러의 흔적」
「등급 : D-」
「상당히 숙련된 오러에 의해서 벽이 깔끔하게 쪼개지며 생성된 흔적.」
이번에는 벽의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흔적의 정보가 나타났다.
“벽보다 흔적에 더 의식을 집중해서 그런가…….”
그 사실도 의외였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운 건 오러라는 문구였다.
‘오러라.’
스킬인가?
뭘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이 앞에 있을 놈은 바위로 된 벽도 손쉽게 가를 정도의 실력자라는 사실.
나는 모든 스킬과 능력치를 합해도 벽에 새겨진 흔적을 똑같이 낼 수 없다.
뭐, 비슷한 정도야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똑같이는 무리다.
‘하긴, 시련의 탑이 시련을 쉽게 깨게 해 줄 리는 없지.’
이제야 좀 내가 시련을 치르고 있다는 게 실감 된다.
그래, 이래야 시련의 탑이지.
만만한 내용을 내 주지는 않겠다는 거라면, 나도 환영하는 바다.
시련을 극복하기만 한다면 좀 더 극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지 않아도 6층의 통합 시련에 대비해야 하는데 잘 됐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부정적이어도 뭘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천천히, 그러면서도 꾸준하게.
긴장한 것과는 별개로 걸음을 옮기며 왼손에 힘을 넣기 시작했다.
언제든지 왼팔에 부착된 방패를 들어서 공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패로 막고, 스킬을 바로 발동시키면 수준이 좀 높아도 대응할 수 있어.’
그리 생각하며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크오오오옹……!
문득 동굴의 너머에서 괴성이 돌려옴과 동시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그리고 그 순간, 눈앞에 새로이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련 돌파 조건, 늑대인간이 사망했습니다.」
“뭐?”
순간적으로 아찔해지는 듯한 감각이 올라오며 정신이 멍해졌다.
‘아니, 사냥이 주제인 시련에서 뜬금없이 다른 적한테 시련 목표를 뺏겼다고?’
어이가 없어서 메시지를 바라보자 그에 화답하듯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원인 파악 중…….」
「실패 조건을 만족하지 않았으므로 도전자는 사망하지 않습니다.」
「원인을 해석할 때까지 남은 시간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는 걸까, 시스템은 이걸 시련 실패로 판단하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보니 더 초조해진다.
그 말은 곧 시련의 탑도 왜 시련 목표가 죽었는지 모르겠다는 건데…….
적어도 터무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 정도는 확실히 알겠다.
‘제기랄.’
온몸이 부르르 떨리며 본능적인 무언가가 경종을 울려 댄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하다고.
그리고 그때 다시 시스템이 메시지를 띄웠다.
「해석 완료.」
「도전자 한성윤의 시련에 누군가 난입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긴박한 상황인 만큼 이해하는 것도 빨랐다.
난입, 즉, 누군가 멋대로 내 시련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아니, 그런 게 가능하기는 한 건가?’
분명히 시련의 탑에 다른 이의 시련에 들어갈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그런데 무슨 수를 써서 내 시련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런 혼란스러움 속에서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자 답안이 제시됐다.
「시련 목표를 수정합니다.」
정확하게는 이 시련을 어떻게 해야 돌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안이.
「지구 차원에서는 시스템에 추가되지 않은 ‘난입’이 발생했습니다.」
「다른 차원에서 해당 시련으로 난입한 도전자를 살해하십시오.」
해결책이 제시됐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어쨌든 간에 ‘적’은 아직 존재하며 그걸 죽이면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거니까.
‘어떻게 도전자가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죽이기만 하면 돼.’
다만, 그 해결책에 쓰여 있는 ‘다른 차원’이라는 문구가 거슬렸다.
‘흡사 지구 외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 같은…….’
상념이 이어지려는 찰나, 동굴의 너머에서 육중하고도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철커덕, 철커덕.
지금껏 들었던 어떤 소리보다도 섬뜩한 소리에 몸이 굳는다.
포식자 앞에 선 먹잇감이 몸을 굳히듯, 당연하다는 듯 숨도 쉴 수 없었다.
“…….”
그저 표정을 굳힌 채 동굴 너머를 주시하고 있자 이내 누군가 나타났다.
이제야 눈에 드러난 적의 모습은 중세 시대의 기사 같은 차림새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착용한 검은 갑옷, 그리고 피가 잔뜩 묻은 결투용의 세검마저도.
모든 게 이질적인 존재의 눈이 내게 향해진다.
“……흠, 진즉에 뒈졌을 줄 알았더니 살아 있었군. 그래도 시련의 주인이라는 건가?”
지금껏 듣지 못했던 이형의 언어가 한순간에 이해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따지기도 전에 몸이 경종을 울린다.
“미개인이 살아 있을 줄은 몰랐는데, 재밌게 됐군.”
예상하지도 못했던 돌발 상황의 발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