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undless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312
310. 자격시험 (1)
회한의 신.
오랫동안 신격으로서 힘을 쌓아 온 늙은 괴물이 말했었다.
신성이라는 것은 곧 실재하는 영역을 추상의 개념으로써 비틀어 버릴 수 있는 권능이라고.
그러니 그는 신성이 없는 이들이 신격에 견줄 수 있다고 해도, 그다지 가치 있는 목숨은 아니라고 하였다.
‘설마 그게 이런 걸 의미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실제로 회한의 신은 그렇게 말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도 신체 곳곳을 옥죄는 신성 의 공능에 눈매를 좁혔다.
……설마 양자 간 1:1 대립 상태에서라는 제약이 붙긴 했어도, 서로의 상태를 신성 습득 이전으로 되돌릴 줄이야.
‘아예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필멸자 시절로 되돌리는 건가.’
신성 은 신성의 격만을 낮추는 게 아니었다.
모든 능력치, 스킬, 권능, 아이템, 그 이외에 수많은 힘을 지우고, 진정한 의미에서 필멸자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전에 거목 미궁에서 습득했던 전용 특전 ‘절대 보존(SSS+)’이 종잇장처럼 찢기며, 상대의 힘에 봉인되는 걸 허락했다.
심지어 신성 같은 카운터 종류의 힘도 발동하지 않았다.
‘사실상 상위 신격 중에서는 최강에 가까운 힘이야.’
시간에 관련된 개념을 건드리는 신격을 마주한 건 처음이기에 크게 놀랐다.
하지만 초월 신화 , 그리고 서로 간의 상성 차이가 있는 탓일까?
회한의 신은 이제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것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허, 허허, 허허허, 허허허허허허.”
마치 죽음을 직감한 듯 식은땀을 멈추지 않고 흘리는 모습.
젊은 날의 모습을 얻은 회한의 신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눈치를 봤다.
그럴 만도 했다.
현재 그는 신성 으로 인해서 모든 종류의 신성을 잃고 필멸자의 시절로 모든 힘이 돌아간 상태.
여태껏 자신만만했던 원인이 사라졌으니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초월의 신이여. 이건 나의 실책일세. 그, 그러니 이번에는 무승부로 넘어가지 않겠는가?”
실제로 회한의 신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렇게 말했다.
[ 무승부? ]“……그대에게 악감정은 없었다네. 그러니 여태까지 이렇게 힘을 아낀 것 아니겠나. 서로 신격답게 예의를 갖추도록 하지.”
[ 신격 간의 예의를 논하기엔 그쪽은 이제 신격도 아니지 않나? ]“………어. 그건, 음, 그러니까, 그게, 설명할 수 있─.”
[ 별로 설명할 필요는 없는데. 어차피 이제 죽일 거라서. ]그리고 그에 나는 바로 회한의 신을 바라보며 혈천마검을 들었다.
아마도 서로 1:1 대립 조건을 만족하고 있다면야, 이제는 회한의 신은 초월자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을 터.
그렇다면 쓸데없이 시간 끌지 말고 이 자리에서 그를 처리하는 게 효율적인 순서이지 않겠는가.
심지어 뭣보다 회한의 신이 가지고 있는 신성들, 그리고 그 안에 내재된 가능성에 크게 흥미가 일었다.
‘시간의 개념을 간접적으로나마 건드릴 수 있는 신성은 여태껏 못 봤었어.’
그럴 만도 했다.
회한의 신이 가진 신성 은 과거에 관한 개념을 건드릴 수 있었으니까.
그것도 어느 특정된 방식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개념에 관한 이해도만 높으면 높은 수준의 운용도 가능할 듯했다.
[ 시간에 관련된 신성은 그렇지 않아도 가지고 싶었어. ]그리고.
후우웅……!
[ 그럼 이제 죽어. ]이내 혈천마검을 휘둘러서 회한의 신을 처치하려고 한 순간.
“……자, 자, 자, 잠깐! 그대, 그대는, 그대는 나의 힘을 얻을 수 없을 것일세!”
척.
갑자기 회한의 신이 내뱉은 소리에 나는 혈천마검을 휘두르는 걸 멈췄다.
[ 뭐? ]“……하, 하하. 이래 봬도 오랜 세월을 보내온 몸이라서 말이지. 그대의 신성이 어떤 방식으로 강해지는지 알아냈네.”
[ ……. ]“……일종의 사령 계열 능력으로 사령을 수집하여 비축하고, 그것도 모자라 신화로 신성의 격을 올리지.”
[ 놀랍네. ]설마 그 잠깐 사이에 거기까지 알아냈을 줄이야.
사실상 네크로맨시, 그리고 신화 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를 알아낸 듯한데…….
그렇다면 더더욱 이 자리에서 살려 둘 생각이 들지 않았다.
