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00
298. 특수 계층 (2)
「신성 복제의 고서」
「등급 : EX」
「시련의 탑이 가진 권능 중 하나인 ‘재현(再現)’의 극소 분량이 깃든 고서.」
「도전자 한성윤이 원하는 신성 중 한 가지를 임의로 재현하여 습득하는 게 가능하다.」
「※단, 신성 중 하나를 복제하여 습득한 후에는 해당 아이템 자체가 소멸하여 사라진다.」
신성 복제의 고서.
관리자 ‘철혈의 군주’의 비원을 클리어하여 얻은 보상의 설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시련의 탑이 가진 권능 중 일부를 담은 것도 모자라, 여태껏 본 신성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습득할 수 있다니…….
이게 진짜 탑이 준 보상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
“…….”
하지만 낡은 가죽으로 커버가 씌워진 고서는 가짜가 아니다.
아마도 이대로 내가 원한다면 고대 신격의 신성마저도 복제하여 습득할 수 있을 터이지.
……그렇기에 나는 그대로 입을 꾹 다문 채로 한동안 신성 복제의 고서를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시련의 탑이 준 보상이라고는 해도 이건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아이템이지 않은가.
이해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탑의 20층 초반대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심지어 시련의 탑이 가진 권능 중 ‘재현(再現)’이라는 힘이 깃들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게 탑의 최고 등급 보상 중 하나인 건가…….”
그리고 그에 나는 몇 분을 가만히 서 있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엄청나네.”
이제는 머릿속이 아찔해지는 보상의 수준에 놀라는 것도 추슬러야 할 차례다.
어차피 이대로 충격에 빠져 있어도 뭔가가 달라지진 않을 테니까.
그렇게 심장의 술렁임을 빠르게 가라앉힌 나는 눈빛을 반짝이며 신성 복제의 고서를 살폈다.
아마도 이 ‘신성 복제의 고서(EX)’는 탑의 극소 분량이라고는 해도 탑의 권능이 있으니, 웬만한 신성은 원하는 대로 전부 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기껏해야 일회성 아이템이라고는 해도, 신성을 복제할 수 있는 메리트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아예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신성 복제에 사용하긴 아깝네…….”
그럴 만도 했다.
신성 복제의 고서는 어찌 됐건 간에 ‘신성 중 한 가지를 임의로 선택해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이 과정이 가지는 의미는 어느 정도의 제약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고대 신격의 신성이 뭔지조차도 모르는데, 이걸 바로 써 봤자 효율이 높진 않을 테지.’
신성에 관해서 어느 정도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설령 신성 복제의 고서를 쓴다고 한들 나도 모르는 신성을 복제할 수는 없으니까.
신격마다 가지는 신성은 하나에 그치지 않았고, 그중에선 개념 영역의 신성이 아니라 다른 신성 쪽이 더 좋은 경우도 존재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귀중한 패를 아무렇게나 쓸 수는 없잖은가.
‘최소한 고대 신격이 가진 신성에 대해서 알게 됐을 즈음에 써야지.’
심지어 그뿐만이 아니다.
‘만약에, 탑이 신성을 가지고 있다면, 어쩌면…….’
아직도 두 눈으로 봐야 하는 것은 많았다.
그런데 고작 1번밖에 쓸 수 없는 귀중한 기회를 섣불리 쓸 순 없었다.
그렇기에 이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일축하고는 또 다른 보상을 확인했다.
“이것도 지금 생각할 일은 아니지.”
어차피 고민해 봤자 더는 정답이 도출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이어서 나는 인벤토리를 열었고, 회색의 빛이 감도는 물약을 손에 쥐었다.
마치 잿빛을 그대로 담은 것 같은 형태.
그리고…….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
「등급 : SSS+」
「탑이 스킬을 지닌 존재들을 위해서 제작한 아이템 중 가장 훌륭한 물약.」
「복용할 시 보유 스킬 중 한 가지를 임의로 숙련도를 215% 상승시킬 수 있다.」
이내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의 설명을 전부 읽은 순간.
“…….”
그대로 나는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몸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SSS+).
여태껏 본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의 아이템.
이것도 신성 복제의 고서처럼 정상적이지 않은 초월적인 보상에 가깝다.
“뭔…….”
스킬의 숙련도를 임의로 215% 상승시킬 수 있다니……?
여태까지 본 어느 스킬 숙련도 물약도 이렇게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아마도 시스템의 랭크업 이치에 따르면 이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SSS+)’이 가지는 가치는 이러할 터이다.
‘스킬의 랭크를 단숨에 두 번이나 올릴 수 있다고?’
스킬의 랭크업을 2번이나 이루고도 15%라는 적잖은 수치의 숙련도를 얻는 것이다.
“사실상 이거 하나로 스킬 랭크를 끝까지 올릴 수도 있다는 뜻인가…….”
