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10
308. 난투전 (4)
사령 조각이 전부 모이게 됐다.
「사령 조각 ‘■■■[3/3]’이 충전 요구 수치를 만족했습니다.」
「사령 조각 ‘■■■[3/3]’을 소모해서 잠재 신성을 선택하여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습득할 수 있는 잠재 신성은 , , 입니다.」
「※이때 고르지 않은 잠재 신성은 이후에는 선택지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여태까지 살해했던 사도들의 신성을 얻을 기회를 획득했다.
심지어 신성들의 이름도 나름대로 써먹을 수 있을 것들로 나왔다.
아마도 이 중에서 신성을 고르는 것 자체로도 꽤 고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리할 때가 아니다.
왜냐하면…….
「선택 보류.」
「※나중에 원하는 시기에 잠재 신성을 선택하여 습득할 수 있습니다.」
알톤의 죽음으로 순식간에 장내가 고요해진 탓이다.
[ ……. ]아직도 피로 된 분수를 자아내는 알톤의 시체만이, 향후에 벌어질 전투를 점지하듯 그대로 나뒹굴 뿐.
결투장의 객석에 앉은 군주들은 모두 굳은 얼굴로 이곳을 내려 봤다.
알톤이 고작 신성 권능 한 번에 죽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어느새 군주들은 각각 눈알을 재빨리 굴리며 이득과 손해를 셈하듯, 재빨리 이런저런 고민을 이어 가는 듯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다지 마음에 드는 광경은 아니었다.
[ 말이 들리지 않은 건가? ]그에 나는 싸늘하게 눈빛을 가라앉히며 말했다.
[ 이제 그 자리에서 내려올 시간이라고 했을 텐데? ]그럴 만도 했다.
회한의 신이 어찌 나올지는 몰라도 이제는 최소한 군주들을 처리할 정도의 각이 나왔다.
그렇다면 2차 승천의 퍼센테이지를 거의 끝까지 올릴 기회이지 않겠는가?
굳이 차려진 밥상을 거부할 이유는 없는 상황.
심지어 회한의 신도 신중한 자이니, 전투에 참전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흑마법 [검은 후광]으로 신성 의 힘을 몇 배로 증폭시킬 수 있는 걸 확인한 시점부터, 승산이 크게 올라간 셈이다.
‘회한의 신을 빼면 상대해야 할 군주는 7명이니 충분히 이길 수 있겠지.’
기껏해야 군주들은 신격의 반열에 오른 정도에 불과했다.
알톤을 살해하며 이쪽의 패를 어느 정도 보였으니, 아마도 똑같은 이치로 단숨에 죽이긴 힘들 거 같다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정식 신격의 언저리에 머문다면 승리하는 건 자명할 테지.
그리고 그걸 알고 있는지 군주들도 잔뜩 긴장했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고는 이어서 회한의 신에게 중재를 청했다.
“회, 회한의 신이시여. 청하건대, 저자와의 결투는 취소하여 주실 수 없을까요?”
“……그, 그렇습니다! 요람의 결투는, 군주 간의 상호합의로 결정되지 않습니까!”
“최소한 나는 저런 괴물이랑 싸우고 싶지는 않군요. ……개죽음이 될 것 같거든요.”
심지어 아직도 전력을 내비친 게 아닌데도 크게 겁을 먹었다.
‘신격에 견줄 수 있는 강자들치고는 겁쟁이 같은데?’
그리고 그에 눈을 찌푸리고 있자니 혈천마검이 웅웅 울리며 귓가로 소리가 들렸다.
―……당연하지 않겠느냐.
여태껏 조용히 있었던 담천우가 입을 연 것이다.
―고대 신격을 섬기는 사도. 어쩌면 행성도 부술 수 있을지 모르는 자였다. 그런데 그걸 네놈은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죽였지.
[ ……. ]―흑마법 같은 사술을 썼다고 한들, 그 가치가 퇴색될 리 없잖느냐. 아마도 저쪽에서는 네놈이 괴물처럼 느껴질 터이지.
[ 그렇습니까…….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저들이 보는 나는 고대 신격의 사도를 일격에 살해한 괴물로 비추어질 터.
그러니 일 대 다수라는 수적 우세의 조건이 갖추어질지라도, 이쪽을 대놓고 적대하고 싶어 할 리는 없다는 것이다.
[ 결투 취소? ……아니. 그런 건 없다네. 그대들은 저자랑 싸워서 승리를 쟁취해야 할 것일세. ]하지만 회한의 신은 생각은 다른 듯했다.
[ 이곳에서 물러나면 그대들의 위명에 먹칠이지 않겠는가? ]“그게 무슨…….”
[ 긍지 높은 요람 소속 군주로서 모두들 최선을 다하여 주길 바라겠……. ]“시, 싫습니다! 어째서 저희가 그런 부담을……! 요, 요람의 일원으로써 거절하겠─.”
어느 이름 모를 늑대 귀의 남성 군주가 그렇게 외친 순간.