여차하면 적들에게 나에 관한 정보가 알려질 수도 있기에.
“그리고 그대의 힘은 현재의 나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일세.”
하지만 회한의 신은 그것조차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현재 나는 신성을 잃고 필멸자 시절의 모습으로 회귀한 상태. 영혼도, 신성도. 그 어느 것도 그대에게 매력적인 보상이 되진 않겠지.”
그리고 그제야 나도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 살해해 봤자 얻을 수 있는 게 없을 거라는 뜻이잖아? ]“그렇다네…….”
[ 그러고 보니 그렇긴 하겠네. 사령도 흡수하긴 별로일 테고, 신성도 없으면 신성도 얻을 수 없겠지. ]“그래, 그러니, 이쪽이, 제안을 하겠…….”
[ 그럴 것 없어. ]“?”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회한의 신의 말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쓸데없이 회한의 신의 꾀에 속아 줄 필요는 없으니까.’
눈앞에 있는 젊은 모습을 되찾은 회한의 신은 노괴 중의 노괴다.
여태껏 나에 관해서 정보를 습득할 때까지 스스로의 힘을 보이지 않은 게 그 증거다.
회한의 신은 이득과 손해를 철저히 셈할 수 있는 능구렁이고, 그러한 이에게 뭔가를 할 여지를 주는 건 좋지 않았다.
[ 그렇다면 나도 원하는 대로 해야겠지. ]그러니.
[ 회한의 신. ]“……뭐, 뭐지? 뭔데 갑자기 그렇게 보는 것인가?”
[ 마계에 있는 군주 중에서 흑마법을 잘 다루는 이들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그게, 대체?”
노괴의 꾀에 속아줄 필요 없이 이쪽이 그를 통제하면 될 뿐이지 않은가.
[ 최소한 그쪽이 힘을 되찾을 때까진, 이쪽도 시간을 알차게 써야지. ]그렇지 않아도 군주들과의 난투전에서 본 흑마법의 가능성을 깊이 탐구하고 싶었다.
[ 흑마법 배우러 가자고. ]아마도 이제부터는 재미있는 흑마법 수련이 될 것이다.
***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업적 ‘진짜 악마’를 달성했습니다.」
「전용 권한 #D-0007[보상 상승]이 조건을 만족하여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업적으로 얻는 보상 수준이 [E급]에서 [D급]으로 상승합니다.」
「스킬 ‘순수 악의(D)’가 생성됩니다.」
마계(魔界).
오로지 사악한 존재들만이 살아가는 세계에는, 정말로 재밌게 배울 것들이 많았다.
여태까지 스킬과 권능, 그리고 신성 같은 능력에 치중하여 순수 기술의 가치를 얕잡아 봤던 걸 새삼스레 후회하게 된다고 해야 하나?
‘진짜로 마계에는 재밌는 게 많구나…….’
이쯤 되면 신격들과의 전투보다도 마계를 탐색하며 얻는 깨달음이 많을 정도.
“끄아아아아아아아!!”
“회한의 신!! 이 미친 새끼야! 너, 너! 대체 뭔 괴물을 데려온 거야!!”
“흐, 흐으. 가, 가문의 비전 술식? 미친놈이……! 고, 고작 그딴 걸로 영지를 테러한 거냐!!”
수많은 악마가 피로 얼룩진 눈물을 흘리며 흑마법에 대한 비전을 내놨다.
‘진짜로 술식도 참 많구나.’
술식의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원소 계열 술식, 신체 강화 술식, 재생 계열 술식 등등…….
마계의 오래된 명가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가진 비전 술식을 얻을 때마다 흑마법의 성취는 빠르게 나아갔다.
「업적 ‘원소 응용 계열 흑마법 마스터’를 달성했습니다.」
「업적 ‘신체 활성 계열 흑마법 마스터’를 달성했습…….」
「업적 ‘재생 촉진 계열 흑마법 마스터’를 달성했…….」
어느새 할 수 있는 흑마법보다는 할 수 없는 흑마법을 세는 게 빠를 수준이 되었다.
―이쯤 되면 이제 흑마법사라고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심지어 그 과정을 지켜본 담천우마저도 그렇게 말할 정도로.
셀 수 없을 정도의 마족, 그리고 악마들이 한 줌의 핏물이 되었다.
알카이드 같은 수준에 이른 마족도 있었고, 그것보다 더더욱 높은 경지에 도달한 흑마법의 대종주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끝은 하나 같이 전부 같았다.
“흐흐흐흐흐!! 오만하구나, 흑마법사여!! 오로지 재능만으로 길의 끝을 볼 것 같으냐!!”
「업적 ‘비전 술식 강탈자’를 달성했습니다.」
“인정할, 것 같으냐……. 쿨럭……. 너 같은 건, 천재도, 뭣도 아니다……. 이, 괴물아…….”