스킬의 등급이 어디까지 있는지는 나도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 SSS+급까지는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추측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에 얻은 ‘신성 복제의 고서(EX)’를 생각하면, 스킬 랭크도 SSS+급 너머에 극치를 두고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에 한없이 아쉬웠다.
“최소한 SSS-급의 스킬에 사용해야 가장 효율이 좋을 거 같은데.”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그런 스킬이 없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긴 하겠네…….”
기껏해야 내가 가진 스킬들 중 가장 높은 등급이 SS-급에서 SS+급의 사이니까.
이번에 얻은 이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SSS+)’의 가치를 극한까지 끌어낼 순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렇게 훌륭한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쭉 보관하는 것도 아까웠다.
이제는 신격들과의 전투도 본격적으로 벌일 수 있기에.
심지어는 초월 신화 도 있잖은가.
‘초월 신화 로 스킬도 일종의 영격 계열 능력으로 쓸 수 있게 됐지.’
그럼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은 쓰지 않고 있는 것도 손해라고 볼 수 있다.
“…….”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SSS+)을 섭취했습니다.」
「숙련도를 상승시킬 스킬을 선택하십시오.」
“혼원마검.”
그대로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을 들이킨 나는 스킬 선택을 마쳤다.
‘신성 복제의 고서와는 달리, 이건 더는 아낄 이유가 없어.’
어차피 이대로 인벤토리에 남긴다고 해도 단점이 많았다.
시간이 흘러서 스킬의 랭크를 SSS-급까지 올린다고 쳐도 바로 EX급 스킬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SSS-급에 85%의 기존 숙련도를 가진 스킬이어야 하겠지.
그래야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SSS+)’의 215% 숙련도 상승의 효과를 극한까지 받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스킬의 랭크를 올리기까지는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는가.
그에 관한 생각을 이어 가다 보면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을 쓰지 않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질 정도.
‘그렇다면 이곳에서 주력 스킬 중 하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옳은 판단이야.’
그리고.
「선택 완료.」
「도전자 한성윤의 권능 스킬 ‘혼원마검(SS-)’의 숙련도가 215% 상승합니다.」
이내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SSS+)’을 사용할 스킬을 선택한 순간.
「권능 스킬 ‘혼원마검(SS-)’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권능 스킬 ‘혼원마검(SS-)’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권능 스킬 ‘혼원마검(SS)’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권능 스킬 ‘혼원마검(SS)’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권능 스킬 ‘혼원마검(SS+)’의 숙련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권능 스킬 ‘혼원마검(SS+)’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어느새 혼원마검의 권능 스킬은 높은 랭크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제 혼원마검의 스킬 랭크는 SSS-급인 건가…….’
그것도 내가 가진 스킬 중에서는 한없이 높은 수준의.
“그래도 확실히 가치 있는 투자야.”
하지만 아무것도 후회되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혼원마검은 내가 가진 무공의 출력을 몇 배로 올려 주는 최상급의 권능 스킬이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무공이 섞인 공격은 어디까지고 그 힘을 올려 줄 수 있다.
여태껏 모든 싸움에서 혼원마검은 자동으로 발동했고, 덕분에 격이 높은 신격들과의 전투에서도 어느 정도 동수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니 스킬 숙련도 상승 물약을 혼원마검에 투자한 걸 아깝다고 생각할 리 있을까.
‘SSS-급에 도달한 혼원마검의 힘이 어디까지 통할지 기대되네.’
그에 나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인벤토리에서 꺼낸 장비를 장착했다.
특수 계약 시련의 제약으로 인벤토리에 강제로 전송됐던 아이템들이 빠르게 자리를 찾았다.
혈천마검, 파천검, 연철의 펜던트, 흡혈 백작의 낡은 연미복, 바람 정령의 부츠 등등…….
수많은 아이템을 걸치고 나니 이제야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생각이 들며 안도감이 들었다.
―너…….
그리고 이내 혈천마검의 검파에 손을 얹으니 귓가에 소리가 들렸다.
―이건, 대체……!
다름이 아니라…….
―설마 상위 신격의 세계에 발을 들이민 건가……!?
담천우였다.
―신성의 격이 어찌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냐!
어느새 신성의 격을 감지했는지 담천우가 크게 경악하며 말했다.
‘이걸 알아챌 수 있는 건가.’
그에 나는 살짝이나마 담천우의 수준에 놀라야 했다.
그럴 만도 했다.
설마 상위 신격의 경지를 알아볼 수 있을 줄이야…….
신성의 격을 나름대로 잘 통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걸 알아챘다는 건 소울 에고의 능력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
아마도 이걸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순수히 담천우의 능력일 터겠지.