[ 다들 뭔가를 착각하고 있군. ]회한의 신이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이건 제인이라거나, 부탁 같은 게 아닐세. ]이곳에 있는 다른 군주들의 생각 따위야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 단지, 그대들 같은 버러지들에게, 여태껏 먹이를 준 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뜻이지. ]그리고.
[ ……요람 같은 결투 모임을 만들어, 그대들 같은 군주들을 키워 온 게, 정말로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나? ]실제로도 그러했다.
[ 여태까지 이럴 때 쓰려 키운 사냥개들이거늘, 갑작스레 사냥을 거부하면 곤란하지. ]그대로 회한의 신이 말을 끝마치자마자 그에게서 짙은 힘이 흘러나왔다.
「신화 이 조건을 충족하여 자동으로 발동합니다.」
「신화 이 계약자들을 종속 상태로 전환하여 강제 계약 이행 상태로 전환합니다.」
오로지 신격만이 쌓을 수 있는 신화의 능력이 발동한 것이다.
차라랑……!
순식간에 회한의 신에게서 뻗친 쇠사슬이 일곱 마계 군주에게 솟구쳤다.
그리고 마계 군주들은 모조리 쇠사슬이 닿자마자 마리오네트처럼 몸을 삐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치 어설프게 조종당하는 인형을 보는 것 같은 모습.
실제로 결투장의 객석에 있는 군주들은 자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신체를 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뭣……!”
“계, 계약이라고? 이런 것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
“그랬……군! 하하! 그래, 이렇게 개새끼처럼 써먹으려고, 여태껏 군주들을 통솔했던 건가!”
아마도 회한의 신이 수작을 부린 줄 몰랐던 것 같은데…….
신격에 견줄 수 있는 경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저항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신화에서 느껴지는 힘의 연원을 읽을 수 있었다.
[ 신화로 지정한 상대에게 오랜 시간을 들여야 발동되는 힘인가? ]알카이드, 그리고 알톤을 살해하며 얻은 신성의 격 덕분일까?
이제는 시스템 메시지에 신화의 내용이 드러나지 않아도 그 너머에 있는 상세한 내용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아직 완벽하게 확신하여 말할 수는 없는 수준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추측이 맞았는지 회한의 신이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 그렇다네. 어리석은 군주들을 데리고 있었던 이유이지. 수백 년을 이 신화의 발동 조건 충족에 소모해야 했지. ] [ ……. ] [ 신격에 견줄 수 있는 경지라고는 한들, 진짜로 신격인 놈들은 없어서 말이야. 살짝 손을 써 둔 것도 아예 모르더군. ] [ 그것참 악질적인 취미인 것 같네요. ] [ 흠……. 그렇진 않다네. 어차피 17군주인 나의 비호로 요람에서 높은 지위만을 탐했던 자들일 뿐일세. 악질인 걸 따지면 이놈들이 더하지 않겠나. ] [ 글쎄요……. ]설령 회한의 신에게 달라붙어서 이득을 취했다고 해도 이걸 정당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아마도 개처럼 복종하게 될 줄 알았다면 아무도 그에게 들러붙지 않았을 터이다.
하지만 굳이 그걸 지적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야 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 하지만 어쨌든 간에 저에게는 좋은 소식이긴 하네요. ]어느새 입가에 미소를 띤 나는 눈빛을 사납게 번뜩였다.
어차피 회한의 신은 직접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면 뭘 해야 할지는 정해져 있잖은가.
다음 순간.
「신성 을 사용합니다.」
「모든 능력이 정해진 범주를 벗어난 상태가 됩니다.」
「한계에 부딪힐수록 빠르게 모든 능력이 정해진 범주를 벗어납니다.」
「상대방과의 수준 차이에 비례하여 모든 종류의 성장 속도가 [6]배 상승합니다.」
[ 그렇지 않아도 군주들을 해치울 필요는 있었으니까. ]그대로 나는 찬란한 황금빛의 신성을 내지르며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
드드드─!
신성 을 사용하자마자 힘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초월에 의해서 모든 능력이 정해진 범주를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살짝 모자란 감이 없잖아 있었다.
‘고작 성장 속도의 배율이 6배밖에 안 되는 건가…….’
그럴 만도 했다.
여태까지 신성 의 발동은 수많은 강적을 상대로 꺼냈던 패였다.
이번에도 눈앞에 있는 마계의 군주들이, 나름대로 위협적이라고 생각했기에 신성 을 쓴 것이었고 말이다.
그런데 그 생각이 틀렸는지 신성 의 효율이 썩 훌륭하진 않았다.
‘이걸로는 모자랄지도 모르겠어.’
신성 을 발동해야 하는 상황이긴 한데, 그리 효율이 높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결국, 신성 이외에도 또 다른 힘을 섞을 필요성을 느낀 직후.
눈 깜짝할 사이에 일곱 군주가 번개처럼 달려드는 걸 보며 스킬을 발동했다.