「업적 ‘흑마법 대종사’를 달성했습니다.」
“흐핫, 흐하핫, 흐하하하핫! 세, 세상이! 세상이 멸망할 것이야! 괴물이 탄생하고 있도다……!!”
「업적 ‘최악의 재능’을 달성했습니다.」
결국에는 모든 흑마법사가 술식을 아낌없이 내뱉고 죽음에 이르렀다.
[ 쉽네. ]신성의 힘 같은 건 하나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이 막히지 않았다.
심지어 마계 곳곳에 있는 흑마법사를 쓰러뜨리는 것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들어가지 않았다.
기껏해야 하루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과 달리 보상은 많았다.
「도전자 한성윤이 군주를 상대로 승리함으로써 2차 승천에 11.9% 가까워졌습니다.」
「에 따른 특수 보상으로 전용 효과 ‘흑마법사(A+)’를 획득합니다.」
「이제부터 도전자 한성윤은 모든 흑마법에 추가적인 보정을 얻을 수 있습니다.」
‘흑마법은 물론이고 승천까지 확실하게 성장했어.’
사실상 이제는 지구에서 본 어느 마법사보다도 능력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흑마법에 관한 성취도 깊었다.
재차 승천의 성장도 이루어져 신성이 또 고대 신격의 경지를 넘볼 수 있는 상태.
최소한 이 특수 계층을 클리어하면 고대 신격이 되는 건 확정일 듯했다.
그에 나는 크게 만족하고는 손에 묻은 핏물을 털어 내며 미뤘던 작업을 이어 갔다.
다름이 아니라…….
「사령 조각 ‘■■■[3/3]’이 충전 요구 수치를 만족했습니다.」
「사령 조각 ‘■■■[3/3]’을 소모해서 잠재 신성을 선택하여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습득할 수 있는 잠재 신성은 , , 입니다.」
「※이때 고르지 않은 잠재 신성은 이후에는 선택지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 그러고 보니 알톤을 살해하고 신성을 얻을 수 있게 됐었지. ]이전에 64군주이자 고대 신격의 사도였던 알톤을 죽이며 신성 습득 기회를 얻었다.
단지, 지금까지는 신성의 습득 자체가 우선되지 않았기에 신성을 얻는 게 늦어졌을 뿐.
그리고 이제는 흑마법에 대해서 끝에 가까워진 만큼, 새롭게 신성을 얻고 갈 시간 정도는 있었다.
[ 대충 다 뭔지는 알 것 같네……. ]각각 어느 사도에게서 비롯된 선택지인지는 추측이 갔다.
카르나르 사그시스의 신성 , 전투의 신을 섬긴 크라마슈의 신성 , 그리고 알톤의 신성 까지…….
그다지 흥미롭진 않았다.
일단은 카르나르 사그시스의 신성 은 이전에 이미 본 것이니 넘겼고, 신성 과 신성 을 눈에 담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렇게 오래 고민이 이어지진 않았다.
‘신성 도 신성 도 그리 좋을 것 같지는 않으니 이게 나을 테지.’
그도 그럴 것이…….
「선택 완료.」
「신성 이 잠재력으로 치환됩니다.」
그나마 뭘 선택해야 좋을지는 정해져 있었으니까.
「신성 이 사용됩니다.」
「도전자 한성윤이 가진 모든 능력이 크게 가속되어 빨라집니다.」
신성을 습득한 후에야 나는 이 신성 이 뭔 능력인지 알 수 있었다.
‘진짜로 그냥 다른 거 없이 속도만을 상승시키는 힘인가.’
모든 종류의 능력이 인지를 초월한 속도로 움직이고, 신체의 이동 속도마저도 인간의 것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기껏해야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었다.
일종의 개념 영역으로서 작용할 수준도 아니며 폭넓은 활용도 불가능할 듯했다.
사실상 이건 상시 발동 형태로 적용하고 다녀도 될, 그다지 의미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 회한의 신. 이제 됐어. 또 다른 흑마법사가 있는 곳으로 가자고. ]이내 고개를 돌리며 회한의 신에게 가이드를 부탁한 순간.
“허, 허허, 허허허…….”
어느새 검게 죽은 눈빛을 한 회한의 신이 허탈하게 웃음을 지었다.
마치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절망처럼 느껴지는 모습.
그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신성 이 시간 종료로 인해서 사용이 중지됩니다.」
「신성 이 사용되어 조작된 현실 영역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신성 에 의해서 신성 습득 전의 상태로 회귀했던 영향이 사라집니다.」
[ ……그냥 자살해도 되오? ] [ 아니. ] [ ……. ]이제야 신성 을 얻을 시간이 온 것이다.