그러니 흥미로움이 솟아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이건 담천우가 상위 신격에 가까운 경지를 이룩했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는 신성의 격이 이곳까지 올라왔음을 단숨에 알아챌 수 없었다.
설령 소울 에고라는 형태로 영락했을지언정 그건 부정할 수 없을 테지.
‘재밌네.’
그리고 그에 나는 바로 소울 에고와의 정신 연동을 몰래 끊고는 생각을 이었다.
‘확실히 담천우도 평범한 수준의 신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고대 신격을 섬겼던 사도랑 싸워 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을 때부터 짐작은 했다.
하지만 그게 이렇게 이어질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사실상 어쩌면 담천우는 신성의 격이 한없이 높은 곳에 도달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건 나중에 써먹을 구석이 적잖았다.
‘상위 신격의 세계를 본 소울 에고는……, 그렇게 흔하지 않지.’
초월 신화 의 힘은 스킬 같은 능력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아마도 혈천마검 같은 아이템에도 영격을 적용하여 사용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렇다면 혈천마검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 늘어날 수 있을까?
상위 신격의 경지를 봤던 담천우의 힘이 나의 영격에 동조한다면 적잖은 도움이 될 터다.
‘추후에 기억해 뒀다가 써먹을 수 있겠어.’
그것도 아주 확실히.
―정말로 네놈이 악신을 해치운 것이냐.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어느새 담천우가 말을 이었다.
―……악신을 세계에서 몰아내는 정도에서 그칠 줄 알았거늘, 진짜로 악신을 죽이고 힘을 흡수할 줄이야.
스스로 어찌 된 상황인지 알아낸 것일까?
―네놈은……, 확실히 다르군. 본좌와는 걷는 길 자체가 다르니라. 이제는 무어라 해 줄 말도 없구나.
담천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지었다.
―이제는 본좌가 생전에 가졌던 힘을 넘어설 날도 머지않았을 것 같구나.
“그렇습니까.”
―그렇느니라. ……아니. 어쩌면. 이미 넘어섰을지도 모르는 바이지. 어찌 됐건 간에 네놈이 확실히 괴물이라는 건 알겠다.
“…….”
그리고.
―그러니 본좌도 결심할 수 있겠지.
그대로 담천우는 즐겁다는 듯 어딘지 모르게 들뜬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네놈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그리고 네놈이 이 길의 끝에서 뭘 얻을지, 그 여정을 지켜보도록 하겠다.
“여태까지랑 다를 바 없는 일이잖습니까.”
―그거야 그렇긴 하다만. 결의했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겠느냐. 네놈의 길에 본좌도 같이 걸어갈 수 있게끔 하겠다는 것이지.
“그거나, 이거나.”
시답잖은 대화라는 듯 말하긴 했다마는.
확실히 따지자면 담천우의 결의는 나쁘지 않았다.
이걸로 그는 이제 나를 전적으로 보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거니까.
“이걸로 대충 대화는 끝난 것 같으니, 해야 할 일을 마치러 갑시다.”
그리고 그에 나는 살며시 미소를 짓고는 이내 시련에 들어설 준비를 마쳤다.
“상위 신격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것이 뭔지 제대로 보여드릴 테니.”
그렇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시련의 탑 22층에 입성합니#%&^`…….」
다름이 아니라…….
삐이익-!
「시스템이 도전자 한성윤의 22층 시련 시작을 멈춥니다.」
갑자기 시스템에 의해서 시련에 입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여태까지 탑의 층수에 맞지 않는 힘을 가졌어도 별말은 없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이렇게 시련의 시작을 멋대로 중지하니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현재 도전자의 수준이 시련의 탑 20층 초반대의 수준과는 일치하지 않는 상태.」
마치 원인을 알려 주듯 눈앞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의 모습.
「※이에 따라서 적절하게 도전자 한성윤의 계층들을 조정할 필요를 감지했습니다.」
그리고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며 많은 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계층 조정 시작.」
「시련의 탑의 권한으로 이 발동합니다.」
「시련의 탑의 은 22층에서 25층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세계가 됩니다.」
‘이건…….’
계층 조정.
그리고 으로 22층에서 25층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세계가 된다는 것까지.
어느새 시스템 메시지을 빠짐없이 읽은 나는 이게 뭘 의미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계층 조정 완료.」
바로…….
「시련의 탑 에 입성합니다.」
「난이도 – 어려움」
「해당 시련의 주제는 ‘마계(魔界)’입니다.」
「도전자가 선택한 고행 끝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
22층, 23층, 24층 25층…….
각각 다른 시련, 그리고 다른 보상이 마련되어 있었을 터인 계층.
총 4개의 계층과 시련을 한곳에 압축해 놓은 정신 나간 계층이 생성된 것이다.
“이게 이렇게 될 수 있던 건가……?”
심지어 그것도 오로지 나에게 난이도를 맞추려는 목적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