바로…….
「스킬 ‘징벌(懲罰)’이 활성화됩니다.」
「해당 스킬의 활성 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7 상승합니다.」
「해당 스킬의 활성 시간 동안, 마력이 절대로 소모되지 않습니다.」
「용의 힘이 당신에게 깃들며 마력 능력치가 100% 증가합니다.」
징벌.
아예 마력 소모 자체를 없애는 사기적이기 짝이 없는 스킬.
심지어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부가 효과를 갖춘, 엄청난 효과를 지닌 스킬을 발동한 것이다.
본래는 삿된 존재 이외에는 쓸 수 없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적은 마계의 군주이지 않은가.
‘그럼 징벌의 발동 상태는 전투 종료 시점까지 지속이라 보면 될 테지.’
그리고 이어서 나는 씩 미소를 지으며 징벌의 효과를 올려 줄 권능도 사용했다.
「특수 권능 ‘용인화(龍人化)’가 활성화됩니다.」
「10분 동안, 전체 보유 마력의 양이 두 배 상승합니다.」
「10분 동안, 용족(龍族)의 특징 중 일부를 재현합니다.」
「10분 동안, 마력에 관련된 모든 간섭 및 운용 능력이 상승합니다.」
신체의 골격이 살짝 뒤틀리며 몸이 커지고, 머리에 두 개의 뿔이 자라났다.
마치 이전에 본 드래곤들을 생각나게 하는 모습.
그리고 동시에 마력량 자체가 크게 늘었다.
‘이제는 마력의 소모 값을 생각하지 않고 기술을 쓸 수 있겠어.’
사실상 마력을 사용하는 기술들은 대부분 소모 값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원래도 징벌 스킬, 그리고 용인화의 연계는 훌륭했지만, 흑마법을 배운 후로는 효율성 자체가 달라졌을 터.
그렇기에 나는 단숨에 마력을 마기로 전환했다.
순식간에 터무니없을 정도의 마기가 곳곳으로 흘러넘치는 걸 느끼고 있자니, 어느새 아래로 내려온 군주들이 지면을 박찼다.
그중에서 호쾌한 인상을 한 붉은 피부의 남성이 쩌렁쩌렁 소리쳤다.
“크흐흐! 이건 꼭 나쁘게 생각할 것 없지!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면 될 뿐이야!!”
그래도 나름대로 군주의 자리에 오른 자답게 범상치 않다는 뜻일까?
어느새 그는 다른 군주들과는 달리 격노, 그리고 망설임을 주저 없이 내버리고 싸움에 임했다.
아마도 이대로 나를 죽이기 전까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음을 안 것 같은데…….
훌륭했다.
“제 53군주, 바이잔 카실리움이 네놈을 처단하도록 하마!!”
단지, 그의 높은 기개가 아쉬운 건, 상대가 나이기 때문일 테지.
[ 그래? ]그리고.
[ 그럼 나도 전력으로 갈까. ]다음 순간.
[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던 차였어. ]츠츠츠츠츠츠츠……!!!
신체 곳곳에서 어둠이 일렁이며 검은 후광이 빛을 발한 순간.
「신성 을 사용합니다.」
「신성 에 침식된 모든 것의 죽음을 주관할 수 있습니다.」
「※신성 이 [검은 후광]에 의해서 흑마법에 깃들 수 있습니다.」
[ 흑마법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가. ]새롭게 창조된 술식이 신성의 힘을 받아들이며 힘을 늘렸다.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간단했다.
바로…….
‘신성을 인챈트한 흑마법을 쓸 수 있을까.’
신성 을 흑마법에 깃들게 할 거다.
마력의 양에 한도가 없다면 공격에 그에 맞춰야 할 테니까.
그러니 신성 권능을 흑마법으로 비트는 대신에, 오로지 흑마법에 신성 권능을 깃들게 하는 데 의식을 집중했다.
‘한도 없는 마력의 힘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
그리고.
‘……아, 그러고 보니 알카이드에게서 얻은 게 있었지.’
이내 알카이드와의 결전에서 본 최후의 흑마법을 상기한 순간.
[ 간다. ]그대로 나는 알카이드가 쌓아 올린 흑마법의 오의를 사용했다.
오로지 공격용 흑마법만으로, 누구도 괄시할 수 없는 자리에 앉은, 고블린 군주 알카이드의…….
그리고, 이제는 나에 의해서 개조된 공격용 흑마법이 신성 을 품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파치직─!
검게 물든 하늘.
그곳에 둥근 형태의 뇌운(雷雲)이 신성을 가득 품은 채 몰렸다.
어느새 뇌운의 정중앙에서는 한 마리의 맹수와도 같은 검은색의 천둥이 일렁이고 있었다.
다음 순간.
【 어둠에 숨어든 벼락의 그림자 】
꽈지지지지지지지직───!!!
모든 것을 죽음으로 물들이는 천둥이 지상을 강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